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고 인력 줄이고…1세대 이커머스, 쿠팡 빼고 '허덕'
지난해부터 위메프·티몬·인터파크쇼핑이 모두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에 매각된 데 이어, 최근 11번가까지 전략적투자자들에 의해 강제 매각될 상황에 놓이면서 1세대 이커머스가 재편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한껏 가열되면서 성장성이 정체된 기업은 통합·정리되고, 시장 변화를 주도한 기업은 살아남는 자연스러운 재편 수순을 거치고 있는 것. 2010년대 위메프·티몬과 함께 소셜커머스 삼형제로 묶였던 쿠팡만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첫 연간 흑자를 목전에 두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외 업체들도 매각된 이후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하고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나,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11번가 최대 주주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전략적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이에 국민연금·새마을금고·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등 FI는 SK스퀘어 지분까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11번가가 강제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SK스퀘어 이사회에서는 11번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거금을 들여 11번가 지분을 되사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 매출은 ▲2020년 5천456억원 ▲2021년 5천614억원 ▲2022년 7천89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손실도 ▲2020년 98억원 ▲2021년 694억원 ▲2022년 1천51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매출 2천163억원·영업손실 318억원 ▲2분기 매출1천969억원·영업손실 267억원 ▲3분기 매출 1천887억원·영업손실 325억원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또 11번가는 8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도 받고 있다. 신청 대상은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으로, 대상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거듭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한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큐텐에 매각됐다. 티몬은 ▲2020년 매출1천512억원·영업적자 631억원 ▲2021년 매출 1천290억원·영업적자 760억원 ▲2022년 매출 1천205억원·영업적자 1천5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점점 줄고, 영업적자는 커졌다. 위메프도 ▲2020년 매출 3천853억원·영업적자 542억원 ▲2021년 매출 2천347억원·영업적자 335억원 ▲2022년 매출 1천701억원·영업적자 539억원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매년 영업적자 수백억원대를 기록했다. 위메프 역시 올해 5월 이직을 원하는 직원에게 월 급여 3개월치를 지원하며 인력 일부를 정리했다. 지난해부터 큐텐에 인수돼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로 묶여 큐텐 그룹이 된 이들도 계열사 시너지를 높여 시장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티몬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티몬 거래액 성장률이 72%를 기록했고, 협력사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큐텐에 인수된 뒤 실제로 매출, 영업이익이 어떠한 성과를 거뒀는지는 내년 4월 확인할 수 있다. 앞서 2021년 11월 신세계그룹 이마트도 3조5천591억원을 들여 지마켓 지분 80.01%를 취득했으나, 아직 기대만큼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지마켓 매출은 1조3천185억원, 영업적자는 665억원으로, 전년(43억원) 대비 적자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매출 3천31억원·영업적자 109억원 ▲2분기 매출 2천925억원·영업적자 113억원 ▲3분기 매출 2천810억원·영업적자 101억원으로, 매출은 점차 줄고,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1세대 이커머스 중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성과를 내놓은 곳은 쿠팡이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약 22조2천25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올렸고, 영업적자는 1조8천627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더니,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천362억원, 2분기 영업이익 1천940억원, 3분기 영업이익 1천146억원을 올리며 연간 흑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에 대해 "네이버, 쿠팡, 신세계, 큐텐 등 4개로 진영화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플랫폼 자체 경쟁력 제고와 미래 고객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속성을 담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웹기반 커머스가 모바일 위주로 옮겨오며 다양한 업체가 생겨났고, 시장이 치열해지며 한계에 다다른 곳들은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앞으로도 쇼핑 환경의 변화와 성장성에 따라 시장이 계속해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