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의 잇고] 평판 조회로 내실 직원 뽑는 '스펙터' 써보니
눈 뜨면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세상, 음식 배달부터 업무, 부동산까지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IT 기업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공유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출시하는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인 '잇고'(ITgo)를 통해 기자가 직접 가서(go) 체험해 본 IT 서비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창업자로 지내며 그간 300명 정도를 채용해 왔다. 내실은 있는데 겸손해서 자기 어필을 잘 못하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날개를 달아줄까 하는 고민으로 '스펙터'를 창업했다."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는 윤경욱 대표가 설립한 두 번째 회사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과 잠바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타운어스'가 그가 만든 첫 번째 회사로, 스펙터와는 분야가 다른 커머스 플랫폼이지만 스펙터 창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첫 창업을 거치며 윤 대표는 여느 창업자와 똑같이 사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모든 면접과 채용 과정에 직접 참여했을 정도로 채용에 신중했는데, 한 가지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뽑고 보니 면접 때와는 영 다른 모습인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반대로 면접 당시에는 크게 자기 어필을 하지 않았는데, 함께 일하기 좋은 인력도 있었다. 윤경욱 대표가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를 설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스펙터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기아, 라이너, KT클라우드, 미미박스, 요기요, 대교 등 3천500여 곳에 달하며, 이용자 12만명의 평판이 확보됐다. 실제로 기자가 스펙터를 체험해 가상의 동료를 평가해 보니 ▲연봉 대비 성과는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 ▲다시 채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채용할 의사가 있나 ▲상사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인지 ▲다시 함께 일할 동료 10명을 뽑는다면, 몇 번째인가 등 성과를 세세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사내 폭언이나 폭행 등 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성 이슈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성차별, 성희롱, 성추행 등) ▲그 외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이 있는지(유언비어, 불필요한 편가르기) 등 윤리의식과 인성도 평가 가능했으며, ▲000님과 함께 할 다음 회사에 전하는 조언도 보탤 수 있었다. 질문이 꽤 꼼꼼해 평면적인 인터뷰보다는 지원자를 파악하는 데 유익할 것 같았다. 다만 평가자의 주관이 담긴 답변이다 보니, 답해주는 이의 객관성도 중요하고, 여러 평가자의 의견을 참고해야 답변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이달 10일 서울 강남구 소재 스펙터 사무실에서 윤경욱 대표를 만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경욱 스펙터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본인 소개. “20대 초반 고대 응원단 생활을 하며 보냈다. 당시 구급차가 올 정도로 고강도 훈련을 했다. 너무 힘들때 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생각하며 버텼다. 대학에서 원래 전공은 물리학을 했다. 나사(NASA)에 들어가는 꿈이 있었다. 커리어를 정하는 시기, 물리학과 정반대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게 사업이었다. 이후 경영학회 활동을 하며 미래에 대해 설계를 시작했고, 처음 창업에 뜻을 품게 됐다. 성공한 창업자 중 컨설턴트 출신이 많아, 첫 커리어로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첫 창업은 2015년 공동구매 플랫폼 '타운어스'였다. 빠르게 잘 성장하고 투자 유치 빠르게 됐다. 흔치 않은 밸류를 받다 보니 착각에 빠졌다. 처음으로 정부 규제, 사드(THAAD) 이슈가 터지며 중국 사업에 차질을 빚었고, 처음으로 자금 흐름이 크게 깨졌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을 맞닥뜨려 폐업을 결정했다. 법인 부채 40억원, 개인 부채 20억원이 있었고 모두 파산하는 사태를 겪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과정 거치면서도 60명 인원 팀이 깨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창업을 결심했다.” Q. 스펙터 창업 계기. “창업자들의 고민 중 절반 가량은 사람과 관련된 것이었다. 인사팀보다 인력(HR)에 대해서 대표가 더 많이 고민한다. 5~6년간 창업자로 살면서 300명 정도를 채용해 왔다. 사람에 대해 많은 가치를 뒀고, 모든 것들에 다 참여해 한 분 한 분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어떤 분이 내실 있는지 잘 아는데, 이분들이 겸손한 편이라서 구직을 잘 못하더라. 반면 내실은 없는데 자기 어필 잘하는 친구들이 이직도 잘하고 연봉 잘 받는 경우를 봤다. 또 창업자들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지원자가) 면접 때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이력서와 30분가량 면접으로 채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렇다. 말 잘하는 이가 뽑히는 것이다. '내실은 있는데 겸손해서 자기 어필 못하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날개 달아주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Q. 경쟁사는 어디인가. “스펙터가 나오기 전에 전통적인 레퍼체킹 업체들은 있었지만, 우리와 동일한 모델이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우리는 '링크드인'을 경쟁사로 여겨왔다. 스펙터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신뢰를 맺는 지점이다. 지금 인적 데이터와 네트워크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를 꼽는다면 링크드인이다. 보통 누군가를 소개받거나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 링크드인에 들어가 이력을 보는데, 스펙터의 경우 결은 조금 다르나 링크드인과 굉장히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먼 회사가 됐지만, 스펙터도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델로 그들과 경쟁하고자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Q. 다양한 HR 플랫폼 사이에서 스펙터만이 지닌 강점은. “다 영역이 다르다. 구직자를 모아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거나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회사가 지원자에 대해 더 깊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채널은 현재까지 없다. HR 시장에서 인재 검증이라는 영역은 비어있었고, 우리가 이 영역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고 시작을 한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조금은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Q. 최근 출시한 파워프로필은 어떤 기능인지. “파워프로필 API 기반으로 학력, 경력, 자격증, 수상이력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력서는 쉽게 부풀려지는데 정직한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검증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우리 조직과 잘 맞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새 없이, 이력서 검증만 하다가 면접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파워프로필을 통해서는 성과에 대해 동료가 증빙하면 API 기반으로 서버가 연동 되며, 경력은 4대보험을 연동해 정보를 끌어올 수 있다. 아직은 베타 출시 단계다.” Q. 현재 확보한 기업 수와 회원 수는. “고객사로는 3천500개 기업이 있고, 평판 등록된 유저는 12만명가량에 달한다.” Q. 수익 모델은. “고객사가 평판 열람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1인 평판 조회에 3만원이 든다. 50인 이하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정액제 요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Q. 투자 현황과 내년 목표는. “지난해 8월 6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이후 1년 넘은 상황이다. 런웨이가 충분한 상황이고, 탄탄하게 효율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우리 모토다. 스펙터 전체 인원 25명밖에 안 된다. 마케팅 세일즈도 정말 필요한 정도만 집행한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뒤에 다음 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에 진출할 예정이다. 원래 목표는 올해 연말이었는데 좀 미뤄졌다. 싱가포르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인재가 일하고 있어, 전 세계 지원자에 대한 평판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은 한인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다. 일본의 경우 최근 시장 변화 심상치 않다. 원래 일본은 보수적이고 이직이 거의 없는 문화인데, 최근 이직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직할 때 레퍼체크가 쉽지 않은 문화다. 스펙터처럼 합법적으로 평판 조회할 수 있는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