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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폐지·예산복원 호평, '관료제 극복' 과제…과학기술 A-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2026년 국가R&D 총예산은 역대 정부 최대인 35조 5000억원이다. 지난 4월엔 추가경정예산 787억원이 추가됐다. 과학기술계 입장에서 보면 과기정통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과 예산 증액, 연구성과중심제(PBS) 폐지 등 대체로 정부 R&D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정책 방향은 잘 가고 있다." "디테일한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한계 도전형 프로젝트 등이 미국 제네시스 프로젝트나 미국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벤처마킹했는데, 미국과는 R&D 지원체계나 인력, 예산배분 구조 자체가 다르다. 모양만 흉내 내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과학기술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본 올해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총평이다. 평가 평균값은 A-다. 2년 전과 비교해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극명하게 달랐다.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했던 지디넷코리아 과학기술 총평 점수는 D+였다. 윤 정부 때 단행된 R&D 예산 20% 삭감과 KAIST 입틀막 사건 등은 대한민국 미래 희망을 '삭감하는' 일이라는데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공감했다.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중론이었다. 과학기술 정책 평가에선 R&D 예산 배분의 적합성과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 국가 미래와 함께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허투루 쓰는 돈이 없는지 예산관리나 지원체계도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한다. 이를 면밀하게 판단하기 위해 지디넷코리아는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대안을 제시해 온 과학기술계 최대 NGO '바른과학기술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대표 모임인 '출연연과학기술인총연합회'(연총), 대학과 출연연 연구자들이 함께하는 '한국기술혁신학회' 등의 의견을 들어봤다. 또 연구현장 중심으로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제시해온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공공과기노조)과 기업입장에서 기술사업화 관점을 타진하기 위해 재스위스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S)를 이끌었던 인물과 최근 국가R&D 체계와 비R&D 체계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논리로 관심을 끌고 있는 과기정책 전문가 의견을 취합했다. 국방예산 대비 절반 넘는 35.5조원이 대한민국 미래 설계비 국가R&D예산 35조 5000억원은 올해 나라살림 총 예산 728조원의 4.89%에 해당한다. 국방비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올해 국방 예산은 66조원이다. 과학기술 예산 중 가장 큰 항목은 R&D다. 이재명 정부는 이 R&D 체계에 엄청난 변화를 줬다. 부총리제 도입과 PBS 단계적 폐지다. PBS가 폐지되면 지난 1996년 처음 도입했던 과학기술계 R&D 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단순히 연구 수행자의 인건비를 정부가 해결하는 예산집행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R&D 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과 관리 체계 변화까지를 모두 내포하는 R&D 혁신 그 자체다. 그만큼 의미가 크기에,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조승래 의원이 직접 발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산하기관 24개)는 올해부터 전면폐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기관 23개)는 단계적 폐지 방안을 밝혔다. PBS 폐지 파장은 연구자 보수체계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출연연 보수계연구개발능률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연구지원인력과 연구자간 갈등도 촉발됐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보수체계 밑그림을 쥐고, 현재도 공개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부총리제 전격 도입…과학기술, 국정 중심축으로 이동 이재명 정부는 또 노무현 정부 때 시행했던 과학기술 부총리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 조치에는 세계가 펼치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이 국정 변두리에서 중심 축으로 이동했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안준모 과실연 상임대표는 이재명 정부 지난 1년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역대 최대인 국가 R&D 예산 35조 5000억원을 과학기술에 투자한 점과, 그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R&D 적기투자의 큰 걸림돌이었던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안 상임대표는 또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국제협력 강화, 연구자 자율성 확대, 인재육성 프로그램 강화 등 꾸준히 추진해야 할 정책을 안정감 있게 끌어온 것도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정부 과기정책 전반에 평점 A-를 줬다. 그럼에도 만점을 주지 못한 이유로 "AI 분야에 비해 눈에 띄는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이 별로 없다는 점과 정부에 과학기술 이해도가 높은 정무직 관료가 많지 않다는 점, 과학기술 중심의 정책적 의사결정이 많지 않은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상임대표는 또 "앞으로 과학기술이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ARPA형 R&D를 위한 근본적 법제도 개선과 실효성 있는 범부처 과학기술 정책 기획과 조정, 수많은 계획에 대한 정합성 점검, 추적 모니터링, 기술규제에 대한 과감한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수 연총 회장도 현 정부 과기정책에 대해 평점 A-를 줬다. PBS 구조적 해결·연구자 처우개선은 과도기적 진행형 김 회장은 총평에서 "지난 정부에서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규제 혁파와 예산 정상화가 이루어졌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현장 핵심 현안인 PBS의 구조적 해결과 연구자 처우개선에서는 아직 과도기적 불안과 한계를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 2년 차에는 연구자 사기 진작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평점을 이같이 준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확립한 점 ▲국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R&D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확인 ▲R&D 예비타당성조사 및 과제평가 등급제 폐지 ▲연구비 자율성 대폭 강화 및 회계연도 일치제 폐지, 행정서식 90% 간소화 등 규제 혁파 등을 꼽았다. 이외에 지난 정부에서 원성을 샀던 기초연구 분야에서 안전망을 재구축한 것과 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 및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보 공개 및 소통 정착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김 회장은 (가칭) 연구개발 지원 구조 개편 영향평가와 상시 수행체계 구축을 제안하며, 다소 아쉬운 점으로 이를 거론했다. 과기정통부가 PBS 폐지 대안으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임무중심형 전략연구단 사업에 대해선 '현장 연구자 의견 반영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 정권 2년 차인 올해는 연구자 정년 61세에서 65세로의 환원 및 역차별적 임금피크제 폐지, 합리적 급여 인상 등을 포함한 연구자 사기 진작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외에 김 회장은 "기관장 선임이나 공통행정 전문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운영 등 중요 의사결정 구조에 현장 연구자 의견을 반영할 '평의원회'와 '연구자협의회' 체제와 제도 구축도 필요하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이들 정책이 적극 수용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기정통부 굵직한 과기정책 매달 쏟아내…성과 홍보도 치열 과기정통부는 올해 들어 과학기술 혁신안을 매달 쏟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인이 바라봐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전례없이 '목숨 걸고' 기획안을 만들어내고, 성과홍보전을 펴는 양상이다. 그동안 내놓은 AI를 제외한 과학기술 분야 주요 정책을 시계열로 돌려보면, ▲글로벌 AI 인재 양성 비전 ▲연구비 자율사용 비목(10%) 신설 ▲간접비 규정 네거티브 전환 ▲행정서식 90% 이상 간소화 ▲대학 연구시설 및 장비 공동활용 ▲국가연구개발 예산심의에 특화AI서비스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이후 대안 ▲국가전략기술 체계 고도화 방안 ▲국가표준기본계획 ▲지방주도 과학기술 혁신안 ▲R&D 사업화 시스템 고도화 전략 ▲선도형 R&D 투자전략 ▲과학기술 인재확보 전략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안 ▲K-문샷 추진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에서 과기정책을 제안하고, 끌어온 이광오 정책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과기정책 평가에 대해 과실연이나 연총의 긍정평가와 꿰를 같이 하며, 그럼에도 ▲연구현장 중심 정책 수립 및 제도화 미흡 ▲부처 칸막이 제거 및 범부처 총괄 운영 체계 강화 필요성 ▲AI 정책의 부처별 파편화 해소와 생태계 구축 정책 필요 ▲NST 혁신가 거버넌스 개편 등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광오 정책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1년을 맞아 과기정책은 전략적 방향 설정과 과감한 재정 투입 면에서 올바른 방향 설정을 했다"고 평가하며 "다만, 정책의 세부적인 실행단계에서 정부와 NST의 일방적인 연구행정 전문화 추진이나 전략연구사업 설계 등 관료주의적 모습을 탈피하지 못해 연구현장 신뢰를 잃었다. NST의 근본적인 혁신 등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해야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가대표 R&D 선수로 역할 재정립해야 평소 '선언적 정책보다 디테일한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과기정책 실행'을 주문해온 김태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연구원은 현정부 정책에 대해 가장 박한 B 학점을 줬다. 김 수석은 "PBS 폐지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가대표 R&D 선수'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과학기술과 관련한 법률 5개(과학기술기본법,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연구개발성과평가법, 과기출연기관법, 국가전략기술육성법)의 개정과 정부조직상 출연연의 관리주체를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이관하고 국가 R&D 기획과 수행의 중심축 역할을 제안해온 과기혁신론자다. 이 같은 평점을 준 이유에 대해 김 수석은 "출연연 PBS 폐지 노력은 매우 중요한 실적이다. 그러나 정부부처별 칸막이 해소 및 과학기술컨트롤타워 구축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며 "여전히 선언적 정책이 지배적이다. 디테일하게 봤을 때 관료제 극복을 위한 혁신정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과기정통부가 AI 활용 과학기술혁신 가속화 및 국가적 미션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K-문샷이나 보건복지부 'ARPA' 프로젝트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DARPA 벤치마킹도 좋지만, 한국형 R&D 지원 방식 찾아야 미국 제네시스 프로젝트나 DARPA를 벤치마킹해서 한계 도전형 R&D를 수행하는 것은 좋으나, 미국 조직체계와 지원 및 관리 체계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우리만의 지원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수석에 따르면 DARPA는 전체 250명 규모로 6개 기술분야에 100명의 PM(핵심기술전문가)이 3~5년의 임기재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예산·계약·감사 등의 행정 업무를 당담하는 나머지 150여명은 정규직 늘공(늘상 공무원)이다. PM 권한과 책임(이해충돌과 연구윤리)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프로젝트 기획·선정·관리 업무에 늘공은 관여하지 못한다. PM의 프로젝트 관리 지원을 위해 국방부가 계약한 민간 지원 조직인 SETA는 1000여명의 기술전문가가 PM을 지원한다. SETA 인원의 선발 및 해지는 PM이 결정한다. PM을 선발하고 프로젝트를 최종 결정하는 기관장과 부서장도 임기제 기술전문가 로 어공이다. 늘공 관료집단에 의해 시작과 끝이 항상 결정되는 우리와 결정적 차이점이다. 김 수석은 "출연연 PBS 폐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연연의 국가 과학기술 생태계 혁신 동력으로의 역할부여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은 또 “이렇게 목표가 부실한채로 몇 년뒤 출연연 성과부실을 문제삼아 PBS회귀 주장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출연연 PBS폐지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출연연의 국가적 역할에 대한 정립”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성과 사업화 및 산업 정책과 관련해서 권기석 한국기술혁신학회장(국립한밭대 공공행정학과 교수)은 "현 정부가 AI 패러다임에 부응한다는 측면에서 평점은 A0"라며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계기를 마련한 점을 평가한다. 다만, 향후 시스템 제도 개혁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심임보 엠아르오디펜스 부사장은 "과기정책은 기술사업화 측면에서 잘 되고 있으나, 기술성 검토 등을 위한 전문가 그룹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평점 A0를 줬다. 이번 평가에서 최고 점수다. 심 부사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신경망처리장치(NPU) 도입 권고를 예로 들며 "1순위로 국내 NPU를 쓰도록 지정해 놨으나, SW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며 "기술성 검토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다. 디테일한 부분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2026.06.04 10:23박희범 기자

인식 개선 노력 지속, 정교한 실행력·AI 대책 미흡…게임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이한 국내 게임 산업은 신기술 융합을 통한 미래 성장 가능성과 규제 공백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게임을 사행성 오락이 아닌 전략 산업이자 인공지능(AI) 플랫폼 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인식의 변화는 큰 성과로 꼽힌다. 대선 공약의 큰 틀을 유지하며 현장과의 소통 의지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처 간 엇박자와 실효성 없는 세제 지원, 제도적 디테일 부족은 현장의 체감 변화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게임법 개정과 웹3 생태계 육성 등 굵직한 과제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력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6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재명 정부 1년 게임 정책 평가'에서 학계, 협회, 현업 전문가 5인은 평균 B학점 수준의 점수를 내렸다. '게임은 문화'라는 국정 철학의 정립과 AI 바우처 지급 등 미래 가능성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정교한 세제 진흥책과 AI 저작권 가이드라인 마련 등 행정의 디테일 보완이 과제로 남았다. 게임 세제 지원 논의 헛바퀴...진흥 엇박자에 업계 한숨↑ 정부와 정치권 전반에 걸쳐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정부가 AI 대전환을 전면에 내걸면서 게임을 핵심 기술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점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실질적인 진흥책이자 AI 기술 투자의 마중물이 될 제작비 세액공제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상, 웹툰 등 타 콘텐츠 산업이 세제 지원 혜택을 받는 것과 비교해 K-콘텐츠 수출의 중추인 게임만 배제돼 형평성 논란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현재 게임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게임법 전면 개정안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며 "밖에서 보기에는 정책 추진이 다소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부에서는 서서히 담금질을 해가며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법안 개정에 따라 AI 시대에 걸맞은 영상이나 웹툰 수준의 세제 지원책이 충분히 뒤따를 것이라며 진흥 의지에 기대를 드러냈다. 긍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주무 부처와 예산 부처 간의 고질적인 엇박자가 진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국회에서는 세제 지원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예산을 쓰고 세수를 거둬야 하는 기획재정부 차원에서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어 부처 간 협의가 더디다"고 분석했다. 김정태 국가 AI전략위원회 자문위원은 이 문제를 행정부 내의 리더십 공백으로 보았다. 김 위원은 "문체부를 제외한 타 부처들이 여전히 게임을 과거의 사행성 오락 연장선으로 접근하는 시각에 머물러 있다"며 "AI 대전환 환경에서 콘텐츠 산업 내 게임의 수출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를 고려한다면 청와대 컨트롤타워를 통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AI 고도화를 위한 전방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업에서의 경영 위기감은 크다. 한 중소게임사 대표(이하 A 대표)는 "게임은 콘텐츠 산업 중 상시고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고부가가치 업종인데 세제 지원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며 "매출 변동성이 극심한 중소 개발사들은 단돈 몇억 원의 자금이 없어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산업의 속도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병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정부의 시각 자체가 전임 정부의 규제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유 회장은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내의 엇박자로 논의가 겉도는 것은 여전히 게임을 기술 중심의 산업 육성 관점이 아니라 게임 중독, 사행성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확률형 아이템·해외 대리인 제도, 취지는 긍정적...실효성 논란에 역차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테두리가 마련된 점에서는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AI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등 기술적 대응 체계를 확립해 나가는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제도의 취지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과 높은 의무 기준 탓에 오히려 국내 기업의 손발만 묶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성익 협회장은 제도 시행 이후의 부실한 집행력을 꼬집었다. 황 협회장은 "해외 대리인 지정 제도가 본격 가동됐음에도 아직 처벌이나 적발 1호 사례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국내법을 무시하는 해외 게임사들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이 역차별당하지 않도록 처벌 기준과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병준 학회장은 근본적인 규제 무용론을 제기했다. 유 회장은 "지난 20년간 정부는 해외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규제를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만 규제를 하는 것은 계속 역차별과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을 유지하는 꼴"이라며 동등한 경쟁을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태 위원은 플랫폼 사업자와의 연대 책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은 "스팀이나 구글, 애플을 통해 유통되는 해외 게임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대리인 미지정 및 확률형 아이템 허위 표기 적발 시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외 게임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대리 이행하도록 플랫폼 연대책임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우회 서비스 등 규제 회피 수단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현장의 기준 정비 요구가 거세다. A 대표는 "현재 해외 대리인 의무 지정 대상 기준이 매출 1조원 등으로 너무 높게 잡혀 있어 실제 위반 사례의 다수인 중소 해외 게임사들은 대부분 그물을 빠져나간다"고 짚었다. 그는 사전 검증 대신 사후 적발 시 매출 기반으로 과징금을 무겁게 매기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꼬리 무는 IP 소송전...가이드라인 부재 속 피로도 극심 최근 게임업계를 뒤흔든 '리니지 라이크' 저작권 소송전과 '다크앤다커' 사태 등은 K-게임의 글로벌 IP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다만 이러한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피로도는 극심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단순한 사적 다툼으로 치부해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홍 학회장은 정부의 선제적 역할론을 강력히 폈다. 이 회장은 "IP 분쟁을 업계 자율에만 맡겨 스스로 보호책을 만들어 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생성형 AI 시대에 있어서는 데이터 학습과 소스 활용 측면에서 더욱더 민감한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저작권 라인을 충분히 형성시켜 주는 등 정책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준 학회장 역시 투자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현재 법원의 판단마저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게임 산업의 가치에 IP가 중요한 만큼, AI 전환기 산업으로서 투자가치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정책적, 산업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중재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정태 위원은 더 구체적인 행정 기구 마련을 주문했다. 김 위원은 "게임 저작권 보호의 법적 기반 없이 성장해온 부작용이 속속 수면 위로 올라오는 셈"이라며 "정부의 리더십 하에 게임 장르·UI·시스템의 저작권 보호 범위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문체부와 특허청이 서둘러 준비하고, 가칭 '게임 IP 전문조정위원회 TF'를 꾸려 중소 개발사의 소송 법률 지원 펀드 조성 등 생태계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행정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팽팽하다. 황성익 협회장은 "IP 관련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규제하기보다 시장의 논리로 봐야 할 영역"이라며 선을 그었다. 섣부른 강력한 규제보다는 여러 업계의 의견 청취가 우선이라는 신중론이다. 현장에서도 시장 자율성에 무게를 두었다. A 대표는 "국가가 직접 규제에 나서면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일만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그랬듯 시장에서 사적인 소송을 한두 차례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기준이 정리될 것이라며 정부가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육성한다며 P2E 불허...웹3 정책 모순 심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육성하려는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인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독 게임 분야의 P2E 및 웹3 게임에 대해서는 전면 불허 입장을 고수하는 모순적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기술 융합을 통한 AI 대전환 생태계와 가상자산 플랫폼에서 게임만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홍 학회장은 글로벌 트렌드와의 격차를 경고했다. 이 회장은 "지구의 모든 문명의 방향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로 가고 있다"며 "그 접점에서 파생되는 NFT와 블록체인은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척도이자 AI와 시너지를 낼 신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신기술을 외면한다면 K-게임은 뒤질 수밖에 없으므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병준 학회장 역시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꼬집었다. 유 회장은 "이 부분도 역시 게임을 사행산업으로 보는 시각에서 정부 정책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며 "사회적 보호 측면이 있기는 해야겠으나, 세계적 추세와 산업의 글로벌 사업을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전향적인 시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위원은 실기를 우려했다. 김 위원은 "토큰과 가상자산 거래는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대선 후보 때부터 P2E 게임 반대 의지를 표명해 왔다"며 "그러는 사이 웹3 게임 시장의 주도권은 해외 기업에 통째로 넘어갔고, 이 부분은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관련이 깊어 평가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다소 복합적이다. 황성익 협회장은 "사실은 열어줘도 지금 웹3 시장 자체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며 P2E도 그렇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웹3 시장이 많이 없어진 상황이라 결과적으로 보면 국내 규제가 선방했다고 할 수도 있다"는 역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A 대표는 선행 과제의 해결을 주문했다. 그는 "사행성 우려와 가상 아이템의 재산권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탓이 크다"며 "한쪽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가상자산을 육성하면서 유독 게임 P2E만 막는 건 분명 모순으로 비치지만, 가상자산 기본 정책이라는 선행 과제들이 먼저 풀려야 게임 P2E도 제대로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머슴'이 된 AI 기술...제도적 골든타임 사수해야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AI 대전환'은 게임 산업 현장에서도 제작 효율성 향상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의 발 빠른 AI 바우처 지원 등 실질적인 비용 보조 정책은 중소 게임사들의 고질적인 개발비 부담을 덜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활용 속도에 비해 AI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과 권리 주체 설정 등 법적 가이드라인은 심각한 공백 상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홍 학회장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의적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노동시장의 구조적 균열을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AI는 인류가 수백 년간 축적해 온 지식 및 데이터라는 공공자산을 학습해 탄생한 '머슴'과 같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방치할 경우 안방을 내어줄 수 있으므로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과 룰을 정비하는 '디지털 가법(家法)'을 정부가 선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태 위원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도입을 주장했다. 김 위원은 "게임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혼란이 시작됐다"며 "인간의 창작적 기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만 저작권을 인정하는 귀속 기준을 명문화하고, 소비자가 AI 생성 콘텐츠 비중을 알 수 있도록 공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학습 데이터 관련 보상 체계도 시급하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A 대표 역시 가이드라인 수립의 시급성에 동조했다. 그는 "이미 규제로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며, 해외에서는 AI 활용 작업물이라도 인간의 창작적 개입과 통제가 명확히 입증되는 범위에서는 저작권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중요한 건 이분법이 아니라 그 과정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어떻게 담겼는지를 가려낼 기준을 신속히 세워 기업의 불확실성 부담을 줄이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유병준 학회장은 "현재 방향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기업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되 네거티브 규제 시각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만 조율하고 무리하지 않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대조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황성익 협회장은 AI를 규제의 대상이 아닌 '재미 혁신'의 도구로 규정했다. 황 협회장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AI 챗봇 서비스 '제타'일 정도로 AI 자체가 게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정부는 바우처 등 인프라 지원에 집중하고, 게임사들은 AI를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틱톡이나 유튜브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장르 혁신과 재미 창출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 1년의 게임 정책은 '의미 있는 방향성 정립'과 '실행력의 과제'라는 명암을 동시에 남겼다.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무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게임을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닌 'AI 시대의 핵심 플랫폼 산업'으로 굳건히 지원할 때 K-게임의 진짜 성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2026.06.01 13:46정진성 기자

미래차 전환 물꼬 텄지만 체질 개선은 과제…자동차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간의 자동차 산업 정책을 평가한 결과, 전문가들은 평균 B+ 수준의 성적을 부여했다. 미래차와 자율주행 중심 산업 전환 방향성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공급망 재편과 인재 확보, 부품업계 체질 개선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미래차 초기 시장 조성과 산업 전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인정받았지만, 정책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 3인을 대상으로 친환경·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조성, 산업 클러스터 및 부품 공급망 재편, 노동·고용 정책 등 3개 분야를 평가한 결과, 이항구 평택대학교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평균 B-,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고위 임원은 B,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CSO)는 A-를 각각 부여했다. 이를 종합한 전체 평가는 B+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친환경 분야에서 2030년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과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목표로 국산차 중심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고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는 V2G 기술 실증을 비롯해 ▲배터리 교환 서비스 규제 완화 ▲수소 고속도로 구축 ▲K-UAM 실증사업도 병행했다. 산업 정책 측면에서는 전북 새만금을 이차전지 및 미래 모빌리티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세제·인프라 지원을 추진했다. 자율주행 실증구역 확대와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정책도 함께 시행했다. 노동 정책에서는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논의를 추진하는 한편 전동화 전환에 따른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직무 전환 및 재교육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미래차 전환 정책은 호평…공급망 재편 평가는 엇갈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자율주행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미래차 산업 육성 방향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정책이었다. 친환경·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조성 정책에 A를 부여한 유민상 상무는 정부의 광주 200대 규모 자율주행차 운영 사업을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광주 200대 자율주행 사업은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서비스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전환점"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백~수천 대 규모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운영 데이터와 상용화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확충을 골자로 한 친환경 및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정책 역시 대체로 긍정 평가를 받았다. 해당 분야에 B를 부여한 완성차 업계 고위 임원은 무공해차 구매 보조금 개편과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 정책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래차 전환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기대보다 둔화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산업계에 일정 수준의 완충 역할을 했다"며 "전기차 부품산업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면 이항구 특임교수는 같은 항목에 B를 부여하면서도 정책 실행 단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비해 구매 보조금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래차 전환 정책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분산 추진되면서 실제 현장에 있는 지방 중소 부품사들의 전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클러스터 육성과 부품 공급망 재편 정책은 이번 평가 항목 가운데 전문가 간 시각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분야였다. 이 특임교수는 해당 분야에 C를 부여했다. 그는 "연구개발 인력과 연구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 기반 산업 클러스터 역시 연구개발 기능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연기관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업계 임원은 새만금 이차전지 및 미래 모빌리티 특화단지 정책에 B를 부여하며 공급망 재편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급망 재편 분야에 B를 부여한 유민상 상무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 상무는 "공급망 재편의 핵심은 기존 부품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실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연구개발과 실증,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한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 정책 평가는 무난…미래차 인재 확보는 숙제 노동 및 고용 정책은 상대적으로 평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세 전문가 모두 B 수준의 점수를 부여했다. 이 특임교수는 주 4.5일제가 노동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원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계 고위 임원 역시 고령화 대응에는 의미가 있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유민상 상무는 노동 정책 논의를 단순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인재 확보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래차 산업 경쟁력은 AI·소프트웨어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며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직접 임금 경쟁을 하기 어려운 만큼 스톡옵션과 연구개발 지원 등 인재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 자동차 정책이 미래차 산업 전환의 물꼬를 트고 자율주행·전동화 분야 초기 시장 조성에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 부품업계 전환 지원 등 산업 체질 개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2026.05.31 08:50김재성 기자

디지털자산 제도화 "공론화 진전, 법제화는 제자리"…디지털 금융 B-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디지털자산이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제도화되며 디지털금융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역시 정부와 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과 지방선거 일정 등이 맞물리면서 입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와 학계, 법조계 전문가 6인은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에 평균 B- 학점을 매겼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자산을 단순 투기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제도권 논의 테이블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다만 개별 규제 쟁점에만 매몰된 나머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청사진 제시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는 접근”이라는 평가와 함께,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일본·홍콩 등 주요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법 공회전”…최저점 준 업계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정부 디지털금융 정책에 대해 입법 지연을 이유로 가장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을 내걸고 경제성장 전략에 담는 등 의지는 표명했지만 실제 이행은 부족했다”며 “현재로서는 토큰증권(ST) 관련 국회 통과 정도만 채점 가능한 수준”이라며 학점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단계라는 의미다. 특히 1년 가까이 이어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은행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두 가지 쟁점에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은 B+를 부여하면서도 “금융당국이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고집하면서 정부안 발의가 미뤄지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규제 흐름에 맞춘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 육성보다 통제”…시장 현실 외면 지적도 학계에서는 정부가 디지털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여전히 '육성'보다 '통제'에 기울어 있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B-를 주며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보다 개별 규제 중심 논의가 먼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도가 시장 진입과 사업 모델을 제한하는 장치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8월 20일 시행 예정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꼽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거래소를 대상으로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 보고와 트래블룰 적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는 사실상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사실상 대량 보고 체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소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반복적 고객 확인과 거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현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나 시행령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기보다 기존 금융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C 학점을 매겼다. “정부, 산업 관점 변화” 긍정적 평가도 반면 정부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 논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정부와 여당 모두 높은 관심을 갖고 법률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A-를 매겼다. 황석진 교수는 “과거에는 가상자산 정책이 자금세탁방지나 투자자 보호 중심 규제 논의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넓은 범위에서 정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하며 B+를 줬다. 그 중 지난 1월 토큰증권 도입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토큰증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라며 “수년간 공전하던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처음으로 입법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진 사례도 언급됐다. B+를 준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을 취급하는 기업이 벤처기업 인증을 받지 못하던 문제가 시행령 개정으로 해소됐고,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이전업무 개념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금융 회사 입장에서 외국환거래법이 가장 큰 규제 리스크 중 하나였는데, 이번 개정안 의결을 시작으로 향후 입법 공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시적 관점 입법 고민은 숙제 전문가들은 거래소 중심 규제를 넘어 디지털자산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커스터디(수탁), 스테이킹, 토큰화 자산, 법인 대상 서비스, 기관 투자 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 사업 모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선 2017년부터 이어져 온 '금기' 수준의 당국 규제 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당부가 이어진다. 어떤 법령에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금융권의 가상자산 투자 금지 가이드라인인 '금가분리'와 한 개 거래소에는 한 개 은행의 실명계좌만 발급받을 수 있다는 '1은행-1거래소'가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로 꼽힌다. 김민승 센터장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외한 관련업이 사실상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취급돼 왔다”며 “이 전제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한 '한국형 규제 모델'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은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홍콩 등 주요국 규제 프레임워크 성과와 경험을 발행사로부터 직접 청취해 국내 환경에 맞는 모델 설계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 늦어지면 금융 주권 흔들릴 수 있어”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 입법 지연이 산업 경쟁력 문제를 넘어 금융 주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환 변호사는 “금융시장이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책적 대비가 없다면 우리나라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디지털자산을 어떤 관점으로 보든 디지털금융에 대한 포용적 정책과 사안별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교수 역시 “국내 제도 경쟁력이 부족하면 국내 사업자의 성장 기회나 투자자의 선택권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예로 들며 “한국이 이 흐름에서 뒤처질 경우 국내 기업과 이용자는 해외 플랫폼과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에 더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혁신과 안정 균형을 맞춰 신속하게 입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6인의 공통 의견이다. 차상진 변호사는 “제도가 정비되면 기존보다 이용자가 위험해지긴 쉽지 않다”며 “따라서 약간은 혁신에 무게감을 두고 입법해도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2026.05.29 11:06홍하나 기자

"대형마트 규제 개선, 실행은?"…유통 B 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2012년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 재추진되면서 업계의 오랜 숙원인 공휴일 의무휴업·새벽배송 제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형마트 심야 영업 제한 완화와 의무 휴업 규제 자율화 등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실행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완화 등을 논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침체된 대형마트 산업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개정 후 14년 숙원 현행 유통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2012년 개정됐다. 대형마트는 공휴일에 월 2회 의무휴업해야 하고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영업이 제한된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하다.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은 2021년부터다. 당시 유통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당시 야당은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며 논의가 무산됐다. 논의가 재개된 것은 지난 2월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유통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 점포(SSM) 영업시간 제한과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을 지정하도록 규정한 유통법 제12조2 개정을 집중 논의했다. 다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의는 멈춰섰다. 전통시장·소상공인 단체들이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 시작은 의미”…총 평점 B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존과 달리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한 점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았다. 이종우 남서울대 교수는 정부 유통 정책에 대해 B 학점을 주며 “13~14년간 유지된 규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보다 박한 C 학점을 부여했다. 그는 “새벽배송 허용 등 논의는 있었지만 실제 진전된 부분이 없다”며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서 법개정이 원위치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유통학회 사무국장인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A 학점을 줬다. 조 교수는 “이번에는 정부 주도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던가, 각계 의견을 듣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다”며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고 완화할 부분은 조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논의가 멈춘 가장 큰 배경으로 정치권의 표심 부담을 꼽았다. 특히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단체 반발이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전통시장·소상공인 단체는 지역 정치에서 영향력이 크다”면서 “객관적 정책 판단보다 표를 의식한 정책 추진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적은 쿠팡”…공휴일 의무휴업 폐지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규제 체계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경쟁 상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쿠팡·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핵심 경쟁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의 적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지금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쟁 상대는 대형마트보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의무휴업 규제 개선이 꼽혔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네이버쇼핑이나 쿠팡은 공휴일에도 배송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교수 역시 “현재처럼 의무휴업을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휴무일은 대형마트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영업시간에 대해서도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대형마트의 핵심인 일요일 영업을 푸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더 늦게 열고 더 늦게까지 영업하는 등 획일적으로 규제하지 말고 상권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끔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만으로 반등 어려워” 다만 규제 완화만으로 대형마트 산업이 다시 성장 국면으로 돌아서긴 어렵다는 평가다. 소비 패턴 변화와 온라인 전환이 이미 진행됐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대형마트는 원래 낮은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는데 최근에는 체류형 매장과 인테리어 중심 전략으로 비용 구조가 높아졌다”며 “다이소나 코스트코처럼 본업 경쟁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는 반등보다 생존을 돕는 성격이 더 강하다”며 “결국 쿠팡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과 가격 전략을 만드는 업계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05.28 09:46김민아 기자

'이미 온' 자율주행 시대...모빌리티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정부가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교통 전환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정책 무게 중심은 여전히 플랫폼 규제와 기존 운송업계 갈등 조정에 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수요응답형교통(DRT) 등을 망라한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발표하며 미래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쏘카 등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차량 운영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 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사이, 제도는 택시·렌터카 등 기존 업역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유상운행 기준, 사고 책임 및 보험 체계, 운영사업자 제도 등 실제 사업화에 필요한 세부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규제 논의를 넘어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본격적인 산업 육성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플랫폼 규제는 빨랐지만…산업 육성 '물음표'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변화는 플랫폼 규제 강화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가맹택시의 배회영업 수수료 부과를 금지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개정안은 플랫폼 가맹사업자가 가맹 호출 앱을 통한 영업 외 운임에 수수료 등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따라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에서 앱을 통하지 않은 운행 매출을 수수료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수정했다. 소비자와 택시기사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조치라는 시선도 있지만, 이번 조치가 플랫폼 사업모델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앱 호출과 배회영업, 다른 호출 앱을 통한 영업 매출을 어떻게 구분해 정산할지, 플랫폼이 제공하는 배차 시스템이나 고객관리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지 등 후속 쟁점이 남아 있어서다. 특히 택시 공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나 심야 시간대에는 기사들이 플랫폼 호출보다 배회영업을 선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없는 영업 방식으로 기사들이 이동할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앱 호출 성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업계에서는 규제와 산업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는 것과 별개로, 사업자가 배차 효율화, 서비스 품질 관리, 데이터 기반 교통 최적화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은 이미 택시 호출을 넘어 주차, 대리운전, 카셰어링, 물류, 자율주행 등 여러 갈래로 확장되고 있다”며 “그런데 제도 논의는 여전히 기존 운송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수수료 갈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로드맵은 냈지만…현장은 아직 시범구역 정부가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은 AI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UAM·드론 ▲탄소중립 모빌리티 ▲일상 모빌리티 ▲모빌리티 기반 도시·공간 등 5대 분야를 혁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로드맵과 실제 서비스 사이의 간극이다. 업계는 자율주행 서비스는 기술 개발만으로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증 구역 확대, 사고 책임 기준, 보험 체계, 원격 관제 기준, 데이터 활용 규칙, 지자체 인허가 등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려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 돈을 받고 운행할 수 있는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 일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체 기술 기반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평일 심야 시간대 카카오T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으며,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자율주행 서비스 운행 가능 구역 안에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T 안에서 자율주행차를 부를 수 있게 됐다는 점만 보면 상용화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이용 조건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실증 성격이 짙다. 자율주행차가 일반 택시처럼 도시 전역을 자유롭게 운행하기보다는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제한된 구역 안에서 초기 서비스가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책임·보험·운영사업자 제도화가 핵심”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관련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탁세현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자율주행 상용화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국토부가 이미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많다”면서 “책임 문제나 보험 문제 등은 로드맵에 포함돼 있고, 이 부분이 정리되면 제도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탁 박사는 자율주행 상용화 과정에서 사고 책임, 보험, 운영사업자 제도화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무인 자율주행차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국토부가 사고책임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보험 역시 사고 원인에 따라 구상권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탁 박사는 자율주행차를 실제 서비스로 운영할 주체를 제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자율주행차 제작사는 차량을 판매하려 하지만 직접 운송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렵고, 기존 운송사업자는 자율주행차 운영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기업과 기존 운송사업자 사이에 운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를 관제하고 운영할 수 있는 별도의 운영사업자 영역을 제도화하고 면허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새로운 운영 주체가 책임과 보험의 주체가 되고 IT 역량까지 갖추게 되면 상용화 과정의 여러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범운행지구 확대 과정에서는 지자체별 편차가 변수로 꼽힌다. 현재 자율주행 서비스는 특정 시범운행지구 안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서비스 지역을 빠르게 넓히려면 지자체가 운행지구 지정과 변경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지자체별 전문성과 행정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탁 박사는 “기존에는 시범운행지구 지정과 변경을 국토부 승인 사항으로 처리하다 보니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를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넘기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잘하겠지만 다른 지자체는 행정력과 전문성에서 편차가 클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통해 지자체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율주행 시대, 업역 중심 규제 재편해야 자율주행 상용화가 본격화하면 기존 운송업역을 기준으로 한 제도 체계도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모빌리티 제도는 택시, 렌터카, 카셰어링, 대리운전 등 업역을 구분해 관리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단계에 이르면 택시와 렌터카,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계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모빌리티 정책에 대해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기존 운송업역을 전제로 한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태우고 이동한 뒤 돌아오는 구조가 되면 택시인지 렌터카인지 기존 기준으로 나누기 어렵다”며 “정부가 택시와 렌터카의 경계가 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 빨리 제시해야 기업도 예측 가능성을 갖고 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 변호사는 현행 제도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국내 운수 서비스는 오랜 기간 택시와 버스 중심 구조에서 크게 바뀌지 못했다”며 “자율주행 시대에는 렌터카와 택시, 차량공유 서비스가 서로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역별 규제보다 이용자 편익과 안전 기준 중심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개인 간 차량공유와 보험 제도 정비도 향후 과제로 꼽았다. 구 변호사는 “개인이 보유한 차량을 쓰지 않는 시간에 빌려줄 수 있다면 차량 보유 대수와 주차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보다 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쏘카·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 전환…제도는 업역 중심 민간 기업들은 이미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쏘카는 크래프톤과 손잡고 자율주행 전문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셰어링 기반 차량 운영 경험을 자율주행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카셰어링과 차량 호출, 렌터카, 택시의 경계는 더 흐려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택시 호출을 넘어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물류, 지도,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플랫폼 호출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초기 사례다. 그러나 국내 모빌리티 제도는 여전히 기존 운송업역 중심에 가깝다. 택시, 렌터카, 대리운전, 카셰어링, 개인형 이동장치, 수요응답형 교통 등 서비스는 빠르게 융합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각 업역을 따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이동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기술 혁신성보다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 여부가 먼저 쟁점이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다 사태다. 타다 이후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운송업역과 충돌할 경우 사업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정부가 2030 로드맵에서 '선허용 후규제' 원칙과 자율주행 서비스사업 제도화를 제시한 만큼, 향후 과제는 이 원칙을 실제 사업 현장에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하느냐다. 특히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차량 호출이 결합하는 단계에서는 기존 업역 구분만으로는 서비스 성격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자율주행차를 누가 소유하고, 누가 운행을 관리하며, 이용자는 어떤 방식으로 호출하고 요금을 내는지에 따라 택시와 렌터카, 플랫폼 중개 서비스의 경계가 동시에 걸릴 수 있어서다. 구 변호사는 “국토부가 자율주행 시대에 택시와 렌터카의 경계가 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빨리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과 기업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 민원 아닌 AI 플랫폼 산업으로 봐야 이재명 정부의 모빌리티 정책은 종합적으로 보면 방향성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통해 자율주행, UAM, DRT, MaaS, PM, 원격운전 등 미래 과제를 한데 묶고 AI 기반 산업 전환을 제시한 점은 성과다. 하지만 현장 체감도는 아직 높지 않다. 플랫폼 규제와 기존 업역 갈등 조정에 비해 신산업 육성 장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자율주행 상용화와 UAM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고 책임, 보험, 관제, 데이터, 인프라, 요금 체계 등 세부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로드맵을 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증 이후 상용화 단계의 규칙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본다.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서 유상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차량 제작사, 운영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보험사, 지자체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범운행지구 확대 권한이 지자체로 내려가더라도 지역별 행정력과 전문성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빌리티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다. 택시, 카셰어링, 자율주행, 대리운전, 주차, 개인형 이동장치 등으로 쪼개진 제도를 실제 이용자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 달라는 요구에 가깝다. 어떤 사업자가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없는지를 따지기보다, 안전과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한 뒤 다양한 이동 서비스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정부가 모빌리티를 '교통 민원'이 아닌 'AI 시대 플랫폼 산업'으로 볼 수 있는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로드맵을 실제 상용화 제도로 연결하고, 플랫폼 규제와 산업 육성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또다시 갈등 조정에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 간 모빌리티 정책은 로드맵 제시와 미래 과제 설정에서는 합격점이다. 다만 시범운행지구를 넘어선 서비스 확산, 자율주행 운영사업자 제도화, 사고 책임과 보험 기준, 기존 업역 중심 규제 재편 등은 아직 풀지 못한 과제로 평가된다.

2026.05.24 09:32류승현 기자

"AI 전환 힘 실었지만, SW 생태계 개선 미흡"…소프트웨어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간 인공지능(AI) 대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공공 행정과 산업 현장,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AI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SW 업계는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1년간 AI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고 공공부문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환(AX)을 확산하려 한 점은 업계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정책 방향과 달리 현장 제도는 여전히 기존 공공 SW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어 AI 시대에 맞는 발주·계약·대가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6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재명 정부 1년 SW 정책 평가'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평균 B학점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AI 인프라와 공공 AX 정책은 호평을 받았지만, 공공 SW 발주 구조와 SW 대가 체계, 상용 SW 생태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봤다. 또 업계는 정부 정책이 SW 산업을 단순 구축·운영 중심에서 AI 기반 서비스 혁신과 데이터 활용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공부문이 AI 확산의 초기 수요처 역할을 하면서 IT서비스 기업과 AI 기업의 사업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AI 모델과 인프라 확대에 정책 관심이 집중된 사이 ▲공공 SW 발주 구조 ▲SW 대가 체계 ▲유지관리 제도 ▲상용 SW 생태계 개선은 충분히 뒤따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SW 사업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지만, 현장 제도는 여전히 고정형·총액형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도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정책 방향은 맞지만 현장 제도는 아직 과거 공공 SW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공공 AX를 확대하려면 발주·계약·대가체계부터 상용 SW 조달,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지원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국가전략 격상은 긍정적…공공 AX·데이터센터 정책 호평 업계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은 AI 중심 산업 정책 전환이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공공·산업 전반을 AI 중심 구조로 재편하려는 정책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을 AI 확산의 마중물로 삼으려는 전략에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공 AI 사업 확대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데이터센터 투자 강화 등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AI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공공부문 AX 및 디지털 인프라 확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과 공공부문 AI 활용 확대, 데이터센터 투자 강화 정책은 산업계에 명확한 방향성과 성장 기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정부 정책이 국내 SW·IT서비스 산업의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기존 국내 SW·IT서비스 산업이 구축·운영 중심 시장 구조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 정책은 AI 기반 서비스 혁신과 데이터 활용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 부회장은 "생성형 AI 기반 행정서비스와 지능형 민원 대응 등 새로운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국내 IT서비스 산업 역할도 AI 기반 서비스 혁신 파트너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정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고성능 서버,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역량 확보 방향을 제시한 점은 시의적절했다고 봐서다. 공공부문 재해복구(DR) 체계 강화와 클라우드 전환 확대 흐름도 AI 시대 핵심 인프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꼽혔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장애 이후 공공 시스템 안정성과 데이터센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도 이 같은 정책 흐름에 힘을 실었다. 박정호 뉴엔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에 A등급을 줬다. AI를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인프라와 인재, 생태계 지원을 함께 추진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그는 "AI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AI G3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설정했다"며 "인프라 구축부터 정책 수립, 인재 양성, 생태계 조성 및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K-AI 협력체를 중심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할 경우 AI 3강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 기업 단위 경쟁을 넘어 인프라, 모델, 데이터, 인재, 산업 생태계를 묶는 전략적 협력은 필요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사업 구조는 과거형…공공 SW 제도 개선 요구 AI 정책 추진 속도와 달리 공공 SW 사업 구조와 제도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사업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공공 SW 제도는 여전히 구축형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것은 고정형·총액형 공공 SW 사업 구조다. 생성형 AI 사업은 요구사항 변화와 반복적 성능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공공 사업은 여전히 처음 정한 과업 범위와 예산 안에서 결과물을 납품하는 방식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채 부회장은 "AI를 도입한 공공 SW 사업은 요구사항 변화와 반복적 개선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고정형·총액형 사업 구조는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요구사항 변경과 범위 조정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W 대가 체계도 AI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AI 사업은 단순 개발·납품보다 데이터 학습, 모델 성능 개선, 운영 중 품질 관리, 신뢰성 검증 등이 계속 뒤따르는 만큼 기존 대가 산정 방식만으로는 사업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용 SW 업계에선 정부 정책이 AI 모델 개발과 인프라 확대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공 발주 구조와 SW 대가 체계, 유지관리 제도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AI 정책 효과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중견·중소 SW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생태계 개선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AI 전환 구호와 달리 ▲상용 SW 조달 방식 ▲유지관리 체계 ▲계약 단가 현실화 등 현장 과제는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도 평가했다. 이에 어윤호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SW·IT 정책에 C등급을 매겼다. 어 회장은 AI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우선순위가 모델 개발에 쏠리며 SW 산업의 기초 체력 강화가 뒤로 밀렸다고 봤다. 그는 "현재 정부의 SW 및 IT 정책은 C등급을 넘어 E나 F를 주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며 "AI 모델 개발 중심 정책에만 관심이 집중된 반면, 정작 SW 생태계와 유지보수 구조 개선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어 회장은 현장의 체감 개선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SW 계약 금액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규모 장애 이후에도 구조적 개선은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실질적인 SW 계약 금액은 오히려 하향세이고 대규모 장애가 발생해도 근본적인 자금 문제나 생태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AI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의 골든타임도 이미 상당 부분 놓쳤다"고 주장했다. AI R&D 예산 확대는 합격점…프론티어 AI·신뢰성 투자 주문 AI R&D 정책에 대해서는 예산 확대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단기 활용 과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프론티어 AI와 AI 신뢰성 연구를 동시에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와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AI R&D 정책에 각각 B+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AI R&D 예산 증액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장기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배분 구조와 집행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김 대표는 현재 AI R&D 예산이 응용 AI와 산업 AI 도입 지원 등 단기 활용 과제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인공일반지능(AGI), 인공초지능(ASI) 등 장기 기초연구 투자가 제한적인 만큼, 현 수준으로는 기술 주권 확보보다 해외 기술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AI R&D 과제가 시스템통합(SI) 성격의 기업·정부 간 거래(B2G) 사업으로 변질되는 구조도 문제로 꼽았다. 명목상 연구개발 과제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 시스템 구축과 납품 용역에 가까운 사업이 많아 박사급 연구 인력이 발주처 대응과 납품 업무에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R&D가 단기 구축 사업처럼 운영되면 국내 AI·SW 기업의 원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연구개발 과제와 공공 구축 사업을 구분해 기술 축적이 가능한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AI 신뢰성을 국가 경쟁력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이 AI 신뢰성을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산업 경쟁력으로 보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와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기술패권 전환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AI 신뢰성 연구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과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 AI도 조직·예산은 합격점…조달·계약 절차는 과제 국방 AI 분야에서도 조직과 예산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조달·계약 절차와 인력 확보는 과제로 꼽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추진 기반은 빠르게 갖춰졌지만, 민간 AI 기술을 군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는 제도 개선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정부는 올해 1월 국방인공지능기획관실과 차관보 직위를 신설하며 국방 AI 전담 추진체계를 마련했다. 국방 AI 예산도 큰 폭으로 늘렸다. 법제 측면에서는 '선시범·후제도화' 방식으로 민간 기술의 군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심승배 국가AI전략위원회 국방안보분과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방 AI 정책에 B+~A-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국방인공지능기획관실 신설과 예산 증액, 국방 AX 거점을 통한 민군 협력 생태계 조성 방향은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무기체계 획득·운영 절차가 경직돼 전력화 속도는 더디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장은 "드론·대드론 체계와 AI 기반 지휘통제체계의 방향은 큰 틀에서 맞지만 속도는 느리다"며 "무기체계 획득·운영 절차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병규 성균관대 미래국방융합연구센터장은 국방 AI 정책에 A등급을 줬다. 국방 AI 예산의 파격 증액과 신속 집행, 국방 AX 거점 중심의 산·학·연 참여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시범·후제도화 방식이 민간 최첨단 기술의 군 접목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높게 봤다. 그러나 국방 AI 분야에서 인력과 절차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 AI 전용 클라우드와 보안 가이드라인 정비, 야전 실전 데이터를 AI 학습에 반영하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 국방 AI 혁신 성과의 민간 산업 확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과제들은 민간 AI 기술을 공공 영역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실행 체계와 맞물려 있다. 전용 인프라와 데이터 체계가 갖춰지더라도 조달·계약 절차가 느리면 실제 전력화와 현장 적용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SW 업계가 지적한 공공 SW 제도 개선 문제와도 연결된다. AI 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공공 조달과 계약 체계가 느리면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현장 적용 시점에는 기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심 위원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솔루션을 반기 또는 분기 이내에 신속하게 제공하려면 계약·조달 절차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델보다 SW 체력 키워야…업계, 생태계 중심 정책 요구 업계에선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AI 활용 확대와 SW 생태계 체질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3대 강국(AI G3) ▲공공 AX ▲GPU 확보 ▲데이터센터 투자 등 대형 정책이 산업계에 방향성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공 SW 사업 방식과 대가 체계, 유지관리 구조, 상용 SW 조달 체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SW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데이터 운영, 신뢰성 검증, 보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기존 공공 SW 사업처럼 정해진 과업을 납품하는 방식만으로는 AI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업계에선 정부 정책이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에 집중될 경우 응용 SW, 산업용 솔루션, 유지관리,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등 SW 산업 기반 강화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것은 결국 SW와 서비스"라며 "공공 SW 발주와 대가 체계, 상용 SW 조달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2026.05.22 11:12장유미 기자

AI시대 전제조건 고민·의지 부족했다...통신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공지능(AI)이 1번 공약이 됐다. 경제 산업은 물론 사회문화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책 방향의 한 중심에 국가적 먹거리인 ICT가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이와 달리 통신 산업 측면에서만 보면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정책 패러다임이 과거에 머물렀다는 진단부터 정책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을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통신은 그 자체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국가적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고, 민생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 고도화가 정부가 표방하는 AI 강국의 기본 전제인데 이런 인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잇달아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이 시급했던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더는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ICT 인프라의 기본인 통신 발전 없이 산업의 AI 전환과 국민 누구나 AI에 접근하는 길은 막혀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 고민을 다시 시작할 시점이다. 사라진 포퓰리즘 공약 빈자리...기존 정책 연속 추진 그간 통신 정책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단계에선 표심을 얻기 위한 통신비 인하 정책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통신비 20% 절감과 가입비 폐지, 단말기 유통법 강력하게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본료 폐지로 촉발된 논의가 요금 감면과 보편요금제 도입 논쟁을 남겼다. 통신비 공약이 없던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단계에서 경쟁 촉진 카드를 꺼낸 뒤 제4이통 추진과 불발이라는 논란만 남겼다. 새 정부에서는 뚜렷한 통신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123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초지능 네트워크 구축'이란 이름으로 AI에 최적화된 6G 이동통신 상용화, 실시간 초정밀 AI 서비스를 위한 지능형 기지국 확산 정도가 통신 정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정책들 역시 통신보다 AI에 치중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통신은 지난 1년 동안 기존 정책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된 측면이 큰 편이다. 예컨대 전 정부가 22대 총선 과정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를 추진했는데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 달부터 실제 법이 폐지되면서 이에 대한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했다. 또 이전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5G와 LTE 요금 역전 현상에 대한 해결 논의부터 통합 요금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데이터 안심 옵션(QoS) 도입 추진 논의가 수개월째 이어졌다. 독립된 코어망 바탕의 5G 통신을 갖춰야 한다는 5G SA 도입도 주파수 할당 기간 종료에 맞춰 재할당 정책 방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AI-RAN 도입 공식화...누구나 기본적 통신 접근 새 정부에서 발표된 주요 통신 정책으로 지난해 연말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된 '하이퍼 AI네트워크 전략'이 꼽힌다. 급격한 AI 발전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2023년 발표된 전 정부의 'K네트워크 2030 전략'과 비교하면 백본망, 구내망, 해저케이블 등 용량 확대 등의 내용은 연속적으로 추진된다. 새 전략이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는 중요한 부분은 AI-RAN 도입이다. 이 전략은 이동통신 기지국에 AI 컴퓨팅을 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AI-RAN 거점 500곳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 도입이 화두였는데 AI-RAN 도입이 핵심 추진 방향으로 등장했다. AI를 가능케 하는 인프라로 네트워크를 인식한 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국가전략자산 수준으로 인식하는 부분은 아쉽다는 평가다. 이른바 '토큰경제' 담론까지 등장했는데 인텔리전트를 나르는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나 중요도 인식은 부족하다는 이유다. 김동구 연세대 교수는 "K네트워크 2030 전략의 핵심은 6G와 오픈랜이었고 특히 오픈랜을 통해 장비의 개방화, 지능화, 클라우드화를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통신을 그리드화, 즉 네트워크의 기능을 적재적소에 분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이후 챗GPT가 나오면서 AI 인테그레이션(통합)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를 포함한 새로운 전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전환이 이뤄지면서 실제 AI 서비스는 네트워크 인프라 위에서 이뤄지는데 그동안 네트워크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배제됐는 데 하이퍼 AI네트워크 전략에는 (이 부분이) 포함됐다”며 “네트워크가 단순한 연결(connectivity)을 넘어 컴퓨팅과 전력까지 융합된 인프라로 여긴다는 게 새 전략의 중요성”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인텔리전트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AI 가치 생태계 측면에서 네트워크 중요성은 단순히 일반 이용자를 넘어 전 산업을 위한 AI 인프라로 국가적인 전략자산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의 높아진 중요성과 달리 AI 전체에서 일부로 여겨지고, 다른 여러 국가들은 네트워크의 AI 통합을 정부 주도로 나선 것과 달리 국내서 AI 네트워크는 민간에 맡겨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네트워크를 전략자산으로 인식하는 부분을 확대하고 글로벌 동맹과 함께 전략을 꾸릴 수 있는 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G 통신 표준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으나 AI-RAN은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주파수 재할당 과정에서 제시된 5G SA 의무화가 본격적인 6G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평가된다. 5G SA(Stand Alone)는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을 5G 규격으로만 하는 방식을 뜻한다. 5G SA 기반의 기술 진화는 6G 시대에 앞서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모든 5G와 LTE 요금제에 QoS를 도입해 데이터 중심의 기본 통신권을 보장하겠다는 점도 중요한 정책으로 꼽힌다. AI와 디지털 시대에 통신 데이터 이용이 필수화되면서 요금 인하 중심 정책을 넘어 데이터 중심의 기본 통신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통신 3사의 모든 요금제에 QoS를 신설하는 작업은 상반기 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통신사 추산으로는 이를 통해 3221억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전망이다. QoS가 없는 요금제를 이용하는 약 717만 명의 이용자에 대해 실질적인 요금 감면이 이뤄지는 셈이고, 일부 가입자들이 더 낮은 요금제를 선택할 것이란 계산이다. 디지털 포용 정책으로도 평가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통신 3사에만 지게 하고 모든 국민이 대상이 아니란 점은 한계로 평가되기도 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QoS를 도입하는 부분은 기본적인 통신 접근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보편요금제와 같은 접근이 이뤄진 면에 한계가 보인다”며 “알뜰폰 이용자가 배제되는 정책으로 마련되며 기간통신사 중심으로만 추진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 정책 패러다임·인식 바꿀 때 됐다 통신 정책의 결여, 정책 패러다임에 대한 전환 주문이 쏟아진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통신 정책은 전체 산업 생태계에 맞는 정책이 아니라 통신이라는 한 블록에 대해서만 바라보고, 산업 전체 블록을 바라보는 고민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커넥티비티 수준을 넘어 향후 통신 네트워크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G 시대에 이르면 통신 네트워크는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고, AI 모델 개발을 넘어 산업의 AI 전환(AX)을 경쟁력으로 내세워야 하는 국가인데 통신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든다”며 “AI 시대의 통신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고, 데이터 전송만 이뤄지는 도구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정책 공백도 있고, 통신정책 주요 과제 중에 밀접한 민생 관련 의제가 빠졌다”며 “선거철에 통신비 이슈가 따라오는 표심 정책은 문제점이나 이 이슈는 해결되지 않고 쌓여만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4이통을 실패한 점이 남았는데 통신 3사의 구조가 혁파되지 않으면서 해킹 이슈까지 빚어지며 시민의 선택권이 기본적으로 제한된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큰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한 점이 답답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이슈에 파묻히면서 통신이 국민 일상생활에 필수재로 자리를 잡았는데도 일반 시민이 느끼는 정책은 소멸했다”며 “통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실종된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진단은 통신 정책 철학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장은 “네크워크에 AI를 이식한다는 비전은 있는데 이용자에 어떤 이익이 있고 타 산업을 어떻게 이끄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다소 부족했다”며 “차세대 통신으로 꼽히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살펴보면, 이동통신 용도로 할당된 28GHz 주파수를 특화망에서만 활용하고 있는데 예타 사업과 별도로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위성용으로 쓰는 고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한 조직이 업무 공백이 될 수밖에 없던 구조 문제와 별개로 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이었다”며 “단순히 공석이라 정책도 공백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특정 직위를 비워둔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가 우려할 부분”이라고 했다.

2026.05.21 17:04박수형 기자

세제 지원·산단 육성 '공염불'…배터리 B-학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AI로 경제·사회·기술 대전환을 꾀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30대 선도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각 경제·산업 분야에서 AI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AI 붐을 등에 업고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리스크가 AI 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 시대,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했다. [편집자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탈중국' 전략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선 이를 겨냥한 정책들이 다방면으로 도입되고, 더 촘촘한 규제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미래차와 전력망 등 기술 주도권을 사수하고, 각국 제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광물 안보 차원에서도 배터리 산업을 중국 일변도로 놔둬선 안 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정작 중국에 대항할 배터리 산업 역량을 지닌 우리나라에선 정부 지원 속도가 경쟁국보다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한 세제 지원, 산업단지 육성 등은 출범 1년을 앞두고도 가시적 진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와 폐배터리 재활용 제도화 등 중장기적 정책 추진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체감할 만한 지원이 부족해 종합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판 IRA' 1년째 표류…공제분 직접환급도 주저 배터리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정책은 국내생산촉진세제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과 투자 세액공제 개선을 공약했다. 그러나 취임 후 1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관련 정책들은 재정경제부의 우려에 부딪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계는 시설투자와 R&D 비용 등 현재 제공되는 세액공제는 법인세 공제만 가능해 오히려 흑자 기업만 지원을 받고, 적자 기업은 배제된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해결책으로 세액공제분에 대한 직접환급제를 수 년간 요청해왔으나, 현 정부에 들어서도 결국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소위 '한국판 IRA'로 불리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을 유도할 정책으로 거론됐으나, 재경부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무역 갈등 촉발 가능성 등을 들어 추진을 미뤄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간은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로 다수 기업들이 적자에 빠지면서, 받아야 할 세액공제가 이연된 사례들이 속출했다. 특히 직접환급제의 경우 추가 재원 필요 없이, 이연되는 세액공제를 단순히 현금으로 환급받겠다는 것인데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점에서 업계는 아쉬움을 표했다. 경쟁 상대인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정부 지원과 내수를 토대로 기술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임원 A는 “배터리는 첨단 기술 기반 전략 산업이자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도 갖고 있는데 이런 입지를 사수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이익 회수가 지연될 때에는 당연히 일시적으로 적자가 뒤따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처한 기업들에게 지금의 세액공제 제도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 임원 B는 “국가전략기술 체계 안에서 일부 세액공제를 받고 있지만, 사업 특성상 메탈 등 원재료 가격에 따라 손익이 크게 좌우돼 지금은 제도적 수혜를 받기에 한계가 따른다”며 “생산촉진세제의 경우 배터리셀 외 소재와 광물, 재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공급망 전반의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제 지원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금융도 지원책으로 꺼내들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경우 국민성장펀드에서 1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을 받아 황화리튬 공장을 설립 중이다. 다만 현재 수요가 부진해 업계 증설이 끝나가는 만큼 지원 대상을 운영 자금으로도 확대하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기업 임원 C는 “업황이 저점을 지났다지만 소부장 기업 단에선 아직 낙수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내년은 돼야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까지는 '데스밸리' 구간인데, 정책금융 지원을 시설 투자 외 운영자금으로도 확대해주면 숨통이 트일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삼각벨트? 그게 뭔가요"…공약 실체 없어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영남권·호남권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을 공약한 바 있다. 충청권은 배터리 제조를, 호남권은 핵심 광물과 양극재를, 영남권은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특화 산업단지를 육성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지역별 산단을 육성한다는 목표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아 정부 의도조차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산업통상부가 이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올해 하반기중 배터리 기초원료 생산 전문 특화 단지를 신규 지정할 것이라고 지난해 말 밝혔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산단 육성 정책과 차별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기존 산단에서도 실질적 지원이 적었다며, 해당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적다고 토로했다. 정책 설계부터 업계 투자 계획과 동떨어져 있어 향후에도 산단 육성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산업 육성 의도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전국 단위 제조업 육성'을 내세우고자 한 성격이 짙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약 발표 당시 업계에선 정작 양극재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영남권에 대거 포진돼 있다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배터리 업계가 대규모 신규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세제 지원, 전기료 지원, 폐수 처리 등 인프라 지원 없이 산단 조성만으로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배터리 기업 임원 A는 "업계에서 사실상 특화단지로 도약에 성공한 건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이 입주한 포항 하나뿐"이라며 "이미 특화단지 입주 기업들이 R&D나 전기료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해도 여러 이유로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꼬집었다. 차후 배터리 산단 육성에 나설 경우, 산업 특성을 고려한 시설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따랐다. 임원 C는 "규모가 작은 기업 입장에선 폐수 처리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에 대해 정부가 일부를 분담해주거나 직방류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정책을 마련해준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국을 잇는 '삼각벨트'라는 구상은 좋지만, 결국 이 또한 세제 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업이 고사하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허허벌판 '국내 ESS·배터리 재활용' 육성 정책 시동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정책 일환으로 국내 ESS 대규모 보급을 추진 중인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배터리 수요에서 ESS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양산할 초기 발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책 추진이 신속한 점, 비교적 중국 산업 견제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점 등도 우수 성과로 꼽혔다. 다만 국내 ESS 사업 참여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 수익성 제고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도 일각에서 나타난다. 이재명 정부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도 공약했다. 관련 법과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전 과정을 관리하는 이력관리시스템 도입과 공공 부문 우선구매 지원, 보급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년간의 정책 행보를 고려하면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는 뚜렷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정부는 재활용 광물 사용 여부를 평가하는 재생원료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사용후 배터리의 전 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5월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업계는 그 동안 고질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배터리 재활용 원료 수급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를 제언했다. 임원 B는 "국내에서 '클로즈드 루프' 공급망이 완성되면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어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원료인 블랙매스(폐배터리 파쇄물) 소싱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수급 안정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다음 과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6.05.20 15:56김윤희 기자

"AI 인재도, 데이터도 없다"…망분리 완화부터 속도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금융권 망 분리(인터넷 차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업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게 인공지능 전환(AX)의 길에 접어들었다. 망 분리 규제 이전 AI 활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디어 생성형AI라는 바다와 조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 수준의 망 분리 규제 완화만으로는 AI가 접목된 획기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긴 힘들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로는 이미 도태된 기술을 접목하는데 머무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기술적으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관련 인력도 부족하다. 인력 부족은 또 금융권의 AI 발전 도태로 이어진다. 금융업계선 망 분리 규제 특례 심사 기간의 획기적인 단축과 다양한 외부 데이터 접근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도입 첫 길…망 분리 완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3'의 등장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생성형 AI가 가져올 파급력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뒤쳐져선 안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안 규제가 가장 엄격한 금융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지난 2024년 8월 금융사 내부망(내부 정보 저장 시스템)과 외부망(인터넷 연결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하도록 한 망 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위의 '망 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르면 금융사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신청)를 심사를 신청하면 생성형 AI 등에 인터넷 활용 제한 규제를 완화해준다. 그동안 망 분리 규제는 금융권에선 대표적인 '대못'으로 통했다. 빠르게 인터넷을 연결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망분리 규제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산업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할 길이 막혀 있었다. 그나마 필요한 프로그램 역시 별도로 은행 본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도 있었다. 이번 기사를 위해 시중 8개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AI 및 디지털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은행들은 이구동성으로 "망 분리 규제 완화로 인해 상용 AI 모델의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부 모델 활용으로 인해 서비스 개발 및 오픈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부 서비스에만 중점…한계도 '여전' 하지만 조사 대상 8개 은행들은 "AI를 활용할 때 가장 걸림돌은 규제"라면서 "망 분리 규제 완화만으로는 금융권 AI 활성화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망 분리 규제 특례 심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다보니 신기술 발전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A은행은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심사 기간이 120일 이내로 돼 실제 승인까지 약 3~4개월이 소요된다"며 "그 사이 새로운 AI 기술이 도입되는 경우도 있으며, 타 금융사에서 먼저 승인을 받은 동일 건에 대해서는 더 빨리 승인을 해주는 등 승인 기간이 단축되면 더 좋겠다"고 설명했다. B은행에서는 "망 분리 규제로 인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클라우드 활용에 제약이 많고,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하더라도 번거로운 상황"이라며 "빅테크에서 사용 가능한 영역도, 금융사에서는 사용 불가인 경우가 빈번한 경우가 많다"고 거론했다. C은행은 "오픈소스나 AI모델을 내부 반입 시 용량이 클 경우 반입이 어렵다"며 "클라우드와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API 연동 등이 자유롭지 못하는 점도 제약요인"이라고 짚었다. D은행은 "AI 기술은 금융서비스의 효율성 제고와 고객경험 혁신에 있어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금융사가 이를 도입하고 확산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며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으며, AI 기본법 제정과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지속 강화되면서 금융권의 AI 알고리즘 활용 가능 범위와 방법도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도 데이터도 '부족' 금융업체들의 내부 문화는 대부분 보수적인 편이다. 그러다보니 개발 환경도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권 AI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금융권의 AI 혁신은 여러 장벽에 막혀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E은행은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기술 혹은 AI 중심 산업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고급 인력을 채용하기는 더 어렵다"며 "금융업무 지식을 갖추고 AI까지 이해하는 전문 인력은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응답했다. F은행은 "AI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성과 실험 환경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 문화를 일부 개방적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AI에 쓸 수 있는 외부 데이터도 적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G은행에서는 "생성형 AI의 경우 가명정보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이 제약된다"고 지적했다. H은행은 "현재는 가명정보만 활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고객의 실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AI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사 태생적 한계 지적도…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리더라도 금융권 내부적으로 AI 활용 수준을 결정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은행은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허위정보 생성) 현상이 금융업의 근간인 정확성과 신뢰성을 해칠 위험도 있다고 보고 있어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 역시 "고객의 자산과 직결되는 금융 서비스에 AI를 도입할 때는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AI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금융권의 기술 개발이 부족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과 정부가 함께 AI 활성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희대 이경전 교수는 "은행이 AI를 잘 쓰게 하려면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이득을 보호하는 법(금산분리 등) 때문에 쉽게 장사를 해 기술 개발 노력을 안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 자체 경쟁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 교수는 "AI를 이용한 자금세탁방지 등은 망 분리 규제와 같은 기술적인 것과 연관이 없는데 정부도 강하게 말하지 않고, 금융산업도 안하려고 한다"며 "은행장 혹은 은행 본점 관점에서의 보여주기식 AI를 만들기보다 정부와 은행이 머리를 맞대 필요한 금융AI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가 AI제대로 알아야 전략세울 수 있어" [전문가 인터뷰]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Q.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AI 활용을 평가해보자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후진국'이다. 은행의 비즈니스 범위가 너무 통제됐다. 정부는 금융업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되, 상품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본다. AI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금 대세가 돼 가지고 이제 누구나 다 도입하고 적용해야 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할루시네이션 같은 AI 오류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금융영역에서는 도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있다. 현재 대출 심사나 보험금 지급, 손해사정 등에서 AI 도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부분 부분 진척이 되곤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의 최고경영자(CEO) 판단을 도와주는 AI 도입이라고 본다." Q. CEO가 가장 많이 AI를 활용해야 한단 의미인가.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AI 전환을 빠르게 하려면 CEO가 AI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정교하게 정확하게 미래를 잘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려면 CEO가 AI의 도움을 먼저 받아야 한다. 즉, 기업들이 정말 필요한 AI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챗GPT가 나왔으니까 이거 한번 써보자' 이런 식인데, 써보면 업무에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아주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AI를 쓸지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찾아내서 거기에 맞춤형 AI를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AI를 접근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 AI를 잘 모르니까 시류나 트렌드 따라서 쓰는 정도다." Q. 금융권의 AI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나. "AI가 사람을 다 대체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일부 맞다. 그러나 AI의 핵심적인 부분에선 사람하고 협업을 해야 한다. AI를 어떻게 쓸 건지 결정은 사람이 하는 거고 이걸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계속 개입을 해야 된다. AI를 잘 쓰는 거는 결국 사람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그 사람이 AI를 잘 이해해야 잘 쓰는 거고 근데 대한민국 금융권 리더십이 아직은 AI를 잘 쓰는 데 대한 이해도가 좀 낮다. 사람의 리더십이 훌륭해야 더 좋은 AI를 만들 수 있고 쓸 수 있다." ■ 하태경 원장은 하태경 원장은 제19대 보험연수원장으로, AI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연수원 비전으로 삼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등의 경력을 거쳐 제 19·20·2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25.05.23 14:32손희연 기자

'국가 AI' 지휘할 조직, 통합조정 실행력 갖춰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분산된 정책 기능 통합, 부총리급 승격, 콘트롤타워 부재... 선거철마다 들려오는 거버넌스 논의의 '단골' 키워드다. 6월3일 실시될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공지능(AI)이란 키워드가 정부 거버넌스 논의에 깊숙이 들어온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 정부는 변화한 환경과 정신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덴 이견이 없다. 개헌 필요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런 만큼 21대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많다. 갑작스럽게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다보니 각 후보의 정책 방향과 정부 조직 청사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AI 담당 부처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AI 우선 정책 기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AI 3강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정부 조직개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개편안을 제시한 적 있다. 이런 큰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 ▲대통령실 AI정책보좌관 신설 ▲국가AI위원회 기능 강화를 공약에 담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를 통합해 AI를 포함하는 교육과학부 개편안을 선보였다. 대선 대진표가 마련되기에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AI와 같은 국가 아젠다를 이끄는 부처는 다음 정부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직 장관과 차기 대선 후보는 물론 학계에서도 AI 담당 부처 이야기가 쏟아진다. AI가 몰고 오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파급력을 두고 국가적으로 담당 조직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이해관계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 부처는 어떤 조직이어야 하나 현재 AI 주무부처는 과기정통부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과기정통부 내에 인공지능정책관 조직이 설치되면서 AI 정책 기능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국가AI위원회가 신설됐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AI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현행 AI 정책 거버넌스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법학회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정부 조직과 업무 배분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업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부처 간 협업을 위한 수평적 조정과 연계의 제도화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다부처 소관 사안은 대통령 또는 총리 소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다루게 되는데 위원회 자체의 정책 조정 기능이 없어 관계 부처의 반대가 없는 안건만 의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AI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런 한계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AI 정책을 내세울 경우 중복되거나 방향이 엇갈리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을 법적 근거로 하는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정책 수립과 추진, 조정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탄핵 정국 가운데서도 AI 기술개발을 맡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조 단위 추경 예산을 확보해 GPU 구매에 나선 점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세부 갈래를 살펴보면 조직개편 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학계에서는 부총리급 AI혁신부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AI를 이끄는 부처가 단일 영역의 정책 기능을 갖는 게 아니라 정부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CINO(Chief Innovation Office)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AI혁신부를 제안한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것인가와 동시에 어떤 일을 해 나갈 것인지 중요하다”며 “조직개편의 핵심 동력인 정권교체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부는 단순한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라, 다른 부처를 혁신적으로 압박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부 시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견인하면서 혁신을 강제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수단으로 삼고 목적은 정부 혁신에 둬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산업 발전을 위해 AI가 컴퓨팅 구성 요소인 미들웨어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정책을 이끄는 부처가 AI를 도구로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존 디지털 정책은 통신이 아닌 AI 프레임에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시장 수요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존 정책의 중심인 네트워크라는 인프라를 아래(운영체계 단)에 두고 AI라는 미들웨어를 둔 뒤 그 위에 최종적으로 산업별 AI 전환(애플리케이션 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AI부총리...결국 핵심은 콘트롤타워 AI 부처 기능과 함께 위상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총리급'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결국 현행 장관급 체계에서 부처 간 갈등이나 통합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 공무원은 “다른 부처에 대한 개편안을 점칠 수 없으나 과기정통부가 부총리급이 되더라도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에 이은 세 번째 AI부총리가 된다면 국무위원의 순번이 바뀌는 게 아니다”며 “부총리 조직이 갖는 개념은 정책 기능 확대보다 조직 위상의 격상을 통한 정책의 최우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AI를 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부총리 논의와 함께 맞물리는 것이 대통령 비서실의 AI 수석비서관 신설 논의다. 가장 강력한 정책 조정 기능을 가진 대통령의 의지를 보좌할 수 있는 위치가 생겨야 AI 주무부처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정부조직 대안으로 현재의 수석, 비서관 중심의 대통령실에 정책지원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정책결정 전문성과 부처 간 정책 조정의 효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표 석학들이 모인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이슈 보고서를 내고 대통령실 내 가칭 혁신수석을 설치하고 생성형AI 확산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산업기술혁신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디어 3학회가 토론 끝에 합의안을 마련한 내용에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AI가 아닌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방안을 내세우면서 대통령실에 방송통신, 미디어콘텐츠 정책과 관련 국가 전략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대통령실에 관련 수석실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부 조직은 그대로인데 대통령 곁에서 미래전략수석과 같은 전담 콘트롤타워 부재가 그동안은 디지털과 미디어, 앞으로는 AI 정책의 추진동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점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풀어낼 과제도 고민거리 디지털 분야에서 AI만큼이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AI가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속도가 빠를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는 것처럼, 미디어 환경은 벌써 큰 변화에 떠밀려 가고 있다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런 가운데 옛 규제 체계와 거버넌스에 발목을 잡혀 산업의 발전은 막혔고 미디어 본연의 공공성과 공익성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은 가칭 정보미디어부와 부처 산하 공영미디어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미디어 ICT 통합 독임제 부처로 개편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책 논의 기구는 분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과거 미디어 거버넌스 논의 과정에서도 나왔던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해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3학회는 국내 미디어의 공적가치 제고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새로운 정부 구성 시점이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면서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통합 개편, 공영방송 제도 개편, 낡은 미디어 규제체계 개편 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치적 후견주의가 남긴 미디어 정책 결정 기능을 재검토하고, 공영방송의 정치 도구화를 막자는 것인데 무엇보다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3학회의 학자들이 모여 합의안을 만들어낸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ICT와 미디어 정책 부처의 통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를 포함한 ICT 정책은 국가 사회 전반에 필요한 기반 기술인데 방송미디어 영역과 묶이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AI와 SW 등 ICT는 타 산업과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 되는 고유 업무가 있는데 미디어 파트와 묶이면 미래전략 핵심기술 자체의 도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 쟁론이 많은 방송미디어 현안에 치우쳐 ICT 분야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5.22 16:41박수형 기자

윤곽 잡힌 K-로봇 청사진…자원 효율적 안배 집중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차기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산업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이 노동력 보완과 미래 먹거리를 모두 해결해 줄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일례로 국내 조선업이 때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호황으로 조선소 가동률이 높아졌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한 탓이다. 근무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 인력난은 고질병이 됐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을 지원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조선업 공약을 발표하면서 “설계부터 생산, 물류, 품질관리, 안전까지 전 공정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자동화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첨단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공장을 조선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역 유세 첫 일정으로 판교와 동탄을 방문해 개발자들을 만나며 첨단산업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2호 미래기술 특보 자리에는 유진로봇의 사외이사인 장동의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임명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로봇산업에 관심을 드러냈다. 인공지능과 산업용 로봇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맞춤형 인프라, 유연근무제 적용,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1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민관합동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의거해 로봇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산업부가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이어진 3차 계획은 로봇 기반 표준공정모델 개발·보급에 중점을 뒀다. 작년부터 2028년까지 이어지는 4차 계획에는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겼다. 4차 계획은 오는 2030년까지 ▲첨단로봇 100만대 보급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 80% 제고 ▲로봇 핵심 인력 1만5천명 이상 확보 등 추진 과제를 구체화했다. 지난달에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고 휴머노이드 기술을 세계 선두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으로 로봇산업에 전폭적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한편으로는 미국·중국이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는 현재 상황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실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 52시간 완화해야…부품 경쟁력 제고 시급" 최혁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연구·개발(R&D) 인력 운용을 위한 실용주의 정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1995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교내 로봇 연구소를 세운 인물이다. 2018년 제15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로봇용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먼저 “R&D 인력 운용에 있어서 시간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갖는 데 중요하다”며 “먼저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력 운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교수는 “국내 로봇업체가 시장 경쟁력을 갖도록 다양한 세제 및 R&D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서 R&D 인력 운용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질의 연구 인력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 양질의 R&D인력은 대기업에서 흡수되고 있는데, 임금 차이를 다소 상계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수입 로봇이 국내 정책 지원을 받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가형 중국 로봇을 들여와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정부 과제 지원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 관세전쟁 양상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저가의 서비스 로봇, 협동로봇, 부품업체 등이 자국 내 시장의 한계에 이르러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가장 매력적인 수요처”라며 “중국 로봇이 한국 시장에 밀려 들어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우려스렵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로봇업체의 경쟁력을 조속히 배양해야 한다”며 “특히 부품 차원에서 시장 경쟁력이 생겨야 체인 상단에 있는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D 지원 이원화해야…SW 동반성장 중요" 조혜경 한성대학교 IT융합공학부 교수도 “제조 로봇이 저가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AI 기반 최신 기술에서도 인적·물적 규모 열세에 따라 미국·중국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제어계측공학, IT융합공학 등 로봇 기술 분야 전문가다. 언어기반 인공지능(AI)과 인간과 로봇 간 소통(sHRI), 로봇을 활용한 융합 콘텐츠 등 관련 분야 연구를 이어왔다. 2022년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을 지냈고, 작년부터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는 정부 R&D 프로그램 이원화를 제안했다. 기업들은 시제품 개발 지원금과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비영리 연구기관은 중장기적 핵심 기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조 교수는 “국내 기업은 다양한 R&D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실용성 높은 R&D를 위해 산학연 공동개발을 권장하거나 수요기업 참여를 필수로 하는 등 이유로, 비영리 기관들은 컨소시엄에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R&D 수행에 대한 행정처리 및 정산의 부담이 상당하기에 경쟁력 있는 기업은 R&D 과제 참여를 회피하며 오히려 정부 R&D만을 전문으로 하는 자생력 없는 기업들이 연명하는 수단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로봇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동반 성장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SW·AI 교육에서 하드웨어(기구·전자)를 잘 다루지 않기 때문에, 주로 기계적 전문성이 높은 로봇 전공자들이 AI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표준 기구-하드웨어 플랫폼과 데이터 획득, 공유 기반을 만들어 피지컬 AI에 관심이 있는 SW 인력들이 쉽게 로봇 기술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로봇과 최신 AI 분야 경쟁력이 같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역할에 공감하는 정부 돼야" [전문가 인터뷰]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Q. 국내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봇산업 중요성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로봇산업이 국가 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미래에 로봇이 왜 필요한지 역할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Q. 차기 대선주자들이 모두 로봇산업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Q. K-휴머노이드 연합의 1조원 투자 규모는 충분하다고 보나. “꼭 투자 금액이 많아야 잘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핍이 있어야 더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웃음) 적정한 예산을 파악하고 성과를 보여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다.” Q. 국내 로봇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한국 로봇산업이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로봇협회의 가장 큰 미션도 우리만의 길을 찾는 것이다.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똑같이 해야 한다.” Q. 중국 저가형 로봇 유입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 일본이 한국에 그렇게 해왔다. 일본이나 중국이 덤핑을 해도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 로봇을 쓰는 우리 고객들이 받는 혜택이 많다. 한국은 공급자 중심 사회다. 점차 수요자와 사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Q. 한국 로봇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모습은. “로봇인 입장으로 보면 한국은 아직 일본에서 독립이 안 됐다. 일본 사람은 돌아갔지만 로봇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 로봇도 일본에 많이 수출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 김진오 회장은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회장은 약 40년 전부터 기계·로봇공학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최초로 로봇 전공학부를 설립한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로봇공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기업과 학계를 거치며 국내 로봇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현대 로봇앤드디자인 회장과 광운대학교 석좌교수로 겸직하고 있다.

2025.05.21 10:12신영빈 기자

게임, '중독·규제' 프레임 탈피 절실…"질병코드 등재 막아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게임 인구는 약 2천477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는 의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0~69세 인구의 게임 이용률은 59.9%에 달한다. 또한 2023년 게임 수출액은 83억9천400만 달러(약 12조3천4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 133억3천900만 달러(약 19조6천억원)의 62.9%에 이른다. 게임 산업이 국내 콘텐츠 수출 핵심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게임산업은 여전히 '중독'과 '규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다. 이 논의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기술 진흥보다 관리 중심 쪽에 쏠려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과 함께 콘텐츠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 게임 산업 역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는 규제보다 진흥 중심의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게임, 기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 전환 필요 게임은 이미 AI 기술이 가장 빠르게 실증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대규모 멀티플레이 서버 운영, 실시간 밸런스 조정, 이용자 행동 예측, NPC와의 자연어 대화 등은 게임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해온 기술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동 콘텐츠 제작, 시나리오 구성, 모션 및 음성 합성까지 본격화되며 게임 제작 파이프라인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기술 흐름과 함께, 게임이 문화적 가치를 토대로 하면서도 동시에 고도화된 기술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는 현장에서, R&D 세액공제, 클라우드 인프라 지원, 제작 툴 바우처 지급 등 진흥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게임은 4차 산업의 실증 무대"라는 인식 아래,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게임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 성장 동력이며, 문화산업이자 기술산업으로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문화력이며, 정부가 진흥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례 중 하나로 게임업계에선 기술개발비용 세액공제 문제를 꼽고 있다. 현재 기술개발비용 세액 공제는 영화·방송 등 일부 콘텐츠 분야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도 막대한 인건비와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형평성 있는 조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규모 개발사들이 고비용의 AI 제작 솔루션을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바우처 지원이나 인프라 접근성 확대 방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규제 중심 정책으로 막혀 있는 P2E(Play to Earn) 게임 분야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나온다. P2E는 게임 플레이로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유통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블록체인 기반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모델이 사행성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대부분의 국산 P2E 게임은 해외 시장을 통해 운영되는 실정이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양당과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인력 육성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할 계획”이라며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 감소와 새로운 도전 인력 부족으로 게임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상위 게임사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게임은 충분히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며, 협회도 산업 진흥 관점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업계는 철회 요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2018년 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이를 포함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할지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이견이 지속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 여가이자 문화콘텐츠인 점을 들어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이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게임 이용자에게 낙인을 찍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박과 동일한 행동중독 범주로 분류되는 데 대한 거부감도 크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은 교육, 복지, 정책 전반에서 게임을 배제하거나 관리 대상으로 삼게 만들며, AI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흐름과도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재홍 학회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산업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진흥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정부는 산업을 중독의 대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소비를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질병코드를 포함한 규제 사안은 단기적 접근보다 장기적 연구 기반 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며 “3~5년짜리 지속적인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R&D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과몰입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현저히 부족하다. 게임 이용 자체를 병리화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게임 과다 이용보다 일상생활 기능 저하가 핵심인데, 이를 무리하게 게임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과학적·사회적으로 모두 부당하다”고 말했다.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도 “게임이용장애의 정의와 진단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느슨하다”며 “이 상태로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병역, 취업, 보험 가입, 입양, 유학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실질적인 차별과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낙인과 과잉 개입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확률형 아이템 제도 정착, 해외 역차별 해소가 과제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게임사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광고에도 해당 정보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은 홈페이지와 광고물, 옥외매체 등 다양한 채널에 확률 정보를 고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율 점검을 통해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 등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 도입 이후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일정 수준 충족되면서 업계 전반의 투명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자율규제 수준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게임사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검증과 UI·UX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고, 이용자 민원 감소와 서비스 신뢰도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확률 정보 표기 방식의 표준화가 미흡하고 과잉정보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중소 게임사는 정보공개 항목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에서 행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동일한 규제가 해외 게임사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게임사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제한되면서 확률 정보를 누락하거나 불명확하게 표기해도 당국이 실효적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게임사에만 규제 부담이 집중되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에 대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연 매출 1조 원 이상이거나 월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해외 게임사가 대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법 집행력 확보, 글로벌 플랫폼 협조 유도 등 구체적 후속 조치 없이는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홍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도 문체부, 공정위, 여가부까지 얽혀 있다 보니 이중 삼중 규제가 되는 상황이다. 하나의 기관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라며 “20년 넘게 관련 산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식의 접근보다는 천천히 조정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디·중소게임사 성장 위해 지원 체계 전면 재정비해야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및 중소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발사는 인력과 자본, 기술에서 여전히 취약하며, AI 기술 도입과 인프라 활용에도 제약이 많다. 업계는 “정책과 자본이 대형 게임사에 집중된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게임사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을 통한 R&D, 제작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원 예산이나 대상, 심사 방식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디게임에 치중된 일부 지원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실제로 '창구 프로그램' 등 특정 플랫폼 중심 지원이 되레 접근성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상용 AI 툴 바우처, 서버 비용 지원, 글로벌 유통 연계 프로그램 등 보다 다양한 층위를 고려한 실효성 높은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홍영기 한국인디게임협회 부협회장은 “자본과 인프라, 네트워크가 부족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대형 게임사 위주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디게임이야말로 국내 게임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축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개발비 지원을 넘어, 실무 중심의 교육과 멘토링, 취업 연계,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협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디 개발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5.20 16:04강한결 기자

대기업 유통·이커머스 뒤바뀐 처지..."규제 풀어야 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통업계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위기 극복을 위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오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면세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업계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체 매출 볼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면세 한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마트 쉬어도 전통시장 안가…규제 풀어야 전통적 유통 강자이던 대형마트는 쿠팡으로 대변되는 이커머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마트의 별도 기준 총 매출은 4조6천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총 매출(국내·해외 실적 합계)은 1조6천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마트로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의 1분기 원화 기준 매출은 11조4천876억원(79억8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이전까지 쿠팡의 최대 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세운 11조1천139억원으로 3개월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셈이다. 대형마트와 쿠팡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각종 규제 때문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쿠팡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급성장할 때, 대형마트는 공휴일 의무휴업과 새벽배송 영업시간 제한 등에 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강제했지만, 지금은 소비패턴이 바뀌어 과연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마트와 전통시장의 공통 경쟁자로 쿠팡이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주 고객은 40~60대인데,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구매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1020 세대가 나이가 들면 대형마트 이용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지금은 대형마트를 대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우선적인 과제로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풀어줘도 초기 구축 비용이 필요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대형마트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규제가 전통시장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130만 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에서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은 1천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했고 온라인몰 구매액은 350만원에서 8천170만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전통시장·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업에서의 2022년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들 닫더라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대신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구매액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온라인 시장 성장과 소비자 행동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단편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의무휴업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허리띠 졸라도 적자…“면세 한도 늘려야” 위기를 겪고 있는 업종은 대형마트 뿐만이 아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오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호텔신라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279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은 축소됐다. 면세(TR) 부문만 놓고 봐도 1분기 영업손실은 직전 분기(-439억원) 대비 크게 축소된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도 적자 규모를 줄였다. 1분기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직전 분기(-345억원) 대비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현대면세점 역시 1분기 적자가 직전 분기(-51억원) 대비 개선된 1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실질적인 업황 회복이 아닌 허리띠 졸라매기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수익성이 낮은 시내면세점인 부산점을 폐점했다. 현대면세점도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점만 단독으로 운영해 효율을 개선했다. 또 무역점 저효율 MD를 축소하고 동대문점 고효율 MD를 이전해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분석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기준 조정 ▲특허제도 개선 ▲내국인 면세 한도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면세 한도 상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여행자의 입국 면세 한도는 800 달러(111만원)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20만 엔·191만원), 중국 하이난(10만 위안·1천941만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을 국내에서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면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며 “또 관광객이 가장 많은 중국,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은 특허사업이고 대기업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연장됐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투자나 고용,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갱신심사 역시 준비 절차가 까다로워 불필요한 심사 제도를 개선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교수는 “국내 면세업계는 경기가 어려워 내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고 국내 이커머스에서 명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공항면세점의 경우 출국을 위한 보안 검색에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이 채용을 늘려 출국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공항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할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또 현재 입국 면세 한도인 800 달러를 한시적으로라도 2천~3천 달러로 늘려 고소득자의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항 임대료를 낮추더라도 생색내기식으로 소폭 인하하기보다 한시적이라도 40~50% 대폭 인하한 뒤 업황이 회복되면 올리는 식으로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이제는 강자 아닌 약자” [전문가 인터뷰]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현재 대형마트 위기가 온라인 부상에 따른 오프라인의 위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온라인이 없어 대형마트가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업종으로 여겨져 정부 규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의 영향이 훨씬 크고 바뀐 소비트렌드나 구매 스타일을 반영해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오프라인 간 규제 차별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소비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경영 여건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 출점규제, 심야 온라인 주문 배송 금지 규제, 주말 휴무 등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특히 월 2회 휴무를 자율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에서 사기업이 영업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과한 규제”라며 “휴무는 지자체별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해 대형마트 업황이 즉각적으로 회복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시장수요 자체가 이미 온라인으로 많이 기울여졌기 때문”이라며 “규제 완화는 대형마트의 숨통을 트여 줘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유통시장에서 강자가 아닌 약자로 변했다”며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편의점, 다이소 등이 성장해 과거 호황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연승 교수는 정연승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5년부터 단국대학교 경영학부에서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1년 제26대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경영학회 어워드 위원장을 맡았다. 차차기 마케팅학회장으로 내정됐다.

2025.05.15 10:45김민아 기자

'플랫폼≠포식자'…지속 가능한 성장 생태계 절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국내 플랫폼 업계는 AI 대전환기 속에서 새 정부가 산업의 나침반을 어떻게 조율할지 촉각을 세우는 중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과 함께 각종 규제의 벽에 부딪혀왔다. 플랫폼 독과점 논란을 비롯해 알고리즘의 투명성,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업계는 차기 정부가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AI가 모든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잘못된 규제 방향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도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AI 시대의 플랫폼, 규제로 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AI가 모든 산업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플랫폼의 역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술 진흥보다는 규제 중심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나 정부에서 규제 법안이 언급될 때마다 기업들이 여기에 쏟는 에너지가 늘어나고, 이는 곧 투자 시장에서의 매력도 하락과 동시, 해외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인터넷기업협회를 이끄는 박성호 회장은 새 정부가 기존의 규제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중복적인 규제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여러 부처에서 각각의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기업들은 일관된 기준 없이 다양한 규제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까지 커진 실정이다. 박 회장은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우려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도 충분히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하위법령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규제를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포식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플랫폼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혁신적인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산업을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동반자로 인식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2만여개의 기업과 166만명의 종사자, 300만명의 ICT 산업 종사자가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차기 정부가 AI·플랫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흥 중심의 디지털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기업들은 이 시기에 집적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속해 있는 단체를 통해 정책 방향성을 강조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플랫폼 규제가 AI 산업 진흥과 양립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규제보다는 기술 진흥과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 정책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디경연은 “플랫폼 규제는 AI 산업 진흥과 양립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규제가 강화될 경우 AI 기술의 현장 적용이 위축되고, 사용자 피드백과 데이터 수집의 제약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EU의 디지털시장법(DMA)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기업의 득세로 이어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디경연은 “플랫폼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중심 산업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진흥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AI 인재 양성·데이터 확보·기술 투자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새 정부에 요청했다. 배달·모빌리티 등 스타트업 “규제 완화 없인 기술 발전도 없다” 배송 혁신을 꾀하고 있는 배달-모빌리티 업계 또한 기존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먼저 업계는 배달 서비스가 단순 음식 중개를 넘어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적으로는 단순 중개업자로 간주돼 권한은 없고 책임만 부과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의 고용 형태도 여전히 쟁점이다. 라이더 다수는 자영업자의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일률적인 직고용 기준을 강제하는 규제가 업계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차기 정부가 배달 플랫폼을 '생활물류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데이터 기반의 노동·산재 제도 정비와 라이더 안전 보장책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빌리티 업계 역시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도입을 위해선 유연한 규제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과 서비스 확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관광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단순한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기술 기반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관광산업도 더 이상 전통적인 서비스업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관광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의 법과 제도가 과거의 관광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면서 “기술 기반 여행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관련 기금이 실질적으로 미래 관광 스타트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관광을 개별 산업 단위로 관리하려 하지 말고, 플랫폼·결제·콘텐츠 등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기 실적 중심의 지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는 한때 IT강국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갈라파고스'처럼 독자적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중국이 현금에서 바로 모바일 결제로 뛰어넘은 데 비해, 우리는 카드 중심 결제 체계가 너무 오래 지속돼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광도 온라인 예약, AI 기반 추천, 실시간 고객 피드백 등 기술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민간은 그 위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국내 플랫폼의 규제 현황이 너무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몇년 전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계도기간도 없이 법이 시행돼 관련 플랫폼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 일이 있지 않느냐"며 "관련 업계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제가 선도 기회를 막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 플랫폼 산업 규제와 관련해 구태언 변호사는 "지금의 규제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내놨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타다 금지법'을 언급하며 “모빌리티 혁신의 싹을 자르는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100년 된 버스-택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가맹택시 수준의 제한된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며 “정작 이동 자체의 본질을 바꾸는 서비스는 등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특히 자율주행 경쟁의 세계적 흐름을 강조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를 허용할 법안을 준비 중이며, 연내 완전 무인택시 도입도 가능하다”며 “우리는 여전히 유사택시 규제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테슬라의 무인차가 먼저 상용화되면, 국내 완성차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도화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되면, 결국 도시 전체의 교통 시스템이 무인차량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막히는 길이 있으면 다른 차량이 우회하고, 네트워크처럼 밸런싱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이런 미래형 도시 교통 시스템을 설계할 플랫폼이 한국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고,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입찰장에 설 것”이라며 “우버, 웨이모,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 변호사는 “규제는 결국 독점을 낳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경쟁 플랫폼의 진입을 막으면, 남는 건 독점뿐”이라며 “카카오가 택시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경쟁자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렌터카, 버스 등 전통 교통 영역 역시 독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구 변호사는 “플랫폼은 국민 삶의 기반이며,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플랫폼 산업을 통제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미래의 핵심 인프라로 봐야 한다”며 "새 정부는 규제를 '정한 틀 안에서의 혁신'으로 관리하려 들 것이 아니라, 민간이 실험하고 실패하면서 최적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플레이그라운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태언 변호사는 구태언 변호사는 1998년 검사로 임관, 2005년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검사로 근무했다. 이후 200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IT·지식재산권(IP)·디지털 포렌식 관련 법률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에는 혁신가들의 로펌 테크앤로를 창업해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 혁신기업들을 대상으로 융합법률 자문과 규제혁신 자문, 소송 업무를 수행해왔다. 2016년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해 법률특허지원단장을 맡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현재는 코스포 부의장을 맡고 있다.

2025.05.14 10:17안희정 기자

자율주행·SDV 전환기에 선 車…미·중은 뛰는데 규제에 꽉 막힌 韓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자동차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동화 흐름에 올라타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기차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SDV)로 산업 기술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계적 부품이 줄어드는 대신 소프트웨어(SW)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 처리하는 AI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과 AI 기술에서 크게 앞서 있다.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가 선제적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미 자율주행 패권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자율주행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고도화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먼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은 미래차의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美 무간섭·中 국가 주도, 탄력받는 자율주행…규제에 손발 묶인 한국 세계 자율주행차 경쟁 구도는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바이두의 양강 체제로 전개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이들 기업 가운데 웨이모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웨이모는 2009년 구글X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무인자율주행 주간 유료 승차 10만건을 돌파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좌측통행에 대응하는 일본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바이두는 2013년 중국 최초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착수해 현재까지 로보택시 운행 600만회, 누적 주행거리 1억㎞를 기록 중이다. 중국 내 1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대표 지역인 우한에서는 50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에는 1천대를 추가 도입했다. 이들 기업을 바라보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극명히 엇갈린다.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무간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안전성과 투명성 등 기업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지만, 기업이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실제로 과거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 크루즈가 로보택시 사고 이후 관련 정보를 허위 진술하자,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바이두를 핵심 기업으로 지정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당시 중국 내 16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운행을 승인하고, 총 3만2천㎞에 이르는 공공도로를 테스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로보택시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등 전기차 육성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정책 지원을 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은 자율·책임, 중국은 국가 주도라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촘촘한 규제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전국 42곳에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이 임시 운행에 머물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인해 자율주행 테스트카가 수집한 도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기관이 차량이 수집한 영상·이미지에서 사람과 차량 번호판을 일일이 삭제하도록 요구하거나, 실증 테스트마다 일일이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규제 일변의 정책 구조가 기술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에서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데이터에서 사람과 차량 번호를 일일이 지우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매번 실증 실험마다 별도 승인을 받아야 운행이 가능하다 보니, 규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규제 완화 통해 기업 자율 참여 위해 힘써야 자율주행은 정부의 협력과 기업의 참여로 성장할 수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정보통신(IT) 등 기업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조언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변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 됐다"며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자율주행 유상 운송 △면허 제도 개방 △성능 인증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주행 시장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인구 감소 지역에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지원해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정부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AI 및 자동화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려면 AI 관련 표준과 규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며 "도로나 통신망 같은 전통적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AI 및 자동화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면,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육과 재교육은 국가 차원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업체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규제에 자유롭지 못한 만큼, IT 솔루션 기업이 기술을 먼저 제안하고 협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협업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필요한 건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도를 열어주는 방식"이라며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정부가 먼저 판을 만들어줘야 산업 간 협력과 기술 혁신이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제도 정비·산업협력·인재양성 등 삼위일체로 이뤄져야" [전문가 일문일답]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AI와 자동차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AI는 이미 자동차의 개발, 생산,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개발 기간 단축, 품질 향상, ADAS와 인포테인먼트 성능 개선 등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는 전기·전자(전장) 부품 비중이 35%에서 70%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상당수가 소프트웨어(SW) 기반 부품으로 전환될 것이다. 특히 AI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경제 5단체 역시 차기 정부에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해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산업 정책의 평가는. "정부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의 인력 양성, R&D 예산 지원, 중소기업용 장비 센터 구축 및 비즈니스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산업 혁신을 뒷받침해왔다. 이 결과 세계 3위 완성차 생산국, 100대 부품업체 10개 배출, 933억달러(130조7천319억원) 수출 등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정책 강화 흐름과 달리, 한국은 지원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미래차 경쟁력에서 중국에도 뒤처진다. GDP 대비 산업 비중은 13%를 넘지만, R&D 예산 비중은 3%대에 불과하다. 또한 지방 자원 분산, 수도권 집중, 좀비기업 중심의 비효율적 지원, 전문인력 부족 속 연구소 난립, 협업 부진 등 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에는 선택과 집중, 대규모 특화 센터 구축, 중견·중소기업 간 전략적 제휴 강화가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미래차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이 필요한가. "실제 현장에서는 미래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도권 편중,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지방 기업조차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과 수요 간 괴리도 크다.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이버보안 분야 중위 연봉이 100만달러를 넘었고, 최저 연봉도 10만달러를 상회한다. 미래차 인재 확보를 위해 일본은 미국·유럽과 공동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해외 유학생의 적극적인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전문 인력의 해외 이탈, 대학 교육과 현장 수요 간의 괴리, 미래차 교수진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핵심 인재 육성에 대한 집중 투자와 수요 기반 맞춤형 재교육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역·산업별로 실제 인력 수급 상황을 정밀 분석하고, 선도 기술과 연계된 고급 인재 중심의 전략적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미래차 특별법'에 근거해 미래차 기업을 지정하되, 단순한 형식이 아닌 기업의 수용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혁신성 등을 평가해 선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협상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있는 만큼, 실무진 교체는 자제하고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과감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전동화·디지털화 전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격변의 흐름 속에서 향후 3년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만 보고 산업 전반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품질과 혁신역량 측면에서도 전체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 대응이 요구된다." -AI 기반 미래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관련 법·제도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I 기반 미래차는 커넥티드카, SDV, 로보택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포괄한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추진돼야 하며, 단순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산업 간 연계성과 생태계 전반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전문 인력 부족, 기업 간 협력 부진, 지자체 간 과당 경쟁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정책 실효성보다 보여주기식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과감히 캐즘(시장 정체기)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미래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관련 법 간의 유기적 연계, 기업의 수용력에 기반한 정책 설계, 이해관계자 간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3년마다 이를 점검·보완하는 체계적인 로드맵 마련이 필수적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정책 설계가 미래차 생태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 이항구 위원은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호서대 조교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뿐만 아니라 기업간 협업법 제정과 상생 결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 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 위원, 인베스트 코리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25.05.13 17:12김재성 기자

AI시대 뛰어든 통신·미디어, 낡은 규제에 갇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탄핵으로 출범하게 될 새 정부는 AI 기술 대전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산업 구조와 정책 체계 전반을 재편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이를테면 AI는 통신 인프라를 비롯해 콘텐츠 산업의 기획·제작·편집·유통 전 과정에 깊숙이 스며들며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방송·미디어 산업은 AI 기술이 가장 먼저 침투한 분야로, 전 산업을 연결하는 기반 인프라 성격을 지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파급력이 막대한 분야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기존의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학계와 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아가 낡은 규제에서 벗어나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거듭된 주문을 되새겨야 할 상황이다. 산업 구조 송두리째 바꾸는 AI AI는 통신 인프라부터 콘텐츠 제작 현장까지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통신 산업에서는 단순한 전송망 제공자 역할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실시간 네트워크 최적화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권오상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AI가 고객 경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선함으로써, 통신사가 단순 인프라 사업자에서 서비스 혁신의 주체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통신과 콘텐츠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통신사는 이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인프라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AI 기반 네트워크는 자율 운영과 트래픽 최적화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의 네트워크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물류 등 타 산업과의 융합 생태계를 주도하는 '산업 간 연결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통신 산업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도 AI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송사들과 제작사들은 AI 스토리보드, 음성 합성, 영상 편집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뉴스·스포츠 생방송에는 자동 자막과 자동 편집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광고, 오디오북, 웹툰 등 콘텐츠 전반에서도 AI 기반 제작이 시도되고 있으며, OTT 플랫폼은 개인화 추천 기술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와 광고 수익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뿐 아니라, 포맷과 장르의 다양성까지 확장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방송의 가치사슬 전반이 재구성되고 있다”며 “기존의 기획-제작-유통 중심 구조를 넘어, 데이터 분석과 시청자 반응 예측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쏜살같이 바뀌는 기술 성숙도…뒤처지는 제도 딜레마 다만 이 같은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법·제도는 여전히 2000년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가 기술 발전의 속도와 괴리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현행 규제는 설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플랫폼 기반의 융합 서비스에 적합치 않다”며 “플랫폼화된 서비스에 맞춘 수평적 규제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산업 구조의 수평화'에 있다”면서 “AI 기반 네트워크나 플랫폼 중심 콘텐츠 유통은 더 이상 기존처럼 인프라-콘텐츠-유통으로 단절된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방송·콘텐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방송, OTT, 콘텐츠 등으로 나뉜 법체계는 지나치게 파편화돼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적 미디어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기존 자료를 학습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법적 기준의 부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AI 콘텐츠의 저작권, 데이터 학습권, 가짜뉴스 대응 등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은 “생성형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한 뒤 제작한 콘텐츠의 경우, 원 저작권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작권 정의와 보호 체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기술 진화가 제도보다 앞설 수밖에 없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나친 규제로 대응하는 방식은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용자, 사업자, 정부가 함께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틀 안에서 플랫폼과 창작자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산업 옥죄는 낡은 규제 풀어야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는 단연 방송광고 분야가 꼽힌다. 1980년대에 도입된 규제 체계로, 사실상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전환되던 시기의 제도가 OTT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콘텐츠 유통 환경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이 같은 '과거의 틀'은 방송 생태계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게 됐다. 이를테면 글로벌 OTT나 유튜브 등은 규제를 거의 받지 않지만, 전통적인 방송사는 여전히 광고 품목·시간대·형식 등 규제가 닿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제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상파는 조제분유, 주류, 패스트푸드 등 여러 품목에 대해 광고 제한을 받고 있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노출할 수 있다”며 “플랫폼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지는 현재 구조는 방송사에만 불리한 시대착오적인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플랫폼 간 규제 격차는 단순한 정책 형평성 문제를 넘어, 방송의 수익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광고주가 규제 없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방송사의 매출 기반은 취약해지고, 이는 다시 제작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광고 단가나 유치 경쟁력에서 이미 OTT에 밀리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방송에만 적용되는 구조는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회장은 “규제를 통한 공공성 유지보다는 방송이 경쟁력 있는 광고 수익모델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광고 유형 단순화, 타이틀 스폰서 도입, 협찬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도 시대 흐름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AI 시대에 맞는 규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신민수 교수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와 부가통신사로 구분한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AI 기반의 네트워크 운영은 가상화된 설비 운영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더 이상 설비 규모를 기반으로 하는 규제 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의 요금 규제 정책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이 오가는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며 “요금 수준에 대한 규제가 아닌 품질 위주의 AI 요금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엽 교수는 “AI 네트워크는 서비스 품질(QoS) 최적화, 트래픽 예측, 관리형 서비스 등을 위해 차등적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망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이슈는 AI 기술 독점, 나아가 데이터 독점”이라며 “빅테크의 AI 학습용 데이터, 컴퓨팅 자원, 인재를 독점으로 인해 통신사 등의 진입장벽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므로 데이터 공유, 개방 의무 등의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오상 교수는 “이제는 망중립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중립성 개념의 정립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AI 플랫폼이 망과 유사하게 필수설비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필수 AI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5.05.08 14:39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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