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등 '원재료 값' 내리는데…식품 가격은 더 올랐다
"원재료 값 떨어졌다길래 장보러 나왔더니, 식품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네요." 교통비, 난방비 등이 크게 올라 가계사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식품 가격까지 계속 오르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치솟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국내 식품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존 식품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원재료 값 상승이 불가피해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그런데 최근 곡물과 육류 등의 원재료 값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가격은 계속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밀가루와 콩 등의 주요 곡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과자와 빵을 만드는 주 원료인 밀의 경우 올해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4.7% 하락한 t당 29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 가격도 안정화돼 가고 있다. 원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구매하는 가공유 가격은 ℓ당 947원에서 800원으로 15.5% 하락했다. 특히 한우 사육량이 증가하면서 1년 전보다 수소는 16.5%, 암소는 13.5%씩 가격이 떨어졌다. 이처럼 원재료 값이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수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 식품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9.8% 올렸다. 2018년 출고가를 6~10% 인상한 지 5년 만이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2L 제품은 1천80원, 500ml 제품은 480원에 판매된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만두, 돈가스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최대 11% 인상했다. 의성마늘프랑크 등 냉장제품 가격도 최대 14%대로 인상된다. 웅진식품에서 판매하는 음료 20종의 편의점 가격도 이달부터 평균 7% 올랐다. 편의점 판매가 기준 아침햇살(500ml)은 2천원에서 2천150원으로, 하늘보리(500ml)는 1천600원에서 1천800원으로 인상됐다. 해태제과도 자가비 등 과자의 제품의 가격을 이달 16일부터 순차적으로 평균 14.8% 올린다. 빵 가격도 인상되는데 파리바게뜨는 이달초부터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내려가긴 했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올라 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용유 등의 가공식품 가격도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초에도 전년대비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5.5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 올라 전월(10.3%)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11.1% 이후 13년9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