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키운 투자자들도 '플랫폼법' 반대…"누가 한국에 투자하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플랫폼) 제정을 추진한다고 나서자, 그동안 한국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해 유니콘으로 키운 주요 투자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공정위가 기업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만큼 “규제 당국인 정한 규제 기준선 이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사전 지정 규제하면 외국 플랫폼 기업만 반사이익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 정량 요건에 시장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플랫폼 업계에선 "국내 기업용 규제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서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 창업 생태계를 키운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회사로 꼽힌다.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11월 말 기준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을 포함해 116개사에 5천560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관련 논의에 우리(벤처캐피탈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하며, 왜 필요 없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썼다. 김 대표는 “온플법(플랫폼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온플법의 적용은 국내 기업만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면서 “회사들은 언론과 법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그 위에 제한하는 것은 '더더더' 하기에 찬물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공정위 법안 추진 상황은 지난 2010년 초기 국내 동영상업체인 판도라 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고도 했다. 과거 본인확인제와 저작권법 실시로 판도라TV 같은 국내 동영상 업체만 규제를 받았던 적을 회상했다. 그는 “오래 전 동영상 서비스가 생겼을 때 판도라TV의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를 판도라가 따라잡지 못했다”며 “당시 '불법 비디오가 올라오면 무조건 플랫폼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이 통과돼 판도라TV를 보던 소비자들이 다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회사가 몰락했다”고 말했다. 투자 줄고 어려운 상황인데 법 추진한다는 정부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법안을 조율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IT업계와 벤처캐피탈업계 등에서는 대외 환경 악화로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 신생 유니콘을 육성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천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5천857건에서 5천72건으로 줄었다.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도 32억2천만원에서 25억9천만원으로 6억3천만원 줄어들었다. 마켓 컬리 등 유니콘으로 인증받은 기업은 22곳이지만, 경기 부진과 경쟁 심화로 기업 가치가 수년 전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주요 재계와 IT 유관 단체들도 반대에 나섰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최근 "(플랫폼법이)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밝혔고, 정보기술(IT) 5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도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