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맡으면 기분 좋아지나 실험해보니
업무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였을 때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한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경험을 하게 된다. 실제로 커피를 마시지 않고 그 향을 5분간 맡는 것만으로도 불안이나 피로 등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과학 매체인 사이언스 얼럿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쇼와약과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일본약학회 제146년회에서 발표한 데 이어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20대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커피 향이 심리와 생체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분쇄한 원두 20g에 85℃의 뜨거운 물 400ml를 부어 갓 내린 커피를 유리 서버에 담은 뒤, 피험자로부터 약 50cm 떨어진 곳에 놓았다. 피험자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채 방 안 가득 퍼진 커피 향을 맡으며 평소처럼 호흡했다. 실험 결과, 커피 향을 맡기 시작한 지 불과 5분 만에 피험자들의 피로·긴장·불안·혼란·우울·낙담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통계적 비교 검증을 거친 후에도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의 완화 효과는 명확히 유지됐다. 반면 피험자들의 '활력'이나 에너지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커피 향이 기분을 인위적으로 고양시키기보다는,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진정시키는 데 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생리학적 변화 측면에서는 뇌파(알파·베타·세타파) 분석을 통해 계산된 '이완 지수'가 소폭 상승했으나, 생리학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미미한 수준이었다. 심박수나 심박 변동성(HRV)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기분 개선 정도와 뇌파 변화 사이에 정밀한 상관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커피 향이 뇌 속에서 기분 좋은 기억을 자극해 감정을 완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후각이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커피 향이 '따뜻했던 아침', '일터에서의 휴식', '친구와의 대화' 같은 긍정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도 지닌다. 커피 향 없이 5분간 가만히 앉아 있는 무향 대조군이나 타 향료와의 비교 집단이 없었으며, 피험자 수가 20대 대학생 20명으로 한정적이었다. 외신은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는 뇌가 이미 즐거운 '커피 휴식'에 들어갔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