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탄핵..."尹의 무모한 도박, 정치·경제 불확실성 키워"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한국 민주주의와 외교·안보·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정치적 혼란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영향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14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전망을 이같이 보도했다. 당장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지만 내년 초 회복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날 국회는 1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00명, 찬성(가) 204명, 반대(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가결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NYT "尹, 보수적·친기업 공약으로 간신히 당선…역대급 위기"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한국 정치사에 크게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22년 보수적이고 친기업 공약으로 간신히 당선된 윤 대통령은 불안한 임기 동안 또 다른 극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재임 기간은 끊임없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NYT는 계엄령에 대해선 "1980년대 후반 군사독재 종식 후 한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은 새로운 민주주의 도전에 직면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번 사태를 '윤 대통령이 계엄령에 건 도박 결과'라고 평했다. 이달 3일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국회로 보내는 일이 벌어진 후 생긴 정치적 대결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당시 의원들은 계엄령 직후 군을 뚫고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를 위해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계엄 철회 후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당 소속 의원들이 투표를 거부하며 탄핵안이 부결됐다. CNN은 "이후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치계와 국민은 더 큰 분노에 휩싸였다"며 "윤 대통령의 무모한 정치적 도전이 화살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도박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며 "아시아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결했다"고 보도했다. BBC와 탄핵 표결 결과에 대한 국회 반응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BBC는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표를 넘어섰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국회에 환호와 놀라움이 교차했다"며 "한국 정치사에 인상 깊은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日 외신도 탄핵 주목…"양국 관계 경색 가능성 커" 일본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한일 양국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을 경우 한일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며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대통령 권한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하지만 내정과 외교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탄핵안 가결로 일본 정부는 대한외교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한·미·일의 협력을 중시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앞장섰던 윤 대통령의 실각이 동아시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탄핵 소추안 가결로 한일 관계가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중국이 양국에 개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국과의 협력 이탈을 시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니혼테레비 닛테레는 탄핵 소추안 표결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니혼테레비 앵커는 표결 결과가 나오자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며 "다만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HK는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이후 처음"이라며 미리 준비해 둔 기사를 공개했다. 특히 NHK는 "이번 탄핵 소추안에는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韓 정치 불확실성 커질 것" 우려…한덕수 총리에 주목 외신은 당분간 한국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주목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한 총리는 폭넓은 정치적 경력과 합리적 태도로 잘 알려진 관료"라며 "그동안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30년 넘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주요 직책을 맡았다"고 평했다. NYT는 "한 총리는 심각한 정치 위기 속에서 정부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며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위협과 국내 경제 둔화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외신은 한 총리가 미국 등 외교 관계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 총리가 그동안 미국 정부와 협력한 경험에 주목했다. 특히 NYT는 한 총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 참여한 것과 능통한 영어실력 보유자라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2009년 주미대사로 임명돼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워싱턴에서 활동한 점도 언급했다. "한국은 AI·반도체 주요국…내년 초 안정화" 전망 외신은 한국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혼란이 내년 초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CNBC는 한국이 AI과 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 기술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잠시 출렁이는 경제적 혼란이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롬바르 오디예 존 우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분명히 내년 1분기 쯤 되면 정치·경제적 끝이 보일 것"이라며 "그 결과가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배경으로 인한 변동성은 매우 심각하게 고려돼야 하지만 한국이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적 영향을 맡는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