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유럽학회 가입 좌절 서러움 딛고 글로벌 통합의학 중심에
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08년 우리나라 한의계가 국제침술협의회(ICMART, International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 가입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의료계는 유럽에서 침술은 의사의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한의사는 의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해외의 의사들은 침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적용하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침술과 한의학을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의사는 의사인가”라고 묻는 당시 ICMART의 판단을 바꾸지는 못했다. 외연을 넓히려던 한의사들에게 당시의 가입 불발은 꽤나 속이 쓰린 좌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보면 침술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조직인 ICMART가 의사-한의사로 이원화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한의계는 이때부터 십여 년 넘게 ICMART에 공을 들였다. 결국 대한한의학회는 2019년 ICMART 회원 자격을 획득했고, 2021년에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ICMART 국제학술대회를 제주에서 개최할 기회도 따냈다. 드러난 사실만 보면 한의학의 전문성과 과학성, 대중성을 고려하면 침술 관련 행사를 국내에서 여는 것이 대단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의학의 역사와 비교해 유럽인들의 '현대의학적 침술(medical acupuncture, 이하 의료침술)'이 다소 '가소롭게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추구 방향, 조직 규모,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왜 한의협이 이들을 주목했는지 이해가 된다. ICMART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설립돼 현재 80개의 침술협회 및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의료침술(Medical Acupuncture)과 관련 의료기술을 연구하는 의사 3만5천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침술과 관련 기술의 효능, 안전성, 비용 효율성에 대한 근거 기반 의학 개념을 정립, 기존 보건의료 체계에 의료침술을 적용해 새로운 의료행위로써 인정받고, 보험 수가 등의 책정 등 정책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방향성은 단순한다. 자신들(ICMART 소속 의료침술 사용 의사)주도로 의료침술을 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침술은 서양의 침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약 60년 전 유럽에서 서양 의사들에 의해 확립되고 개발돼 전 세계로 퍼졌다. 의료침술은 이론과 연구 부분에서 현대 서양 의학의 표준을 구현하고 있다. 의료 침술은 효능·안전성·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근거 기반 의학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의료침술은 의학적 다원주의와 통합의학을 지향한다. 즉, 현대의학의 토양 아래 침술을 도입해 새로운 의료행위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의사이지만 침술도 구사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의계 입장에서는 ICMART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했고, 내부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은 “그동안 우린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되어 있어 한의사가 ICMART에 가입할 수 없었지만, 15년 이상 국제대회에 참여하면서 한의학의 우월성을 입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중의학이 유럽 내 화교를 중심으로 현지에 다수 진출해 이를 접한 유럽 의사들이 중국에 가서 침술을 배우는 등 중국 중심의 교류가 활발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한국한의약진흥원 등의 노력으로 침술 연구 교육과 한의학 세계화를 추진해 명실공히 한의학이 ICMART를 포함해 통합의학의 최정상 위치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의학만으로는 다양한 질환 치료가 한계에 있다”라며 “통합의학이 미래의학의 패러다임이며, 여기에서 한의학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ICMART란 '발돋움'을 통해 한의학의 위상과 역량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의병원 가보자 질투 났다” 지난 27일 오후 37번째 ICMART 국제학술대회 내 회의실. ICMART 측 인사들과 취재진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현장에는 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과 Patrick Sautreuil ICMART 회장을 비롯해 Karin Stockert ICMART 이사와 Mike Cummings 영국침술학회 이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Henri 프랑스 차기 ICM ART 학술위원장, Marc Martin 프랑스 차기 이크마트 회장도 동석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럽 내 의료침술은 주로 근골격계 질환 통증 완화에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Karin Stockert ICMART 이사는 “유럽 및 미국의 유방암 치료와 지침에서도 항암 치료 중 통증 관리에 침 치료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ke Cummings 영국침술학회 이사도 “통증 개선 효과는 높다”면서도 “유럽 보건당국이 의료침술의 연구 성과를 보건의료 정책에 활용을 크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경희대한방병원을 방문해 우수 인프라와 의료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질투가 난다”고 했다. Patrick Sautreuil ICMART 회장은 “한의학은 오랜 기간 활용되어 온 것과 달리 유럽은 고작해야 100년가량에 불과하다”라며 “한의학이 중국·일본·유럽과 비교해 한약과 침술을 다양하게 각 전문 진료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물론 통합의학은 아직 주류 유럽 의료계에서 낯설 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의방식을 거부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치료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그렇지만 Henri 프랑스 차기 ICMART 학술위원장은 “효과성 평가야 말로 해당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약물 및 비약물 치료 방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효과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미래에 어떤 어떤 기조의 의학이 발전할지보다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