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주권' 무심한 정부…규제 프레임서 벗어나야
"검색만 남았는데...AI서 주권 뺏기면 다 뺏기는 겁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챗GPT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을 초청해 한국 스타트업과의 만남을 갖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관까지 직접 나서 행사를 주도했고, 알트먼 CEO는 이 자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내며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이 챗GPT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오픈AI 한국 사무소를 만들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 각종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행사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초대규모 AI 언어 모델이 오픈AI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어 더 그렇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AI 기술이 중요하고, 경제를 회복시킬 원동력으로 꼽히지만, 정치적인 이슈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위축된 상태다. 때문에 이 행사를 바라보는 모든 시선이 다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율규제를 외쳤던 정부는 부처별로 규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전 규제를 외치고 있고,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내 플랫폼 서비스에 딴지를 거는 사이 해외 기업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작 정부만 AI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게 국내 점유율을 서서히 뺏기고 있다. 수년전부터 내부에선 위기를 인식하며 타개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번 꺾인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야 말로 진정한 AI 시대다.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해외 빅테크에게 의존하는 AI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에 국내 기업들도 생존의 기로에 서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구글이 AI 챗봇 '바드'에 한국어를 학습시키고, 오픈AI가 한국 기업들과 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제안하는 등 기술과 데이터를 노골적으로 탐내는 기업들이 많아진 가운데, AI 주권만은 뺏기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초거대 AI 기술을 선보인 대표적인 나라로 미국, 중국, 한국이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 위태롭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는 코GTP2.0을 각각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지만,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내수 플랫폼들이 위축된 틈을 타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가 지원은커녕 온라인 플랫폼 규제만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에 잠식당하지 않은 자체 검색엔진 보유국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나 국회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자가 만난 AI 전문가들은 자국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AI 열사를 자처하며 사명감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사후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예전만 못한 점유율로 플랫폼 때리기만 하지 말고, 국내 AI 생태계가 잘 만들어질 수 있게 지켜봐달라는 얘기다. 그래야 이제 플랫폼 기업들이 잘 만들어진 디지털 기술을 수출하며 국가 경제 회복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국회와 정부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플랫폼 길들이기'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진 국가 간 기술 전쟁에서 공공의 적부터 막아내려는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