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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섭 AI 진테제] 소버린AI는?...'모델'보다 '공급망'을 봐야

지난 19일, 일본 정부가 17개 전략 분야에 2040년도까지 민관 합산 370조엔(약 35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닛케이와 NHK가 같은 날 보도한 숫자다. 규모만 보면 압도적이지만, 필자가 이 발표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액수가 아니라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었다. 목록을 뜯어보면 흥미롭다. 가장 큰 단일 항목 중 하나인 피지컬 AI(physical AI, AI로 로봇·설비를 자율 제어하는 기술)에 10.5조엔(약 100조원)이 배정됐다. 그 외에 반도체, 차세대 통신, 소재, 양자, 콘텐츠가 줄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정작 '일본판 챗GPT를 만들겠다'는 식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이 거대한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외친다는 나라가, 왜 모델이 아니라 '기반' 전체에 돈을 거는가. 1. '소버린 AI=자체 모델'이라는 1차원적 오해 소버린 AI라는 말이 퍼지면서 가장 흔하게 굳어진 통념이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통념은 문제의 절반만 본다. 모든 나라가 GPT급 모델을 직접 만들 수는 없다. 학습 비용도, 인재도, 데이터도 소수 기업에 쏠려 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가 움직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론티어 AI 모델이 더 이상 평범한 소프트웨어 제품이 아니라, 반도체에 준하는 전략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델 접근권은 통제될 수 있고, 특정 국가에만 허용될 수도 있다. 그 순간 정부와 기업은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가 쓰는 AI는 내일도 켜져 있을까.“ 이 질문이 소버린 AI 논의를 한 단계 끌어내린다. 핵심은 '최고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모델을 학습·운영·검증·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어디까지 자국 또는 우방권 안에 두느냐'다. 그래서 필자는 소버린 AI를 이렇게 정의한다. 소버린 AI는 결국 두 가지의 결합이다. 하나는 AI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다루는 전략자산화, 다른 하나는 그 AI를 떠받치는 산업 기반 전체를 자국·우방권 안에 묶어두는 공급망 자산화다. 모델은 그 위에 얹히는 결과물일 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다르게 읽힌다. 2.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투자한다 미국을 보자. 자유시장의 본산이라는 나라가, 최근 1년 사이 기업 지분을 직접 사들이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약 89억달러 규모로, 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재원은 칩스법(CHIPS Act)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한 것이고, 일부는 국방부의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eval, 군용 반도체 공급망 확보 프로그램) 예산이었다. 보조금을 '주식'으로 바꿨다는 점이 핵심이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소유다. 같은 해 7월에는 국방부가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여 약 15%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10년간 자석 원료에 1㎏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까지 보장했다. 또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내는 조건으로 수출 라이선스를 받았다. 칩 판매 자체가 외교·안보 거래의 대상이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흐름에서 마이크론은 오히려 빠졌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과 TSMC에는 지분 압박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즉 이건 무차별 국유화가 아니라, '전략자산으로 지정한 길목'에만 정부가 직접 들어가는 선별적 개입이다. 괜히 정부가 인텔과 희토류 기업에 지분을 박는 게 아니다. AI를 가능하게 하는 연산(반도체)과 소재(희토류·자석)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다시 정의한 결과다. 3. 일본, 370조엔은 모델이 아니라 기반으로 간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이번 계획은, 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구조다. 그리고 돈은 모델이 아니라 기반으로 흐른다. 피지컬 AI에 100조원을 넣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세계 AI 로봇 시장이 2040년 약 60조엔 규모로 커지고, 그중 30%를 자국이 가져가겠다고 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을 겪는 제조·건설·물류 현장에 AI와 로봇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통신 인프라(차세대 무선통신·광통신·해저케이블)에도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다. AI가 돌아가려면 결국 전기와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일본은 프랑스와 제1차 'AI 고위급 대화'를 열어 양국 AI 역량 강화와 안보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이것이 바로 '우방권 공급망'의 외교적 형태다. 혼자 다 만들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나라끼리 묶는다. 요컨대 일본의 370조엔은 '일본판 모델'을 만들겠다는 돈이 아니다. AI를 떠받치는 로봇·통신·소재·전력의 기반 전체를 자국 손에 두겠다는 공급망 자산화 선언에 가깝다. 4. 유럽과 중국, 다른 길, 같은 목적지 유럽과 중국은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2월 파리 AI 액션 서밋에서 인베스트AI(InvestAI)를 발표하며 2000억유로 투자 동원을 내걸었다. 이 중 200억유로는 'AI 기가팩토리' 4~5곳에 투입된다. 각 시설은 차세대 AI 칩 10만 개를 갖춘 대규모 연산 단지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공공조달에 '유럽산 우선(European preference)' 원칙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AI 칩과 클라우드를 살 때 유럽 안에서 먼저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명백한 공급망 주권 정책이다. 중국은 가장 공격적이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급을 가속시켰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AI 칩 자급률은 2023년 약 20%에서 2026년 41%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와 SMIC가 그 중심에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서방 칩을 한 개 수입할 때마다 국산 칩 한 개를 배치하도록 하는 '병행 구매' 정책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격차가 있어도 내수에서 국산을 채택하게 만드는, 가장 노골적인 공급망 자산화다. 미국·일본·유럽·중국. 정치 체제도, 방법도 다르다. 하지만 네 나라 모두 '모델 한 개'가 아니라 'AI를 가능하게 하는 공급망 전체'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5. 그래서 한국은? 우리는 팔기만 하고, 정작 사오고 있다 여기서 한국을 보자. 그리고 필자가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 있다. 한국은 지금 '세계 AI 붐의 최고 납품업체'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미국에서 변압기가 모자라자,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같은 전력기기 기업들의 수주가 폭발했다. 국내 전력기기 '빅4'의 수주 잔고는 33조원을 넘어 5년치 일감을 확보했고, 미국 데이터센터向 초고압 변압기는 납기가 2년을 넘긴다.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한다. 광통신, 기판, 메모리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소버린 AI를 짓겠다며 데이터센터를 세울 때,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한국이 댄다. 매출도 잘 나오고, 장사도 잘된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불편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그럼 정작 우리 것은 어떤가. 2025년 10월, 엔비디아는 한국에 블랙웰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5만 장은 정부가 사들여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쓰고, 20만 장은 삼성·SK·현대차·네이버가 가져간다. 정부는 이를 '주권형(소버린) AI'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주권의 심장인 GPU 26만 장은, 단 한 장도 우리가 설계하거나 만든 것이 아니다. 전량 미국 기업에서 사온 것이다.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핵심 소재 상당수는 일본에서 들여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은 남의 AI 인프라에 들어갈 메모리와 전력기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팔지만, 정작 자기 AI 인프라의 가장 비싼 길목인 연산·장비·핵심 소재는 외부에서 사온다. 파는 길목과 사는 길목이 정반대다. 확산과 시장 형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부품을 잘 파는 것은 '좋은 공급자(supplier)'의 조건이고,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주권 보유자(sovereign)'의 조건이다. 매출이 잘 나온다고 주권이 생기는 게 아니다. 변압기와 HBM이라는 '중간 길목'은 한국이 쥐었지만, GPU 설계와 노광 장비라는 '상류 길목', 그리고 자체 모델이라는 '하류 통제권'은 여전히 남의 손에 있다. 앞에서 미국이 인텔 지분을 사고, 일본이 소재·장비에 370조엔을 건 이유가 바로 이 '상류 길목'을 쥐기 위해서였다. 물론 26만 장 확보 자체는 한국에 큰 도약이다. 전 세계가 GPU 공급난을 겪는 상황에서 확정 물량을 받아낸 것은 분명한 성과다. 다만 그것이 곧 주권은 아니라는 점은 냉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370조엔, 2000억유로 같은 숫자는 '실적'이 아니라 '계획'이다. 닛케이조차 과거 일본의 국책 산업 정책에 실패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국책 펀드가 주도해 통합했던 엘피다 메모리는 2012년 4480억엔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고, 역시 국책으로 출범한 재팬디스플레이(JDI)는 11년 연속 적자에 빠져 있다. 소버린 AI는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명분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우 비싼 선택이라는 뜻이다. 명분과 성과는 다르다. AI를 둘러싼 질문은 계속 바뀌어 왔다. 처음에는 '어떤 모델이 가장 똑똑한가'였다. 모델이 전략자산이 되면서 '그 모델이 내일도 켜져 있는가'로 옮겨갔다. 그리고 지금, 질문은 한 번 더 내려간다. '그 모델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망은 누구 손에 있는가.' 한국은 이 질문 앞에서 묘한 위치에 서 있다. 남의 공급망 길목에는 깊숙이 들어가 있으면서, 정작 자기 공급망의 가장 중요한 길목은 밖에서 사오고 있다. 소버린 AI를 자체 모델 개발로만 읽으면 이 모순이 보이지 않는다. 전략자산화와 공급망 자산화라는 두 축으로 봐야, 우리가 무엇을 쥐었고 무엇을 의존하는지가 비로소 드러난다.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도 정확히 여기에 있다.

2026.06.21 13:31안광섭 컬럼니스트

[안광섭의 AI 진테제] 그많던 컴퓨터 전공 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AI 기술이 매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그 자체가 답은 아니다. 현장에는 기술이 약속하는 것(테제)과 비즈니스가 부딪히는 현실(안티테제) 사이의 간극이 늘 존재한다. 지디넷코리아가 새로 연재하는 '안광섭의 AI 진테제'는 그 간극을 매주 하나의 합(진테제)으로 좁혀가는 시도다. 글로벌 트렌드를 전략의 언어로 번역하고, 오늘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안 교수의 AI를 '아는 것'에서 '레버리지로 쓰는 것', 이 통찰을 매주 연재한다.(편집자 주) "개발자들의 시대가 끝났다" "컴퓨터 과학이 끝났다" "코딩의 종말.“ 올해들어 이런 류의 기사가 많아졌다. 테크크런치는 '대탈출(Great Exodus)'이라 썼고, CNN은 '악몽이 됐다'고 표현했다.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CS) 전공 등록이 닷컴 버블 이후 20년 만에 처음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치 기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숫자만 보면 그럴 듯하다. UC(캘리포니아대학교) 시스템 전체 CS 전공 등록이 지난해 3%, 올해 6% 줄었다. 프린스턴에서는 CS 전공 선언 학생이 135명에서 109명으로 1년 만에 20% 감소했고, 듀크대 CS 입문 강좌 수강생도 20%가 빠졌다. 북미 200개 이상의 컴퓨팅 학과를 대표하는 CRA(Computing Research Association)가 134개 학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62%가 "학부 등록이 줄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숫자들을 보면서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학생들이 정말 기술을 '떠난' 것일까, 아니면 같은 건물 안에서 '옆방으로 옮긴' 것일까. '엑소더스'가 아니라 '마이그레이션'이다 답부터 말하면, 옆방으로 옮긴 것이다. MIT에서 2022년 신설한 'AI와 의사결정(AI and Decision-Making)' 전공에 330명이 등록해 캠퍼스 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전공이 됐다. UC 샌디에이고(UCSD)는 UC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AI 전공을 따로 만들었는데, 이 캠퍼스만 CS 등록이 줄지 않았다. 지난 가을학기(2025년 Fall) AI 전공 입학생이 150명이고, 2029년까지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스플로리다대(USF)는 AI·사이버보안 칼리지를 열었더니 한 학기 만에 3000명이 몰렸다. 2025년 말 기준 미국에 AI 학사 프로그램만 193개, 석사 프로그램은 310개가 운영되고 있다. 불과 8년 전인 2018년에 카네기멜론이 미국 최초 AI 학사 학위를 만든 것을 생각하면, 이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실감할 수 있다. CRA 설문을 좀 더 들여다보면 윤곽이 선명해진다. 등록이 줄어든 분야는 CS, 소프트웨어 공학, 정보시스템이다. 반대로 늘어난 분야는 AI, 사이버보안, 데이터사이언스, 컴퓨터 공학이다. '기술 엑소더스'가 아니라 '기술 내부의 마이그레이션'인 셈이다. 즉 학생들이 기술을 떠난 것이 아니라, 같은 기술 안에서 AI·데이터·보안 같은 세부 분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시장이라는 직접적 계기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이동이 일어나고 있을까. 직접적인 계기는 취업 시장의 지각변동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CS 졸업생 실업률이 6.1%, 컴퓨터 공학 졸업생은 7.5%에 달한다. 이 수치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비교 대상을 보면 드러난다. 미술사 전공 3.0%, 영문학 4.9%, 공연예술 2.7%. 코딩을 배우면 고연봉이 보장되던 공식이 깨진 것이다. 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 공고는 2022년 2월 대비 71% 줄었고, 엔트리레벨(신입) 채용은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이상 사라졌다. 오리건주립대 2023년 졸업생 잭 테일러(Zach Taylor)의 사례가 이 현실을 상징한다. 6000건을 지원하고 면접을 13번 봤는데 합격은 0건이었다. 맥도날드에서도 "경험 부족"으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퍼듀대 졸업생 마나시 미슈라(Manasi Mishra)는 유일하게 면접을 본 곳이 치폴레였는데, 거기서도 떨어졌다. 역설: CS 기초가 더 중요해진 이유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지점이 있다. CS 졸업생의 취업이 왜 어려워졌는지를 뜯어보면, 역설적으로 CS 기초가 왜 더 중요해졌는지가 드러난다.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같은 AI 코딩 도구가 주니어 개발자의 '코드 작성'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했다. 그런데 이 도구를 만들고, 개선하고, 현장에 맞게 조정하는 일에는 알고리즘, 자료구조, 시스템 설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리 로버츠 UNC 총장의 표현이 정확하다. "알고리즘, 자료구조, 시스템 설계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으면 AI 자체가 존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건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문제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문제를 설계하려면 CS 이론-알고리즘의 시간 복잡도, 데이터가 메모리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확장되는지-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실제 채용 데이터를 보면 이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AI 직군 채용 공고 903건을 분석한 2025년 연구를 보면 이 점이 명확하다.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이 71%로 가장 많이 요구됐고, 딥러닝 28.1%, 자연어처리(NLP) 19.3%, 데이터 파이프라인 11.6% 순이었다. 이 모든 역량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선형대수, 확률·통계, 자료구조, 알고리즘 최적화로 전부 CS의 핵심 커리큘럼이다. MIT AI 전공도, UCSD AI 전공도 커리큘럼을 뜯어보면 CS 기초 과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간판이 'AI'로 바뀌었을 뿐, 뼈대는 CS다. 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CS의 죽음'이 아니라 'CS의 분화'로 본다. 20년간 하나의 거대한 우산 아래 있던 컴퓨터 과학이 AI, 사이버보안, 데이터사이언스 같은 세부 전문 영역으로 나뉘는 과정이다. 위스콘신매디슨대가 CS, 통계, 정보학을 통합해 '컴퓨팅·AI 칼리지'를 2026년 7월 출범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기회와 위기 동시에 보여 이 맥락에서 한국을 돌아보면,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보인다. KAIST가 올해 국내 최초로 AI 단과대학을 출범시킨다. AI컴퓨팅학과, AI시스템학과, AX(AI전환)학과, AI미래학과 등 4개 학과로 구성되고, 학부 100명, 대학원 200명을 매년 선발한다. 2027년까지 GIST, DGIST, UNIST로 확산하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고려대 AI학과는 2025년 102명을 선발해 국내 AI 학과 최대 규모를 갖췄고, 숭실대는 160명 규모의 AI대학을 신설했다. 상하이랭킹(ShanghaiRanking)이 2025년 처음으로 AI를 독립 학문 분야로 평가한 결과, KAIST가 세계 39위에 올랐다. 하지만 속도 차이가 문제다. 미국은 이미 AI 학사 프로그램만 193개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아예 다른 차원이다. 2025년 9월부터 전국 초·중·고에 AI 교육을 필수화해 6세부터 연간 최소 8시간 AI 수업을 받게 했다. 대학에서는 칭화대가 AI 융합 칼리지를 신설했고, 저장대는 전공 불문 AI 입문 과목을 필수로 지정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중국 대학의 학생·교수 60%가 AI 도구를 하루에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 UNC(노스캐롤라이나대) 총장 리 로버츠(Lee Roberts)의 말이 인상적이다. "졸업 후에 AI를 쓰면 곤란해질 거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교수들은 지금 사실상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한국의 더 큰 문제는 인재 파이프라인 자체의 구조적 균열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의뢰해 2025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최소 58만 명의 인재가 부족하다. 중급(학사) 인재 29만 2000명, 고급(석박사) 인재 28만 7,000명이다. 그런데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상위 1% 학생 중 76.9%가 의대에 진학했고, 일 학과는 10.3%에 불과했다. KAIST에서조차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182명이다. 배경에는 구조적 보상 격차가 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이 박사 학위 취득 10년 뒤에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 원이다. 같은 조건의 해외 취업자는 3억 9000만 원, 국내 의사는 3억 원이다. 3~4배 차이가 나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2020년 28위에서 2025년 48위로 떨어졌다. 뿌리없는 가지 오래가지 못해 필자가 AI 현장 컨설팅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패턴이 있다. AI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도구가 아니다. '우리 데이터를 이해하고, 그 위에 AI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의 부재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역량은 최신 AI 프레임워크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가 어떻게 구조화되어야 하고, 알고리즘이 왜 그렇게 작동하며, 시스템이 확장될 때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즉 CS 기초다. 결론은 이렇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CS의 종말'이 아니다. CS라는 뿌리에서 AI라는 새로운 가지가 뻗어나가는 것이다. 가지가 화려하게 자라는 건 좋지만, 뿌리를 잘라내면 나무 전체가 쓰러진다. 언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휩쓸려 CS 기초를 경시하는 순간, 정작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는 역설이 벌어진다. 만약 지금 진로를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혹은 자녀의 진로를 함께 생각하는 학부모라면, 필자의 조언은 이것이다. 간판이 CS든 AI든 중요하지 않다. 알고리즘, 자료구조, 선형대수, 확률·통계, 이 기초를 단단히 쌓은 위에 AI 응용을 올려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원하는 사람이다. 뿌리 없는 가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고,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2026.03.14 16:10안광섭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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