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부족하자 고기 찾았다…원숭이 45개월 지켜봤더니
과일이 부족해지자 도마뱀이나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을 더 많이 잡아먹는 원숭이의 행동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식물성 먹이가 부족할 때 동물성 먹이를 찾는 이러한 행동이 초기 인류가 육식을 시작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따르면 국제 공동연구진은 브라질 북동부 피아우이주의 파젠다 보아비스타에 서식하는 갈기카푸친원숭이 두 집단을 45개월 동안 관찰해 먹이 환경과 척추동물 포식 행동의 관계를 분석했다. 논문은 현지시간(26일) 공개됐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총 5093시간 관찰했다. 이 기간 척추동물을 먹는 행동은 모두 446건 확인됐다. 주요 먹잇감은 도마뱀·도마뱀붙이·뱀·이구아나 등 파충류 136건, 설치류와 주머니쥐 등을 포함한 포유류 97건, 새와 새끼·알 등 조류 34건이었다. 박쥐를 먹은 사례도 2건 있었다. 분석 결과 원숭이들은 과일이 적은 시기에 작은 척추동물을 더 많이 잡아먹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작은 동물이 과일을 구하기 어려울 때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먹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연구 목적으로 사람이 먹이를 제공받은 집단에서는 척추동물 포식률이 낮아졌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수컷이 암컷보다 척추동물을 더 많이 먹었고, 성체가 어린 개체보다 포식률이 높았다. 다만 먹잇감 종류에 따라 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먹는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카푸친원숭이는 먹잇감의 살뿐 아니라 뇌와 내장처럼 부드럽고 영양가가 높은 부위를 먼저 먹는 경향을 보였다. 근육은 작은 조각으로 뜯어 여러 번 씹어 삼켰지만 내장과 뇌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먹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냥이 대부분 협동 사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섭취 전 사냥 장면까지 직접 확인한 사례는 51건이었으며, 먹이를 먹는 장면 대부분은 한 개체가 단독으로 먹는 형태였다. 여러 개체가 같은 먹이를 먹는 경우에는 고기나 뼈 등 먹이 일부를 다른 개체에게 넘기는 행동도 관찰됐다. 연구진이 카푸친원숭이의 식생활에 주목한 이유는 초기 인류의 육식 진화를 이해하는 데 비교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 역시 환경 변화로 식물성 먹이가 부족해졌을 때 작은 동물을 새로운 영양 공급원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후 더 큰 동물을 사냥하는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작은 척추동물을 이용하는 행동이 더 큰 동물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하나의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가설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인류가 고기를 먹기 시작한 이유를 밝혀낸 것은 아니다. 카푸친원숭이는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니며, 현재 살아 있는 원숭이의 행동을 초기 인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를 초기 인류 육식의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 초기 인류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 뼈 등을 다시 분석해 작은 척추동물을 포식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다면, 카푸친원숭이의 행동이 인간 육식 진화의 비교 모델로 얼마나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