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체 한번에 찍는 '하이퍼캐스팅' 도입 박차
현대자동차가 첨단 제조 공법인 '하이퍼캐스팅'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퍼캐스팅은 차체부품을 일일이 용접·조립하지 않고 차체를 한번에 찍어내는 방식이라 제조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여전하다는 것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9천톤급 기가프레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납품 업체는 테슬라에 기가 프레스를 공급한 것으로 유명한 이드라(IDRA)다. 이드라는 1946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업체로 2007년 중국 LK테크놀로지그룹에 인수됐다. 2016년부터 기가 프레스를 만들던 이드라는 2020년부터 테슬라에 초대형 프레스 장비를 공급해 왔다. 지난해에는 9천톤(t) 초대형 프레스 장비를 세계 최초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9천톤 초대형 프레스는 테슬라가 차기 모델 사이버트럭을 위해 제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급 모델이 현대차그룹에도 납품될 예정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는 “이드라 고객 리스트에 포드와 현대차가 포함됐다”며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신 모델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에 납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먼저 이 기가프레사를 연구개발(R&D)용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면서 하이퍼캐스팅을 2026년부터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사가 전기차 원가 절감을 위해 외부 제조 공법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최근 전기차 둔화세에도 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은 지속할 것이라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2일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 EV 데이'를 개최한 자리에서 “전기차가 국내에서 정체되고 있지만 글로벌에선 올해도 35% 성장하고 있다”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내다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전기차 인도량은 41.3% 성장한 870만대로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한번에 차체를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 설비에 주목하고 있다. 차체를 한번에 찍어내면 제조 방법이 단순해지고 비용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대당 가격이 비싼 전기차가 규모의 경제에 들어서기 위한 최적의 제조법인 것이다. 이드라 고객사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포드뿐만 아니라 유럽 주력 완성차 업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와 스웨덴 업체 볼보도 전통적인 제조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035년까지 완성차 업체 80%가 기가 프레스를 이용해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기가 캐스팅이라고 알려진 알류미늄 다이캐스팅 시장이 2030년에는 1천447억4천만 달러(195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가 프레스 설비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단일 차체로 제작된 모듈은 여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고치는 수리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한 제조 컨설턴트의 말을 인용하며 “기가 프레스 제작은 매우 강력한 제품 설계를 요구한다”며 “단일 모듈이 아닌 여러 개 작은 부품으로 구성된 본체를 사용하면 결함을 고치기가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