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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도, 데이터도 없다"…망분리 완화부터 속도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금융권 망 분리(인터넷 차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업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게 인공지능 전환(AX)의 길에 접어들었다. 망 분리 규제 이전 AI 활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디어 생성형AI라는 바다와 조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 수준의 망 분리 규제 완화만으로는 AI가 접목된 획기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긴 힘들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로는 이미 도태된 기술을 접목하는데 머무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기술적으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관련 인력도 부족하다. 인력 부족은 또 금융권의 AI 발전 도태로 이어진다. 금융업계선 망 분리 규제 특례 심사 기간의 획기적인 단축과 다양한 외부 데이터 접근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도입 첫 길…망 분리 완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3'의 등장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생성형 AI가 가져올 파급력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뒤쳐져선 안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안 규제가 가장 엄격한 금융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지난 2024년 8월 금융사 내부망(내부 정보 저장 시스템)과 외부망(인터넷 연결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하도록 한 망 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위의 '망 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르면 금융사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신청)를 심사를 신청하면 생성형 AI 등에 인터넷 활용 제한 규제를 완화해준다. 그동안 망 분리 규제는 금융권에선 대표적인 '대못'으로 통했다. 빠르게 인터넷을 연결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망분리 규제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산업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할 길이 막혀 있었다. 그나마 필요한 프로그램 역시 별도로 은행 본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도 있었다. 이번 기사를 위해 시중 8개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AI 및 디지털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은행들은 이구동성으로 "망 분리 규제 완화로 인해 상용 AI 모델의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부 모델 활용으로 인해 서비스 개발 및 오픈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부 서비스에만 중점…한계도 '여전' 하지만 조사 대상 8개 은행들은 "AI를 활용할 때 가장 걸림돌은 규제"라면서 "망 분리 규제 완화만으로는 금융권 AI 활성화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망 분리 규제 특례 심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다보니 신기술 발전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A은행은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심사 기간이 120일 이내로 돼 실제 승인까지 약 3~4개월이 소요된다"며 "그 사이 새로운 AI 기술이 도입되는 경우도 있으며, 타 금융사에서 먼저 승인을 받은 동일 건에 대해서는 더 빨리 승인을 해주는 등 승인 기간이 단축되면 더 좋겠다"고 설명했다. B은행에서는 "망 분리 규제로 인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클라우드 활용에 제약이 많고,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하더라도 번거로운 상황"이라며 "빅테크에서 사용 가능한 영역도, 금융사에서는 사용 불가인 경우가 빈번한 경우가 많다"고 거론했다. C은행은 "오픈소스나 AI모델을 내부 반입 시 용량이 클 경우 반입이 어렵다"며 "클라우드와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API 연동 등이 자유롭지 못하는 점도 제약요인"이라고 짚었다. D은행은 "AI 기술은 금융서비스의 효율성 제고와 고객경험 혁신에 있어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금융사가 이를 도입하고 확산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며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으며, AI 기본법 제정과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지속 강화되면서 금융권의 AI 알고리즘 활용 가능 범위와 방법도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도 데이터도 '부족' 금융업체들의 내부 문화는 대부분 보수적인 편이다. 그러다보니 개발 환경도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권 AI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금융권의 AI 혁신은 여러 장벽에 막혀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E은행은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기술 혹은 AI 중심 산업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고급 인력을 채용하기는 더 어렵다"며 "금융업무 지식을 갖추고 AI까지 이해하는 전문 인력은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응답했다. F은행은 "AI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성과 실험 환경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 문화를 일부 개방적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AI에 쓸 수 있는 외부 데이터도 적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G은행에서는 "생성형 AI의 경우 가명정보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이 제약된다"고 지적했다. H은행은 "현재는 가명정보만 활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고객의 실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AI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사 태생적 한계 지적도…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리더라도 금융권 내부적으로 AI 활용 수준을 결정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은행은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허위정보 생성) 현상이 금융업의 근간인 정확성과 신뢰성을 해칠 위험도 있다고 보고 있어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 역시 "고객의 자산과 직결되는 금융 서비스에 AI를 도입할 때는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AI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금융권의 기술 개발이 부족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과 정부가 함께 AI 활성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희대 이경전 교수는 "은행이 AI를 잘 쓰게 하려면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이득을 보호하는 법(금산분리 등) 때문에 쉽게 장사를 해 기술 개발 노력을 안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 자체 경쟁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 교수는 "AI를 이용한 자금세탁방지 등은 망 분리 규제와 같은 기술적인 것과 연관이 없는데 정부도 강하게 말하지 않고, 금융산업도 안하려고 한다"며 "은행장 혹은 은행 본점 관점에서의 보여주기식 AI를 만들기보다 정부와 은행이 머리를 맞대 필요한 금융AI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가 AI제대로 알아야 전략세울 수 있어" [전문가 인터뷰]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Q.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AI 활용을 평가해보자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후진국'이다. 은행의 비즈니스 범위가 너무 통제됐다. 정부는 금융업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되, 상품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본다. AI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금 대세가 돼 가지고 이제 누구나 다 도입하고 적용해야 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할루시네이션 같은 AI 오류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금융영역에서는 도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있다. 현재 대출 심사나 보험금 지급, 손해사정 등에서 AI 도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부분 부분 진척이 되곤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의 최고경영자(CEO) 판단을 도와주는 AI 도입이라고 본다." Q. CEO가 가장 많이 AI를 활용해야 한단 의미인가.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AI 전환을 빠르게 하려면 CEO가 AI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정교하게 정확하게 미래를 잘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려면 CEO가 AI의 도움을 먼저 받아야 한다. 즉, 기업들이 정말 필요한 AI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챗GPT가 나왔으니까 이거 한번 써보자' 이런 식인데, 써보면 업무에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아주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AI를 쓸지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찾아내서 거기에 맞춤형 AI를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AI를 접근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 AI를 잘 모르니까 시류나 트렌드 따라서 쓰는 정도다." Q. 금융권의 AI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나. "AI가 사람을 다 대체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일부 맞다. 그러나 AI의 핵심적인 부분에선 사람하고 협업을 해야 한다. AI를 어떻게 쓸 건지 결정은 사람이 하는 거고 이걸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계속 개입을 해야 된다. AI를 잘 쓰는 거는 결국 사람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그 사람이 AI를 잘 이해해야 잘 쓰는 거고 근데 대한민국 금융권 리더십이 아직은 AI를 잘 쓰는 데 대한 이해도가 좀 낮다. 사람의 리더십이 훌륭해야 더 좋은 AI를 만들 수 있고 쓸 수 있다." ■ 하태경 원장은 하태경 원장은 제19대 보험연수원장으로, AI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연수원 비전으로 삼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등의 경력을 거쳐 제 19·20·2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25.05.23 14:32손희연

'국가 AI' 지휘할 조직, 통합조정 실행력 갖춰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분산된 정책 기능 통합, 부총리급 승격, 콘트롤타워 부재... 선거철마다 들려오는 거버넌스 논의의 '단골' 키워드다. 6월3일 실시될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공지능(AI)이란 키워드가 정부 거버넌스 논의에 깊숙이 들어온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 정부는 변화한 환경과 정신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덴 이견이 없다. 개헌 필요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런 만큼 21대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많다. 갑작스럽게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다보니 각 후보의 정책 방향과 정부 조직 청사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AI 담당 부처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AI 우선 정책 기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AI 3강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정부 조직개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개편안을 제시한 적 있다. 이런 큰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 ▲대통령실 AI정책보좌관 신설 ▲국가AI위원회 기능 강화를 공약에 담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를 통합해 AI를 포함하는 교육과학부 개편안을 선보였다. 대선 대진표가 마련되기에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AI와 같은 국가 아젠다를 이끄는 부처는 다음 정부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직 장관과 차기 대선 후보는 물론 학계에서도 AI 담당 부처 이야기가 쏟아진다. AI가 몰고 오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파급력을 두고 국가적으로 담당 조직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이해관계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 부처는 어떤 조직이어야 하나 현재 AI 주무부처는 과기정통부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과기정통부 내에 인공지능정책관 조직이 설치되면서 AI 정책 기능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국가AI위원회가 신설됐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AI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현행 AI 정책 거버넌스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법학회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정부 조직과 업무 배분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업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부처 간 협업을 위한 수평적 조정과 연계의 제도화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다부처 소관 사안은 대통령 또는 총리 소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다루게 되는데 위원회 자체의 정책 조정 기능이 없어 관계 부처의 반대가 없는 안건만 의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AI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런 한계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AI 정책을 내세울 경우 중복되거나 방향이 엇갈리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을 법적 근거로 하는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정책 수립과 추진, 조정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탄핵 정국 가운데서도 AI 기술개발을 맡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조 단위 추경 예산을 확보해 GPU 구매에 나선 점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세부 갈래를 살펴보면 조직개편 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학계에서는 부총리급 AI혁신부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AI를 이끄는 부처가 단일 영역의 정책 기능을 갖는 게 아니라 정부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CINO(Chief Innovation Office)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AI혁신부를 제안한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것인가와 동시에 어떤 일을 해 나갈 것인지 중요하다”며 “조직개편의 핵심 동력인 정권교체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부는 단순한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라, 다른 부처를 혁신적으로 압박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부 시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견인하면서 혁신을 강제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수단으로 삼고 목적은 정부 혁신에 둬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산업 발전을 위해 AI가 컴퓨팅 구성 요소인 미들웨어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정책을 이끄는 부처가 AI를 도구로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존 디지털 정책은 통신이 아닌 AI 프레임에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시장 수요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존 정책의 중심인 네트워크라는 인프라를 아래(운영체계 단)에 두고 AI라는 미들웨어를 둔 뒤 그 위에 최종적으로 산업별 AI 전환(애플리케이션 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AI부총리...결국 핵심은 콘트롤타워 AI 부처 기능과 함께 위상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총리급'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결국 현행 장관급 체계에서 부처 간 갈등이나 통합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 공무원은 “다른 부처에 대한 개편안을 점칠 수 없으나 과기정통부가 부총리급이 되더라도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에 이은 세 번째 AI부총리가 된다면 국무위원의 순번이 바뀌는 게 아니다”며 “부총리 조직이 갖는 개념은 정책 기능 확대보다 조직 위상의 격상을 통한 정책의 최우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AI를 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부총리 논의와 함께 맞물리는 것이 대통령 비서실의 AI 수석비서관 신설 논의다. 가장 강력한 정책 조정 기능을 가진 대통령의 의지를 보좌할 수 있는 위치가 생겨야 AI 주무부처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정부조직 대안으로 현재의 수석, 비서관 중심의 대통령실에 정책지원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정책결정 전문성과 부처 간 정책 조정의 효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표 석학들이 모인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이슈 보고서를 내고 대통령실 내 가칭 혁신수석을 설치하고 생성형AI 확산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산업기술혁신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디어 3학회가 토론 끝에 합의안을 마련한 내용에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AI가 아닌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방안을 내세우면서 대통령실에 방송통신, 미디어콘텐츠 정책과 관련 국가 전략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대통령실에 관련 수석실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부 조직은 그대로인데 대통령 곁에서 미래전략수석과 같은 전담 콘트롤타워 부재가 그동안은 디지털과 미디어, 앞으로는 AI 정책의 추진동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점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풀어낼 과제도 고민거리 디지털 분야에서 AI만큼이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AI가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속도가 빠를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는 것처럼, 미디어 환경은 벌써 큰 변화에 떠밀려 가고 있다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런 가운데 옛 규제 체계와 거버넌스에 발목을 잡혀 산업의 발전은 막혔고 미디어 본연의 공공성과 공익성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은 가칭 정보미디어부와 부처 산하 공영미디어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미디어 ICT 통합 독임제 부처로 개편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책 논의 기구는 분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과거 미디어 거버넌스 논의 과정에서도 나왔던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해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3학회는 국내 미디어의 공적가치 제고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새로운 정부 구성 시점이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면서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통합 개편, 공영방송 제도 개편, 낡은 미디어 규제체계 개편 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치적 후견주의가 남긴 미디어 정책 결정 기능을 재검토하고, 공영방송의 정치 도구화를 막자는 것인데 무엇보다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3학회의 학자들이 모여 합의안을 만들어낸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ICT와 미디어 정책 부처의 통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를 포함한 ICT 정책은 국가 사회 전반에 필요한 기반 기술인데 방송미디어 영역과 묶이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AI와 SW 등 ICT는 타 산업과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 되는 고유 업무가 있는데 미디어 파트와 묶이면 미래전략 핵심기술 자체의 도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 쟁론이 많은 방송미디어 현안에 치우쳐 ICT 분야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5.22 16:41박수형

윤곽 잡힌 K-로봇 청사진…자원 효율적 안배 집중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차기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산업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이 노동력 보완과 미래 먹거리를 모두 해결해 줄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일례로 국내 조선업이 때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호황으로 조선소 가동률이 높아졌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한 탓이다. 근무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 인력난은 고질병이 됐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을 지원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조선업 공약을 발표하면서 “설계부터 생산, 물류, 품질관리, 안전까지 전 공정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자동화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첨단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공장을 조선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역 유세 첫 일정으로 판교와 동탄을 방문해 개발자들을 만나며 첨단산업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2호 미래기술 특보 자리에는 유진로봇의 사외이사인 장동의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임명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로봇산업에 관심을 드러냈다. 인공지능과 산업용 로봇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맞춤형 인프라, 유연근무제 적용,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1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민관합동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의거해 로봇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산업부가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이어진 3차 계획은 로봇 기반 표준공정모델 개발·보급에 중점을 뒀다. 작년부터 2028년까지 이어지는 4차 계획에는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겼다. 4차 계획은 오는 2030년까지 ▲첨단로봇 100만대 보급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 80% 제고 ▲로봇 핵심 인력 1만5천명 이상 확보 등 추진 과제를 구체화했다. 지난달에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고 휴머노이드 기술을 세계 선두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으로 로봇산업에 전폭적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한편으로는 미국·중국이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는 현재 상황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실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 52시간 완화해야…부품 경쟁력 제고 시급" 최혁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연구·개발(R&D) 인력 운용을 위한 실용주의 정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1995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교내 로봇 연구소를 세운 인물이다. 2018년 제15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로봇용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먼저 “R&D 인력 운용에 있어서 시간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갖는 데 중요하다”며 “먼저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력 운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교수는 “국내 로봇업체가 시장 경쟁력을 갖도록 다양한 세제 및 R&D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서 R&D 인력 운용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질의 연구 인력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 양질의 R&D인력은 대기업에서 흡수되고 있는데, 임금 차이를 다소 상계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수입 로봇이 국내 정책 지원을 받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가형 중국 로봇을 들여와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정부 과제 지원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 관세전쟁 양상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저가의 서비스 로봇, 협동로봇, 부품업체 등이 자국 내 시장의 한계에 이르러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가장 매력적인 수요처”라며 “중국 로봇이 한국 시장에 밀려 들어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우려스렵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로봇업체의 경쟁력을 조속히 배양해야 한다”며 “특히 부품 차원에서 시장 경쟁력이 생겨야 체인 상단에 있는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D 지원 이원화해야…SW 동반성장 중요" 조혜경 한성대학교 IT융합공학부 교수도 “제조 로봇이 저가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AI 기반 최신 기술에서도 인적·물적 규모 열세에 따라 미국·중국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제어계측공학, IT융합공학 등 로봇 기술 분야 전문가다. 언어기반 인공지능(AI)과 인간과 로봇 간 소통(sHRI), 로봇을 활용한 융합 콘텐츠 등 관련 분야 연구를 이어왔다. 2022년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을 지냈고, 작년부터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는 정부 R&D 프로그램 이원화를 제안했다. 기업들은 시제품 개발 지원금과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비영리 연구기관은 중장기적 핵심 기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조 교수는 “국내 기업은 다양한 R&D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실용성 높은 R&D를 위해 산학연 공동개발을 권장하거나 수요기업 참여를 필수로 하는 등 이유로, 비영리 기관들은 컨소시엄에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R&D 수행에 대한 행정처리 및 정산의 부담이 상당하기에 경쟁력 있는 기업은 R&D 과제 참여를 회피하며 오히려 정부 R&D만을 전문으로 하는 자생력 없는 기업들이 연명하는 수단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로봇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동반 성장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SW·AI 교육에서 하드웨어(기구·전자)를 잘 다루지 않기 때문에, 주로 기계적 전문성이 높은 로봇 전공자들이 AI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표준 기구-하드웨어 플랫폼과 데이터 획득, 공유 기반을 만들어 피지컬 AI에 관심이 있는 SW 인력들이 쉽게 로봇 기술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로봇과 최신 AI 분야 경쟁력이 같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역할에 공감하는 정부 돼야" [전문가 인터뷰]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Q. 국내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봇산업 중요성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로봇산업이 국가 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미래에 로봇이 왜 필요한지 역할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Q. 차기 대선주자들이 모두 로봇산업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Q. K-휴머노이드 연합의 1조원 투자 규모는 충분하다고 보나. “꼭 투자 금액이 많아야 잘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핍이 있어야 더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웃음) 적정한 예산을 파악하고 성과를 보여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다.” Q. 국내 로봇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한국 로봇산업이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로봇협회의 가장 큰 미션도 우리만의 길을 찾는 것이다.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똑같이 해야 한다.” Q. 중국 저가형 로봇 유입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 일본이 한국에 그렇게 해왔다. 일본이나 중국이 덤핑을 해도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 로봇을 쓰는 우리 고객들이 받는 혜택이 많다. 한국은 공급자 중심 사회다. 점차 수요자와 사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Q. 한국 로봇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모습은. “로봇인 입장으로 보면 한국은 아직 일본에서 독립이 안 됐다. 일본 사람은 돌아갔지만 로봇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 로봇도 일본에 많이 수출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 김진오 회장은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회장은 약 40년 전부터 기계·로봇공학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최초로 로봇 전공학부를 설립한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로봇공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기업과 학계를 거치며 국내 로봇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현대 로봇앤드디자인 회장과 광운대학교 석좌교수로 겸직하고 있다.

2025.05.21 10:12신영빈

게임, '중독·규제' 프레임 탈피 절실…"질병코드 등재 막아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게임 인구는 약 2천477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는 의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0~69세 인구의 게임 이용률은 59.9%에 달한다. 또한 2023년 게임 수출액은 83억9천400만 달러(약 12조3천4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 133억3천900만 달러(약 19조6천억원)의 62.9%에 이른다. 게임 산업이 국내 콘텐츠 수출 핵심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게임산업은 여전히 '중독'과 '규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다. 이 논의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기술 진흥보다 관리 중심 쪽에 쏠려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과 함께 콘텐츠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 게임 산업 역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는 규제보다 진흥 중심의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게임, 기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 전환 필요 게임은 이미 AI 기술이 가장 빠르게 실증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대규모 멀티플레이 서버 운영, 실시간 밸런스 조정, 이용자 행동 예측, NPC와의 자연어 대화 등은 게임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해온 기술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동 콘텐츠 제작, 시나리오 구성, 모션 및 음성 합성까지 본격화되며 게임 제작 파이프라인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기술 흐름과 함께, 게임이 문화적 가치를 토대로 하면서도 동시에 고도화된 기술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는 현장에서, R&D 세액공제, 클라우드 인프라 지원, 제작 툴 바우처 지급 등 진흥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게임은 4차 산업의 실증 무대"라는 인식 아래,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게임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 성장 동력이며, 문화산업이자 기술산업으로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문화력이며, 정부가 진흥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례 중 하나로 게임업계에선 기술개발비용 세액공제 문제를 꼽고 있다. 현재 기술개발비용 세액 공제는 영화·방송 등 일부 콘텐츠 분야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도 막대한 인건비와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형평성 있는 조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규모 개발사들이 고비용의 AI 제작 솔루션을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바우처 지원이나 인프라 접근성 확대 방안도 절실한 상황이다. 규제 중심 정책으로 막혀 있는 P2E(Play to Earn) 게임 분야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나온다. P2E는 게임 플레이로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유통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블록체인 기반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모델이 사행성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대부분의 국산 P2E 게임은 해외 시장을 통해 운영되는 실정이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양당과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인력 육성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할 계획”이라며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 감소와 새로운 도전 인력 부족으로 게임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상위 게임사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게임은 충분히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며, 협회도 산업 진흥 관점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업계는 철회 요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2018년 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이를 포함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할지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이견이 지속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 여가이자 문화콘텐츠인 점을 들어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이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게임 이용자에게 낙인을 찍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박과 동일한 행동중독 범주로 분류되는 데 대한 거부감도 크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은 교육, 복지, 정책 전반에서 게임을 배제하거나 관리 대상으로 삼게 만들며, AI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흐름과도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재홍 학회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산업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진흥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정부는 산업을 중독의 대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소비를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질병코드를 포함한 규제 사안은 단기적 접근보다 장기적 연구 기반 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며 “3~5년짜리 지속적인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R&D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과몰입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현저히 부족하다. 게임 이용 자체를 병리화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게임 과다 이용보다 일상생활 기능 저하가 핵심인데, 이를 무리하게 게임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과학적·사회적으로 모두 부당하다”고 말했다.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도 “게임이용장애의 정의와 진단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느슨하다”며 “이 상태로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병역, 취업, 보험 가입, 입양, 유학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실질적인 차별과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낙인과 과잉 개입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확률형 아이템 제도 정착, 해외 역차별 해소가 과제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게임사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광고에도 해당 정보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은 홈페이지와 광고물, 옥외매체 등 다양한 채널에 확률 정보를 고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율 점검을 통해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 등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 도입 이후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일정 수준 충족되면서 업계 전반의 투명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자율규제 수준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게임사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검증과 UI·UX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고, 이용자 민원 감소와 서비스 신뢰도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확률 정보 표기 방식의 표준화가 미흡하고 과잉정보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중소 게임사는 정보공개 항목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에서 행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동일한 규제가 해외 게임사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게임사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제한되면서 확률 정보를 누락하거나 불명확하게 표기해도 당국이 실효적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게임사에만 규제 부담이 집중되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에 대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연 매출 1조 원 이상이거나 월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해외 게임사가 대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법 집행력 확보, 글로벌 플랫폼 협조 유도 등 구체적 후속 조치 없이는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홍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도 문체부, 공정위, 여가부까지 얽혀 있다 보니 이중 삼중 규제가 되는 상황이다. 하나의 기관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라며 “20년 넘게 관련 산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식의 접근보다는 천천히 조정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디·중소게임사 성장 위해 지원 체계 전면 재정비해야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및 중소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발사는 인력과 자본, 기술에서 여전히 취약하며, AI 기술 도입과 인프라 활용에도 제약이 많다. 업계는 “정책과 자본이 대형 게임사에 집중된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게임사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을 통한 R&D, 제작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원 예산이나 대상, 심사 방식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디게임에 치중된 일부 지원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실제로 '창구 프로그램' 등 특정 플랫폼 중심 지원이 되레 접근성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상용 AI 툴 바우처, 서버 비용 지원, 글로벌 유통 연계 프로그램 등 보다 다양한 층위를 고려한 실효성 높은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홍영기 한국인디게임협회 부협회장은 “자본과 인프라, 네트워크가 부족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대형 게임사 위주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디게임이야말로 국내 게임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축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개발비 지원을 넘어, 실무 중심의 교육과 멘토링, 취업 연계,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협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디 개발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5.20 16:04강한결

대기업 유통·이커머스 뒤바뀐 처지..."규제 풀어야 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통업계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위기 극복을 위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오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면세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업계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체 매출 볼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면세 한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마트 쉬어도 전통시장 안가…규제 풀어야 전통적 유통 강자이던 대형마트는 쿠팡으로 대변되는 이커머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마트의 별도 기준 총 매출은 4조6천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총 매출(국내·해외 실적 합계)은 1조6천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마트로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의 1분기 원화 기준 매출은 11조4천876억원(79억8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이전까지 쿠팡의 최대 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세운 11조1천139억원으로 3개월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셈이다. 대형마트와 쿠팡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각종 규제 때문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쿠팡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급성장할 때, 대형마트는 공휴일 의무휴업과 새벽배송 영업시간 제한 등에 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강제했지만, 지금은 소비패턴이 바뀌어 과연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마트와 전통시장의 공통 경쟁자로 쿠팡이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주 고객은 40~60대인데,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구매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1020 세대가 나이가 들면 대형마트 이용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지금은 대형마트를 대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우선적인 과제로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풀어줘도 초기 구축 비용이 필요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대형마트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규제가 전통시장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130만 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에서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은 1천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했고 온라인몰 구매액은 350만원에서 8천170만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전통시장·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업에서의 2022년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들 닫더라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대신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구매액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온라인 시장 성장과 소비자 행동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단편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의무휴업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허리띠 졸라도 적자…“면세 한도 늘려야” 위기를 겪고 있는 업종은 대형마트 뿐만이 아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오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호텔신라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279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은 축소됐다. 면세(TR) 부문만 놓고 봐도 1분기 영업손실은 직전 분기(-439억원) 대비 크게 축소된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도 적자 규모를 줄였다. 1분기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직전 분기(-345억원) 대비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현대면세점 역시 1분기 적자가 직전 분기(-51억원) 대비 개선된 1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실질적인 업황 회복이 아닌 허리띠 졸라매기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수익성이 낮은 시내면세점인 부산점을 폐점했다. 현대면세점도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점만 단독으로 운영해 효율을 개선했다. 또 무역점 저효율 MD를 축소하고 동대문점 고효율 MD를 이전해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분석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기준 조정 ▲특허제도 개선 ▲내국인 면세 한도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면세 한도 상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여행자의 입국 면세 한도는 800 달러(111만원)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20만 엔·191만원), 중국 하이난(10만 위안·1천941만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을 국내에서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면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며 “또 관광객이 가장 많은 중국,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은 특허사업이고 대기업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연장됐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투자나 고용,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갱신심사 역시 준비 절차가 까다로워 불필요한 심사 제도를 개선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교수는 “국내 면세업계는 경기가 어려워 내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고 국내 이커머스에서 명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공항면세점의 경우 출국을 위한 보안 검색에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이 채용을 늘려 출국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공항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할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또 현재 입국 면세 한도인 800 달러를 한시적으로라도 2천~3천 달러로 늘려 고소득자의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항 임대료를 낮추더라도 생색내기식으로 소폭 인하하기보다 한시적이라도 40~50% 대폭 인하한 뒤 업황이 회복되면 올리는 식으로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이제는 강자 아닌 약자” [전문가 인터뷰]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현재 대형마트 위기가 온라인 부상에 따른 오프라인의 위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온라인이 없어 대형마트가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업종으로 여겨져 정부 규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의 영향이 훨씬 크고 바뀐 소비트렌드나 구매 스타일을 반영해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오프라인 간 규제 차별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소비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경영 여건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 출점규제, 심야 온라인 주문 배송 금지 규제, 주말 휴무 등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특히 월 2회 휴무를 자율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에서 사기업이 영업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과한 규제”라며 “휴무는 지자체별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해 대형마트 업황이 즉각적으로 회복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시장수요 자체가 이미 온라인으로 많이 기울여졌기 때문”이라며 “규제 완화는 대형마트의 숨통을 트여 줘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유통시장에서 강자가 아닌 약자로 변했다”며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편의점, 다이소 등이 성장해 과거 호황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연승 교수는 정연승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5년부터 단국대학교 경영학부에서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1년 제26대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경영학회 어워드 위원장을 맡았다. 차차기 마케팅학회장으로 내정됐다.

2025.05.15 10:45김민아

'플랫폼≠포식자'…지속 가능한 성장 생태계 절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국내 플랫폼 업계는 AI 대전환기 속에서 새 정부가 산업의 나침반을 어떻게 조율할지 촉각을 세우는 중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과 함께 각종 규제의 벽에 부딪혀왔다. 플랫폼 독과점 논란을 비롯해 알고리즘의 투명성,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업계는 차기 정부가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AI가 모든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잘못된 규제 방향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도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AI 시대의 플랫폼, 규제로 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AI가 모든 산업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플랫폼의 역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술 진흥보다는 규제 중심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나 정부에서 규제 법안이 언급될 때마다 기업들이 여기에 쏟는 에너지가 늘어나고, 이는 곧 투자 시장에서의 매력도 하락과 동시, 해외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인터넷기업협회를 이끄는 박성호 회장은 새 정부가 기존의 규제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중복적인 규제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여러 부처에서 각각의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기업들은 일관된 기준 없이 다양한 규제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까지 커진 실정이다. 박 회장은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우려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도 충분히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하위법령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규제를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포식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플랫폼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혁신적인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산업을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동반자로 인식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2만여개의 기업과 166만명의 종사자, 300만명의 ICT 산업 종사자가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차기 정부가 AI·플랫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흥 중심의 디지털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기업들은 이 시기에 집적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속해 있는 단체를 통해 정책 방향성을 강조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플랫폼 규제가 AI 산업 진흥과 양립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규제보다는 기술 진흥과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 정책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디경연은 “플랫폼 규제는 AI 산업 진흥과 양립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규제가 강화될 경우 AI 기술의 현장 적용이 위축되고, 사용자 피드백과 데이터 수집의 제약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EU의 디지털시장법(DMA)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기업의 득세로 이어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디경연은 “플랫폼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중심 산업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진흥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AI 인재 양성·데이터 확보·기술 투자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새 정부에 요청했다. 배달·모빌리티 등 스타트업 “규제 완화 없인 기술 발전도 없다” 배송 혁신을 꾀하고 있는 배달-모빌리티 업계 또한 기존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먼저 업계는 배달 서비스가 단순 음식 중개를 넘어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적으로는 단순 중개업자로 간주돼 권한은 없고 책임만 부과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의 고용 형태도 여전히 쟁점이다. 라이더 다수는 자영업자의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일률적인 직고용 기준을 강제하는 규제가 업계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차기 정부가 배달 플랫폼을 '생활물류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데이터 기반의 노동·산재 제도 정비와 라이더 안전 보장책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빌리티 업계 역시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도입을 위해선 유연한 규제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과 서비스 확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관광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단순한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기술 기반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관광산업도 더 이상 전통적인 서비스업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관광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의 법과 제도가 과거의 관광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면서 “기술 기반 여행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관련 기금이 실질적으로 미래 관광 스타트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관광을 개별 산업 단위로 관리하려 하지 말고, 플랫폼·결제·콘텐츠 등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기 실적 중심의 지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는 한때 IT강국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갈라파고스'처럼 독자적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중국이 현금에서 바로 모바일 결제로 뛰어넘은 데 비해, 우리는 카드 중심 결제 체계가 너무 오래 지속돼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광도 온라인 예약, AI 기반 추천, 실시간 고객 피드백 등 기술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민간은 그 위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국내 플랫폼의 규제 현황이 너무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몇년 전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계도기간도 없이 법이 시행돼 관련 플랫폼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 일이 있지 않느냐"며 "관련 업계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제가 선도 기회를 막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 플랫폼 산업 규제와 관련해 구태언 변호사는 "지금의 규제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내놨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타다 금지법'을 언급하며 “모빌리티 혁신의 싹을 자르는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100년 된 버스-택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가맹택시 수준의 제한된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며 “정작 이동 자체의 본질을 바꾸는 서비스는 등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특히 자율주행 경쟁의 세계적 흐름을 강조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를 허용할 법안을 준비 중이며, 연내 완전 무인택시 도입도 가능하다”며 “우리는 여전히 유사택시 규제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테슬라의 무인차가 먼저 상용화되면, 국내 완성차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도화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되면, 결국 도시 전체의 교통 시스템이 무인차량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막히는 길이 있으면 다른 차량이 우회하고, 네트워크처럼 밸런싱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이런 미래형 도시 교통 시스템을 설계할 플랫폼이 한국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고,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입찰장에 설 것”이라며 “우버, 웨이모,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 변호사는 “규제는 결국 독점을 낳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경쟁 플랫폼의 진입을 막으면, 남는 건 독점뿐”이라며 “카카오가 택시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경쟁자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렌터카, 버스 등 전통 교통 영역 역시 독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구 변호사는 “플랫폼은 국민 삶의 기반이며,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플랫폼 산업을 통제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미래의 핵심 인프라로 봐야 한다”며 "새 정부는 규제를 '정한 틀 안에서의 혁신'으로 관리하려 들 것이 아니라, 민간이 실험하고 실패하면서 최적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플레이그라운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태언 변호사는 구태언 변호사는 1998년 검사로 임관, 2005년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검사로 근무했다. 이후 200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IT·지식재산권(IP)·디지털 포렌식 관련 법률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에는 혁신가들의 로펌 테크앤로를 창업해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 혁신기업들을 대상으로 융합법률 자문과 규제혁신 자문, 소송 업무를 수행해왔다. 2016년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해 법률특허지원단장을 맡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현재는 코스포 부의장을 맡고 있다.

2025.05.14 10:17안희정

자율주행·SDV 전환기에 선 車…미·중은 뛰는데 규제에 꽉 막힌 韓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자동차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동화 흐름에 올라타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기차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SDV)로 산업 기술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계적 부품이 줄어드는 대신 소프트웨어(SW)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 처리하는 AI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과 AI 기술에서 크게 앞서 있다.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가 선제적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미 자율주행 패권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자율주행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고도화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먼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은 미래차의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美 무간섭·中 국가 주도, 탄력받는 자율주행…규제에 손발 묶인 한국 세계 자율주행차 경쟁 구도는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바이두의 양강 체제로 전개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이들 기업 가운데 웨이모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웨이모는 2009년 구글X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무인자율주행 주간 유료 승차 10만건을 돌파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좌측통행에 대응하는 일본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바이두는 2013년 중국 최초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착수해 현재까지 로보택시 운행 600만회, 누적 주행거리 1억㎞를 기록 중이다. 중국 내 1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대표 지역인 우한에서는 50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에는 1천대를 추가 도입했다. 이들 기업을 바라보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극명히 엇갈린다.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무간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안전성과 투명성 등 기업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지만, 기업이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실제로 과거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 크루즈가 로보택시 사고 이후 관련 정보를 허위 진술하자,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바이두를 핵심 기업으로 지정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당시 중국 내 16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운행을 승인하고, 총 3만2천㎞에 이르는 공공도로를 테스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로보택시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등 전기차 육성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정책 지원을 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은 자율·책임, 중국은 국가 주도라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촘촘한 규제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전국 42곳에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이 임시 운행에 머물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인해 자율주행 테스트카가 수집한 도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기관이 차량이 수집한 영상·이미지에서 사람과 차량 번호판을 일일이 삭제하도록 요구하거나, 실증 테스트마다 일일이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규제 일변의 정책 구조가 기술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에서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데이터에서 사람과 차량 번호를 일일이 지우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매번 실증 실험마다 별도 승인을 받아야 운행이 가능하다 보니, 규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규제 완화 통해 기업 자율 참여 위해 힘써야 자율주행은 정부의 협력과 기업의 참여로 성장할 수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정보통신(IT) 등 기업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조언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변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 됐다"며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자율주행 유상 운송 △면허 제도 개방 △성능 인증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주행 시장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인구 감소 지역에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지원해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정부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AI 및 자동화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려면 AI 관련 표준과 규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며 "도로나 통신망 같은 전통적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AI 및 자동화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면,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육과 재교육은 국가 차원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업체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규제에 자유롭지 못한 만큼, IT 솔루션 기업이 기술을 먼저 제안하고 협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협업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필요한 건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도를 열어주는 방식"이라며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정부가 먼저 판을 만들어줘야 산업 간 협력과 기술 혁신이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제도 정비·산업협력·인재양성 등 삼위일체로 이뤄져야" [전문가 일문일답]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AI와 자동차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AI는 이미 자동차의 개발, 생산,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개발 기간 단축, 품질 향상, ADAS와 인포테인먼트 성능 개선 등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는 전기·전자(전장) 부품 비중이 35%에서 70%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상당수가 소프트웨어(SW) 기반 부품으로 전환될 것이다. 특히 AI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경제 5단체 역시 차기 정부에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해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산업 정책의 평가는. "정부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의 인력 양성, R&D 예산 지원, 중소기업용 장비 센터 구축 및 비즈니스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산업 혁신을 뒷받침해왔다. 이 결과 세계 3위 완성차 생산국, 100대 부품업체 10개 배출, 933억달러(130조7천319억원) 수출 등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정책 강화 흐름과 달리, 한국은 지원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미래차 경쟁력에서 중국에도 뒤처진다. GDP 대비 산업 비중은 13%를 넘지만, R&D 예산 비중은 3%대에 불과하다. 또한 지방 자원 분산, 수도권 집중, 좀비기업 중심의 비효율적 지원, 전문인력 부족 속 연구소 난립, 협업 부진 등 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에는 선택과 집중, 대규모 특화 센터 구축, 중견·중소기업 간 전략적 제휴 강화가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미래차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이 필요한가. "실제 현장에서는 미래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도권 편중,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지방 기업조차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과 수요 간 괴리도 크다.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이버보안 분야 중위 연봉이 100만달러를 넘었고, 최저 연봉도 10만달러를 상회한다. 미래차 인재 확보를 위해 일본은 미국·유럽과 공동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해외 유학생의 적극적인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전문 인력의 해외 이탈, 대학 교육과 현장 수요 간의 괴리, 미래차 교수진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핵심 인재 육성에 대한 집중 투자와 수요 기반 맞춤형 재교육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역·산업별로 실제 인력 수급 상황을 정밀 분석하고, 선도 기술과 연계된 고급 인재 중심의 전략적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미래차 특별법'에 근거해 미래차 기업을 지정하되, 단순한 형식이 아닌 기업의 수용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혁신성 등을 평가해 선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협상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있는 만큼, 실무진 교체는 자제하고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과감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전동화·디지털화 전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격변의 흐름 속에서 향후 3년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만 보고 산업 전반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품질과 혁신역량 측면에서도 전체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 대응이 요구된다." -AI 기반 미래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관련 법·제도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I 기반 미래차는 커넥티드카, SDV, 로보택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포괄한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추진돼야 하며, 단순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산업 간 연계성과 생태계 전반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전문 인력 부족, 기업 간 협력 부진, 지자체 간 과당 경쟁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정책 실효성보다 보여주기식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과감히 캐즘(시장 정체기)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미래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관련 법 간의 유기적 연계, 기업의 수용력에 기반한 정책 설계, 이해관계자 간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3년마다 이를 점검·보완하는 체계적인 로드맵 마련이 필수적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정책 설계가 미래차 생태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 이항구 위원은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호서대 조교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뿐만 아니라 기업간 협업법 제정과 상생 결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 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 위원, 인베스트 코리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25.05.13 17:12김재성

AI시대 뛰어든 통신·미디어, 낡은 규제에 갇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탄핵으로 출범하게 될 새 정부는 AI 기술 대전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산업 구조와 정책 체계 전반을 재편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이를테면 AI는 통신 인프라를 비롯해 콘텐츠 산업의 기획·제작·편집·유통 전 과정에 깊숙이 스며들며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방송·미디어 산업은 AI 기술이 가장 먼저 침투한 분야로, 전 산업을 연결하는 기반 인프라 성격을 지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파급력이 막대한 분야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기존의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학계와 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아가 낡은 규제에서 벗어나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거듭된 주문을 되새겨야 할 상황이다. 산업 구조 송두리째 바꾸는 AI AI는 통신 인프라부터 콘텐츠 제작 현장까지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통신 산업에서는 단순한 전송망 제공자 역할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실시간 네트워크 최적화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권오상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AI가 고객 경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선함으로써, 통신사가 단순 인프라 사업자에서 서비스 혁신의 주체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통신과 콘텐츠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통신사는 이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인프라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AI 기반 네트워크는 자율 운영과 트래픽 최적화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의 네트워크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물류 등 타 산업과의 융합 생태계를 주도하는 '산업 간 연결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통신 산업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도 AI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송사들과 제작사들은 AI 스토리보드, 음성 합성, 영상 편집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뉴스·스포츠 생방송에는 자동 자막과 자동 편집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광고, 오디오북, 웹툰 등 콘텐츠 전반에서도 AI 기반 제작이 시도되고 있으며, OTT 플랫폼은 개인화 추천 기술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와 광고 수익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뿐 아니라, 포맷과 장르의 다양성까지 확장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방송의 가치사슬 전반이 재구성되고 있다”며 “기존의 기획-제작-유통 중심 구조를 넘어, 데이터 분석과 시청자 반응 예측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쏜살같이 바뀌는 기술 성숙도…뒤처지는 제도 딜레마 다만 이 같은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법·제도는 여전히 2000년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가 기술 발전의 속도와 괴리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현행 규제는 설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플랫폼 기반의 융합 서비스에 적합치 않다”며 “플랫폼화된 서비스에 맞춘 수평적 규제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산업 구조의 수평화'에 있다”면서 “AI 기반 네트워크나 플랫폼 중심 콘텐츠 유통은 더 이상 기존처럼 인프라-콘텐츠-유통으로 단절된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방송·콘텐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방송, OTT, 콘텐츠 등으로 나뉜 법체계는 지나치게 파편화돼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적 미디어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기존 자료를 학습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법적 기준의 부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AI 콘텐츠의 저작권, 데이터 학습권, 가짜뉴스 대응 등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은 “생성형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한 뒤 제작한 콘텐츠의 경우, 원 저작권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작권 정의와 보호 체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기술 진화가 제도보다 앞설 수밖에 없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나친 규제로 대응하는 방식은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용자, 사업자, 정부가 함께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틀 안에서 플랫폼과 창작자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산업 옥죄는 낡은 규제 풀어야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는 단연 방송광고 분야가 꼽힌다. 1980년대에 도입된 규제 체계로, 사실상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전환되던 시기의 제도가 OTT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콘텐츠 유통 환경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이 같은 '과거의 틀'은 방송 생태계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게 됐다. 이를테면 글로벌 OTT나 유튜브 등은 규제를 거의 받지 않지만, 전통적인 방송사는 여전히 광고 품목·시간대·형식 등 규제가 닿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제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상파는 조제분유, 주류, 패스트푸드 등 여러 품목에 대해 광고 제한을 받고 있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노출할 수 있다”며 “플랫폼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지는 현재 구조는 방송사에만 불리한 시대착오적인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플랫폼 간 규제 격차는 단순한 정책 형평성 문제를 넘어, 방송의 수익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광고주가 규제 없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방송사의 매출 기반은 취약해지고, 이는 다시 제작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광고 단가나 유치 경쟁력에서 이미 OTT에 밀리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방송에만 적용되는 구조는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회장은 “규제를 통한 공공성 유지보다는 방송이 경쟁력 있는 광고 수익모델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광고 유형 단순화, 타이틀 스폰서 도입, 협찬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도 시대 흐름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AI 시대에 맞는 규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신민수 교수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와 부가통신사로 구분한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AI 기반의 네트워크 운영은 가상화된 설비 운영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더 이상 설비 규모를 기반으로 하는 규제 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의 요금 규제 정책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이 오가는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며 “요금 수준에 대한 규제가 아닌 품질 위주의 AI 요금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엽 교수는 “AI 네트워크는 서비스 품질(QoS) 최적화, 트래픽 예측, 관리형 서비스 등을 위해 차등적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망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이슈는 AI 기술 독점, 나아가 데이터 독점”이라며 “빅테크의 AI 학습용 데이터, 컴퓨팅 자원, 인재를 독점으로 인해 통신사 등의 진입장벽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므로 데이터 공유, 개방 의무 등의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오상 교수는 “이제는 망중립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중립성 개념의 정립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AI 플랫폼이 망과 유사하게 필수설비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필수 AI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5.05.08 14:39최이담

초유의 R&D 예산삭감 충격, 우주청도 험난…과학기술 D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 호가 산으로 간다.” 과학기술계 연구자들이 내는 한결같은 목소리다.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 때문이었다. 올해 국가 R&D 예산은 26조5천억원으로 2023년에 비해 4조6천억원(14.7%) 가량 삭감됐다.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지난 2월 KAIST 졸업식장에서 R&D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졸업생이 쫓겨난 사건은 최근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당시의 '졸업생 입틀막' 사건은 과학기술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디넷이 24년 창간을 맞아 실시한 윤석열 정부 2년차 과학기술 분야 정책 평가에도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은 "IMF 때도 R&D 예산은 깎지 않았다"면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D학점을 부여했다. 이번 평가에는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 학회 및 협회 등에서 임직원이 참여했다.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및 업계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평가에 참여한 이일형 국회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정책연구소 정책위원은 “과제 예산이 50% 줄었는데, 성과는 그대로 내라고 했다더라. 1~2년 차에 멈춘 과제는 구입 장비를 보관만 하게 됐다"면서 "예산 복원이 아니라, 과제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주청이 사천에 둥지를 틀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달 착륙과 화성 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했다. 출연연 벽허물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글로벌 톱 사업은 현재 진행 형이다. 그러나 임무 중심의 개방형 협력체계를 표방했던 국가기술연구센터(NTC)는 총선 전 멈췄다. 출연연 통폐합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아니냐는 비판 때문이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추진해던 슈퍼컴 6호기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슈퍼컴 6호기 구입 작업은 지난 해 마무리 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와 올해 유찰 횟수만 네 차례에 이를 정도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 2차관과 혁신본부장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과학기술계가 겪은 초유의 사태였다. R&D 예산 14.7% 4.6조 원 삭감…과기계 전체가 등 돌려 조승래의원실은 지난해 예산 심의 때부터 현 정부가 내건 국정과제 120개 가운데 74번 과제에 주목했다. 74번 국정과제 목표는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다.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조승래 의원은 “윤 대통령 자신이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라는 제목으로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도약의 발판을 놓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아니었나”라며 “정부가 스스로 제 발등 찍은 격”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상임대표는 “삭감된 예산이 10년 뒤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좀 먹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도 독일과 영국처럼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율성의 원칙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 행태에 일침을 놨다. 실제 지난 2023년과 2022년 R&D 예산 통계를 보면, 총예산 대비 비율이 2024년 4.03%로 전년 대비 0.83%떨어졌다.이 상임대표는 “1982년 R&D 예산이 편성된 이후 IMF 때도 R&D 예산만큼은 삭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측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따라 과기계 예산삭감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며 “그 때문에 과기정통부 1,2 차관과 혁신본부장이 바뀐 것으로 아는데, 정작 예산에서 책임 있는 기재부에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현재 황정아 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은 매년 R&D예산 규모를 5% 이상 법률로 정하는 R&D 국가예산목표제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 중이다. 우주분야 "사천 우주청 시대 본격화 ...난제 산적" 우리나라에서도 우주항공청 시대가 열렸다. 지난 27일 경남 사천에 문을 열고 우주시대를 본격화 했다. 지난 대선 '항공우주청'이라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우주청은 과학기술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번에 문을 연 우주청 주요사업은 발사체, 위성, 달, 항공 등 4개 분야다. 프로그램은 모두 12개다. 달 착륙은 8년 뒤인 오는 2032년, 화성 착륙은 21년 뒤인 2045년이 핵심 목표다. 관심사였던 만큼 우주청을 걱정하는 주위 목소리도 컸다. 풀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 유로컨설턴트가 내놓은 우주 분야 투입 예산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7억2천300만 달러였다. 미국은 732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우리의 101배 수준이다. 일본은 46억 5천300만 달러로 6배 수준이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3년도 글로벌 R&D투자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연구개발비는 총 1천195억 달러다. 미국은 8천60억 달러로 우리의 7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본 역시 1천774억 달러로 우리보다는 훨씬 많다.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우주 분야 예산 투입부터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 책임연구원은 “우주청 탄생 배경도 다소 정치적이다. 항공우주청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된 시점이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공감이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우주청 인력 선발도 험난하다. 인력 선발에 관여했던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최근 우주청이 선발한 5급 사무관 선발이 미달인 것으로 안다”며 “이런 식이라면 올해 말까지 채용 목표 293명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청 근무자는 110명이다. 향후 183명을 더 채워야 한다. 그러나 사천까지 이주해 근무할 지원자가 많지 않다는데 과기정통부의 고민이 있다. 과기정통부가 천명한 대전은 R&D, 사천은 우주청과 산업, 고흥은 발사체 등 3각 트라이앵글론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워싱턴 DC에 위치해 있다. 산하시설 11개가 미 전역에 나눠져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 연구자는 "사실 사천에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외에 이렇다 할 기업이 없다"면서 "우주산업이 취약하고, 산업부도 관련 부서 규모가 작아 결국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부문으로 넘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과의 관계 설정도 애매하다. 천체 관측과 카메라 탑재체 테스트 등을 해온 천문연이 발사체와 위성, 우주개발이 주목적인 우주청과 깊은 연관성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주청장 직급과 산하기관으로 소속이 바뀐 항우연과 천문연 기관장 간 직급 '충돌 우려'도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차관급이 이사회를 구성해 동일한 차관급을 선정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는 얘기다. 양자 바이오 기타분야 "속도 한창 불구 슈퍼컴 구입 등 일부선 삐그덕" 최근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계는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타(예비타당성조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최근 R&D 분야 예타 폐지를 선언해 과학기술계도 기대감을 갖고 예의 주시했다. 올해 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연에 성공했다. 오는 2026년까지 50큐비트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지난 27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내 최대 양자 전용 설비인 양자팹 구축 계획이 공개됐다. 총 451억 원을 들여 KAIST에 구축한다. 이 사업에는 KAIST를 중심으로 나노종합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SK텔레콤, 대전테크노파크가 참여한다. 미국선 지난 해 아톰컴퓨팅과 IBM이 1000큐비트가 넘는 양자컴퓨터를 처음 공개했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큐비트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8년간 9천960억 원을 들여 양자 컴퓨터와 양자 네트워크 등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슈퍼컴 6호기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와 올해 유찰 횟수만 네 차례다. 이 사업은 2천929억 원을 들여 600페타플롭스(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올해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던 사업이다. 정부는 합성생물학이나 바이오헬스 등 바이오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최근엔 바이오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현재 합성생물학,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 AI・디지털바이오 등 주요 기술 분야별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다. 오는 203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선도국 진입이 목표다. 이에 반해 슈퍼컴 구축 사업은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 AI 열풍이 계산공학 분야에도 불어 닥쳤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CPU만큼 중요해졌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내년 예약 판매도 모두 끝난 상황이다. 엔비디아 측은 현재 내년 주문량이 2백만 대나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컴퓨팅 업무에 종사하는 과학기술계 연구자는 “일단 추가 예산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4만~5만 달러짜리 GPU가 1천 여 개는 있어야 한다고 볼 때 최소 48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공급 요청을 해도 내년까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연구자는 다섯 번째 입찰에 들어가도 응찰자가 없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외에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기치로 12대 전략기술 품목을 정해 글로벌 톱 프로젝트 등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또 ▲초격차 R&D 프로젝트 기획 및 추진, ▲민관합동 회의체 중심 전략 로드맵 수립, ▲중장기 프로그램형 R&D, ▲양자기술 산업기반 조성, ▲기술 스케일업, ▲초연결 인프라 구축, ▲전략적 국제협력, ▲연구산업진흥단지 신규 지정 등을 진행 중이다. 남승훈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부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출연연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총액배분 자율편성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안정적인 인건비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의 구조적인 한계를 과감히 벗어날 때”라고 말했다.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선진국형 R&D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연구 환경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평가 제도와 도적적 연구자 육성을 위한 보상체계 등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5.29 14:51박희범

산업 재편 위기에 내몰려도 정책 실종...미디어 D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최근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위기'라는 단어가 한순간도 빠지지 않았다. '비상'이란 표현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은 없었다. 광고 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적인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송출 수수료 협상 무대에서는 블랙아웃이 수시로 거론됐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정책 콘트롤타워가 만들어져 1년간 운영됐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시쳇말로 방송 미디어 분야의 소관 부처가 여럿으로 나뉜 거버넌스 문제를 확인한 것이 성과란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논의라도 시작되면 모든 미디어 정책 논의는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방송 미디어를 총괄하는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 구성도 절반 이상 채우지 못한채 해가 바뀌었다. 미디어 정책이 시장을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이젠 붙잡아야 할 뒷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 확대가 유일한 성과?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살펴보면 유료방송 규제 완화 검토와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 확대, 국내 OTT 해외진출 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세액공제율 조정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늘리고, 중소 중견기업이 영상콘텐츠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제 혜택 3%를 신설한 내용이다.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가진 주요 선도국보다 현저하게 낮은 세액공제율에 대해 지속적인 지적이 제기됐고, 실제 글로벌 공룡 OTT의 제작 경쟁력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뒤 이에 대한 정부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만, 이는 융발위가 1년간 활동에 따른 결과 발표 이전 지난해 7월 세법 개정안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8개월 전 재정당국의 발표 내용이 미디어콘텐츠 산업 콘트롤타워의 성과로 꼽힌 셈이다. 출구전략까지 논할 상황에 허가제 폐지 융발위가 두 번째 전략으로 내세운 미디어콘텐츠 산업 규제 혁신도 한참 늦었다는 평가다. 주요 과제 추진 계획이 대부분 내년까지 법과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지난 정부부터 논의된 내용이 대다수다. 아직 못한 일을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예컨대 유료방송 재허가 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허가제를 개선해 장기 투자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이유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관련 협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내놓기는 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단기 투자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이를테면 재승인 대상인 홈쇼핑은 경기 불황과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의 라이브커머스에 치여 취급액 감소 상황에 놓였다. 재허가 대상인 케이블TV는 이미 가입자 감소가 시작됐고, IPTV의 성장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행정부담을 줄여주는 게 급선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광고규제 완화는 실효성이 없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방침에서 마련됐다. 레거시 미디어의 비대칭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인데 실질적으로 신구 미디어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법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임시 땜질 식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이 성장할 때 살피지 못한 과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산업이 성장할 때 문제가 안 됐던 것들이 위기에 놓이자 폭발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게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라고 정리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모두 위기를 느끼고 있고,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 따른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기댈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OTT를 포괄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호한 규제 악순환의 고리가 무너질 수 있다”며 “당장 이미 제작되고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창고 콘텐츠의 자본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한정된 자원마저 돌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홍콩 영화 산업이 무너지는 시장실패가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일부 K콘텐츠가 빛을 발하며 포장지의 때깔은 좋아졌어도 자생력은 잃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교수 역시 “그동안 산업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거버넌스 문제를 살피며 한쪽 입장을 걸친 애매모호한 진단책을 내놓는 관행이 수년째 이어졌다”며 “특히 지난 1년은 정책의 실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OTT나 FAST와 같이 글로벌 시장 대응을 논하고 있는데 당장 우리 안에서 한정된 자원 속에서 질서를 잡아야 하는 콘텐츠 거래 대가나 송출 수수료 논란도 해결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2024.05.27 16:04박수형

제도화 제자리, 한시적 시범사업 신세 여전…비대면 진료 C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도화를 약속한 비대면진료 정책이 C학점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진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현재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하자 비상진료대책의 일환으로 의료기관을 비롯해 일선 보건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윤석열 정부 2년이 지나도록 쟁점사안으로 분류되며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팬데믹 상황과 의료대란 등 보건의료 특수 상황에서 매번 시범사업 등의 한시적 형태로 운영되며 소위 '일회용'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의료이용 방식으로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이 이어져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해온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그중에서도 핵심 의제인 비대면진료 정책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에는 의료계·약계·산업계가 참여했다. 평가자들은 ▲제도화 속도 ▲제도화 의지 ▲사회적 논의 ▲인프라 구축 ▲국회와의 협의 등에 대한 각각의 평가를 매겼다. 그 결과, 산업계는 정부의 비대면진료 추진 성과를 긍정적으로 본 반면, 의약계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산업계는 종합 B학점을, 의료계와 약계는 점수 대신 '의견없음'으로 평가를 내놨다. 비대면진료가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없이 실시 중인 한시적 시범사업이라는 점, 이해당사자 간 찬반이 첨예한 쟁점사안이라는 점이 평가에 고려돼 최종적으로 C학점이 도출됐다. 플랫폼 업계는 긍정 평가 비대면진료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인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진료 정책에 대해 평균 'B학점(평균 80점)'을 매겼지만, 약배송에 대해서는 해결 과제로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화 의지'와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각각 'A' 점수를 줬다. 이어 '사회적 논의'는 'B'로, '제도화 속도'와 '국회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C' 점수를 매겼다. 평가 이유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가장 핵심적인 틀은 입법이라는 관점에서, 아직 법제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제도화 속도)”면서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일제히 비대면진료 제도화 및 약 배송 허용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업계 입장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제도화 의지)”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비대면진료의 순기능과 확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비대면진료 반대 입장의 이익단체 역시 개방적인 자세로 사회적 논의에 임해야 한다(사회적 논의)”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원활한 운용 및 규제 혁신 분야에서 정부는 매우 협조적인 태도로 소통하고 있다(인프라 구축)”고 만족감을 드러낸 반면, “입법기관의 선제적 법안 발의에 정부가 후속적으로 따라가는 양상이 반복돼 온 점은 아쉽다. 정부 차원에서 조금 더 선제적으로 국회에 의견을 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국회와의 협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시범사업을 통한 약 배송 허용, 약사법 등 약 배송 관련 규제 혁신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약계, 비대면진료 반대·약배송은 더 반대 약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화 속도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대신 조급하게 추진 시점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는 모양새”라며 “급하게 비대면진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완책 등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하는데 부실한 측면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화 의지에 대해서도 “원칙 없이 변칙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특히 약배송과 관련해 “배송료와 배송시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엽적인 예외상황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주장을 내놨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대해 부정적 평가도 주를 이뤘다. 해당 관계자는 “약배송을 주장하는 곳은 플랫폼 업체와 의료계로, 이들은 국민이나 공익적 관점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경제적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으며 논의 과정에 국민 참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비단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술의 안착을 통해 보건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강화와 서비스 확산 등을 고려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포괄적으로 정보통신 기술이 전반적으로 적용될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고, 특정 업체만 살아나가는 비대면진료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약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보건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시행된 비대면진료에 대해서 확실한 정책적 안전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에 피력해왔다”며 “비대면진료를 통해 이뤄진 비급여 처방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약 배송에 대해서는 “재택 수령 방법은 안전에 접촉되는 요소가 많은 만큼 수용할 수 없다”며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비급여 부분이 빠진 통계로 비급여 진료가 국민에 유익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며 특히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비급여 처방은 즉각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비대면진료 반대 '의견없음' 평가 의료계는 본지가 요청한 5개 항목 평가 요청에 모두 '의견없음' 평가를 내놓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를 반대해온 입장에서 위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 등에 대해 의견이 없다는 입장이다”고 전해왔다. 관련해 의료계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중단 ▲비대면 진료 세부 평가·안전성 검증 요구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시 약 배송 함께 다룰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리한 의료계 입장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등이 '기형적 형태'이고, 이의 즉각적인 중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단계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 비대면진료 최근 4년 타임라인 최근 4년간 비대면진료에 대한 주요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2020년 2월 24일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허용 ▲윤석열 대선 후보, 비대면진료 제도화 공약 ▲2022년 7월 18일 보건복지부,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발표 ▲2023년 복지부 업무보고 '핵심정책'으로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 발표 ▲6월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12월 15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개정안(보완사업) 시행 ▲2024년 2월 23일 모든 종별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4월 2일 보건소·보건지소까지 비대면진료 한시 허용 등. 최근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계획' 내 8대 핵심과제 추진계획에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와 의료산업 혁신 지원'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근거 마련 ▲규제특례를 받은 혁신기술의 비대면 진료 연계 강화 ▲처방전 위‧변조 방지·개인 건강정보 보호 등 개선방안 마련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12월 관련 사회적 공론화도 진행된다. 쟁점사안인만큼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시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디지털 공론장도 운영한다는 것. 아울러 비대면 진료는 정책연구 추진 핵심 과제로도 선정돼 ▲해외 디지털 기술 활용 사례 조사 ▲서비스 중개 플랫폼 운영방식 검토 등도 추진된다. 최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배송 허용을 포함한 비대면진료 개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문을 닫으며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약배송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약계-산업계 사이의 또 한 차례 갈등이 예상된다.

2024.05.26 15:00김양균

"규제개혁 기대 못미쳐, 소통 개선은 긍정적"…핀테크 B-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지난 2020년 핀테크 육성 정책 평가 당시 평가위원들은 A학점을 줬다. 당시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은 "금융 혁신의 토양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핀테크 정책에 대한 호평보다는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핀테크 업체들은 정부가 예전만큼 핀테크 육성에 힘을 쏟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속도감 있는 규제 개선 ▲핀테크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을 요구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과거보다 더 빨라지면서 규제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갖춰달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2019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법이 제정되면서 17년 만에 신 금융업권법이 만들어지며 해당 사업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세부적인 지침들이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운영하는데 법적 리스크를 해소해 다양한 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 2년차 핀테크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평균 평점은 B-였다. 위원들은 그 동안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점들이 더디게 해결되고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통 창구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했다. 규제 특례 및 후속 지원 정책 필요 과거 핀테크 업체들은 유관 정부 기관들과 소통하며 규제 속에서도 혁신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샌드박스·규제 특례)'을 높게 평가했다. 시행된 2019년부터 2024년 3월까지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건은 303건이다. 연도별로 따져보면 2019년이 77건으로 가장 많고 ▲2020년(58건) ▲2021년(50건) ▲2022년(52건) ▲2023년(56건) ▲2024년 3월(10건)으로 조사됐다. 정책 시행 초기보다 규제가 완화된 점에서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이 줄어들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규제 특례를 받기 위한 여건이 까다로워졌다고 평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핀테크와 연관된 단어로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금융위원회'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사를 바탕으로 연관 검색어를 도출한 것이지만, 그만큼 핀테크 육성책과 밀접한 단어이기도 하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근주 회장은 "핀테크 업체들이 협회에 지속적으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건의한다"며 "규제 특례를 받기 위한 부가 조건들을 금융당국이 제시하는데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나 조건이 지금보다 완화됐으면 한다는 의견들을 업계가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규제 특례를 받는 것은 핀테크 업체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활성화와 함께 후속 지원 작업들도 정부가 신경써줬으면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가 '찾아가는 규제 샌드박스' 등 정책 홍보와 규제 특례를 신청하는 기업들에게 문을 적극적으로 개방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이근주 회장은 "올해부터 규제샌드박스 활성화를 위한 미팅도 늘어나고, 금융위가 현장과 소통하려는 점에서 적극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확실히 2023년보다는 분위기가 활기차다"고 진단했다. 온투업체 자금조달 어려움 해소 해결안 필요 2020년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온투업법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지켜야할 부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 보호 방안도 넓어진 것과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에 큰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한 바 있다. 2020년 8퍼센트 외에도 피플펀드(현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와 렌딧의 대표도 업체가 성장하면서도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업체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기관투자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기관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을 포함해 온투업체들의 여건 개선 과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검토가 지연된 상황이다. 올해 1월 금융위도 간담회를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기관투자 허용에 대한 검토가 장기화되면서 업계 적자폭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2023년 하반기부터 상당수 업체가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온투업법에 맞춰 받은 인가(라이선스)도 반납하는 실정이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지금 금융위에서 샌드박스나 금융규제 혁신회의를 통해 중요한 아젠다들을 잘 다루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개선 속도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며 "특히 핀테크의 경우 금융 규제가 무엇보다 관심사인데, 규제 개선까지 오래 결려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애가 타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투자 심리를 살려나갈 마중물을 만들어달라"며 "금융규제 개선도 속도감을 높여서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국민들도 기술 발전의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發 금융혁신, 규제보단 진흥 필요 블록체인을 토대로 한 사업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각투자를 시작으로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 등을 정부가 내놨지만 다양한 사업을 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23년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 요건을 명확히 했지만, 다각도로 사업을 펼치기엔 법의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보호법도 중요하지만 관련 업계를 성장시킬 수 있는 진흥법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내 디지털인프라협의회의 정구태 협의회장은 "정부 지원과제를 보면 가상자산은 제외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정식 등록한 업체들의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중 퍼블릭 블록체인은 보상 체계를 만들기 위해 가상자산을 만든 것인데 이를 모두 배제하고 블록체인 기술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업계에서 지적한다"고 말했다. 정 협의회장은 "투기판이 되거나 불법적인 업체를 처벌하고 차단하는것은 당연한데 건전하게 사업하는 사업자들을 모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안타깝다"며 "디지털 자산에서의 법인 투자가 가능해지게끔 해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시장이 된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가상자산에 갖고 있는 한정적인 시선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2024.05.24 14:13손희연

"진흥-연구 지원 부족, 이용자 보호는 합격점"…블록체인 B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2주년을 막 지난 윤석열 정부의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정책에 대해 분야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만 집중해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에도 만전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와 견제,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등은 당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내용이다. 이런 공약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2030 유권자의 호응을 받았다. 이후 정부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 왔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대표 사례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은 긍정적...더 넓은 시야 필요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취지와 해당 법안 시행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가상자산 분야에 있어 폭 넓은 분야를 아우르지 못하는 부분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한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꼽자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을 들 수 있다"면서 "기존 특금법이 자금세탁방지에만 초점이 맞췄던 것에 비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첫 법안이라는 점이 특히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하지만 이용자보호 및 불공정거래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런 점은 추후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윤 정부의 지난해 행보에 B학점을 줬다. 오현옥 영지식증명연구학회장도 2주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가상자산 분야 행보를 B학점으로 평가했다. 오현옥 학회장은 "지난해 토큰형증권 관련 법안 등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연기가 됐다. 올해 정도에는 통과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라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은 관련 정책이 없는 것에 비해 훨씬 낫다. 정책이 마련됐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여러 사안에 대한 기틀이 마련됐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법안 시행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들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생산기반 성향 강한 블록체인...관련 연구 지원 늘려야" 오현옥 학회장은 B학점을 준 또 하나의 이유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연구비 삭감을 꼽았다. 오 학회장은 "블록체인 관련 연구 지원이 많이 줄어들고 없어졌다. 입법 관계자와 정치인이 블록체인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라며 "블록체인은 당장의 서비스보다는 사회적 생산기반(인프라)에 가까운 성향이 있지 않나.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기 때문에 소연구 지원 및 투자에 대해서는 조금 소홀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해외는 여전히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국내 연구 지원도 다시 많이 늘려야 할 것이다. 투자가 줄어들면 개발자나 연구자 숫자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좀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관련 정책 여전히 부족...사건사고 걱정된다고 토대 없애서는 안돼"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에 더 많은 정책이 나왔어야 한다며 B- 학점을 줬다. 이 학회장은 "여전히 블록체인 하는 기업은 벤처 인증도 안 되고 투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정책도 법도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국내 거래소에서 몇 초에도 수 많은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이 가상자산은 모두 외국에서 만든 것들이다.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국 한국에 남아있지 않는 자본이다"라며 "국내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어서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자가 국내에서 거래를 하고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협 학회장은 이런 정책이 쉽게 만들어지지 못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는 있으나 더욱 적극성을 가지고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갔다. 이 학회장은 "글로벌 인파가 국내에 들어오면 당연히 그 중에는 나쁜 사람도 섞여 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싸움도 나고 전쟁도 생긴다. 하지만 이게 두려워서 아예 시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시장 보호를 위한 행보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이정엽 학회장은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다. 금융위원회는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수영을 잘 못한다고 아예 수영장에 못 가게 하는 상황이다"라며 "수영 못 한다고 수영하러 못 가게 하면 수영장도 안 만들어지고 수영강습소도 안 생기지 않겠나. 아쉬울 따름이다. 어느 정도 모험을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2024.05.20 13:08김한준

"진흥 없고 규제만 가득" 업계 한숨…게임 D-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20일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진흥책은 없고 규제만 가득했던 1년이었다. 총선을 겨냥한 2030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한 모습 밖에 없었다." 2주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에 대한 게임산업계의 시선은 차가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게임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주 이용자 층인 2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취임 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올해 초 대통령실은 'K-게임정책 신규 업데이트'를 전면에 내걸고 게임산업 규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 발표에는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흥보다는 규제책에 초점을 맞췄다는 특징도 볼 수 있었다. 정부가 추진한 분야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정 부분의 성과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행정부에서 유의미한 준비 과정이 드러나지 않았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디테일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히 일정을 잡아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흥없는 진흥책…업계 배려 전혀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일 '2024∼2028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은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총 12회의 자문회의를 통해 기초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10회 이상 업계·학계와의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수립됐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이번 종합계획에 대해 '진흥이 빠진 진흥 종합계획'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전부터 게임사들이 강하게 주장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블록체인 게임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을 두 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산업 진흥이나 연구 등을 보면 사실상 제대로 정책을 펼친 것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산업 진흥 관련에서는 현 정부가 게임업계에 대한 배려가 사실상 없어보인다며, 산업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교수는 "현 정부가 게임산업에 한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라며 "게임이용자 권익보호 측면에서는 노력한 점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모바일·PC 중심의 국내 게임 산업환경에서 콘솔게임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시도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을 D-로 평가했다. 이용자 중심 정책을 선보인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와 배려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총선용으로 2030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심사숙고 없이 정책을 제시해 혼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도 윤석열 정부가 어려운 국내 게임업계의 상황을 세심히 살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재홍 회장은 "최근 한국 게임산업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여러 가지 상황으로 수출 효자 역할을 하던 K-게임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산업 시대는 콘텐츠 산업의 시대이며 그 안에서 게임의 역할은 엄청나게 크다. 이를 정부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는 나라라면 수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올리는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다른 산업군의 경우는 법적, 인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진흥책을 통해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게임산업은 광범위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압박받고 있다"며 "거시적 관점으로는 게임산업을 하대하면 안된다. 장기계획을 세워서 미래먹거리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템정보공개 제도, 이용자 권익 보호는 긍정적…역차별 문제↑ 지난 3월 정부는 게임 내 확률형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아이템정보공개 제도(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를 시행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확률 정보를 공시하고 오류가 있는 내용을 찾아내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시행된 게임법 개정안 취지에 발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는 유료 확률형아이템이 들어간 게임물의 아이템 유형 및 확률 정보를 홈페이지와 광고물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옥외광고물, 신문, 정기간행물, 정보통신망 등에 확률형아이템을 활용한 게임을 광고하게 되면 여기에도 확률 정보를 표기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제도 미준수 해외게임사에는 불이익을 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산업이 우려했던 '역차별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셈이다. 중견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확률형아이템 정보 공개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진행했을 시기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게임사 절대다수는 해외게임사였다"며 "제도를 만들 때부터 해외게임사의 횡포를 견제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이런 게임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외게임사가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대리인을 둬야 하는 제도를 포함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는 5월 29일 종료하는 제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보 공개 범위가 모호하게 설정돼 해석 여하를 두고 게임사와 정부기관의 소모적인 논의가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 이로 인한 업무 효율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홍 회장은 "확률형아이템 규제 이후 국내 게임산업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정부의 정책 취지는 알겠다만, 이러한 과금 모델(BM)을 차용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했다고 보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교수는 아이템정보공개 제도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거부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러한 부분은 이용자 입장을 고려한 것이니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게임 지원 예산 대폭 감소…지원 기준 낮춰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2024∼2028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는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 강화책도 포함됐다. 인디게임 개발자와 기업을 연계한 '상생 협력형 창업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국내 대학생들의 우수 기획 프로젝트를 실제 게임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현업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한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 이후, 인디게임 지원 예산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업 지원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늘었는데, 지원 대상과 금액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정식 출시 전 이용자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에서 미리해보기(얼리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이를 게임 출시로 보고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미리해보기 서비스는 비용 측면보다 QA를 위한 목적이 큰 데, 업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처사"라고 하소연했다. 홍영기 한국인디게임협회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인디게임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개별적으로 항목이 없이진 것은 아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적인 파이가 줄었다"며 "특히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도 지원 정책이 너무나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교수는 "그나마 정부가 인디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이러한 정책의 연속성을 가지고 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는 지원 규모가 너무 미미하다는 문제가 있다. 문체부에 책정된 예산이 적어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2024.05.17 09:50강한결

뒤엉킨 경쟁, 소비자가 못 느끼는 요금인하…통신 C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20일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경쟁촉진'이라는 기조는 분명한데 구체적인 정책 설계의 흐름을 찾기 어렵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통신비 인하 유도에 강력히 나섰으나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지 못했다. 민간 시장에 대한 규제 일변도는 변함이 없고 여전히 산업진흥 정책은 실종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통신산업이 처한 환경과 쏟아진 정책 과제를 두고, 여러 전문가는 약간의 견해 차이는 보이면서도 이처럼 비슷한 시각의 평가를 쏟아냈다. 정부 출범 초창기에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에서 직접적인 통신산업 관련 주제로는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통신 3사들이 지난달 농어촌 공동구축 목표를 앞당겨 전국망을 조기에 완성하면서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통신산업 관련 첫 번째 목표는 이룬 셈이다. 반면 이런 국정과제 수행의 결과가 산업 내부에서 큰 의미를 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사업환경 전반에는 지난 1년간 국정과제가 제시한 세계 최고 네트워크 구축보다 통신 3사 요금인하 유도, 단말기유통법 폐지 추진, 제4이동통신사 도입 등의 기운이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촉진 정책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매우 이로울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 강공 드라이브에 과연 전반적인 소비자의 만족이 올랐는지 검토해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가 체감할 이득이 없는데 산업에 참여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도 득실을 따져보기 어렵고 오히려 산업 내부의 갈등이 더욱 크게 유발됐다. 이처럼 야박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데에 전문가들은 파편화된 정책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이를테면 제4이통 도입과 단통법 폐지, 기존 알뜰폰 진흥 등이 한 궤에 묶이기 어려움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결국 중장기적인 통신산업 규제와 발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갈등만 논의된 것이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의 대부분이다. 새로운 5G 요금제는 수두룩하게 쏟아졌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 첫 1년 동안 통신산업에서 주로 이뤄진 논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논의된 중간요금제 도입이다. 이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통신 3사는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하게 됐다. 5G 데이터 월 제공량 10GB와 100GB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으로 시작돼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에 맞춰 내놓은 새 요금제로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통신사들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중간요금제 구간을 재차 설계하고 SK텔레콤이 지난해 5월부터 새로운 구간이 적용된 중간요금제 가입자 모집을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이를 뒤따르게 됐으나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간요금제에 이어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 3사의 청년요금제 출시가 봇물을 이뤘다. 동시에 만 65세 이상의 시니어 요금제도 잇따라 출시됐다. OTT 상품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점을 고려해 통신사들은 OTT 결합할인 요금제도 쏟아냈다. 통신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에 많이 선보였던 직영 온라인몰 요금제도 지난 1년간 부지기수였다. 예컨대 LG유플러스는 전용 앱에서 데이터 이용량과 요금을 직접 설정하는 DIY 요금제까지 내놓게 됐다. 중간요금제와 같이 특정 데이터 이용량의 소비자에 초점을 뒀다가 여러 계층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 헤아리기 어려운 수의 요금제가 탄생한 것이다. 5G 전국망이 갖춰지기도 전인 지난해 상반기부터 단 3개의 사업자가 100개가 넘는 5G 요금제를 운용하게 됐다. 새해에도 요금 출시가 이어졌다. 중간요금제에 이어 최저가 요금제에 손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5G 최저가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자 KT가 실납부 월 2만원대 5G 요금제를 먼저 선보이게 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총선 직전인 3월 말에 이에 동참했다. 이용자의 요금제 선택폭이 넓어진 점은 긍정적으로 볼 요소다. 다만 자율경쟁에 따른 요금 설계와 출시가 아닌 특정 요금제 구간에 대한 정부의 출시 유도로 전체 요금제 구성이 편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소비자가 '통신비가 인하됐구나', '이 요금제에서는 얼마를 아낄 수 있겠구나'라고 체감하려면 중간요금제나 3만원대 5G 요금제도 좋겠지만, 결국 개개인별 데이터 제공량부터 이용행태 등에 초점을 맞춘 타깃형 요금제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최근 디지털미래연구소와 발간한 '대한민국 모바일 요금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통신 3사는 433종의 요금상품을 두고 있다. 또 주요 14개 알뜰폰 회사까지 더하면 2천개가 넘는 요금제가 갖춰져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수많은 요금제에도 국민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에 못 미치는 10GB 이하의 요금제가 전체의 80%를 넘을 정도로 편중됐다고 평가했다. 제4이통, 단통법, 알뜰폰...뒤엉킨 경쟁정책 28GHz 5G 신규 기간통신사 도입과 단통법 폐지 추진이 맞물리며 통신 시장은 혼돈 속에 빠지게 됐다. 금융기관의 부수업무로 지정된 알뜰폰까지 더해 통신시장에서 이처럼 많은 경쟁정책 논의가 이뤄진 적은 과거부터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제4이통의 경우 아직 주파수 할당 지정도 이뤄지지 않아 평가하기 쉽지 않은 단계지만, 각계에서 상당한 우려가 나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간 제4이통 도입은 재정 능력의 부족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좌절됐는데 28GHz 투자라는 더욱 큰 장애물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28GHz는 서비스조차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시점인데, 제4이통 도입은 다소 서둘러 진행된 정책이라고 본다”며 “예상을 뛰어넘은 경매 낙찰 가격에 세수 기여 측면에서는 성공적으로 볼 수 있어도 불완전한 서비스에 부족해 보이는 재정능력으로 시장 안착 자체가 도전인 상황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제4이통 주파수경매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정부에서는 단통법 폐지 추진 방침이 나왔다.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을 막아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는데, 비싸진 휴대폰을 통신사들이 싸게 팔 수 있는 점을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통신 3사 간의 경쟁이 부족하니 새로운 통신사를 세우겠다고 한 가운데, 통신 3사 간 단말 판매 경쟁이 부족하니 마케팅 비용 경쟁에 나서라고 한 셈이다. 기존 통신 3사에는 압박이 거듭 더해진 것인데, 신규 이통사는 기존 3사의 마케팅비용 경쟁 상대로 보기 어려워 두 정책 방향이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아울러 통신 3사 자회사에 이어 금융기관의 시장 진출로 고사 위기에 놓인 기존 알뜰폰 업계는 이 두가지 정책에 비명횡사를 논하기 시작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단통법 폐지 논의와 제4이통, 금융기관의 시장진입으로 알뜰폰 정책이 왜곡되고 있다”며 “(제4이통의) 28GHz 주파수로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는 없고, 알뜰폰을 장려하는 법안 요구에도 단통법이나 제4이통 등으로 현재 직면한 사업 환경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경쟁이 더해질수록 좋아질 수도 있지만 각각의 경쟁정책 효과가 상충되는 지점이 발생하면 국민이 체감하기도 전에 정책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통신 정책 생태계에 대한 분석부터 나서야” 단통법 폐지는 사실상 새롭게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의 상황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21대 국회 회기 안에서 다뤄질 주제로 보기 어렵다. 야당 역시 최초 입법 단계부터 단통법에 반대해 폐지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정부, 여당과 시각이 달라 상당한 논의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책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단통법이 남아있으면 누구에게 좋냐는 게 핵심 질문이었다”며 “정책의 최종 목표는 이용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전 정책목표는 달성이 된 것인지부터 따져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수립할 때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절차가 활발하지 않아 무엇이 잘됐다는 평가와 피드백이 없었다”며 “그런 평가를 바탕으로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 역시 “정책 생태계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책 간에 모순과 상충이 있어 참여자의 갈등을 유발했고, 이들의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데 오히려 유발되면서 산업발전이 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 정책은 사업법의 취지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사업법에 명시된 진흥과 규제의 균형이 사라졌다”며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에서 규제를 수용할 수 있는 발전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데, 산업이 커질 수 있는 방식을 추진하고 규제를 하는 순서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요금제 인하에 거쳐 4이통까지 나오게 됐는데 정책이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소비자에 명확하게 어떤 가치가 있다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무조건 쌀수록 좋은 소비자가 느끼기에 실제 얻는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4.05.15 09:38박수형

"큰 그림은 완성, 추진력 발휘할 때"...로봇 B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20일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로봇업계는 최근 1년 사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로봇을 둘러싼 여러 법·제도가 본격적으로 개선·시행되기 시작했고, 5개년 로봇 정책 계획도 새로 수립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로운 로드맵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고민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올해 지디넷코리아 로봇산업 정책 심사위원단은 총점 100점 만점에 71.7점을 줬다. 작년 평가(65.2점) 대비 약 6.5점 오른 수치다. 1년 동안 정책 타당성과 시행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특히 글로벌 협력(A)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정책 계획 타당성(B)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정책 실행의지(C)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많았다. 민관 협력(B)과 윤리성(C)은 지난해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이번 정책 평가에는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과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심사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등 업계 현직 기업인들이 의견을 냈다. "2030년까지 로봇 100만대 보급 큰 그림" 먼저 정책 계획 타당성부터 차례로 짚어보자. 정부는 작년 말 로봇 정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산업 규모를 3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전 산업 영역에서 로봇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뒤이어 지난 1월에는 로봇산업정책심의회를 통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앞서 발표된 로봇 100만대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겼다. 산업부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의거해 5년 단위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서비스로봇 부문에서 로봇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확대하기 위해 시기적절한 계획”이라며 “제조업용 로봇 부문도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면서 IMF 이전 제조업용 로봇 부흥기를 모색하는 권토중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정부가 한국 사회에 로봇이 필요한 이유와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큰 방향성은 잘 잡아가고 있다”며 “다만 시장 흐름에 뒤늦게 부응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해 로봇 산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다수 이뤄진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실외 이동로봇은 덩어리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였다”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규제샌드박스로 첫 실증 특례가 부여된 지 4년 만에 법령 개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는 “기존 정책 수립 절차와 비교해 큰 개선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처 간 손잡고 추진력 발휘해야" 전문가들은 큰 계획이 그려진 만큼 앞으로 다방면의 정책 추진 동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로봇과 관련한 정책과 규제들이 다른 분야 산업군과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만큼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 부회장은 정책 협의를 주관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로봇산업 정책 협의체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일본에서는 총리 직속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상위 기관에 협의회를 꾸리면 부처 간 협력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도 여러 부처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이나 실증 사업, 규제 개선 등 다방면 영역에서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산업부가 주무부처지만 영상정보 활용 영역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력해야 하고, R&D 연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주소 활용이나 지자체 관련은 행정안전부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대다수 로봇 기업이 중소·중견 기업이므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또한 중국 저가 로봇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요청했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공공 영역에서 로봇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 보급을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며 “기술과 서비스를 갖추는 일은 현장에서 힘쓸테니 적극적인 상상력과 정책 기획력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정부가 공언한 것들 중 실제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며 “특히 신진 연구자 지원에 관한 것들 중 홍보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주도 선순환 생태계 마련해야" 민관 협력에 대해서는 기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통한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 양호한 점수가 나왔다. 다만 단기 연도 사업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하는 생태계가 꾸려져야 한다는 점 등은 개선할 사안으로 지적됐다. 조 부회장은 “정부 산업 정책이 성공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관 주도 생태계가 끌어주고 민간 주도 생태계가 밀어주는 공존 구도가 필요하다”며 “민간 주도 생태계는 리딩·앵커 기업을 주축으로 협력 기업을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올해 진흥원 지원사업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며 “다만 정부 회계연도에 맞물려 단년도 지원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점진적으로는 허들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력 중요성 대두…인증 성과는 부족" 글로벌 협력 분야는 지난해보다 정부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공동 연구·개발 사업에서 협력 사례가 드러나고 있고,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호평을 이끌었다. 조 부회장은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며 “글로벌 협력은 2% 부족한 로봇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기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최근 2년간 정부연구과제 선정 및 평가에서 글로벌 협력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다”며 “실질적으로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로봇 안전 인증제도에 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증제도는 주로 해외 업체에 진출 허들이 되고, 국내 기업에는 지원의 대상이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외 인증 취득 지원이나 컨설팅이 부족하다”며 “각국 정부에서 새롭게 마련하는 인증과 규제에 대한 정보가 잘 파악되고 관련 산업 현장에 공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인증이 해외 국가에서 인정받게 하려는 시도도 아직 성과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로봇 친화적 사회…토론과 합의는 필수"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로봇친화적인 환경도 조성된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조 부회장은 “한국은 로봇산업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자가 로봇 운용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고 있다”며 “사회학자가 아닌 로봇학자가 중심이 되어 2007년부터 세계 최초의 6개 윤리원칙을 담은 로봇윤리 헌장안을 마련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로봇윤리 헌장안은 이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도로 틀을 갖췄고 심화연구를 거치며 작년 12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바 있다. 이 대표는 “로봇 활용에 따른 노동시장 전환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산업별로 필요한 경제 인구를 어떻게 구성할지, 로봇을 이용해 어떻게 경제생산성을 높일지, 로봇과 인간이 분업해서 일할 수 있는 효율적인 체계는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더 많은 논의와 토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안전이나 개인정보 이슈에 대해서는 민감도가 높은 상황이고 논의와 고민이 차근차근 쌓여가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는 개인정보위가 규제기관의 역할을 넘어서 산업 측면에서 다양한 이슈별 가이드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 평가 71.7점…"기대 큰 만큼 숙제도 많아"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인터뷰에서 “정책 효율성을 잘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지원 예산은 많지만 대부분 연구소 중심으로 편성되면서 실질적으로 산업에 도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닐 것”이라며 “투자의 양과 질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평가에서도 정책 개선 방안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이 새로 시작한 시기인 만큼 관심의 범주도 더욱 넓었다. 연간 매출액 기준 5조원대 규모에 머물던 국내 로봇 산업이 야심찬 계획과 함께 힘차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2024.05.14 13:30신영빈

"투자지원 긍정적, 국제정세 대응 '속도감' 더해야"…반도체 B학점

지디넷코리아는 오는 20일 창간 2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정책 2년을 평가했습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신·플랫폼·로봇·금융·반도체·SW·AI·자동차·배터리 디지털헬스케어·게임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의욕을 갖고 시작한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 살펴보았고, 정책의 실수요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지난 해보다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된 지 반환점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의미이지만 정책당국에서는 평가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향후 정책이 좋은 평가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산업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만 반도체 생산을 의존했던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썯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기술·무역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는 추세다. 이제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간 반도체 정책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집권 초기 제시했던 대규모 정책들을 차질없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펑가가 있는가 하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보다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반도체 투자지원·인력양성 정책, 이행도 '충실' 윤 정부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을 다수 수립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대기업·중견기업 8%→15%, 중소기업 16%→25%) ▲360조원 규모의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10년간 반도체 핵심인력 15만명 양성 등이 주 골자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 출범 1년차는 총론과 각론을 설계하는 세부 과제 수립 단계였다면, 2년차는 각 과제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는 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정부가 초기 제시했던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 정책의 방향이나 내용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과거)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인력양성 사업에도 비교적 많은 지원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용인 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용수, 전력 문제 등을 정부 최고위급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꽤 의미가 있다"며 "물론 지원책의 지속력을 위해 올해 만료되는 시설 투자 세액공제 혜택에 대한 연장 논의 등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도체 정세 급변…대응에 '속도감' 더해야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정부가 지난 2022년 8월 자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발효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다. 칩스법은 총 390억 달러의 보조금, 750억 달러의 대출 및 대출 보증금으로 구성된다. 이 법에 따라 인텔(85억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 등이 현지 투자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64억 달러 보조금 수여를 확정지었다. 국내 주요 메모리업체인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 신규 패키징 시설투자에 따른 보조금 혜택이 기대된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최근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서둘러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로 느껴진다"며 "반도체 산업은 결국 속도전"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전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제조시설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한데, 타국에 비해서는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위험 요소"라며 "당초 이번 정부가 제시했던 정책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강국' 도약 위해 국내 유망 팹리스 지원 필요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 뿐만 아니라 국내 AI 산업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팹리스 기업에게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고문은 "국내 기업들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은 잘하고 있으나, AI 반도체는 사실상 소수의 팹리스 기업만이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세액공제나 초기 연구개발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올해 들어서는 별다른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형준 단장은 "우리나라가 AI 산업에서 결코 순위권에 속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아,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할 때"라며 "AI 반도체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개발비를 일부 지원해주거나, MPW 서비스를 늘려주는 등 우리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다수의 칩 시제품을 제작하는 서비스다.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는 양산 설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아, MPW를 활용해 칩의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부장 업계, '온리 원' 기술로 경쟁력 높여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30년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을 50%까지 올리고, 매출 '1조원 클럽' 소부장 기업을 10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국내 소부장 기업들에게 실제 효용으로 다가오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대표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으나, 국산화율이 낮은 것은 구체적인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이 제조 산업의 확대에 집중하면서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는 있었으나, 소부장 기업들은 시장 초기 급격한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술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생산이 멈추는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진정한 공급망 안정화를 이루려면 국내 소부장이 '온리 원(Only One)'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05.13 15:37장경윤

'꼼짝마!'…AI 접목 금융 이상거래 탐지 '한 끗' 차별화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삼키고 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첨단 비즈니스 영역까지 뒤흔들고 있다. 특히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본 문법을 바꿔놓으면서 새로운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서는 AI 도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라는 점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포함한 위험 요인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법무법인 세종의 AI센터와 함께 이런 변화를 진단하는 'GenAI 시대'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업이 AI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도입 가능한 AI 거버넌스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통신, 인터넷, 헬스바이오, 유통, 전자, 재계, 자동차, 게임, 블록체인, 금융 등 11개 분야별로 AI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 심층 분석한다. 또 AI 기술 발전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논점을 제시해 건강한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 비중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기술의 허점을 파고든 범죄나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이 딥 페이크(이미지 조작)를 통해 사기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졌으며, 정교화한 문서 위조로 보험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선의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Fraud detective system)을 오래전부터 운영해왔다. 개인정보 탈취나 시스템 오류로 인해 내가 승인하지 않은 결제나 인출·이체 등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보험 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올리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주로 신속하게 결제가 이뤄지는 카드업계에서 FDS는 발달해왔다. 대부분 이 FDS는 금융소비자의 이용 패턴이나 결제 시간 등 일부 데이터를 규칙화한 뒤 이상거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도록 설계됐다. 그렇지만 쌓여있는 데이터를 잘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의 발전, 인공지능(AI)의 범용화로 FDS가 고도화되고 있다. AI 기반 FDS는 그야말로 금융소비자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소비자 보호의 차별화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KB국민카드, 국내 거래에도 AI FDS 도입 KB국민카드는 지난 2021년 해외 거래에 AI 사고 탐지 모형과 자동재학습 솔루션을 적용했다. 사고 탐지 모형은 평소 거래 패턴 등을 분석해 카드 도용으로 인한 부정 결제나 허위 매출과 같은 불법 거래를 탐지한다. AI 사고 탐지 모형은 변하는 사기 패턴을 빠르게 잡아내는 장점이 있다. 사기 수법이 변하면 해당 부분을 반영한 모형 개발을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개발 기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AI모형은 데이터를 통한 기계 학습을 통해 유사 사고를 탐지할 수 있고, 매월 최신 데이터를 학습해 최근의 사고패턴을 반영한 사고 탐지 모형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정 거래가 해외서 발생해 해외 거래서 AI 사고 탐지 모형을 우선 적용했으나 국내에서도 피싱 등 신종 금융 사기가 급증해 올 상반기에 국내 거래에도 도입된다. 거래 정보 외 비대면 거래 행태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사기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 명의 도용 막는 AI FDS 토스뱅크는 이상거래 탐지의 각 단계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신규 이상거래 패턴 탐지다. 진화하는 이상거래의 패턴을 찾는데 AI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토스뱅크 FDS의 AI 모델은 토스뱅크서 이뤄지는 모든 입출금 거래를 학습해 이상거래 패턴을 확인한다. 새로운 이상거래 패턴이 나오면 분석해 토스뱅크 FDS팀에 알림을 준다. AI 기술이 사람의 인지 속도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새로운 이상거래 패턴을 찾아 이상거래를 막는 것이다. 금융사기범들의 부정사용 방법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기 패턴을 신속히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다. 이밖에 토스뱅크는 명의 도용을 막는데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수백만건의 정보를 AI가 학습한 뒤, 명의 도용 이상패턴이 감지되면 금융거래가 진행되지 않는다. 의심건에 대해서는 셀피인증 또는 영상통화 인증을 통과해야만 대출 등의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토스뱅크는 대포통장이나 불법도박계좌 등을 탐지하기 위한 FDS 모형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케이뱅크, 이상거래 아닌 경우 즉각 대응 AI 케이뱅크는 AI OCR(문자 인식 기술)을 고도화해 위조 신분증 이용을 통한 금융거래를 걸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분증 인식 속도와 인식률을 올리고 신분증 촬영 단계에서 위·변조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AI를 적용한 신분증 인식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 이후 올해 2월까지 약 30만건의 신분증 사본을 탐지했다. 이상거래로 탐지됐지만 아닌 경우를 해결하는 제도에도 AI를 적용했다. 케이뱅크는 '통장묶기 즉시해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통장묶기는 피해자의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신고를 해 계좌를 지급정지 상태로 만든 뒤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범죄다. 케이뱅크는 통장묶기를 당해 지급정지된 고객이 이의제기할 경우, AI와 빅데이터로 금융거래 패턴을 분석해 억울한 사례라고 판단되면 신고가 접수된 금융 거래를 제외하고는 계좌 지급정지를 풀어준다. 현대해상, 자동차 고의 사고 보험 거르는 AI FDS 보험업계에도 고의 사고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자동차 고의사고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자동차 보험사기 FDS를 자체 개발 후 머신러닝을 적용했다. 기존의 자동차 보험사기로 적발 사건 데이터를 활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보험사기 특징을 선택하고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사건을 탐지한다. 보험사기 유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지능화로 보험사기 탐지가 어려워짐에 따라 FDS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해상은 기존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보험사기 건을 자동으로 탐지하여 보험사기 적발이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험사기 모델을 통해 예측한 보험사기 고위험군을 분석을 통해, 보상직원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보험사기 건을 추가로 적발할 수 있게 됐다. 또 직원별로 다른 보험사기 탐지 능력의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부연이다. 향후 현대해상은 FDS에 사고 관련 사진·동영상·사고 접수 음성 녹취 등을 활용해 탐지 모델 고도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2024.05.01 08:34손희연

"더 바쁘고 깐깐해진 고객 잡아라"...유통가도 AI 도입 사활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삼키고 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첨단 비즈니스 영역까지 뒤흔들고 있다. 특히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본 문법을 바꿔놓으면서 새로운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서는 AI 도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라는 점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포함한 위험 요인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법무법인 세종의 AI센터와 함께 이런 변화를 진단하는 'GenAI 시대'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업이 AI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도입 가능한 AI 거버넌스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통신, 인터넷, 헬스바이오, 유통, 전자, 재계, 자동차, 게임, 블록체인, 금융 등 11개 분야별로 AI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 심층 분석한다. 또 AI 기술 발전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논점을 제시해 건강한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소비자 지갑이 꾹 닫힌 시장 환경 속, 유통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에 힘을 주고 있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상품, 빠른 쇼핑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유통 업계에서는 상품 검색·개인화 추천·물류 자동화 등 AI 기술 도입이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네이버와 쿠팡의 경우 AI를 일찍이 도입해 초개인화 맞춤형 상품 제안에 활용 중이며, 쿠팡은 풀필먼트센터 AI 활용으로 물류 효율성을 대폭 늘렸다. IT 기업이지만 국내 톱 유통 기업으로도 꼽히는 네이버, 물류 혁신으로 로켓 신화를 쓴 쿠팡의 성공 사례를 본 유통 대기업들도 AI 전담 조직을 꾸리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AI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쿠팡, 각각 상품추천과 물류 등에 AI 기술 적극 활용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 네이버와 쿠팡은 상품 추천과 물류 등에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네이버의 경우 AI 기술 적용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이 가능해졌고, 소비자 구매율을 더 높였다. 쿠팡은 AI·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 탑재된 자동화 물류 시스템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에이아이템즈 기반 개인화 추천 모델을 구축했고, 2021년에는 네이버쇼핑 내 AI 개인화 추천 서비스인 'FOR YOU(포유)'를 시작하며 일찍이 쇼핑 서비스에 AI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쇼핑 검색에 자체 개발 AI 상품 추천 기술 '에이아이템즈(AiTEMS)'와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결합해 적용 중이다. 일례로, 네이버 검색에서 상품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AiTEMS가 이용자 쇼핑 활동 이력을 분석해 상품 추천 이유를 함께 보여주며, 이용자 쇼핑 관심사까지 추천하며 초개인화 상품 추천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15억 개 네이버쇼핑 상품 데이터베이스 기반 대용량 데이터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또 AI가 최신 리뷰와 긍정 리뷰를 돋보이게 도와주는 '리뷰 노출 AI 매니저', 하이퍼클로바가 적용된 '클로바 메시지마케팅' 등 커머스솔루션마켓 AI솔루션을 통해 중소상공인의 판매 증대에 기여 중이기도 하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100여개 풀필먼트 센터 물류 처리, 재고 관리 등에 머신러닝을 적극 활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 문을 연 대구 풀필먼트센터(FC)의 경우 AI 기반 자동화 혁신 기술이 집약돼 있다. 쿠팡은 대구 FC 건립에 3천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해당 물류센터에는 ▲무인 운반 로봇 ▲소팅 봇 ▲무인 지게차 등 AI 기반 최첨단 물류 기술이 작동되고 있다. 쿠팡은 무인운반로봇, 소팅 봇을 통해 전체 작업량의 65%를 효율화하며 물류를 자동화했다. 지난 10년간 물류 인프라에 6조원 이상 자본은 투자해 온 쿠팡은 향후 3년간 자동화 기술 도입을 포함한 FC 구축,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에 3조원 이상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더 늦으면 도태"...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AI 전환 합류 네이버, 쿠팡의 성공 방정식을 지켜본 유통 대기업들도 AI 기술 도입에 속속히 합류하고 있다. 특히 롯데 그룹은 줄곧 AI를 강조해 온 신동빈 회장 특명에 따라 롯데지주 AI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AI 기술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지주 AI TF에서는 그룹 AI 전략 방향을 검토하는 한편, 계열사별 AI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하반기 AI 전담 조직 '라일락(Lotte Ai Lab Alliances&Creators)'을 꾸리고, 광고제작 자동화·AI 기반 고객 상담·데이터 플랫폼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생성형 AI 활용 신규 서비스, 유통 특화 AI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업스테이지와 함께 롯데쇼핑만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고객들의 세분화된 관심과 취향을 만족시키는 고객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마트에서는 먹거리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신선품질혁신센터에 품질 검수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AI 장비가 과지방 삼겹살을 골라내도록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도 이마트 산하 AI, 데이터 기술 관련 본부를 만들고, AI를 상품추천과 리뷰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당 본부는 ▲AI 구현·운영 조직 ▲데이터분석 품질 담당 조직 ▲시스템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조직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와 접점에서 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는 조직으로 구성됐다. 신세계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도 최근 AI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AI PICK' 서비스를 베타로 운영 중이다. 홈쇼핑 계열사 신세계라이브쇼핑은 모바일 앱 내 챗GPT 기반대화형 고객 응대 서비스 '쇼핑AI'를 도입해 고객 질문을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까지 제안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I&C가 개발한 구글 기술 기반 쇼핑 전용 챗봇 플랫폼 '사이보그(SHINSEGAE AI Bot on Google)'를 활용해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1:1 고객 상담 서비스' S봇'을 운영 중이며, 고객 쇼핑 패턴을 분석하는 AI 시스템 'S마인드'를 적용해 개인별 맞춤 쇼핑 정보를 제공 중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AI·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임원들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디지털 전환을 주문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연내 고객상담센터 AI 답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AI 챗봇 상담 서비스 '젤뽀'를 운영 중인데, 연내 개발될 AI 답변 서비스는 젤뽀와는 별개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해 현대그린푸드·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계열사 홍보,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는 “당연히 기업이야 이익이 된다면 도입하니, AI 등이 기술이 도입이 됐다는 것은 성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익이 되니 필수 전략이 되는 것”이라며 “또한 기술들의 성과가 매우 가시적이고 빠르게 도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앞으로는 보다 거시적으로 구조적 개선, 중장기 개선에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기술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24.04.28 08:14최다래

플랫폼 곳곳에 쓰이는 AI…"삶이 더 편해진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삼키고 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첨단 비즈니스 영역까지 뒤흔들고 있다. 특히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본 문법을 바꿔놓으면서 새로운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서는 AI 도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라는 점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포함한 위험 요인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법무법인 세종의 AI센터와 함께 이런 변화를 진단하는 'GenAI 시대'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업이 AI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도입 가능한 AI 거버넌스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통신, 인터넷, 헬스바이오, 유통, 전자, 재계, 자동차, 게임, 블록체인, 금융 등 11개 분야별로 AI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 심층 분석한다. 또 AI 기술 발전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논점을 제시해 건강한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쇼크를 가져온 알파고를 기억하는가.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겼다는 소식에 전세계가 들썩였다. 정부나 기업들이 AI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AI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내에서는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AI 국가 전략 AI+X 가 강조됐다. 또 한 번의 충격은 오픈AI의 챗GPT로부터 왔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대화 전문 AI챗봇인 챗GPT를 공개했고, 우리 일상뿐만 아니라 각 분야로 AI가 빠르게 스며드는 계기가 됐다. 챗GPT는 사용자 100만명을 달성하는 데 불과 5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는 넷플릭스(3.5년)와 인스타그램(2.5개월) 등과 비교해서도 매우 빠른 속도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물론 가만있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AI 주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생성형 AI를 빠르게 개발하고 도입하며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국내 플랫폼 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2023년 한국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공개하며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색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생성형 AI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서 어떻게 도입되고 발전하는지 알아봤다. 네이버가 이끄는 생성형 AI…검색엔진 더 굳건하게 네이버가 선보인 클로바X는 네이버의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에이전트다. 클로바X는 외국어 번역이나 문서 요약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사용자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창의적인 글쓰기 업무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소설 초안 작성이나, 홍보 및 마케팅 문구 초안 작성 등을 수행한다. 또한 네이버 내부 및 외부 서비스와 연동하여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질문부터 일상대화, 상품 검색, 계획일정표 작성, 모의면접 등 상황과 목적에 따라 일상적인 대화부터 전문적인 대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대화가 가능하다. 최근엔 검색에 생성형 AI 모델을 적용했다. 적합한 문서를 찾아주는 검색 본연의 기능에 생성형 AI 모델이 확용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도에 맞는 문서들을 이용자들이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스마트블록 하에서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의 의도와 맥락을 해석하고, 적합한 순서에 따라 문서들의 랭킹을 재조정(Re-ranking) 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모델 보다 더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게 됐으며, 의도와 적합한 문서들이 상위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검색 품질을 향상시켰다. 기존 네이버 검색은 일부 길고 복잡한 검색어에 대해 단어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사용자가 원하는 문서를 정확하게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생성형 AI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검색어들에 대해서도 단어들 간의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더욱 개선된 검색 랭킹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기술은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모델이 크면 클수록 성능은 좋아지지만, 비용 이슈가 있어 만만치 않다. 네이버는 먼저 AI 모델을 경량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삼성전자와 인텔과 협력해 AI 반도체를 개발해 도입하려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추후 생성형 AI가 고도화됨에 따라 네이버 검색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풀버티컬 전략으로 데이터터와 클라우드, AI 반도체 등 모든 역량을 갖춰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배달 메뉴 추천도 생성형 AI가 해준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안하기 위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았다. MS와 애저 오픈AI 서비스 기반 생성형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송파 지역에서 메뉴 추천 서비스 '메뉴뚝딱AI'를 선보였다. 메뉴뚝딱AI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누적된 리뷰 중 일부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안할 수 있다. 배민 사용자향 서비스에 GPT모델을 사용한 첫 사례다. 무엇을 먹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용자나, 메뉴는 정했으나 아직 가게를 결정하지 못한 사용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명확한 주문 목적이 결정되지 않은 사용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 회사는 확인했다. 예를 들어 치킨을 주문하고 싶지만 아이와 함께 먹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바삭한 치킨을 원한다면 메뉴뚝딱AI에 물어보면 된다. 메뉴뚝딱AI는 리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치킨 가게를 찾아줄 수 있다. 개발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메뉴뚝딱AI는 주어진 정보에 없는 원산지와 같은 정보를 거짓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회사는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나 표현, 부적절한 맥락을 필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수정해 해결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메뉴뚝딱AI를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했다. 배민배달홈, 가게배달홈, 배민배달카테고리 지면 및 검색홈, 검색결과, 검색 중 화면에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추천을 사용해볼 수 있다. 사용자가 어떤 맛이나 식감을 선호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지금 음식을 시키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음식을 시키려고 하는 지에 따라 적합한 메뉴를 추천하는 것이 메뉴뚝딱AI의 목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더 많은 소재를 발굴하고, 사용자들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나가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와 추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서울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후 사용성 분석을 통해 지역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LM만든 야놀자…전세계 여행객 모은다 AI 관련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야놀자는 미래 기술을 여행 산업에 접목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야놀자만의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었다. AI 분야 성과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뷰 분야에서다. 회사는 이용객들이 직접 남긴 최근 6개월간의 후기를 분석, 약 300자 분량으로 요약해 주는 '후기 요약 기능'을 도입했다. 후기가 숙소 선택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챗GPT를 접목한 기능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의사 결정 시간을 줄여 만족도 높은 경험을 제공 중이라는 평가다. 올해 1월에는 한국어 최적화 거대언어모델 'EEVE-Korean'을 개발·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어 기반의 LLM에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기존에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영어 수준은 유지하면서 한국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야놀자는 EEVE-Korean을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에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해 전 세계 여행객들의 여가 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테크 기반 서비스로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여행에 특화된 LLM으로 고객의 여행을 더 편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04.26 13:16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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