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과기인 고규영 KAIST 특훈교수···"치매-암 치료에 새로운 접근 제시"
"지금도 저는 연구에 배가 고픕니다."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이 2일 선정됐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뛰어난 업적의 과학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고규영 교수는 림프관 등 혈관 연구의 세계적 리더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치매와 암의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는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는 뇌 속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노페물 배출 능력이 떨어짐을 확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헀다. 또 림프관 경유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처음 밝혔다.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기존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을 적용해 암 치료의 돌파구를 열었다. 고 교수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뇌 림프관 통해 노페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라며 "생쥐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현재 영장류에서 재현하고 있으며, 확증이 되면 사람 환자를 대상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규영 교수는 의사과학자로서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의과학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국제혈관생물학회(IVBM) 회장을 역임했다. 2015년 IBS 혈관연구단 단장으로 선정돼 활발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과 임상을 연계하는 중개 연구자로서 활동해 왔다"라며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알기에 연구의 폭과 깊이가 더 있는 것 같고, 응용까지 항상 생각하며 연구할 수 있는 점이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의료 인력이 기초과학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의 고급 인력들중 일부만 중개의료나 기초연구를 해도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등을 할 리더가 될 수 있다"라며 "임상상과 기초의학 간 삶의 격차가 줄어들도록 사회적 조정을 해 주면 과학에 뜻이 있는 인재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사는 바닥에서 한단계씩 밟아서 여기까지 왔고, 이러한 헝그리 정신이 연구의 원동력이 되었다"라며 "젊은 연구자들이 너무 조급하고 불안정한 것 같다. 바닥부터 천천히 올라가고 재미있게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후배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과기정통부는 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고 교수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