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로 지하철 역사 안 초미세먼지 잡는다
정전기를 이용해 필터 없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은 정전기력으로 초미세먼지를 모아 바람을 통해 세정하는 무필터 공기청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대전 지하철 유성온천역 역사 안에서 실증도 진행 중이다. 기계연 친환경에너지변환연구부 지속가능환경연구실 김학준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극세사 방전극과 비금속 탄소판을 이용해 저배압 모듈을 만들었다. 이 모듈에 수 와트 수준의 낮은 전류를 흘려보내면 지하철 역사 내부로 퍼져 부유해 있는 초미세먼지를 만나 정전기를 띠게 만드는 공기 이온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발생한 이온이 붙어 있는 초미세먼지는 공조기와 공기청정기로 흡입돼 정전기를 끌어당기는 집진부에 포집된다. 거듭된 포집으로 먼지가 쌓여 정화 능력이 떨어지면 집진부 앞에 강한 바람을 일으켜 초미세먼지를 집진부에서 분리하고, 동시에 뒷면에서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한다. 물을 이용하지 않는 건식 세정 방식이다. 이 기술을 쓰면 유입되는 공기 중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초기 최대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승강장과 대합실에선 외부 초미세먼지 농도 대비 각각 75%와 40%의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쓰이는 필터 방식 공기청정 기술은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바람을 막아 압력 손실이 크고, 이에 따라 전기소모량이 많았다. 또 필터를 자주 교체해 연간 최소 수십억 원의 교체비용이 발생했다. 정전기 집진 방식의을 공기청정기는 이온을 만들면서 많은 오존을 발생시킨다. 세정할 때 집진부를 물로 씻어야하기 때문에 말리는데 최소 1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겨울철 세정수 배관이 동파되거나 세정 후 폐수가 생기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이온을 발생시킬 때 오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집진부를 세정할 때 물 대신 바람을 사용해 2차 오염 발생 가능성이 없고 전력 사용도 80%를 절감할 수 있다. 지하철 역사 500개에 적용하면 연간 유지보수비 20억-30억 원, 팬 교체비용 150억 원의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김학준 책임연구원은 "정전기를 이용한 초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바람을 막지 않아 지하철 역사와 같은 대면적 공간에 많은 양의 청정공기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무필터 정전기 초미세먼지 저감 기술로 기존 정전기 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하철 역사뿐만 아니라 학교, 사무실, 건물 등 다양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