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非은행 금융기관 감독 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은행 금융기관 감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은 창립 73주년 총재는 기념사를 통해 “한국은행법에서 금융기관이라 함은 은행만을 의미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국은행 금융망을 통한 결제액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져왔다”며 “은행과의 자금거래 확대로 은행 및 비은행 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비은행의 중요도와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대됐기에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기관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몰리면서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통안채 금리 등이 기준금리와 격차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당시 이 총재는 “과거의 금융이 은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비은행 금융기관 규모도 커졌다”며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시장과 논의해 구조개선도 하려고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창용 총재는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IT기술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챗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부 업무에 적용하여 일상적인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올해는 최근의 지급결제 혁신 흐름에 발맞추어 소액결제시스템을 실시간총액결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하는 데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는 내부경영 측면의 변화도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이 토론문화 확산, 자료공유 확대 등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며 “기존의 '한은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시끄러운 한국은행'을 향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우수한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들어온 직원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사정책도 변해야 한다”며 “명문대 졸업장 하나가 뛰어남을 인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와 관련된 지식이 빠르게진화하고 있으므로 각자가 자기 계발을 통해 전문성을 가질수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직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며 ”'우수한 인재여야 한국은행에 들어간다'는 과거의 평판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은행에서 10년 동안 훈련받은 직원이라면 믿고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말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총재는 실물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주문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이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됐다. 이창용 총재는 “부임 후 1년 동안 급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쉼없이 해결책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측면의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