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음극재 핵심 '천연흑연' 확보전 치열…"中 의존 탈피해야"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가 흑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배터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보다 대중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탓에 초기 공급망을 쥐지 않고서는 교역 체질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흑연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분류되는 음극재에 사용된다. 큰 범주에서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분류된다. 천연흑연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반면 이를 사용한 배터리는 충전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다. 인조흑연은 코크스(cokes·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고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하는데 가격이 비싼 반면 충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배터리 제조 기업임에도 천연흑연 확보전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호주 흑연 업체인 시라와 천연흑연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천연흑연 2천톤(t)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통상 음극재를 제작하는 이차전지 소재기업이 원자재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적으로 천연흑연을 확보하고 배터리 제작 원자재 공급망 구조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인터네셔널도 탄자니아 소재 '파루 그라파이트'와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천만달러(약 130억원)를 광산에 투자해 향후 25년간 총 75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국내 업계의 경우 배터리 종류에 따라 인조흑연, 천연흑연 음극재를 모두 채택하는 제작 과정을 갖추고 있다. 인조흑연의 경우 원재료부터 제조까지 국내에서 가능하지만 천연흑연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실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천연흑연 수입액 대비 중국 의존도는 약 88%다. 매장량에서도 튀르키예 뒤를 이어 중국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매장량 1위 국가인 튀르키예 보다 전체 수출 물량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중국이 같은해 기준 28만5천522t으로 전세계 천연흑연 수출량 1위 국가를 기록한 반면 튀르키예는 고작 2천543t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튀르키예와 달리 광물 채취부터 제련까지 천연흑연을 가공하기 위한 일련의 설비 과정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수출 역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오는 2025년부터는 외국우려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핵심광물인 음극재를 조달 받아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중국이 외국우려단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종국엔 중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가 천연흑연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