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장난감 보다 '빈상자'를 더 좋아할까
'고양이 집사'들은 빈 상자 안에 든 고양이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비싼 장난감이나 캣트리를 구입해도, 아마존의 빈 상자를 고양이가 더 선호하는 것은 고양이 집사들의 상식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상자를 좋아할까. 이에 과학 잡지인 디스커버(Discover)가 정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고양이가 상자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과거의 연구에서는 보호소의 고양이에게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했더니 고양이의 스트레스 수준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행동학자이자 수의사인 니컬러스 도드 박사는 고양이가 상자처럼 좁은 공간을 선호하는 이유를 "고양이가 어미와 동료에게 기대던 시절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고양이가 상자에 들어가는 것은 정신 건강상 중요한 효과를 갖고 있다. 고양이의 환경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상자와 기타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고양이는 실제 상자뿐 아니라 평면에 존재하는 사각형이나 '가상 사각형' 안에 앉는 것을 즐긴다는 것도 연구로 밝혀졌다. 고양이가 '가상 사각형' 속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CatSquare'를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고양이에 관한 과학적 연구에 대해 디스커버는 "고양이에 관한 연구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양이는 연구 대상으로 매우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자가 지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양이를 연구실로 데려와도 고양이는 연구자들이 하려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돌아다니고 숨거나, 울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에 미국의 뉴욕 시립 대학교의 연구자인 인지 윤리 학자 가브리엘라 스미스 씨는 고양이를 연구실에 데려오는 대신 고양이가 평소 사는 집에서 고양이의 시각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에서는 바닥에 테이프로 사각형을 그리거나 카니자의 정사각형(Kanisza square)이라고 불리는 '가상 사각형'을 그려 고양이의 시각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고양이가 아무것도 없는 곳보다, 평면상의 사각형이나 카니자의 정사각형 위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고양이가 평면의 정사각형과 가상 사각형 안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도드 박사는 "플라시보 효과(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해 환자가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실제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와 같은 것"이라며 "가상 사각형은 안정감과 심신의 쾌적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