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차진엽 신임 단장, 신규 프로젝트 발표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제6대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무용단의 새로운 방향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오히려 몸에 주목하고, 몸과 몸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시대를 탐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7일 차진엽 예술감독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미션과 예술적 방향, 주요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차 감독은 '몸으로 시대를 묻고, 춤으로 사람과 세계를 움직인다'를 새로운 미션으로 제시했다. 기관 비전은 '함께 가꾸는 창작 공동체'로 정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현대무용 창작기관으로서 작품의 예술적 깊이를 높이는 동시에 창작자들이 함께 탐구하고 협력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예술적 방향으로는 'BODYING'을 내세웠다. 몸을 고정된 개체가 아닌 관계 속에서 계속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특히 AI와 기술, 디지털 환경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몸의 가치와 움직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고 봤다. 국립현대무용단은 BODYING을 바탕으로 작품 제작과 창작연구, 담론, 교육·참여 프로그램, 지역·국제교류를 연결할 계획이다. 차 감독은 무용단의 지향점을 'No Body Moves Alone(어떤 몸도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이라는 문장으로 압축했다. 그는 “몸을 통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자 한다”며 “한국성, 동시대성, 몸의 본질을 탐구하며 국립현대무용단의 정체성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차 감독이 말하는 한국성은 전통적 형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이 땅의 시간과 삶, 역사와 환경 속에서 몸에 축적된 감각과 태도를 작품으로 탐구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향은 차 감독의 신작을 통해 구체화된다. 취임 후 처음 선보이는 장소 기반 퍼포먼스 'BEING BEING 氷'은 12월 11~12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열린다. 2020년부터 이어온 '원형하는 몸' 연작의 탐구를 새로운 몸과 장소, 시간의 조건 안에서 확장한 작품이다. 자연 앞에 놓인 인간의 취약함과 유한한 몸을 가진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질문한다. 무용단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극장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몸과 춤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을 확대한다. 창작 과정 자체를 실험하는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내년 6월 선보이는 'ERRORIST(에러리스트)'는 불확실성과 실패 가능성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프로젝트다. 작품의 최종 형식과 창작 방법을 미리 고정하지 않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 밖의 결과와 시행착오를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한다. 창작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CTP랩(Choreographic Thinking and Practice Lab)'도 내년부터 연중 운영한다. 안무가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몸과 감각, 관계에 관한 질문을 창작과 담론으로 발전시키는 연구 거점이다. 관객과 함께 몸에 관한 질문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11월 열리는 'BODYING/BODYING'에서는 철학과 과학, 예술, 기술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관점에서 몸을 살펴본다. 렉처와 대화, 워크숍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질문을 일상과 사회의 논의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차 감독은 지난 5월 19일 국립현대무용단 제6대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영국 런던컨템포러리댄스스쿨을 거쳐 유럽 무대에서 무용수로 활동했으며, 2012년 콜렉티브A를 창단해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장르 간 협업, 예술·기술 융합 등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