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챗GPT가 모르는 SW 해외 수출
챗GPT로 온 나라가 난리다. 지난 2001년부터 20여 년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및 ICT 해외마케팅 전략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챗GPT는 이 분야에 대해 어떤 답변을 할 지 궁금해 한번 물어봤다. 챗GPT는 질문이 정교할수록 대답 내용이 더 충실하다는 것을 알고, 해외시장 중에서도 범위를 좁혀 최근 필자가 주재한 유럽으로 한정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질문:“한국 소프트웨어 회사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답변: “한국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업체로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마케팅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시장조사 수행 2)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 3) 강력한 온라인 인지도 구축 4) 무역 박람회 및 컨퍼런스 참석 5) 현지 기업과 제휴 6) 무료 평가판 및 데모 제공 7) 탁월한 고객 지원 제공 8) 마케팅 자료 번역 등과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면 한국 소프트웨어를 유럽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시킬 수 있고 업계의 다른 경쟁으로부터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답변 내용을 보면 더 이상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잘 정리돼 있다. 위 8개 항목의 제목 아래 각각의 개념을 간단히 적은 내용도 아주 깔끔히 표현돼 있었다. 전략이라는 것이 계량적인 수치를 토대로 수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챗GPT의 답변은 통계학에선 말하는 '상호배제 및 전체포괄(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ely Exhaustive)'의 원칙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것도 그럴 것이 2021년까지 나왔던 관련 자료를 총체적으로 모아서 정리한 것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각종 사업 계획 및 전략 수립을 인공지능에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인공지능이 아닌 진짜 인간이 수립해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여러 미래학자들은 향후 10여 년 전후로 싱귤래러티(Singularity,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가 되면 '어차피 기계가 알아서 할 테니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필자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차별화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및 ICT 제품의 해외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인가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마케팅 전략의 기본 개념과 방향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기계가 흉내 내지 못하는 사람의 직관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 등 인공지능 솔루션에 의존한다면 이미 차별화 전략은 나오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기계는 복잡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예측 등을 자동화하는 것은 뛰어나겠지만 내 몸 안에 스며들어 있는, 나만의 경험을 토대로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메시지는 흉내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 기술을 잘 활용하고 기계를 뛰어넘는 최고의 해외마케팅 전문가(디지털 마케터) 양성이 시급하다. 기계와 차별화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고객층 타켓팅이나 제품의 브랜드 전략 수립 등을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기계와 달리,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인간의 본질과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 디지털 마켓터'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서둘러 이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며, 기업 또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인재 양성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본래 마케팅을 위한 예산은 대규모로 필요하다. 여기에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예산은 더 많이 소요된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전개를 위해서는 고급 전문가 확보, 현지 채널 구축 및 프로모션 등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 특히, 늘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지원책을 정부가 마련하고 다양한 펀딩 프로그램을 발굴 및 확대, 이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