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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AI'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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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지금] 오픈AI, 로펌 시장 첫발…범용 AI 확산 신호탄 될까

오픈AI가 국내 대형 로펌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전사 도입 사례를 확보하며 법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생성형 AI 활용이 정보기술(IT)과 제조, 금융을 넘어 전문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고도의 전문성과 보안이 요구되는 법률 산업에서도 범용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를 전사 도입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도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평양은 범용 생성형 AI와 법률 특화 AI를 결합한 'AI 투트랙' 업무체계를 구축했다. 국제 계약 검토와 해외 법령 분석에는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를, 국내 판례·법령 검색과 사건 업무에는 엘박스·슈퍼로이어 등 국내 리걸 AI를 활용한다. 문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 번역 등 범용 업무에는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적용해 업무 목적에 따라 AI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갖췄다. 태평양은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전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업무 특화 기능인 '챗GPT 워크'를 법률 리서치와 문서 작성, 자료 분석·요약, 해외 법령 및 규제 검토, 아이디어 도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반복적인 실무는 AI가 지원하고 변호사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고객·사건 관련 데이터가 AI 모델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 기업용 환경에서 운영된다. 엔터프라이즈급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자·관리자 제어 기능 등을 제공해 로펌이 요구하는 보안 및 거버넌스 체계를 지원한다. 오픈AI는 이 같은 기능으로 법률 업무에서도 조직 차원의 AI 활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태평양 도입 사례를 계기로 국내 전문 서비스 산업에서도 AI 기반 업무 혁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전 세계 법률업계에서는 챗GPT 엔터프라이즈 등 오픈AI 모델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로펌 윌키 파 앤 갤러거와 영국 로펌 휴 제임스 등은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조직 전반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하비 역시 오픈AI 모델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통해 활용 중이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 대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구성원들이 챗GPT 워크를 활용해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과 고객을 위한 더 높은 가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범용 생성형 AI 도입이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객의 민감한 사건 정보와 기업 기밀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기술적인 보안 수준과 별개로 AI 활용에 대한 고객 신뢰와 조직 내부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AI는 일반 서비스보다 보안성이 높지만 로펌은 고객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업종"이라며 "현재로서는 AI 전사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보안성과 활용성을 함께 살펴보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26.08.05 15:21이나연 기자

EU, AI법 투명성 구체화…"한국, 책임 주체·면제 기준 보완 필요"

유럽연합(EU)이 챗봇과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 투명성 규제를 구체화하면서 한국 AI법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국내 법에 AI 개발·운영·유통 단계별 책임을 명확히 하고, 면제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EU AI법 제50조는 지난 2일부터 생성형·대화형 AI와 딥페이크 등 특정 AI 시스템에 적용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관련 지침을 발표하고 AI 개발·공급 단계와 실제 서비스 운영 단계에서 기업이 부담할 의무를 구체화했다. EU는 이용자가 사람 아닌 AI와 직접 상호작용할 경우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도록 했다. 챗봇과 AI 에이전트, 가상 인물 등이 대상이며 첫 상호작용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용자가 상대를 AI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글과 이미지·영상·음성에는 기계가 판독할 표식을 넣어야 한다. 표식은 AI 생성·조작 여부를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탐지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시스템과 호환 가능한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 AI를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운영사업자에게는 별도 고지 책임이 부과된다. 감정인식이나 생체정보 분류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당사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딥페이크와 인간의 실질적 검토 없이 공개된 공공 현안 관련 AI 생성 글에도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붙여야 한다. 한국 AI기본법도 고영향 AI와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사실을 사전에 알리도록 규정한다.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에는 AI가 생성했다는 사실도 표시해야 한다. 또 EU AI법과 달리 국내 AI법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방법과 기계가 판독할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표시를 반드시 요구하는 대상도 딥페이크로 한정한다. 전문가들은 EU가 한국보다 AI 생성부터 서비스 운영과 최종 노출까지 단계별 투명성 의무를 더 촘촘하게 설계했다고 평가했다. 정원준 법무법인 광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AI법을 최종 이용자 고지·표시 중심의 유연한 규율로 봤다. 반면 EU는 제공자와 운영자의 책임을 나누고 기술적 표식과 이용자 고지를 함께 요구하는 이중적 투명성 체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EU는 제공자와 운영자에게 서로 다른 의무를 부과하고 기술적 표식과 사람 대상 고지가 서로 대체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강지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EU 가이드라인은 한국과 달리 예약·계약·구매 등을 수행할 때 AI 이용 사실과 대리 주체를 주요 단계마다 알리도록 한다"며 "영화와 광고 등 사업자가 만든 AI 결과물도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단계에서 표시 의무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AI법, 지금 고치지 않으면 이중 부담 떠안아"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투명성 의무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AI 제공자와 서비스 운영자, 유통 플랫폼별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제 대상과 준수 입증 기준을 구체화하고 AI 생성물에 삽입된 표식이 편집·유통 과정에서도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AI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사업자별 책임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봤다. 현행 AI기본법은 AI를 개발하거나 제공·이용하는 사업자를 'AI사업자'로 묶어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생성물이 기반모델 제공자와 API 사업자, 응용서비스 사업자, 광고주, 콘텐츠 플랫폼을 거칠 경우 각 사업자가 어느 단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불분명할 수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제공자에게 기계 판독 표식과 탐지 수단, 기술문서 제공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서비스 운영자에게는 이용자가 콘텐츠에 처음 노출될 때 고지할 책임을 주고 플랫폼과 중개사업자에게는 기존 표식과 출처정보를 보존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험 수준에 따라 의무를 차등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딥페이크와 사칭광고, 선거·재난·보건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맞춤법 교정이나 통상적 편집, 기업 내부 이용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투명성 의무 면제 기준을 구체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시행령은 서비스명과 화면, 결과물 표시 등을 종합해 AI 서비스라는 사실이 명백한 경우 고지·표시 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번역과 맞춤법·문법 수정, 사소한 스타일 변경처럼 의무에서 제외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딥페이크에 해당하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도 세분화해야 기업이 규제 적용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법을 준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EU는 실행규약에 참여한 기업이 규약상 조치를 준수 근거로 활용하도록 하고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는 자체 수단이 동등한 수준으로 적절하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한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인정한 표준이나 행동규범을 지킨 기업에는 준수 추정이나 안전지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자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는 같은 수준의 투명성과 탐지 가능성을 입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봤다.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공통 표식 도구와 시험·검증 인프라, 표준계약서를 제공해 투명성 규제가 새로운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EU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은 한국법 준수에 그치지 않고 파일 변환과 재편집, 플랫폼 업로드 이후에도 기계 판독 표식과 출처정보가 유지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기준이 국제적인 콘텐츠 출처·진위 확인 체계와 지나치게 달라지면 단기적으로는 규제가 가벼워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이중 개발과 이중 준수 비용을 떠안게 된다"며 "국내 단계에서부터 상호운용성과 입증 가능성을 확보하면 우리 AI 서비스의 신뢰성과 수출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산업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6.08.05 09:43김미정 기자

태평양, 챗GPT 전사 도입…"리걸 AI 통합 업무체계 구축"

법무법인 태평양이 글로벌·국내 리걸 인공지능(AI)과 범용 AI를 업무 목적에 따라 선택해 쓰는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태평양은 지난 1일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를 전사 도입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오픈AI 기업용 AI 솔루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전 구성원 대상으로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국내 법률 업무에는 엘박스와 슈퍼로이어 등 국내 리걸 AI를 함께 활용한다. 태평양은 국제 계약 검토와 해외 법령 분석에는 하비를 사용한다. 국내 판례·법령 검색과 국내 사건 관련 업무에는 국내 리걸 AI를 적용하고 문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번역 등 범용 업무에는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회사는 내부 지식과 실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과 업무 지원을 수행하는 자체 AI도 별도로 구축하고 있다. 오는 9월 자체 AI 내부 베타 버전을 공개한 뒤 11월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태평양은 AI 도입 기준을 개별 기술 성능보다 업무 프로세스와 협업 방식 개선 가능성에 두고 있다. 필요한 도구는 계속 도입하되 향후 역량은 AI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고 실제 활용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적 활용 체계도 함께 운영된다. 국내외 변호사 700여 명을 포함한 전문가 전원과 업무 연관성이 높은 스태프 부서에 계정을 제공하고 실무그룹별 활용 사례 공유와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태평양은 AI 보안과 거버넌스 체계도 마련했다. 하비와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고객·사건 관련 데이터가 AI 모델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 기업용 환경에서 운영하며 국내 리걸 AI를 포함한 모든 도구는 도입 단계에서 데이터 처리 조건과 보안 요건을 검토한다. 또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내부 정책이 실무 전반에 적용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전문가가 검증하며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와 기초 조사는 AI에 맡기고 전문가는 전략적 판단과 실행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필요한 도구는 적극 도입하겠지만 성과를 결정짓는 본질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사람과 일하는 방식"이라며 "이제는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AI를 전제로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2026.07.31 15:15김미정 기자

[기고] AX 시대, 통제 너머의 기업 컴플라이언스 2.0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AI 전환(AX)은 이제 금융,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특정 업권 관심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운영, 업무 효율화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려는 모든 기업의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은 AI 도입 과정에서 생기는 관리 절차의 공백을 메우거나 부서 간 책임을 재정비하기보다, 법무·준법감시·소비자보호 같은 전통적 통제부서가 문제를 포착해 제한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속도와 혁신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전사적 AI 관리 강화가 자칫 발목을 잡을까 하는 경영진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경쟁에서 한발 앞서려면 경영진이 적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뒷받침하는 리스크 관리·분석·보고 체계가 오히려 중요하다. AI를 출시할지 결정하려면 서비스의 편의·효용뿐 아니라, 잠재 리스크로 기업이 치러야 할 평판 훼손과 소비자 이탈까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개별 AI 서비스의 기획·개발·검증 체계가 부서별로 파편화돼 있거나, 전사적 AI 위험평가 기준과 정보보안 심의의 표준절차가 없어 리스크 관리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AX 시대의 기업 컴플라이언스는 더 이상 규제 준수와 준법 경영이라는 기존 '컴플라이언스 1.0' 패러다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컴플라이언스 2.0'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개별 AI 활용과 사업화 프로젝트에 따르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추진 여부와 방향을 신속·적절하게 결정하기 위해 조직과 절차를 정비하며 부서 간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둔 개념이다. 컴플라이언스 2.0은 AI 기본법·개인정보 보호법 등 개별 법령의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규제기관에 대응하는 내부통제 시스템만을 뜻하지 않는다. AI를 내부 업무나 사업에 활용하려는 기업은 법령 준수를 넘어선 고민이 필요하다. AI 모델의 성능과 데이터 품질 관리가 부실할 때 소비자에게 어떤 문제와 불만을 일으키는지, 그로 인한 민원에 어떻게 대응해야 이탈을 막을 수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설명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현재 AI 기본법은 일정 영역의 AI만 '고영향 AI'로 규정해 그 판단과 주요 기준을 이용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고영향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라 해도 설명 가능성을 보장할 관리 조치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AI 제품·서비스가 확산되고 그 자율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AI 판단의 근거와 기준을 더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AI 도입이 활발한 금융회사들은 이런 민원이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법적 설명 의무의 유무와 무관하게 기업이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이탈을 막으려면 자사 AI가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설명 가능성 보장은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소비자보호 부서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기획 부서가 적정 설명 수준을 설정하고 개발·검증 부서가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며 운영 부서가 기준 충족 여부를 모니터링해 소비자보호 부서의 민원 처리에 반영하는 식으로 서비스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유기적 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명주기에 따라 분담된 부서별 역할과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전사적으로 관리할 AI 위험관리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법령 위반 여부만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설명 가능성, 편향성, 그리고 에이전틱 AI 도입이 늘수록 더 부각될 책임성 같은 관리 지표를 기업 리스크 관점에서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다. AI 위험관리 조직은 통상 기업 내 단일한 통제부서가 수행하는 업무보다 넓은 역할을 맡는다. 기획·개발, 평가·검증, 운영·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AI 수명주기는 기존 내규나 매뉴얼만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한 위험관리체계를 세우고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어떤 서비스를 위험관리 대상으로 삼을지 기준을 세우고 비즈니스 방향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는 일, 위험을 요소별로 평가해 수준에 맞게 차등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인력·자원 낭비를 줄이는 일도 이 조직의 몫이다. AI 위험관리 조직이 수명주기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무 부서라면 적기의 AI 도입과 사업화를 결정할 전문성을 갖춘 최고 의사결정기구도 필요하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법적 의무와 관계없이 이러한 성격을 갖춘 AI 위원회를 기업 내에 신설하는 추세이다. AI 위원회는 제품·서비스의 개발과 출시를 승인할지 아니면 보완이 끝날 때까지 유보할지를 정하고, 위험관리체계와 주요 내규의 제·개정을 보고받아 승인하는 등 기업 AX의 최상단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기존 이사회·산하 위원회와 AI 위원회 사이의 조직 구성과 책무 배분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기업지배구조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할 사안이다. AX 시대의 컴플라이언스 2.0은 기존 컴플라이언스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닌 과거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사적인 AI 거버넌스 차원에서 통합하는 개념이다. 조직과 운영 관리를 아우르는 이 확장된 컴플라이언스 체계는 소비자가 기업의 AI 제품과 서비스를 더 신뢰하고 안전하게 쓰도록 만드는 혁신의 경쟁 무기가 될 것이다.

2026.07.20 16:30강지원 컬럼니스트

[기고] AI 보안 위협과 금융 망분리 제도의 딜레마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금융 분야는 의도적으로 대내외 전산 시스템을 분리하는 망분리 제도에 매우 익숙하다. 금융 분야 망분리 제도는 2013년 대규모 금융 전산 사고를 계기로 2014년 말부터 도입됐다. 이 제도는 해킹 등 외부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금융사의 내부 전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분리하는 네트워크 보안 규제를 지칭한다. 1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금융 분야 망분리 제도는 금융 시스템과 고객의 신용에 대한 정보를 잘 보호해 온 제도지만, 오픈 네트워크 기반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복잡 다단한 기법과 기술들을 응용, 적용해야만 하는 최근 트렌드의 관점에서 보면 뭔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동하였던 것도 현실이다. 금융 분야 망분리 제도가 야기해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논의도 있어 왔지만, 망분리 제도가 각종 위협이 존재하는 정글인 인터넷으로부터 우리 국민 신용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한 장성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수긍할 만하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금융 산업 내에서 외부에 개발, 구축, 운용되는 AI 기술 내지 서비스를 잘 활용하기에는 기존 망분리 제도가 경직됐다는 주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파운데이션 모델에 기반한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는 금융 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모멘템이 될 기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기반 AI-SaaS(AI Software as a Service)가 금융 산업에 있어서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단순히 문서작성, 화상회의, 가상 업무공간, 인사·성과관리과 같은 일반화된 이슈들뿐만 아니라 금융 분야의 핵심적인 계정 거래, FDS, 고객정보 보호와 같은 업무들 역시 AI 도움을 받지 않으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업계에 더 충격을 가져온 것은 미토스로 대변되는 소위 AI 보안 이슈일 것이다. 아주 단순화한다면 AI를 이용한 보안 위협은 기존 인간 해커들에 의한 공격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취약점이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노출되도록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AI로 인하여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던 수준의 보안 이슈들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제로데이 공격에 가까운 수준의 리스크에 노출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심각하고도 급박한 위협에 대하여 다양한 대응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신속한 대응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금융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 구축했던 망분리 체계가 그 대응 전략 마련에 큰 허들로 작용하고 점이 유력하게 지적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벽이었던 망분리 제도가 AI 보안위협이라는 강대한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한 장벽 구축을 위한 대안 마련에 대해서도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감독 당국도 이런 상황을 적절히 인식하고 그 장벽을 낮춰 신속한 보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망분리 제도 개선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동안 금융위원회는 여러 차례의 논의를 거쳐 AI 보안 위협에 대응해 고성능 AI를 방어시스템 구축으로 활용하기 위해 허들이 되고 있는 망분리 제도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 AI 보안 위협에 대비한 다양한 관리 체계를 갖춘 금융 회사에 대하여는 좀더 과감한 망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선도적인 규제 완화 사례를 축적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다. 지난달 30일에는 금융위원회가 면책심의위원회를 열어 AI 보안테스트, 보안 패치 과정에서 발생한 전잔 상애에 대해선 면책 방안을 의결함으로 다양한 수준의 보안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적극적인 정책 방안이 도입,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망분리 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세밀하게 운영해 장벽을 높고 튼튼하게 쌓아 새로운 AI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적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AI 보안 위협 공격에 대응하려면 그에 맞는 속도와 전문성을 갖춘 외부 AI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연적이다. 망분리 제도가 유지한 사회 기간망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가치가 흔들리기 이전에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 당국의 관심과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2026.07.03 15:19강태욱 컬럼니스트

태평양, 글로벌 리걸 AI '하비' 전사 도입…법률 AX 속도

법무법인 태평양이 글로벌 리걸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전사 업무 인프라로 도입해 법률서비스 품질을 강화한다. 태평양은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를 전 구성원 대상으로 정식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국내 로펌이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을 일부 인원이나 특정 업무가 아닌 전 구성원 업무 인프라로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평양은 일정 기간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하비 업무 적합성과 활용도를 검증했다. 여러 전문분야 전문가가 법률 리서치, 문서 작성, 다국어 자료 분석 등에 하비를 활용한 결과 업무 효율성과 활용도를 확인했다. 이번 도입은 적용 범위와 운영 방식에서 차별화된다. 태평양은 자체 구축형 폐쇄 시스템이나 제한적 시범 적용이 아니라 글로벌 프론티어 모델 기반 리걸 AI 플랫폼을 전 구성원에게 적용한다. 국내 실무 환경에 맞춘 지원 체계도 함께 운영된다. 태평양은 한국어 전담 지원 인력과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주요 실무그룹별 맞춤형 업무 구현 지원을 병행한다. 태평양은 이번 도입을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로 보고 있다. 크로스보더 인수합병, 국제분쟁, 글로벌 규제 대응 등에서 대량의 다국어 문서와 각국 법령·판례를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활용에 따른 책임과 신뢰 확보 방안도 마련했다. 태평양이 활용하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입력 데이터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 민감정보 입력 관리와 결과물에 대한 변호사 교차검토 절차를 포함한 AI 거버넌스를 운영한다. 태평양은 AI가 변호사의 전문적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라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최종 법률 판단과 책임은 변호사가 진다는 기준 아래 하비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이번 전사 도입의 목적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가치"라며 "반복적이고 방대한 업무를 AI가 맡는 만큼 전문가들은 전략과 판단에 집중해 고객에게 더 신속하고 정교한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2 09:05김미정 기자

딥페이크·청소년 보호 꺼낸 구글…AI 규제 대응 빨라졌다

인공지능(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플랫폼 사업자의 안전 책임 논의가 커지는 가운데 구글이 정부·법조계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온라인 사기, 아동·청소년 보호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 규제 논의에서 '온라인 안전' 프레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구글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태평양 본사에서 '온라인 안전 포럼 : 디지털 신뢰 구축'을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디지털 신뢰와 아동·청소년 보호'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업계, 법조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구글은 AI 서비스 고도화와 이용자 보호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제작 문턱이 낮아진 만큼, 플랫폼 사업자의 기술적 대응과 사전 예방 체계가 중요해졌다고 판단해서다. 크리스티 아비자이드 구글 트러스트 앤 세이프티 부사장은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용자들이 AI 서비스를 활용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보호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구글은 미성년 이용자를 단순히 디지털 환경에서 차단하기보다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기술을 학습과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비자이드 부사장은 "아동 발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제품 및 정책 설계 단계에서 아동 발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글이 온라인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내 플랫폼 책임 논의의 무게중심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투명성, 안전성, 이용자 보호 체계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색과 유튜브, 광고,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모두 운영하는 구글에는 이 같은 변화가 개별 규제 대응을 넘어 플랫폼 신뢰 전략 전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온라인 사기 대응은 콘텐츠 유통 관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알고리즘, 광고 심사, 이용자 보호, AI 서비스 설계와도 연결된다. 법률 시장에서는 AI와 플랫폼 규제가 새 자문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 대외 분쟁 대응 전반에서 법률 검토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태평양이 구글과 공동으로 포럼을 연 것도 관련 쟁점을 기업 실무 차원에서 다루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한편, 디지털 신뢰,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새로운 과제를 주기도 했다"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도 지속가능한 대응 방안을 업계,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디지털 신뢰를 AI 정책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AI 산업 육성과 안전 체계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축사에서 "디지털 신뢰는 디지털 혁신과 함께 발전시켜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AI 기본법 역시 기술 변화에 맞춰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온라인 플랫폼 정책의 주요 과제로 강조했다. 디지털 공간이 생활과 경제활동, 공론장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만큼 미성년 이용자를 위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류신환 방미통위 비상임위원은 "디지털 공간은 일상과 경제 생활을 일궈 나가고 민주주의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삶의 터전"이라며 "방미통위는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선경 방미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방미통위가 추진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을 차단·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소년은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기본권의 주체인 만큼, 얼마나 많은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26.06.18 16:06장유미 기자

어도비, 아시아 총괄 부사장에 '25년 베테랑' 임명

어도비가 아시아 지역 총괄을 새로 선임하며 한국·동남아·중화권 사업 강화에 나선다. 어도비는 파비오 티비티를 아시아 지역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고 27일 밝혔다. 파비오 티비티 신임 부사장은 한국, 동남아시아 및 중화권의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이끌고 벤 굿맨 어도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및 일본 사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티비티 부사장은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태지역에서 25년 이상 기술 비즈니스를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어도비 합류 전 워크데이에서 글로벌 부사장으로서 아태지역, 일본 및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 지역 필드 오퍼레이션과 시장 진출 전략을 총괄하며 지역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SAP와 인포에서도 주요 임원직을 역임했다. 티비티 부사장은 "아시아는 신속한 기술 도입, 우수한 인재, 견고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 지역 팀, 고객 및 파트너와 협력해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차세대 고객 경험을 통해 성장을 가속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5.27 17:26이나연 기자

델, 아태지역 소버린 AI 주도한다…프라이빗 인프라 확산 가속

[라스베이거스(미국)=한정호 기자] 델 테크놀로지스가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시장에서 소버린 인공지능(AI)과 인프라 효율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기업 AI 전환 확대에 나선다. 단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엔드투엔드 AI 인프라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DTW) 2026'에서 APJ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이같은 전략 방향을 공개했다. 리치 맥러클린 델 아태지역 비즈니스 총괄 사장은 "아태지역 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델은 데이터센터부터 엔드포인트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AI 인프라를 통해 고객들의 AI 전환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소버린 AI와 데이터 거버넌스 중요성이 APJ 시장 전반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맥러클린 사장은 "AI 시대에는 데이터 보호와 통제 역량이 기업 경쟁력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각국 고객들은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팩토리 고객 5000곳 돌파"…유연한 인프라 수요 확대 델은 이날 AI 인프라 운영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델 AI 팩토리' 전략을 중점으로 소개했다. 대니 엘마지 델 아태지역 프리세일즈 총괄 부사장은 "2년 전만 해도 개념 단계였던 AI 팩토리 고객이 현재 5000개사를 넘어섰다"며 "최근 고객들은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가상머신(VM)과 컨테이너 환경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 컴퓨팅과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동화 플랫폼을 통해 운영 복잡성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태지역 주요 기업들의 AI 전환 사례도 공유됐다. 크리스 켈리 델 아태지역 ISG 세일즈 총괄 수석 부사장은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조호(Zoho)와 일본 제조업체 사례를 소개하며 온프레미스 AI 수요 확대 흐름을 설명했다. 그는 "조호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ZALM'을 개발해 외부 AI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며 "일본 제조사들도 생성형 AI 환경 구축을 위해 데이터 플랫폼과 스토리지 인프라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많은 기업이 핵심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델이 제시하는 것과 같은 온프레미스 기반 AI 인프라를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버린 AI 시장 확대…네이버클라우드 비전 주목 이번 행사에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참석해 글로벌 소버린 AI 전략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와 프라이빗 AI 클라우드, 자체 AI 모델 운영 경험을 모두 갖춘 풀스택 AI 사업자"라며 "현대자동차 GPUaaS와 한국은행 뉴로클라우드 사업 등을 통해 실제 AI 운영 경험을 축적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델과 협력 중인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 확대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델 파워엣지 기반 AI 인프라를 활용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AI 환경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소버린 AI와 디지털 트윈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보안과 규제, 데이터 주권을 중요하게 보는 고객들을 위한 데디케이트·프라이빗 AI 클라우드가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기술이 필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선 이처럼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아태지역 금융권 사례도 공유됐다. 존 샤라트 스탠다드차타드 기술·인프라 부문 글로벌 헤드는 "각국 규제와 데이터 주권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선 표준화된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략이 중요하다"며 "델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델은 AI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맥러클린 사장은 "우리는 복잡한 AI 공급망 환경 속에서도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AI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태지역 기업들의 AI 중심 전환을 위한 기술·인프라 지원과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5.21 02:09한정호 기자

아태 기업 81%, API 보안 사고 겪었다…AI 확산에 대응 '경고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 속 API 보안 위협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API 보안 사고를 경험한 기업이 80%를 넘은 가운데 사고 1건당 평균 피해 비용도 1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AI 확산 속도에 비해 보안 대응 체계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아카마이가 발표한 'API 보안 영향 연구 아시아태평양 에디션'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응답자 81%가 최소 1건 이상의 API 보안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1건당 평균 추정 비용은 100만 달러를 넘어 전년도 58만 달러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인도·일본·싱가포르 등 4개국 보안 의사결정자 6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AI 기술과 연계된 API를 겨냥한 공격이 가장 빈번한 사고 유형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43%가 애플리케이션·에이전트·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PI 공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 자사 API 자산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API가 민감 데이터를 반환하는지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쳤다. API 가시성 확보가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아카마이는 AI 기반 서비스 출시가 빨라질수록 API 구조가 복잡해지고 관리·모니터링 난도가 높아지면서 서비스 중단과 민감 데이터 노출, 운영 비용 증가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혁신 속도와 실제 보안 대응 수준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경영진과 현업 보안 조직 간 위협 인식 차이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중 C레벨 임원의 56%는 AI·API 관련 위협에 충분히 대비돼 있다고 답했지만, 애플리케이션 보안 담당자 그룹에선 같은 응답 비율이 44%에 그쳤다. AI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낙관적 인식과 실제 운영 현실 간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PI 컴플라이언스 관리 체계 역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대부분은 컴플라이언스 체계에서 API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API를 정기적인 리스크 평가에 포함한다고 답한 비율은 63%에 머물렀다. 규제 보고와 공시 체계에 API를 반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아카마이는 API 가시성 부족이 단순 보안 문제를 넘어 AI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떤 API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민감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보호하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향후 강화되는 AI 관리·보고 요구 사항 대응에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업들이 조직 전반 API 자산을 식별·관리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및 인벤토리 체계를 강화하고 개발 초기부터 보안 검증을 내재화하는 '시프트 레프트'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API 보안을 신뢰할 수 있는 AI 운영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루벤 코 아카마이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 보안 기술 및 전략 부문 디렉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확산 속도에 비해 보안 체계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AI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API가 급증하면서 가시성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고 이는 서비스 장애와 복구 비용 증가, 기업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API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API 보안은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 구축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5.13 10:03한정호 기자

[기고] 조직 안에 들어온 AI 에이전트…'누가 통제하는가'가 경쟁력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AI 업계 화두가 생성형 AI에서 'AI 에이전트'로 넘어온 지도 꽤 됐다. 최근엔 기업들이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실제 행동까지 수행한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수준 이상으로 일정 조율, 보고서 작성, 고객 응대, 계약서 검토까지 수행한다. 영업·인사·법무 등 업무별 특성에 맞춘 '개인화된 에이전트 AI'를 구축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하나의 범용 AI가 아니라 조직 내부 역할과 업무 흐름에 맞춰 여러 개 AI 동료를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는 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리(CRM)·그룹웨어와 연결해 기업 내부 의사결정 과정 자체에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목표를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며,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스스로 결정한다. 때로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AI 에이전트에게 "출장 비용을 절감하라"는 목표를 부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에이전트는 항공권 가격을 비교하고 호텔을 예약하며 공급업체와 자동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거래처를 반복적으로 우대하거나 내부 승인 절차를 우회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누가 결정했는가'를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해 왔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엔 이 질문이 점점 어려워진다. 인간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AI가 스스로 최적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본법이 고영향 AI에 투명성 확보와 안전성 검토, 위험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안전장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AI에 어떤 권한을 부여하고 누가 이를 관리·감독할 것인지에 관한 거버넌스 문제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성능만이 아니다. 기업이 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인간의 개입 지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그리고 문제 발생 시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의사결정 주체도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더 좋은 AI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얼마나 안전하고 신뢰 가능하게 통제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26.05.07 16:33강정희 컬럼니스트

[기고] 인공지능 특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쿠팡 사고 등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 전 방위적인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모색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라는 절대절명의 과제 하에서 데이터 활용이란 방향성과 가치가 점점 퇴색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정보보호 강화 명분 아래 최근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기존 법체계에 더해 매출액의 10%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추가적인 보호 대책이 입법화됐다.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의 최종 책임자로서 회사 대표(CEO)에게 그 지위를 부여하는 조항도 도입됐다. 사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정보 최고책임자(CPO)의 지정에도 미지정 시 과태료가 상향되고 지정요건이나 이사회 의결,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추가적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도 논의되고 있다. 여기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법정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긴급한보호를 위한 보호조치 명령 제도의 도입 등 개인정보의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은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AI 특례 법안의 핵심도 이 지점을 겨냥한다. 두 법안은 AI 개발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 원본 그대로 사용하거나 당초 수집 목적을 벗어난 활용도 허용하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용 조건을 사전 심사해 의결하는 절차를 두는 방식이다. AI 발전엔 데이터가 필수적이며 개인정보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AI 모델에서는 개인정보가 파라미터화돼 모델 자체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습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되는 만큼 정보주체의 오남용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두 법안은 이 두 가지 현실 사이 절충안이다. 영상 데이터가 텍스트만큼 학습 자원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원본 데이터를 AI 학습에 쓸 수 있는 적법한 제도의 구현은 AI 산업 발전에 필수불가결하다. 개별 법에서 유사한 유형 특례들에 대한 입법화가 시도되는 이유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자율주행시스템 성능·안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상정보를 가명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제도는 오는 6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실증특구 내에서 로봇·AI 학습에 필요한 경우 영상·음성 원본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정·승인하는 규정을 담았다. 특별법 방식으로 AI 개발용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는 법안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개별 상황에 맞는 특별법이 필요하지만 그 방향성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담겨야 한다. AI 학습을 위한 원본 데이터 사용 허용이란 공통 취지를 개인정보보호법 체계 안에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당한 이익·추가적 이용 규정의 확대 적용과는 별개로 AI 산업 발전에 맞춰 개인정보보호법 체계를 조정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 중심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2026.04.13 17:40강태욱 컬럼니스트

[기고] 인공지능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그 이용 방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엔 대화 상대로서의 기능에 머물렀던 AI는 이미지 생성, 프레젠테이션 제작,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코딩으로 영역을 넓혔다.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전반을 보조하거나 대신 처리하는 에이전트 기능으로까지 진화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의 새로운 활용법과 기능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으니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팽창하는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조차도 1990년 월드 와이드 웹이 소개된 이후 1993년 최초의 그래픽 웹 브라우저인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거쳐 빠르게 성장했지만 대중이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기까진 대략 10년에서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반면 AI 서비스는 2022년 11월 챗GPT가 공개된 지 불과 3년 만에 일상생활은 물론 전장(戰場)에서까지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AI는 나와 같은 법률 전문가는 물론, 수많은 프로그래머의 미래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AI 서비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비교적 명확하게 전망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이 AI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이에 의존하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현재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비중을 AI 서비스가 차지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현재도 AI 서비스는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 없는 일반인이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치 숙련된 전문가가 옆에서 실시간으로 안내해 주듯 엑셀과 파워포인트 활용을 지원한다. 이러한 활용이 얼리어답터들의 영역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용법이 더 단순해지고 접근 문턱이 크게 낮아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AI 서비스가 일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 날이 온다면 이를 특별한 방식으로 다루는 제도적 논의도 자연스럽게 부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통신서비스를 규율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은 국민 생활에 필수 불가결인 통신서비스에 대해 '보편적 역무'라는 개념을 도입, 적절한 요금을 부담하는 한 누구나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한다. 현행법상 보편적 역무로는 시내전화, 공중전화, 인터넷접속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법령에 따라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고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신청이 있으면 반드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보편적 역무 제공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엔 원칙적으로 모든 전기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이를 분담해 보전하도록 한다. AI 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되고 국민 전체의 사회적 후생 증진에 핵심으로 인식된다면 인터넷접속서비스처럼 모든 국민에게 보장돼야 한다. 모든 사람이 AI를 부담 없이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혼자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다면 변호사로서 내 업무가 줄어들더라도 감수할 만한 대가다.

2026.03.27 16:21류광현 컬럼니스트

[기고] 몰입의 세계에 등장한 경고 "AI가 만든 NPC입니다"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 세계 최초로 전면 시행된 인공지능(AI) 기본법은 다양한 산업 영역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핵심은 동법 제31조가 규정한 '투명성 확보 의무'다. 이 조항은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 등 콘텐츠가 AI를 통해 제작된 경우 이용자가 이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표시하게 한다.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딥페이크 등 AI 기술의 오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게임 산업은 이 규정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게 될 분야 중 하나다. 최근 게임 개발 과정에선 비조작 캐릭터(NPC) 대사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대화형 AI, 캐릭터 일러스트 제작을 보조하는 이미지 생성 모델, 배경 음악을 자동으로 작곡하는 생성형 음악 모델 등 다양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더 엘더 스크롤 5: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V: Skyrim)' 모드 커뮤니티가 그 예시다. 이곳에선 NPC가 이용자의 질문에 맞춰 실시간으로 새로운 대화를 생성하는 'AI NPC' 실험이 등장했다. 이용자가 마을의 역사나 사건을 묻는다면 NPC가 미리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즉석에서 문장을 생성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용자의 농담이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이 구현되기도 한다. 이런 기술이 상용 게임에 본격 도입되면 해당 캐릭터가 AI 기반 NPC라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고지할 것인지가 새로운 규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현행 AI 기본법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등장할 때 'AI 생성물'임을 알리는 워터마크나 안내 표시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게임 산업엔 다른 콘텐츠 산업과 구별되는 고유한 고민이 존재한다. 게임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이용자가 가상 세계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 즉 '몰입감'이다. 판타지 세계관 속 NPC와의 대화 화면에 생성형 AI로 제작됐다는 안내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서사의 흐름이 끊기고 이용자 몰입도가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적 투명성과 창작적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AI 기본법 역시 이런 현실을 일정 부분 고려하고 있다. 동법 제31조 제3항은 AI가 활용된 결과물이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 전시나 향유를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게임 역시 대표적인 창작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 경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한 표시 방식이 허용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캐릭터 이름 옆에 'AI NPC'라는 표시를 두거나 최초 대화 시 간단한 안내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음성 기반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더 파이널스(The Finals)'는 게임 내 해설 음성 일부에 AI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해당 유형의 서비스가 확산되면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는 초기 단계에서 AI 기반 음성 서비스임을 안내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요구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선 또 다른 논쟁도 촉발됐다. 게임물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 활용 여부를 별도로 표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다. 게임업계는 이미 AI 기본법을 통해 생성물 표시 의무가 규정된 상황에서 동일한 의무를 개별 산업법에 다시 도입하는 것은 중복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AI가 최종 콘텐츠에 어느 정도 관여했을 때 표시 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제재까지 도입될 경우 규제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별 산업법마다 유사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규제 기준의 혼선, 부처 간 권한 충돌, 기업의 규제 준수 비용 증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주요 입법례에서도 게임과 같은 창작 콘텐츠 영역은 AI 규제의 직접적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제한적으로 규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 투명성 확보라는 정책 목표와 산업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AI 시대 규제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게임이 제공하는 창작적 경험과 몰입을 해치지 않는 제도적 접근이 이뤄질 때 AI 기술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 경험을 확장하는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26.03.12 16:54박주성 컬럼니스트

[현장] 레노버 "AI, 이제 실행 단계…하이브리드 AI 스택으로 韓 지원"

기업 인공지능(AI) 도입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 창출 단계로 전환되는 가운데, 레노버가 엔터프라이즈 AI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AI PC부터 인프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기반으로 AI 도입·확장을 지원하며 한국 시장에서도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는 12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한 테크데이 2026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에는 기업들이 AI를 실험적으로 적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에 구현하고 적용하는 단계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AI PC부터 인프라,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켓 투 클라우드' 전략을 통해 기업이 AI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버는 이날 IDC와 공동으로 발간한 연례 보고서 'CIO 플레이북 2026 - 더 레이스 포 엔터프라이즈 AI'를 공개하고 기업 AI 도입 현황과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시장 10개 국가 최고정보책임자(CIO) 9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와 활용 방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기업의 96%는 향후 12개월 내 AI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평균 투자 규모도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할 전망이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AI 보안 도구, 온프레미스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AI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SW)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AI 프로젝트 역시 IT 부서를 넘어 전사적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 호 레노버 솔루션·서비스 그룹(SSG)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AI는 더 이상 파일럿 단계에 머무르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 운영 전반에서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이동 중"이라며 "사이버보안, 고객 서비스, 품질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 사례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74%가 이미 AI를 파일럿 단계에서 운영하거나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향후 AI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 비율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윤석준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ISG) 부사장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며 "특히 외부 AI 컨설팅과 서드파티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빠른 성과 창출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설명했다. AI 인프라 전략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약 76%는 온프레미스와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인프라를 채택 중이다. 이는 데이터 통제와 규제 대응, 보안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 기술의 중심축이 모델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지목됐다. 수미르 바티아 레노버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AI 모델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보면 앞으로 추론 비용이 학습 비용보다 최대 15배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기업 AI 워크로드의 상당 부분이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분산형 엣지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노버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해 AI 인프라와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AI PC부터 서버, 엣지 인프라, 클라우드까지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AI 스택을 통해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빠르게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직면하는 보안, 데이터 관리, 인력 확보 문제를 해결하고자 컨설팅과 구축, 운영 관리까지 포함한 서비스 모델도 확대할 계획이다.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무른 AI 프로젝트를 실제 비즈니스 운영 단계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신 대표는 "PC부터 인프라, AI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전 영역의 컴퓨팅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AI를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3.12 13:24한정호 기자

[AI 리더스] ICT 규제 대응 '톱티어' 박지연…"태평양 TMT, 복합 리스크 해결 자신"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산업 확산으로 ICT 규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로펌 조직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사후 처벌'에 그쳤던 규제도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이제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개입하는 '사전 설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법무법인 태평양(BKL)이 기존 TMT(Technology∙Media∙Telecommunication)팀을 올 들어 'TMT그룹'으로 격상한 것도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국내 로펌 최초로 TMT 전담팀을 만든 태평양은 이번에 다시 한 번 조직 체계를 고도화함으로써 국내 2위를 넘어 1위 로펌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 본격 나섰다. 태평양 TMT그룹을 이끌게 된 박지연 변호사는 13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ICT 산업에서는 이제 규제 불확실성 자체가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건 대응을 넘어 사업 설계 단계부터 리스크를 함께 검토하는 조직이 로펌에서도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법률 해석을 넘어 정책적 가이던스와 비즈니스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는 '종합 솔루션'이 로펌의 본업이 됐다"며 "TMT그룹 격상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복합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TMT팀, 그룹 체제로 재편…사건 대응서 '전략 설계'로 태평양은 1980년대 후반 국내 로펌 최초로 TMT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당시에는 통신·방송·IT 규제가 산업 전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확산되면서 ICT 규제는 플랫폼과 개인정보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최근에는 디지털금융·가상자산·AI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구조로 진화하면서 개별 법률 이슈가 아니라 복합 규제 환경 전체를 다뤄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같은 질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태평양은 기존 팀 단위 체계에 변화를 줬다. ICT 산업이 복합 규제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각 사건에 대해 정책 변화, 기술 구조, 시장 전략 등을 각각 따로 자문하지 않고 하나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하는 원스톱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또 TMT 그룹장으로 박지연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도 선임했다. 박 그룹장은 AI, 방송·통신, 개인정보, 게임, 디지털금융, 블록체인 등 각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박종백(18기), 류광현(23기), 김영수(29기), 강태욱(31기), 이정명(34기), 윤주호(35기), 정상훈(35기), 이수화(변시1회), 이강혜(변시2회), 이준호(변시5회), 오세인(변시5회), 박주성(변시5회) 변호사 등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감각을 갖춘 손지영 외국변호사와 정호영 외국변호사도 참여했다. 특히 박 그룹장은 '2026 챔버스(Chambers Asia-Pacific) TMT 분야 리딩로이어'와 '2025 ALB(Asian Legal Business) 아시아 TMT 우수 변호사 50인'에 선정된 ICT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란 점에서 업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 그룹장은 "과거에는 방송·통신·IT 기업 중심의 규제 대응이 주된 업무였다"며 "지금은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규제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개인정보, AI 등 여러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금 구조에서는 개별 사건 중심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앞으로는 사업 구조 설계 단계부터 법·정책·기술 리스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확산 이후 규제가 사후 제재 중심에서 사전 설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TMT 그룹의 역할 범위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와 사전 설명회를 통해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하고 있어서다.박 그룹장은 "AI 기본법처럼 최근 시행과 동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며 "기업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규제 대응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이어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 안착한 이후 규제가 들어오면 구조를 바꾸는 데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며 "초기 단계에서부터 규제 리스크를 예상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그는 이 과정에서 로펌의 역할은 단순히 위험을 경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규제 리스크의 성격과 수준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기업이 감수 가능한 범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 규제가 사후적으로 집행되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이미 시장에 진입한 이후에야 부담이 현실화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의 판단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박 그룹장은 "사후 제재 중심 접근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사전 설계 단계에서 법·정책 검토가 함께 이뤄지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트릭스 협업, 고난도 사건서 성과 태평양 TMT 그룹의 차별점으로는 '매트릭스 조직 체계'가 꼽힌다. 태평양은 법인 차원에서 부서 간, 전문가 간 벽을 허무는 협업 구조를 운영 중으로, 특정 부서 중심이 아닌 사건 성격에 따라 변호사·고문·전문위원이 유기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실제 TMT 그룹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한 조경식 고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을 지낸 정완용 고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출신 허성욱 고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신 황선철 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조현진 전문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 김득원 전문위원, 금융감독원을 거쳐 빗썸 부사장을 지낸 최희경 전문위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출신 여돈구 전문위원 등도 함께 참여해 정책·제도 변화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전략적 자문을 제공 중이다. 덕분에 태평양은 그간 복합 규제 리스크 사건에서 성과를 냈다. 바이낸스의 국내 가상자산시장 진출 자문, 메타 과징금 행정소송, 틱톡 개인정보위원회 조사 대응 등 고난도 사건에서 매트릭스 조직의 협업 역량을 발휘해 주목받았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태평양은 지난해 총 매출 4702억원을 기록하며 법무법인 광장을 꺾고 로펌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박 변호사는 "우리는 파트너 변호사들이 업계 동향과 주요 쟁점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며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집단적 논의를 통해 전략을 정리하는 구조가 TMT 그룹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파트너가 큰 방향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기관 대응과 주요 서면 작성까지 직접 관여하는 점도 차별화 요소"라며 "서비스 구조와 기술 작동 방식까지 정확히 이해해야 실효성 있는 자문이 가능한 만큼, TMT 그룹처럼 정책·기술 이해를 함께 갖춘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또 그는 변호사가 어디까지 기술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AI·플랫폼 분야에서는 데이터 흐름과 시스템 설계 방식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박 그룹장은 "변호사는 서비스가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수집·처리·활용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실제 위법 리스크를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사이버 리스크, 전담 조직으로 선제 대응 TMT 그룹 내 디지털자산TF와 사이버침해 대응센터 신설도 이러한 복합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자산은 제도권 편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책 방향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역으로, 규제 불확실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사이버 침해 역시 단순한 법률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고 발생 시 규제기관 조사 대응은 물론, 평판 관리와 대정부·국회 대응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고위험 사안으로 확장되고 있다.이에 태평양은 TMT 그룹 아래 각각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금융,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디지털자산TF'와 해킹∙정보유출 등 사이버 보안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이버침해 대응센터'의 수장으로 각각 강태욱 변호사, 윤주호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를 통해 여러 이슈가 결합된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일원화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통합 대응 체계를 갖췄다. 박 그룹장은 "가상자산은 규제 체계가 정립되는 과정에 있고, 사이버 침해는 기업 존립과 직결되는 리스크로 부상했다"며 "사건 발생 이후 대응뿐 아니라 사전 준비와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이버 침해는 조사 대응만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닌, 규제기관 대응과 언론 대응, 향후 서비스 구조 정비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 이슈"라며 "이처럼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일수록 개별 사건 대응이 아니라 통합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또 그는 대형 사고 중 상당수가 접근 통제 미비, 내부 관리 소홀 등 기본적인 통제 장치의 허점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보안을 단순 비용이 아닌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필수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그룹장은 "실제 사고를 보면 기본적인 보안 조치 미비나 내부 관리 부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와 존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 비용과 평판 훼손까지 감안하면, 사전 투자와 내부 통제 강화가 오히려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복합 규제 시대, 기업 전략 파트너로 도약" 이를 바탕으로 박 그룹장은 태평양 TMT그룹을 단순한 규제 대응 조직이 아닌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AI·플랫폼·디지털금융 등 규제가 중첩되는 환경에서는 법령 해석을 넘어 정책 기조와 사업 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ICT 규제는 고정된 체계라기보다 산업과 상호작용하며 계속 변화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완결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 과정에 있는 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 판단하는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수록 단편적인 자문이 아니라 사업 구조 전반을 함께 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규제와 글로벌 규제가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입장에서 플랫폼 규제, 개인정보 규제 수준 차이 등은 단순한 법률 문제를 넘어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박 그룹장은 "글로벌 규제와의 충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규제기관마다 집행 기준이 달라 기업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유사한 사안을 두고도 적용 법리와 제재 수위가 달라지는 상황은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과 정책적 전망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로펌의 역할"이라며 "규제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관리하면서도 사업 기회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TMT 그룹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또 그는 앞으로 TMT 그룹을 통해 단순 사건 대응을 넘어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분석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령 개정 동향과 집행 기조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정책 논의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다만 그는 사건 발생 직후 여론에 밀려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는 이른바 '반작용 입법'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강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오히려 시장 위축이나 규제의 사문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서다. 이에 단기 대응이 아니라 큰 흐름을 보는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그룹장은 "AI 시대에는 선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영역이 많다"며 "결국 규제 방향을 읽고 복합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직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MT 그룹은 규제와 산업을 연결하는 접점에서 기업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앞으로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마무리했다.

2026.02.13 10:16장유미 기자

AI 규제 시대 본격화…태평양, TMT그룹으로 판 키운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환경에서 인공지능(AI), 플랫폼 규제, 개인정보보호, 디지털금융, 가상자산, 사이버보안 등 복합적인 법률·규제 이슈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법인 태평양(BKL)이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 수요 공략에 나선다. 태평양은 기존 TMT 팀을 'TMT 그룹'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ICT 산업이 복합 규제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각 사건에 대해 정책 변화, 기술 구조, 시장 전략 등을 각각 따로 자문하지 않고 하나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하는 원스톱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TMT(Technology∙Media∙Telecommunication) 팀은 1980년대 후반 태평양이 국내 로펌 최초로 신설한 전담 조직으로, 그간 ICT 분야 규제 대응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시장을 선도해 왔다. 또 2000년대 융·복합 산업의 확산과 함께 국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규제 대응 역량을 입증했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 주요 규제기관과의 면밀한 협의를 통해 조사 및 규제 대응 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태평양은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와 방송사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빅테크 기업을 밀착 대리하며 국내 ICT 산업의 기틀을 마련해 왔다. 또 메타, 바이트댄스(틱톡),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퀄컴, 알리익스프레스, 화웨이 등 전 세계 ICT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대리하며 고난도의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태평양은 TMT 그룹을 통해 기업이 직면한 규제 리스크를 사후적으로 대응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업 전략 단계부터 법률∙정책∙제도∙비즈니스를 동시에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그룹장은 박지연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가 맡아 AI, 방송·통신, 개인정보, 게임, 디지털금융, 블록체인 등 각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박종백(18기), 류광현(23기), 김영수(29기), 강태욱(31기), 이정명(34기), 윤주호(35기), 정상훈(35기), 이수화(변시1회), 이강혜(변시2회), 이준호(변시5회), 오세인(변시5회), 박주성(변시5회) 변호사 등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감각을 갖춘 손지영 외국변호사와 정호영 외국변호사도 참여한다.특히 박 변호사는 '2026 챔버스(Chambers Asia-Pacific) TMT 분야 리딩로이어'와 '2025 ALB(Asian Legal Business) 아시아 TMT 우수 변호사 50인'에 선정된 ICT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란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TMT 그룹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역임한 조경식 고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을 지낸 정완용 고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출신 허성욱 고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신 황선철 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조현진 전문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 김득원 전문위원, 금융감독원을 거쳐 빗썸 부사장을 지낸 최희경 전문위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출신 여돈구 전문위원 등도 함께 참여해 정책·제도 변화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전략적 자문을 제공한다.이 외에도 태평양은 TMT그룹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금융,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디지털자산TF'와 갈수록 고도화되는 해킹∙정보유출 등 사이버 보안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이버침해 대응센터'도 조직했다. 이를 통해 여러 이슈가 결합된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일원화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통합 대응 체계를 갖췄다.박지연 태평양 TMT그룹장은 "ICT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만큼 규제 환경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태평양 TMT그룹은 사건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정책 방향과 시장 구조까지 함께 분석해 기업의 사업 전략 단계부터 리스크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의 복합 규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ICT 종합 컨설팅 허브'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01.30 10:34장유미 기자

[기고] 인공지능을 규율한다는 것의 의미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법은 언제나 늦거나 빠르다. 너무 늦으면 이미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너무 빠르면 아직 정의되지 않은 위험을 과도하게 상정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최근 제도 설계 역시 이 오래된 딜레마 위에 놓여 있다. 현재 작동 중인 AI 관련 기본 규범은 즉각적인 통제를 목표로 하기보다 일정 기간 제도의 작동 가능성을 점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나 정치적 타협 결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기술 특성을 전제로 한 선택에 가깝다. AI는 고정된 제품이 아니라 학습과 적용을 통해 끊임없이 성격이 변하는 체계라서다. 이런 기술을 전통적인 규제 방식으로 포섭하면 규범은 곧바로 현실과 어긋날 위험을 안게 된다. 무엇이 위험한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한 집행을 전제로 한 규칙을 설계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이 과도기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오해될 가능성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규범이 추구하는 방향이 불분명해서라기보다 추상적 원칙이 실무 언어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은 탓이다. 법은 가치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개별 서비스의 구조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예컨대 위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자동화된 판단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은 어느 수준까지 요구되는지, 이용자에 대한 설명은 어떤 방식으로 이행돼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는 법 조문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결국 해석과 적용의 영역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처벌 가능성이 아니라 판단 예측 가능성이다. 기업이나 개발 주체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규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부터가 문제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혁신은 위축되거나 반대로 무책임하게 확장된다. 현재 제도 운용 국면은 규칙을 집행하는 단계라기보다 규칙이 실제 작동할 수 있게 다듬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하다. 행정 해석, 사례 축적, 산업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원칙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이후 강한 집행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동시에 이 시기는 기업 내부 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외부 강제력이 약하다고 해서 책임까지 유예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출처와 관리 방식, 알고리즘 검증 절차,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 등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설계 문제다. 이런 점검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종종 규범은 혁신 반대편에 서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는 환경이 반드시 자유로운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클수록 의사결정 비용은 증가하고 책임은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된다. 합리적인 규칙은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기술이 사회 안에서 수용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한다. AI를 둘러싼 제도는 지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얼마나 빨리 통제할 것인가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술 속도를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속도가 사회적 신뢰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마련된 기준은 향후 집행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 기준이 경직된 잣대가 될지, 합리적인 신호가 될지는 지금의 제도 운용과 준비에 달렸다. AI를 다룬다는 것은 결국 기술을 규율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6.01.29 16:19정상훈 컬럼니스트

[AI기본법 시행①] 韓, '세계 최초' 타이틀…"해외 기업과 역차별 없어야"

한국 정부가 전 세계 처음으로 인공지능(AI)기본법 시행을 앞두면서 업계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제도가 비교적 무리 없이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과 급속한 AI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는지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AI기본법은 2024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지난해 1월 21일 공포됐다. 법 시행 시점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이달 22일로 예정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기본법이 단순 규제를 넘어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뢰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일정한 법적 틀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이 AI기본법 조기 시행을 선택한 배경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준비 기간이 EU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실제 EU는 한국보다 법 제정 논의를 먼저 시작했지만, 실제 적용 시점은 내년 8월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규제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간소화' 방안도 내놨다. 특히 유럽에선 과도한 규제가 AI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해 온 점도 EU 정책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가 '세계 최초 AI법'이라는 타이틀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법을 서둘러 추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법무법인 원 오정익 변호사는 AI기본법이 이미 통과돼 시행을 앞둔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AI기본법은 처벌·제한뿐 아니라 일정한 기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법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신속한 개정과 조정, 보완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법제처럼 경직된 운영이 아니라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춘 유연한 제도 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기본법, 해외 기업에 무용지물?…"역차별 없어야" 현재 국내 업계에선 AI기본법이 한국 시장 진출한 해외 기업에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은 법을 어기면 AI기본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외국 AI 기업에 국내법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태평양 강정희 변호사는 AI기본법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AI 기업에도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한 점에 주목했다. 강 변호사는 "규제 대상을 국내 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역외 사업자까지 포함할 수 있는 집행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기업도 한국에서 고영향 AI와 고성능 AI에 대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위험 식별·완화, 위험관리체계구축 등 거버넌스 의무까지 부과한 점도 지켜봐야 한다"며 "국내외 기업 관계없이 AI 위험을 관리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규제 질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해외 AI 기업이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해도 역차별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서 지정된 국내 대리인이 실무 관계자가 아니면 말이 다르다"며 "해당 기업 서비스나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대리인에 책임을 묻기도 곤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빅테크 솔루션에 동시다발적 오류가 국내외서 발생할 경우, 이는 국내 AI법만으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AI 제품 개발·출시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로 인해 역차별받아선 안 될 것"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오정익 변호사는 AI기본법 의무 부담을 기업에게만 넘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국내외 기업 넘어서 국가 자체가 의무를 수행하는 방법도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 국가가 자국 기업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기술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AI기본법 대응 출발점은 '고영향 AI 판단'" AI기본법을 앞두고 국내 업계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AI기본법이 강조하는 고영향 AI나 일정 규모 이상 AI 시스템이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물리·현실적 영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AI 제품과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점을 중요 변수로 꼽았다. 오정익 변호사는 "AI 시스템이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과 로봇, 서비스가 늘고 있다"며 "기존 챗봇 중심 AI 활용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안전성과 신뢰성이 산업 전반 핵심 요건으로 부상한 이유"라며 "AI기본법이 강조하는 안정성·신뢰성·투명성 원칙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솔루션이 고영향 AI나 일정 규모 이상의 AI 시스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우선 봐야 한다"며 "이에 해당할 경우 위험관리 체계와 이용자 보호 조치가 법 기준에 부합하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둔 기업은 영향평가 준비 여부를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방식에 맞게 고지·표시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며 "향후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정희 변호사 역시 AI기본법을 일회성 요건 충족이 아닌 주기적 점검과 개선을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국내 산업계는 고영향 AI 판단 체크리스트와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투명성 의무 적용 여부와 예외 해당 여부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며 "의무 대상에 해당할 경우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 변호사는 에너지·보건의료·채용·대출 심사 등 고영향 AI 적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 기업은 자체 AI가 생명·안전·권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부 분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강 변호사는 "시스템이 고영향 AI로 분류될 경우 위험 식별·관리 체계, 이용자 보호 방안, 문서 작성과 보관을 포함한 운영·관리·감독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1.19 16:53김미정 기자

[기고] 눈 앞에 다가온 AI기본법, G3 향한 이정표가 되기를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과 신기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균형 잡힌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AI팀에서 [AI 컨택]을 통해 2주 마다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AI 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1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된 논의가 22대 국회에서 그 성과를 거둔 이후,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치닫는 현시점에서 이번 법 시행이 단순히 대한민국이 AI 사용량에서 1위를 달리는 국가가 아니라 AI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AI 기본법 시행의 가장 큰 의미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점과 AI 산업 규제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부여됐다는 점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산업지원의 경우에는 예산만 확보됐다면 그 근거 법률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 육성책을 체계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밑그림인 법률이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AI기본법은 AI 산업 진흥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AI 산업이 본 궤도를 타지 않은 시점에 AI 산업에 대한 규제는 시기상조라는 논리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도나도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규제의 틀거리를 마련해 시행하는 건 필연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기업들은 고영향 AI 등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법적 안정성에 근거해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이번 AI 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개별 기업들에게 예측가능성이라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 이외에 기업 입장에서 AI 기본법에 따른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여, 우리가 제공하는 AI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경쟁력을 넘어서 윤리적인, 신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 관점을 반영해 AI 산업 주도권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법 시행은 완성이 아닌 '균형'을 잡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규제 무게가 AI 산업의 혁신 또는 성장을 억누르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누군가 AI 기술의 10년 후를 물었더니, AI 전문가가 1년 뒤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10년 뒤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하는 것처럼, 현재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AI 기본법 규제 체계가 완성됐다는 것보다는 발전하는 AI 현실을 받아들여 AI 산업계와 영향받는 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결국 AI 기본법 시행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이후 AI 기본법이 얼마나 잘 작동해 AI 산업을 진흥시키고, 예측가능성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정부와 현장 간 호흡에 달렸다. 정부는 법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이미 추진하기로 한 과태료 시행 유보 등 과감한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6년은 대한민국 AI 산업의 '대항해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다. 그 과정에 AI기본법이 본래 달성하려고 한 목표를 이루고 AI 산업 진흥에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2026.01.19 05:00윤주호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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