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김대리·박과장, 유급휴가 많이 주면 안 나갈까
직원을 붙잡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자발적 퇴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자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법으로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다. 일부 주를 제외하면 기업이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복리후생에 가깝다. 2021년 이른바 '대퇴직(Great Resignation)'이 정점에 달했을 때 미국에서는 5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직장을 떠났다. 스트레스와 번아웃,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은 불충분한 복리후생을 퇴사의 주요 이유로 지목했다. 이런 가운데 유급휴가가 직원 유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는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와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18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3만2천 건 이상의 관측치를 분석해 유급휴가 일수와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 간 관계를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자원보존이론(Conservation of Resources Theory)을 유급휴가에 적용한 첫 사례다. 이 이론은 직원이 휴식과 회복, 개인적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때 조직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유급휴가가 퇴사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뿐 아니라, 휴가 일수의 차이가 초기 경력 단계의 남녀 직원에게 시간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연구 결과는 저널 오브 스트래터지 앤드 매니지먼트(Journal of Strategy and Management)에 게재됐다. 휴가 5일까지는 효과 제한적...11일 이상 제공하면 퇴직 가능성 크게 낮아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급휴가가 1~5일일 때는 퇴직률 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남녀를 구분해 분석해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급휴가가 6~10일로 늘어나자 퇴직률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남성 직원에게서 이런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기본 퇴직률은 여성보다 낮은 수준(4.7% 대 6.7%)이지만, 유급휴가 일수가 늘어나면 퇴직률을 더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가장 강한 효과는 유급휴가가 11일 이상 제공될 때 나타났다. 이 경우 남녀 모두에서 퇴직 가능성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11일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영향이 거의 없지만, 그 수준을 넘으면 퇴직률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여성 직원의 퇴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많은 유급휴가가 필요한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급휴가를 6일 이상으로 늘리면 퇴직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이 수준을 의무화한 주는 9개에 불과했다. 연간 8일을 넘는 유급휴가를 법으로 규정한 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직원이 회사를 떠난 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고 적응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해당 직원의 연봉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급휴가 확대가 기업에도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 저자인 리안 데 리뉴 연구자는 "유급휴가 5일은 충분하지 않다. 많은 주법이 이 최소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의 데이터는 가장 강한 직원 정착 효과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정책 입안자와 기업이 인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유급휴가는 사치가 아니라 안정적인 고용을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캔디스 M. 밴더 위어트 교수는 "자발적 퇴직은 단순한 인력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비용 문제"라면서 "채용 비용부터 고객 손실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유급휴가 일수가 직원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기업은 유급휴가 제공 비용과 직원 이탈로 발생하는 훨씬 더 큰 비용을 비교해,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복리후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연차 제도 있지만 '사용률'이 과제 이 연구 결과는 한국 기업의 현실과 비교된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정 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법정 유급 연차휴가가 보장된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근무하면 최소 15일의 연차가 발생한다. 제도만 놓고 보면 미국보다 휴가 제도가 더 잘 갖춰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조직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이나 조직 분위기 때문에 휴가 사용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기업 인사관리(HR) 분야에서는 휴가 제도를 단순한 복리후생이 아니라 인재 유지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