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담보대출 '유명무실'...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퇴직연금 담보대출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근로자가 대출을 연체할 경우 금융기관이 퇴직연금을 당장 압류 할 수 없고 대출 이율 표준화 작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 측은 “퇴직연금 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5일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현재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시행하고 있는 은행은 NH농협은행 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10월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생계안정을 위해 퇴직급여를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 측은 “시중은행이 대출자에 대해 자체 신용평가를 하고, 퇴직금 담보대출이 실행되는 요건도 엄격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시중은행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하는 걸 꺼리는 모습이다. 근로자가 대출을 연체할 경우, 담보로 잡힌 퇴직연금을 강제적으로 압류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근로자가 연체를 하더라도 당장 자산(퇴직연금)을 압류하지 못하고 퇴직을 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NH농협은행이 퇴직연금 담보대출 제도를 지키고 있지만, 적용받는 이율이 낮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등 연금 상품은 운용 수익률이 모두 달라 이자율을 표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근로자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산출되는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로자가 퇴직연금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주식, 채권형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어 일반 수신상품과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하는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예금형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 하단에 적용할 수 있는 금리가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해당 상품 공시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의 경우, 모든 은행이 취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표준화된 공시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측은 해당 제도 활성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담보대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를 비롯해 근로자가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수혈받을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