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뇌졸중 안전망 위해 권역심뇌혈관센터·인력 더 늘려야
지디넷코리아는 '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연재를 시작합니다.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직접 필자로 참여해 우리나라 응급심뇌혈관 치료 시스템의 문제와 분석,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연간 10만 명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그 환자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발생건수의 증가도 문제지만 뇌졸중환자들의 75%이상을 차지하는 급성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정해진 골든타임 내에 정맥혈전용해제와 같은 혈관재개통시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률 증가 및 후유장애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지역거점 및 취약지구에 권역심뇌혈관센터 설치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14개의 센터들이 운영 중이다. 지난 20년 동안 권역심뇌혈관센터는 우리나라 심뇌혈관진료의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첫째, 국가의 예산투입으로 인해 지역에도 서울의 상급종합병원들에 버금가는 심뇌혈관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둘째, 뇌졸중 분야에서 있어 이상적인 뇌졸중센터는 어떤 형태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인력 및 시설기준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특별히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으로 뇌졸중의 1년 사망률은 12%로 감소됐다. 동맥내혈전제거술의 경우, 지역 내에서 치료받는 비율이 권역센터 미보유 진료권에서 45%인데 반해 보유 진료권에서는 76%였다. 야간 및 주말에 내원한 환자들의 치료율도 센터 미보유 진료권 보다 보유 진료권이 약 5배 정도 높아 24시간 전문진료체계 구축이란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여개의 권역센터로 전국을 커버할 수는 없다. 강원 지역의 경우 북부에 강원대학교병원이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되어 있으나, 남부지역은 권역센터가 위치한 춘천과의 거리가 멀고, 인접한 진료권에도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어 현재 강릉시나 원주시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어 추가로 권역센터 지정이 필요하다. 인구 1천만 명인 서울에도 권역센터가 없으며, 인구 1천300만 명인 경기도는 경기 남동부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 곳만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지정되어 있어 급성 뇌졸중 치료에 지역적 공백이 있다. 실제로 100만 명당 1개정도의 거점센터를 세우는 유럽 기준으로 계산하면 50개정도의 센터가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뇌혈관질환 연관 학회들은 센터 인증사업을 통해 심뇌혈관센터 부족을 메우려 노력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현재 전국각지에 84개의 뇌졸중센터들을 인증해왔다. 그러나 얼핏 수적으로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센터들이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 밀집되어 실제 강원과 충북 그리고 전남 등지에서는 인증받은 뇌졸중센터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학회인증 뇌졸중센터 및 권역심뇌혈관센터 등에 급성뇌졸중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뇌졸중전문의 수가 너무나 적으며, 그나마 젊은 의사들의 뇌졸중 분야 지원 부족으로 의료진의 연령이 점점 고령화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경우, 응급실에서 급성뇌졸중환자들을 분류하여 치료 방침을 결정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는 2명이고, 시술 및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단 3명으로 실질적으로 24시간 365일 당직체계 구축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은 더욱 심한데, 삼척의료원에서 신경과전문의로 근무하는 후배 의사는 영월과 삼척지역에 급성심뇌혈관 환자가 발생 시 환자들을 강원도내의 권역심뇌혈관센터 및 인증 뇌졸중센터로 이송시켜야 하지만 심뇌혈관전문의들의 서울지역 등으로의 유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거점센터들의 인력 부족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정부의 지역거점센터들에 대한 예산삭감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정부는 권역심뇌혈관센터 설치 후 5년간에 한하여 안정적인 운영예산을 지원했고, 이후 급격한 예산을 줄임으로써 전문인력의 지속적인 충원과 유지가 가능하지 않은 지금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정부지원 조차 없는 인증 뇌졸중센터들은 응급 뇌졸중환자들 때문에 전문의가 휴일이나 야간에 응급실에 불려 나가도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병원 측으로부터 '열정페이'를 강요받는다. 이런 상황들은 결국 후속세대들이 심뇌혈관질환 전문진료영역에 대한 지원을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전국대학병원에서 뇌졸중전임의 수련과정을 받는 신경과 의사수가 10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후반기부터 권역심뇌혈관센터 2기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간 심뇌혈관정책에 대해 방관하던 전임정부들에 비해 진일보했다. 그리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들을 순차적으로 30개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에 대해 환영한다. 그렇지만 1기 심뇌혈관센터 사업에서 보듯이 효율적인 심뇌혈관센터의 운영을 위해서는 심뇌혈관 진료를 담당할 전문 의료진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