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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로스터리 10곳의 맛과 멋, '와디즈' 타고 전국에 퍼지다

제주 해안가로 맑게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일컬어 제주 방언으로 '싱갯물'이라 부른다. 화산 암반을 거쳐 오랜 시간 정화된 이 물처럼, 제주의 다채로운 로컬 커피 문화를 정제해 전국으로 흘려보낸 이가 있다. 바로 지역의 유휴 공간과 고유한 콘텐츠를 연결해 새로운 도시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콘텐츠 매니지먼트 기업 '콘텐츠복덕방'의 이승택 대표다. 건축을 전공하고 제주도청에서 문화 기획과 도시 재생 사업을 이끌었던 그는 10여 년의 행정 경험을 뒤로하고 다시 민간으로 돌아왔다. 폐산업 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그의 시선은 이제 '로컬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향해 있다. 그 첫걸음이자 훌륭한 성공 사례가 된 것이 바로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인 '싱갯물 드립백 세트' 프로젝트다. "나는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에디터"...제주 10가지 커피맛 큐레이션 지난 21일 오후, 종로구 사직로 한 공간에서 이승택 대표를 직접 만났다. 싱갯물 프로젝트를 어떻게 기획했고, 펀딩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와 피드백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또 커피에 남다른 관심이나 전문성이 있는지도 묻고 싶었다. 나아가 여러 지역 중 제주도에 있는 로컬 커피를 드립백 형태로 기획했는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저를 창조적인 사람으로 보지만,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하자면 저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에디터'입니다.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커피를 볶지는 않아요. 전국을 다니며 파악한 관심사들을 애정하는 지역에 맞게 연결하고 기획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이 대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정주 인구 1인당 카페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로스터리 카페만 150곳이 넘는다. 이 대표는 바리스타마다 각기 다른 스토리를 품고 있는 제주의 커피 문화를 외부로 알리고 싶었다. 그는 “제주에 직접 와서 카페를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커피 자체가 플랫폼 역할을 해 제주의 매력을 전국에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를 위해 커피에 진심인 건축과 제자(현 '커피파인더' 대표)와 머리를 맞댔다. 제주시의 '커피파인더', '커피템플', 서귀포시 대정읍의 '와토커피', '류지' 등 소비자 입장에서 최상위 수준의 맛을 자랑하면서도 고유의 스토리를 가진 10곳의 로스터리를 신중하게 선정했다. 이렇게 제주의 원도심과 읍·면 단위를 아우르는 커피 지도가 드립백 세트 하나로 완성됐다. “로컬 브랜드는 각자의 뚜렷한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정체성이 때론 확장의 한계가 되기도 하죠. 이를 뛰어넘게 해주는 전환점이 바로 '플랫폼'이었습니다.” 강한 정체성과 플랫폼의 결합…“와디즈는 훌륭한 실험 무대” 수준 높은 로컬 브랜드들은 많지만, 이들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란 쉽지 않다. 매장 운영에 얽매여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여력이 부족하거나,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해 무리한 확장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 대표는 이 지점에서 '와디즈'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가치를 발견했다. “와디즈가 좋았던 이유는 큰 자본 없이도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기획한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지 사전에 데이터를 뽑아볼 수 있는 든든한 무대였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펀딩 목표액 대비 171%인 940만원을 달성했고, 평점은 5.0 만점을 기록했다. 울릉도에서 '독도 문방구'를 운영하는 한 서포터는 “아침에 일어나 싱갯물 커피를 마시는 게 낙이었다”며 재오픈을 요청하기도 했다. “목표 금액을 550만원으로 다소 높게 잡았는데, 이는 최소 한 세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금액이었어요. 결과적으로 두 배 가까이 성공하면서 제작 물량을 넉넉히 맞출 수 있었죠." 로컬 카페들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상생 모델이 됐다. 콘텐츠복덕방은 원두 값은 물론, 원두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기획비까지 각 카페들에게 지급하며 수익 구조를 다졌다. 드립백 역시 환경을 고려해 생분해성 수지(PLA) 필터를 사용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플랫폼을 통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커피 향은 곧바로 각 로컬 카페의 홍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제주를 넘어 태백으로, 로컬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 이 대표의 시선은 제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최근 과거 탄광 도시로 번성했던 태백시를 주목하고 있다. “태백은 산업으로 컸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변모해야 합니다. 태백의 젊은이들이 모이고, 러닝 크루들이 도심을 뛰게 만들려면 매력적인 로컬 F&B와 콘텐츠가 필수적입니다.” 그는 콘텐츠복덕방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로컬 편집샵 '피키오'의 태백 지점 오픈도 구상 중이다. 태백의 로컬 브랜드와 전국에서 큐레이션한 어울리는 브랜드를 절반씩 섞어 지역의 공기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커피는 수많은 이야기를 엮을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앞으로는 제주의 크래프트 콜라, 탄산수 등 다양한 로컬 어메니티를 주제별로 묶어 와디즈에서 구독 서비스 형태의 펀딩으로 선보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는 이미 준비돼 있으니까요.” “오로지 로컬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정책과 관심 필요해” 로컬 브랜드가 지닌 특유의 감성은 지켜내되,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거치며 그 한계를 깨고 전국구 팬덤을 만들어낸 콘텐츠복덕방의 '싱갯물' 프로젝트. 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대표가 선보일 다음 펀딩에서는 또 어느 지역의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샘솟을지 기대감이 생겼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대표는 로컬 생태계를 향한 애정 어린 당부를 덧붙였다. “과거에는 한정된 자원을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해 국가가 성장했지만, 이제는 MZ세대들이 로컬의 독특함과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로컬 콘텐츠들이 가볍게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고,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뤄주는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프라인의 매력을 조금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6.08.28 11:30백봉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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