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게이트' 휘말린 HS효성·카카오모빌...정경유착 악몽 재연되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비롯해 관련 기업인 소환조사에 나서면서 재계에 다시 한 번 '정경유착' 악몽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상 HS부회장은 '집사게이트' 관련자로 소환 예정이었으나, 조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사유로 출석하지 않아 일정이 다시 미뤄졌다. 이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증권 회장 등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특검팀은 "조 부회장이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내일로 조사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가, 현재까지 명확한 귀국 및 출석 일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효성 측은 "조 부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으로 사전에 정해진 공식적인 해외일정(공식 초청장 전달 및 글로벌 인사들의 참여 촉구 등)과 3차 회의를 주관하느라 소환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현재 일정을 조정 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사 게이트'가 뭐길래 '집사 게이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 인물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2023년 렌터카 업체인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한국증권금융, 다우키움그룹(키움증권) 등 기업들로부터 184억원 규모의 거액 투자를 받은 과정에서 특혜나 대가성이 있었는지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김씨는 김건희 여사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동기이자, 코바나컨텐츠에서 감사를 맡았으며,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처벌받았던 '집사'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력형 비리 가능성을 거론하며, 김 여사와의 친분 관계가 대기업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이때 투자한 기업들이 청탁·대가성 뇌물이나 보험성 자금을 제공한 것을 의심하고 있다. IMS모빌리티는 자본잠식 회사로, 부채가 자본의 8배에 달하는 등 부실한 재무상태였음에도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와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노베스트코리아라는 차명회사를 활용해 46억원 상당 지분을 매각해 수익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투자 기업 대표와 관련자들이 줄소환됨에 따라 정치권과 재계 전반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차 딜러 사업을 하는 HS효성도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HS효성은 계열사 4곳이 각각 5억~10억원 규모로 투자에 참여했다. 효성 측은 정상적인 투자 절차와 사업성 평가를 거쳐 투자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순실 데자뷔?…정경유착 꼬리표 붙을라 재계 긴장 일각에서는 이번 집사 게이트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진 미르 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태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만든 조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으로부터 수십억원을 기부받아 설립됐다. 당시에도 부정 청탁과 관련해 대대적인 특검 수사가 있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청탁을 했다 볼 명시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계는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주요 경제단체 중 한곳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는 굵직한 회원사 줄탈퇴로 조직이 크게 축소됐고, 주요 대기업들은 정경유착 논란 여파로 신규 투자 및 사업확장 등 주요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유보하기도 했다. 주요 경영진 검찰 수사로 경영 공백도 불가피했다. 이번 특검 수사가 기업인 줄소환으로 이어질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검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고, 소환된 기업인들의 대외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APEC 관련 일정으로 아직 소환에 응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향후 경영 행보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ABAC 의장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이어왔다. 재계 관계자는 "IMS 대표가 아닌 참고인에 불과한 기업인들을 줄소환하는 것은 망신주기 또는 보여주기식 수사로 보여질 수 있다"며 "자칫 과도한 검찰 수사는 기업인의 경영 활동 보폭을 줄이고, 소극적 경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