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오픈런 사태, 의대 증원으로 해결 안돼
바른의료연구소, 민간 의료를 공공재로 활용해온 정부도 역할 부담해야 최근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대기시간 등으로 이용이 어려워 오픈런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가 인상하고 장기적으로 필수의료의 의사 부족사태 해결을 위해 의사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과대학(의대) 학생 정원는 답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해도 의사가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 윤용선 소장은 “의대정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이다. 소청과 오픈런, 응급실 뱅뺑이 등 필수의료 살리자며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필수의료는 일반의사가 아닌 전문의사이다. 최근 10년간 전문의수 상승률이 인구 증가율 대비 10배 이상 높다. 결국 많은 의사를, 전문의를 배출해도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국가통계포털(KOSIS) 검생을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인구 변화와 전문의사 수 변화, 그리고 필수의료 전문의사 수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필수의료 과로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은 모두 인구 증가율을 상회하는 전문의 증가율을 보였다. 즉 인구 증가율 보다 전문의 수의 증가율이 높다는 것인데 다만, 과목별 이용 환자수나 기본인 모수(의사수)가 인구수 대비 적은 것은 반영(예: 100명중 1명과 1천명 중 1명의 차이)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과목별 전문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의사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용선 소장은 “배출되는 전문의가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에는 전문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문의가 이탈(전문과목이 아닌 다른 피부‧미용 등 다른 과목 진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이탈 원인으로 수가(비용보상), 워라벨(근무시간, 근무형태) 등이 꼽히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분석 기간 인구는 4955만여명에서 5183만여명으로 4.6% 증가한 반면, 전문의 수는 7만3428명에서 10만3379명으로 40.8% 증가했다. 10만명 당 전문의 수도 148.18명에서 199.43명으로 34.6% 증가했다. 최근 오픈런이 벌어지는 소청과는 어떨까. 15세 미만 인구수는 10년 동안 21%가 감소한 반면, 소청과 전문의는 32.7% 증가했다. 15세 미만 인구 10만명 당 소청과 전문의 수는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67.9% 증가했다. 연구소는 최근 소청과 위기와 오픈런 사태는 전문의 수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배경 이외에 저수가에 의한 낮은 수익성,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진료의 법적 부담 증가가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따른 전공의 지원 감소는 수련병원 교수 및 지도 전문의의 과도한 업무량 증가로 이어져 이탈을 야기하고, 중증입원 및 응급치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아동병원 줄폐업, 출퇴근 시간에만 환자가 몰리는 소청과 외래 진료의 특수성, 일부 보호자들의 과도한 갑질 문제도 이탈의 원인으로 꼽혔다. 윤용선 소장은 “소청과 문제는 의사수가 아닌 의료시스템 문제이다. 정상수가와 의료사고 면책 등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야 한다”라며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증원 확대를 이야기하는데 필수의료 전문의는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대정원 확대 효과는 12년~15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의 문제는 시스템을 고쳐야 할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정원 반대가 의사의 기득권이라는 때문이라는 데 일부 의료학자와 표심을 위한 일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주장한 것을 현 정부가 고장난 축음기처럼 다시 떠들어대는 것”이라며 “의료시스템이 망가진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공공재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당연한 듯 하수인으로 활용해왔으면 정부와 공공기관도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청과), 심평관 관련 과를 가지 않는다. 필수의료를 사명감 뿐만이 아니라 진료의사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라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한국은 대학병원에 가지 않아도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다만 개원의 경쟁구조 한계로 피부‧미용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런 의료체계 특성을 국가가 파악하고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데 의사수가 OECD 평균보다 낮아 늘려야 한다는 단세포적 생각은 안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