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기업 투자 물꼬 텄다...B+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중견기업 8%, 중소기업이 16% 적용받던 데 비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에서는 인·허가를 빠르게 처리해준다. 이로써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1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A·B·C로 점수를 매기자면 A라는 답이 많았다. 오죽하면 다른 업계는 '정부가 너무 반도체만 밀어준다'고 볼멘소리를 낼 정도다. 정책 지원에 업계는 투자로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쏟아부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2042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원삼면에 꾸려지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서 1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 공장 4기를 짓겠다던 몇 년 전 발표도 본격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세액공제율 높여 삼성·SK 투자 '물꼬'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삼성전자가 용인에 첨단전략산업단지를 조성하게 했다”며 “당연히 A학점”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 등의) 반도체특별법은 단순히 법안 하나가 통과된 것뿐 아니라 한국 산업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계기”라며 “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던 반도체 산업을 국내로 돌려세웠다”고 평가했다. 양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으로서 이 법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과학 기술 패권을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도 “윤석열 정부 반도체 정책에 A를 주고 싶다”며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민원을 해결하고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도 이끌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어 “반도체 전문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뽑아 꼼꼼하게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 전략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인 이종호 장관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회사 경영진 역시 “윤석열 정부 반도체 정책은 A점”이라며 “SK하이닉스가 몇 년 전부터 나섰지만 지지부진했던 용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게 했고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하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에도 긍정적”이라면서도 “국회가 좀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민·관·학계 전반적으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반도체가 전략적인 국가 안보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관련 정책도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코로나10 팬데믹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에 따른 반도체 수출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이에 따른 정책 지원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쇼크'로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영업이익(6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발표한 바 있다. 소·부·장 국산화, 중소기업 육성 등 가치사슬 생태계 조성 과제 시급 반도체 산업 중 소·부·장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미흡했다(C학점)'는 평가가 주류다. 반도체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낙수 효과를 보려면 소재·부품·장비 자립이 필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율은 현재 약 30%다. 동시에 국가첨단전략기술로 뽑힌 디스플레이가 65%인 데 비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장비 업체의 한 대표는 “중국에 갔더니 한국 지원은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기술만 가져오면 소·부·장 기업에 다 해준다더라”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짓는 반도체 산업단지가 앞으로 국내 공급망에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창한 부회장은 “소·부·장 부문이 과제로 남았다”며 “삼성전자를 뺀 소규모 시스템 반도체 업계 사정은 여전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고 대기업과의 협업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중소기업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향자 의원도 “고급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미래 세대는 기술의 기초가 되는 수학부터 융합 교육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뜻에서 양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B학점 주겠다”며 “반도체 정책은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이 외치는 주권은 기술에서 나온다”며 “TSMC라는 기업 하나로 선진국이 된 대만처럼 한국에도 시가총액이 100조~1천조원 넘는 기업이 5개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단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교육부 등 정부부처가 저마다 반도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한곳에서 조정할 수 있는 민관합동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