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무인로봇택시...완전자율주행 시기상조인가
자율주행이 가까운 미래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실용성을 의심 받고 있다. 무인택시 상용 서비스에서 잇따른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이 거세지면서 미래 일자리를 위협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1만1파운드(4.5톤)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에는 훈련된 운전자가 탑승하는 것을 강제하는 법안을 냈다. 또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허용하지 않는 법안도 함께 요구했다. 이 강화된 법안 요구는 지난 6일 구글 무인택시로봇 웨이모 차량이 한 교차로에서 트럭을 뒤따라가던 자전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점화됐다. 이미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의 안전사고로 악화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구글 무인로봇택시가 춘절(설날)을 기념하는 인파들에 의해 전소됐다. 로이터 등 현장에 대한 소식을 전한 외신에 따르면 이번 웨이모 차량이 불탄 지역은 크루즈 로봇택시가 작년 10월 보행자를 20피트(6미터)를 끌고 가는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다. 몇년 전만해도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기술 속도에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한때 미국 자율주행 트럭 개발의 선두주자로 앞서가던 기업 투심플(TuSimple)은 지난해 말 미국 사업을 종료하고 지난달 17일 공식적으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투심플은 세계 최초 자율주행 상장사였다. 자율주행 트럭 사업이 승용차보다 훨씬 더 메리트가 있다는 업계의 인식이 있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투심플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두배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구개발(R&D) 비용은 1억6천만달러(2천136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매출액의 53.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처럼 R&D에 치중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계속됐지만 손실만 쌓여 업계는 자율주행사업을 축소하거나 조정하고 있다. 우버에 인수된 오토(Otto), 아마존·엔비디아 파트너사 로코메이션, 포드·폭스바겐의 지원을 받은 아르고 AI 등 모두 침체를 거듭하거나 부도를 맞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기업 앱티브와 합작한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도 앱티브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그룹도 증자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운전자를 대체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노동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 팀스터(Teamsters)는 안전 위험뿐만 아니라 일자리 손실을 이유로 두 법안을 찬성하고 있다. 투심플도 개인 운전자가 다수인 트럭 운전자들이 자율주행 트럭에 부정적인 것이 사업에 영향을 끼쳤다. 자율주행을 이용할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포브스가 지난달 자율주행차 안전성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93%는 자율주행차를 우려하고 있고 이 중 36%는 자율주행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문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보호할지 외부인을 보호할지 시스템이 결정한다면 구매자 입장에서 용인할 수 있을지 고민될 것"이라며 "아직은 특정 지역에 특정 조건에만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미래 운전을 바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