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회계·세무 등 '코인' 포함 자산관리 표준 될 것"
"은행 계좌에 100만원이 있고, 0원이 있는 사람이 있다 치자. 가상자산까지 고려하면 0원인 사람이 더 부자일 수 있다. 은행은 이런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신용 수준도 달라진다. 신용 평가뿐 아니라 앞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 이를 잘 지원하는 기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류춘 헥슬란트 부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상자산이 자산의 일부로 취급되기 시작하면서 금융 서비스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을 토대로 하는 예금, 회계, 세무 등의 영역에서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취급하고 관리해주는 기술이 필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헥슬란트는 가상자산 지갑에 대한 기술 인프라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이런 기능들을 원활히 제공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을 자산의 일부로 취급되면서 몇 년 뒤에는 가상자산 지갑도 통장처럼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스테이킹 또는 탈중앙화 서비스 참여 등의 이력을 보관하는 등 새로운 마이데이터 공급 영역으로도 주목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Q. 그간 거둔 사업 성과를 소개해달라. "작년까지는 옥텟의 고객사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했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지갑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갑 생성까진 어려울 게 없다 쳐도 관리의 영역부터는 어려움이 따른다. 기업은 이용자 지갑이 해킹되지 않도록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금융 인력, 보안 인력, 모니터링 인력이 필요하다. 영세한 기업이면 이런 투자가 부담스럽다. 단순 가상자산 거래가 아니라 P2E 등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면 서비스에 신경쓰기도 버거운데 지갑에도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옥텟은 이런 부분을 헥슬란트가 대신해주는 가상자산 지갑 인프라다.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개발 인력은 5~10명, 서버 비용은 1천만~2천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 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중 55% 가량이 옥텟을 쓴다. 작년 초 40%보다 증가했다. VASP 외 증권사, 카드사, 유통, 콘텐츠, 커머스 산업에서도 옥텟 활용 사례가 생겼다. 최근 신세계아이앤씨의 대체불가토큰(NFT) 보증서 발급 서비스 '스파로스'에도 옥텟이 쓰인다. 카페24, NH투자증권, 신한카드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Q. 옥텟의 특장점은? "저희가 규제 대응 책임을 지는 주체라는 게 차별점이다. 가상자산 지갑 회사들이 많지만 대부분 기업대소비자(B2C)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지갑 키를 관리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특금법 상 자산을 보호하는 주체로 간주된다. 반면 옥텟 기반 지갑은 키 관리 주체가 옥텟 팀과 고객사다. 저희가 자산 보호 주체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VASP 신고도 했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취득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지갑의 기능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저희 고객사가 VASP 중 55%니까 총 실시간 입출금 수가 굉장히 많다. 헥슬란트는 5년간 기술 노하우를 쌓았다. 경쟁사가 추후 나올 순 있으나 시장 검증을 그만큼 하지 않았다. 고객사 입장에선 은행도, 거래소도 쓰고 입출금을 많이 해본 지갑 인프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기능도 수시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산을 출금할 때 관리자 실수로 두 번 출금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나, 입금됐을 때 향후 세무 대응 위해 취득가액을 알려주는 기능이 도입됐다. 처리하는 자산 규모가 크면 내부 권한자 승인을 필수로 두는 기능도 존재한다." Q. 고객사를 늘려나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뭔가. "VASP 중 고객사 비중을 늘리는 거였다. VASP 신고 수리를 위해선 약 5~7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만한 투자를 한 기업들은 가상자산 사업을 잘해나가려는 의지가 있을테니, 이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VASP 외에는 금융권 제공 사례 확보를 중시했다. 그 다음이 SI 기업들이다.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SI 기업들도 직접 가상자산 지갑을 만드는 건 부담스러워 한다. 삼성SDS나 LG CNS, 브릭메이트 등과 협업 중이다. 이제는 NFT 쪽을 보고 있다. 규제 준수 역량과 기술력을 갖췄으니 일반 이용자에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차원이다. 이런 쪽을 염두해 신세계, 롯데, 카페24, 탐앤탐스 등과 협업하고 있다. 기업에서 이용자까지 고객 범위가 확장됐다." Q. 올초 정부가 '토큰증권(ST)'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기업과 금융권 간 협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헥슬란트는 신한은행과 협력 중인데, 어떤 사업 계획을 갖고 있나. "ST 시장이 열리면 수많은 증권사에서 발행된 ST를 보관, 관리할 수 있는 지갑 인프라도 필요하다. 각종 NFT들을 관리하는 지갑이 그런 인프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이나 보증서 등 새로운 분산투자 영역이 NFT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식의 토큰화는 증권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데 반해, 증권사 입장에서 이런 영역은 규제가 미비해 아직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기 어렵다. 저희 같은 가상자산 전문 기업이 이런 NFT 거래 시장에 대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으면 향후 이런 시장이 ST 시장에 편입될 때 저희가 가진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 내년쯤에는 저희 지갑 인프라가 NFT를 가장 많이 발행하고 보유하는 인프라로 거듭났으면 한다. 자산을 잘 수탁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NFT가 오프라인 입장권, 영수증, 제품 수선 등 다양한 오프라인 사용처를 갖게 될 만큼 가상자산 지갑의 기능도 그에 맞게 확장될 예정이다." Q. NFT, ST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하나. "이제 막 열린 시장이라 당장 잘 되긴 어렵다. 점차 바뀌어갈 것이다. 예전엔 사람들이 주식에만 투자했다. 지금은 여러 상품에 대한 리셀러 시장이 생겨났다. 투자 시장이 활발해진다는 방증이다. '아이폰을 계속 사용한다면, 자산 일부는 애플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고, 스마트팜처럼 자본 투자에 참여해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갖는 형태의 사업도 늘어났다." Q. B2C 지갑인 '토큰뱅크'는 '오하이월렛'으로 개편했다. "신한은행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에 직접 API를 연결하는 건 보안 문제로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품 형태의 지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하이월렛은 옥텟 기반의 B2C 지갑 서비스다. 신한은행 서비스에 공급됐다. 은행 입장에선 이용자가 서비스에 가입하면 오하이월렛 계좌 생성을 유도하면서 지갑 관련 규제 부담을 덜 수 있고, 유의미한 이용자 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저희는 지갑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에 원화계좌를 지원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거래 경험이 있는 지갑 사용자는 ST 친화적인 사용자로도 전환될 거라 본다." Q. 하반기 사업 계획은? "옥텟 내에 가상자산이 예치되니까, 이를 블록체인 밸리데이터에 참여시켜서 예치 수익을 만들어내자고 방향을 잡았다. 상반기에 폴리곤, 하바 등에 관련 기능을 지원했다. 지원을 더 확대하려 했는데 시장에 이슈가 많아 규제 범위 내 영역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다듬는 과정이 있었다. 하반기엔 옥텟을 쓰는 가상자산 보유 기업들이 내년에 해야 할 일을 도와주자고 방향을 정했다. 그 중 하나가 세무다. 이미 법인이 가상자산을 갖고 있으면 취득가액, 공시가액을 관리해야 한다. 가상자산 세무회계를 관리해줄 수 있는 도구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고객사의 리소스 줄여주면서 추가 사용료를 받는 형태로 매출처를 늘리려고 한다. 꼭 옥텟 고객사가 아니더라도 디파이, 탈중앙화거래소(DEX), 스왑 등 탈중앙화 서비스 운영 기업들도 수익이 코인인 만큼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이들의 경우 수익을 임원 개인 지갑에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 지갑 내 자산 이력 통제 및 취득가액과 출금가액 관리가 필요하다." Q. 수익성이 강한 사업인가. "수익성이 아주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나, 기업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의의가 있다. 옥텟 기반 지갑이 다른 서비스들에 연계되면서 이런 서비스 매출이 커질 것이다. 옥텟에서 블랙리스트를 조회해주는 기능도 좋은 예다. 매출은 작년 41억7천만원 정도였고, 올해도 비슷하게 달성하려고 한다. 고객사가 느는 것과 별개로 시장이 침체됐다 보니 목표 매출을 높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