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칩, 엔비디아와 경쟁 위해 특화 시장 공략해야"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적인 입지에 있다고 해도 국내 기업이 경쟁을 포기하고 종속되면 안 됩니다. 국산 AI 반도체가 성공하려면 애플리케이션 맞춤형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고 특화된 시장(니치 마켓)을 공략해야 합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 단장은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국산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을 이끄는 수장인 김형준 단장은 반도체 소자 및 공정 전문가다. 김 단장은 1986년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한국재료학회, 한국결정학회 등 다양한 학술 단체를 이끌었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책 사업으로 진행된 '2010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에서 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차세대지능형 반도체 개발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0년 9월 출범한 조직으로, 10년간 산·학·연간 협력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 사업단으로부터 지원받은 AI 반도체는 사피온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X330'과 퓨리오사AI가 올해 2분기에 출시하는 '레니게이트'를 비롯해 딥엑스, 텔레칩스 등이 대표적이다. ■ 국산 NPU, 저전력·가격 경쟁력 내세워 니치 마켓 공략 필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80% 점유율을 차지한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쿠다(CUDA)'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GPU 보다 저전력에 특화된 분야에서 처리 능력이 뛰어난 NPU(신경망처리장치)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도 NPU 칩을 개발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국내 스타트업이 엔비디아와 경쟁 및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단장은 “엔비디아의 GPU도 AI 모델에 따라 여러 종류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국내 업체도 특정 추론 모델에 특화된 맞춤형 NPU 반도체를 만들어 니치 마켓을 공략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AI 반도체가 지속 가능하려면 저전력이 되어야 한다”라며 “데이터센터에는 약 1만장 이상의 GPU가 탑재되며, 이로 인해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소비량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또 2027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전력은 스웨덴의 1년 전력량과 맞먹는 85~134Twh가 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업계가 저전력 NPU 반도체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NPU는 GPU보다 저렴한 가격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엔비디아 GPU는 리드타임(주문해서 받기까지 기간)이 1년 이상 걸리고 1개 칩당 5천만원 이상으로 비싼 가격이다. 김 단장은 “일례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가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싶어도 엔비디아 GPU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선뜻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산 NPU가 뛰어난 성능에 엔비디아 GPU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해당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예전에 F35 전투기를 개발할 당시, 구매하는 것보다 개발 비용이 수십 배 더 들었지만, 결국 기술 확보를 위해 개발에 착수하고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현재 전투기도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렇듯 AI 반도체도 개발을 지속해야 하며, 결코 미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실증 사업 통해 레퍼런스 확보 중요…엣지 시장에 기회 있을 것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데이터센터 실증 사업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AI 반도체 육성을 위해 K-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KT, 네이버 등의 데이터센터는 GPU 대신 국산 NPU를 도입해 일부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단장은 “NPU 기업은 데이터센터 실증 테스트를 적극 활용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NPU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언제쯤 국내 NPU 반도체가 해외의 주요 고객사에 수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김 단장은 “국내 스타트업의 칩 양산이 올해 본격화되기에 2026년에는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냉정하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데이터센터 외에도 공장 자동화, 모바일, 자율주행차 등 엣지 쪽에는 굉장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라며 “특화된 시장을 겨냥해 AI 응용 칩을 만들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