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경쟁 가속화…"테슬라가 시동"
테슬라, 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전기차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서고 보급형 차급을 강화하는 등 전기차 가격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7일 '전기차 가격경쟁 시대의 시작'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자동차업계 추세를 이같이 진단하면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 확보, 제품 차별화 등 비(非)가격경쟁력 요소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가격, 구매보조금 등 경제적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전기차 시판 초기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환경 친화성을 우선 고려한 반면, 현재는 내연차와의 가격 비교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테슬라는 모델3, 모델Y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포드, 루시드, 샤오펑, BYD, BMW, 폭스바겐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 주요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 대응하려는 목적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전기차 모델 가격을 내릴 뿐 아니라 보급형 소형 모델을 신규 출시해 틈새시장 선점 경쟁에도 나섰다. 특히 C세그먼트(준중형) 이하 차급을 선호하는 유럽 등에서 소형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BYD의 시걸(Seagull)은 1만 달러(1천300만원)에 불과하며, 2025년 출시가 예상되는 폭스바겐의 ID.2ALL과 내년 출시 예정인 르노5 EV는 2만5천 달러(3천600만원) 수준이다. '반값 테슬라'로 관심을 끄는 테슬라 모델2도 2만5천 달러(3천270만원)가 목표다.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광산, 채굴기업 등 배터리 광물 조달 분야에 직접 투자하거나 배터리 업체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저렴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보고서는 가격경쟁이 심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완성차업체의 대당 판매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소수의 생존 기업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 기아의 커넥트스토어를 통한 차량 기능 구독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현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가격 전략만이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는 어려우므로 완성차업체들이 각종 비가격 경쟁요소에 집중하면서 정교한 제품 차별화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관련 기반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