韓 찾는 EU 장관...망 이용대가 협의 물꼬 틀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티에리 브르통 역내시장 집행위원이 29일 이틀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국과 유럽연합 간 디지털 파트너십 논의를 비롯해 기업 인사와의 만남도 예정됐다. 브르통 위원의 방한으로 망 이용대가 법제화 관련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망무임승차 방지법인 기가비트커넥티비티액트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을 마치고, 곧 법안 초안을 공개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앞서 여야 의원들이 총 7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브르통 위원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서 첫 기조 연설자로 나서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망 이용대가를 주요 의제로 두지 않더라도 상호 간의 현황 공유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와 디지털 파트너십 후속 논의 브르통 위원은 방한 이틀째인 30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한국과 유럽연합이 지난해 체결한 디지털 파트너십 후속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파트너십에 따라 양측은 반도체, 초고성능컴퓨팅(HPC) 및 양자 기술, 사이버 보안, 5G·6G, 인적 교류와 디지털 포용, 인공지능(AI), 디지털플랫폼, 데이터 관련 법체계, 디지털 신원 및 신뢰, 디지털 통상 등 11대 협력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이 가운데 5G·6G가 망 이용대가 논의와 맞닿아 있다. 유럽연합은 단순히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이견보다 유럽 시민의 디지털 접근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투자의 공정한 분담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나서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이 오가기 어렵더라도 향후 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뜻을 모을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로 확산된 망 이용대가 논의 망 이용대가 논의는 유럽연합과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든 카 상임위원이 콘텐츠사업자(CP)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도와 베트남이 공정한 ICT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관련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자메이카, 도미니카, 쿠바 등 카리브해 지역 20개 국가 통신사업자들이 빅테크에 대해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논의를 가졌다. 아울러 브라질 정부가 새로운 통신 정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현지 통신사업자들이 빅테크에 대한 공정한 몫을 지불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유럽연합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유럽의회는 대규모 트래픽 발생 기업(LTG)의 네트워크 공정 기여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연합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연결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빅테크들이 책임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반도체 협의도 이어질 듯 브르통 위원의 방한으로 망 이용대가 협의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이와 함께 반도체 협력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르통 위원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면담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 퀄컴 CEO와 회동한 뒤 한국을 찾아왔고 다음 주에는 일본 경제산업상과 논의 일정이 예정됐다. 이같은 일정은 첨단기술 자국 보호주의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대비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사이버 보안에 대한 협력 논의도 예정됐다. 주한 스웨덴대사관에 따르면 브르통 위원은 30일 열리는 '한-EU 고위급 사이버 안보 컨퍼런스 2023'에서 직접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 자리에는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이 개회사를 맡을 예정이며, 박 차관과 브르통 위원의 면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