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크루즈 '급제동'…잇단 자율주행 사고에 CEO 사임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크루즈(Cruise)에서 최근 발생한 잇따른 논란이 최고경영자(CEO) 사퇴로 끝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미국 당국이 운행 허가를 취소한 뒤 발생한 손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1일 관련업계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크루즈 공동 창업자인 카일 보그트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공동 차업자인 댄 칸도 다음날 사임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크루즈 로보택시와 보행자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크루즈의 무인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했다. 크루즈는 미국에 운영중이던 무인택시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8일에는 950여대를 리콜했다. 크루즈의 이 같은 결정으로 메리 바라 GM CEO가 제시했던 야심찬 목표는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 바라는 2025년까지 10억 달러(1조2천914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10년 내에 GM의 매출을 두 배인 2천400억 달러(310조원)를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크루즈는 올해 보유 현금 17억 달러(2조2천억원) 중 14억 달러(1조8천억원)를 소진했다. 반면 경쟁사인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운영하는 웨이모(Waymo)는 아직도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웨이모는 안정적인 운행으로 쌓인 데이터를 기반하겠다는 전략을 보였다. 반면 크루즈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려고 안전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루즈 충돌감지 시스템은 충돌이나 사고 발생 시 물체 식별에 어려움을 겪었고 땅에 있는 낮은 물체를 볼 수 없는 상태였다. 2021년 초 테스트에서도 바닥에 있는 상자를 피하지 않고 지나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크루즈 내부에서는 카일 보그트와 일부 관리진이 2021년 말까지 무인택시 서비스를 시행에 압력을 가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카일 보그트는 안전보다 사업 속도를 우선시하는 경영을 펼쳤으며 경쟁사 웨이모와의 경쟁에서 우버(Uber)가 경쟁사인 리프트(Lyft)를 밀어냈던 방식을 추구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는 끝내 사업 재평가에 들어갔다. 스톡옵션 제공도 중단됐다. 카일 보그트 CEO의 사임으로 현재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모 엘쉐나위(Mo Elshenawy)가 CEO 겸 기술책임자(CTO)를 맡게 됐다. 크루즈의 “인간이 가장 끔찍한 운전자”라는 슬로건은 멈추게 된 것이다. 한편 크루즈의 운행 중단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 투자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었지만,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 중국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사업부는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작동하는 최첨단 차로 유지 보조(LFA) 기능과 업그레이드된 지능형 주행 제어(SCC 2) 등 현대차그룹이 최근 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 테슬라는 최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완전자율주행(FSD)의 12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중국도 꾸준한 개발과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투자행렬과 기술고도화에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2030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매출은 최대 750억달러(97조5천억원)에 이를 것을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루즈가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무리하다 보니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에 크루즈에서 발생한 일이 자율주행 투자에 대한 우려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시장은 열릴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 멈추면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