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허두영 등이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세계사를 수놓은 유명인들의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병(病)'을 통해 '생(生)과 노(老)'를 톺아본 독특한 탐색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세계사의 위인 가운데 특정 질환을 앓은 사람을 골라 그들이 질환을 앓게 된 배경·경과·결과와 함께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다루는 인물도 다양하다. 비트겐슈타인, 슘페터, 마르크스, 간디같은 서양의 위인부터 마이클 잭슨, 장국영, 데즈카 오사무같은 대중 문화의 영웅들까지 수 많은 천재들이 등장한다. 그 뿐 아니다. 저자들은 이상, 김유정, 이중섭 같은 근대 한국 작가들과 세종, 사도세자 등 한국 역사속 위인들도 불러내고 있다. 저자들이 수많은 위인들을 다루는 방법은 기발하다. 우리가 알고 일반적인 위인전은 남다른 재능과 평범한 우리에게 보여준 끈질긴 노력과 위대한 성취를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그들이 앓은 질환과 감내했던 고통의 시간, 그리고 영원히 묻힌 죽음은 낡고 찢어진 역사의 뒤 페이지에 가려져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들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의 설명을 빌자면, "위인의 위대한 성취는 거의 대부분 그가 앓은 질환의 원인이거나 결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되면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 정부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을 이끌었던 세기의 천재 오펜하이머는 불안하고 우울한 성격 때문에 평생 힘들게 생활했다. 그는 자신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미친 듯이 담배에 몰두했다. 오펜하이머는 10대부터 일찌감치 흡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루에 5갑씩 피워댄 골초였다. 그 결과 오펜하이머는 30대에 결핵에 걸렸다. 우울한 성격을 갖고 있던 오펜하이머가 어떻게 흡연에 빠져들게 됐는지 실감나게 설명해준다. 우울한 성격을 갖고 있는 그에게 흡연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통로였다. 저자들은 왜 위인들의 질병과 고통에 관심을 갖는 걸까? 저자들은 위인들의 질병과 대응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과 정면으로 맞서도록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통찰을 함께 제공해준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울었다)에서는 질병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다는 느낌이 강한 사람들을, 2장(이겼다)에서는 질병을 극복하거나 질병에도 성과를 낸 사람들을, 3장(떠났다)에서는 죽는 모습이나 죽음에 대한 태도가 특별했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유명인의 업적이나 특징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각각의 제목을 음미하는 맛은 이 책이 제공하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AIDS의 방아쇠를 당기고 죽은 프레디 머큐리'나 '지루해서 두 번 죽는 짓은 못 하겠다는 파인만' 같은 소제목 한 두 개만 살펴봐도 절로 흥미가 솟구친다. 에피소드마다 위인들이 앓은 질환을 원고지 2매 분량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독자 입장에선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의학(의약)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허두영 외 지음,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