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AI시대 준비해야"
"기술혁신 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수용성 확보까지 생각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AI시대로의 진입을 본격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10일 서울JW메리어트호텔 3층에서 열린 '제 26회 AIIA(AI Is Everywhere) 조찬 포럼'에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행사는 지능정보산업협회와 지능정보기술포럼이 주최하고 지디넷코리아와 매일경제, 테크42가 후원했다. 장홍성 협회 회장과 장병탁 서울대 교수,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박현제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장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최 과장이 '인공지능 정책 방향'을, 또 정무경 사피오노리아 CTO가 '고성능 AI반도체 사피온(SAPEON)'을, 한덕희 퀀팃 대표가 '금융투자와 AI'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들 AI 주제 발표 외에 인사혁신처 배기환 팀장이 국가인재DB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첫번째 발표를 한 최 과장은 "몇년 전 인공지능 업무를 하다 최근 다시 인공지능 쪽에 복귀했다. 예전에 처음 인공지능 업무를 할 때와 환경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며 운을 뗐다. 대학(서울대) 학부 전공이 컴퓨터사이언스(CS)와 컴퓨터엔지니어링(CE)인 최 과장은 정보보호기획과장과 정보통신반송기술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시그널로 최 과장은 ▲급증하는 연산 속도 ▲음성·언어·표정·제스처 등을 한번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시대 진입 ▲AI반도체 등 하드웨어 혁신과 결합해 성능 최적화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AI시대 기대감 고조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세계적 AI석학 제프리 힌튼과 나눈 대화 중 일부를 소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제프리 힌튼이 "AI반도체 등 하드웨어 발전이 새로운 AI혁신 지평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이 일화를 소개하며 최 과장은 AI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은 AI연산에 최적화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AI반도체를 직접 개발, 자사 제품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는 AI하는 기업이 반드시 같이 가야하는 분야"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딥마인드가 AI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것을 예로 들며 "과거에 비해 인공지능 적용 범위가 엄청 넓어지고 깊어졌다. 지금 인공지능은 기술로는 못할 것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 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와 기술 급변시대를 맞아 우리 정부는 2016년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 대책을 마련한데 이어 인공지능 R&D전략(2018년 5월), 인공지능 국가전략(2019년 12월), 디지털 뉴딜(2020년 7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022년 9월)을 잇달아 발표했다.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에도 적극 나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2020년 8월 시행한데 이어 지능정보사회기본법 제정(2020년 10월 시행)과 데이터산업 진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법도 제정(2022년 4월 시행)했다. 최 과장은 인공지능 국가전략 마련 이후 기술력, 데이터 및 인프라, 인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여러 성과가 있었다며 이를 소개했다. 기술력 부문에서는 선도국(100점) 대비 2018년 81.6점에서 2020년 87.8점으로 상승했고,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방과 빅데이터 플랫폼 및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등으로 데이터와 인프라 경쟁력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력 부분에서는 10곳의 인공지능 대학원과 41개 소프트웨어중심대학이 운영되고 있고 프로젝트 기반 실무 인재 양성 기관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입학생이 1400명, 이노베이션스퀘어 수료생이 1만70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AI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세계 순위도 언급했다. 글로벌 AI지수는 세계 7위(Tortoise Media, '22), 정부 인공지능 준비 지수는 세계 10위(Oxford Insights, '21), 인공지능 민주적 가치 지수는 선두그룹(1Tier, 미국 인공지능디지털정책센터, '22)에 속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의 인공지능 육성전략 추진 방향으로 최 과장은 ▲기술 및 산업 경쟁력 제고 ▲융합 가속화 ▲법·제도 마련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 및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과기정통부는 원천기술 연구 및 개발을 지원하고 AI반도체 개발, 클라우드 대전환,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충, 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 이용 지원 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창의적, 도전적 차세대 AI연구를 위한 선제 투자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30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의사결정 과정 설명 가능한 AI, 소량 데이터로 학습 가능한 AI, 학습 역량 측정 및 표현 가능한 AI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는 국가 전략 기술에 인공지능을 포함해 중점 투자 및 체계적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외에 AI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도출한 연구팀에게 후속 연구비를 지원하는 AI그랜드 챌린지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 과장은 "올해는 과학과 산업 분야 난제를 해결하는 R&D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기술 패권 핵으로 부상한 AI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AI전용 반도체인 NPU 개발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투입하고, PIM 반도체 개발에도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4027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 과장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기정통부가 데이터 바우처, 인공지능 바우처, 클라우드 바우처 등 '쓰리 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 바우처는 2021년까지 1159억원을 투입해 432개 기업을 지원했다"고 들려줬다. 데이터바우처는 2021년까지 2894억원을 투입해 6317개 기업을, 클라우드 바우처는 2021년까지 173억원을 투입해 1652개 기업을 각각 지원했다. 이들 사업 외에 민간부문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클라우드 활용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과 SaaS 중심 SW산업 체질 개선책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GPU와 실증 장비 등을 제공하는 광주 직접단지(데이터센터)도 2024년 완공할 예정이고 AI와 데이터분석을 위한 슈퍼컴퓨터 6호기도 구축할 계획이다. 최 과장은 인공지능 융합 가속화가 필요하다면서 "전산업의 지능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 로드맵을 마련해 선제적, 종합적으로 30개 과제를 도출했다. 이중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9개 과제를 추진해 11개를 완료했고 8개를 발의했다. AI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이상민(20년 7월), 양향자(20년 9월), 민형배(20년 10월), 송갑석(20년 10월), 정필모(21년 7월), 이용빈(21녀 7월), 윤영찬(21년 11월), 윤두현(22년 12월) 등 의원 8명이 발의한 상태다. 최 과장은 "인공지능 산업 발전과 신뢰성 확보 간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본법 제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민간의 인공지능 신뢰성 및 윤리 확보도 적극 지원해 인공지능 윤리기준(20년 12월)을 마련한데 이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실현 전략(2021년 5월)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인공지능 윤리기준 자율점검표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안내서도 마련해 선보였다. ■ 사피온, 연내 성능 4배 좋아진 X330 출시..."가성비 좋아 경쟁력 충분" 과기정통부 최동원 과장에 이어 발표를 한 김무경 사피온 CTO는 "올해 AI반도체 신제품 X330을 출시한다"면서 "사피온은 스타트업이지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같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와 엔비디아, 인텔, IBM, 쿼컴 같은 칩메이커의 장점도 모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피온은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공동으로 800억원을 투자해 만든 AI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SK텔레콤 계열인데 하이퍼스케일러 기업과 칩 메이커 기업과 깊은 연관이 있어 일반 스타트업과 다르다는 것이다. 사피온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고 사피온코리아가 성남시 판교에 있다. 2020년 '사피온 X220'을 내놓았는데 3년만인 올 하반기에 'X330'을 출시할 예정이다. X220은 AI추론 전용인데 반해 X330은 추론과 학습(트레이닝) 전용으로 용처가 확대되면서 성능도 높였다. 사피온은 'X340'과 에찌 추론에 적합한 'X350'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 CTO는 X330이 X220에 비해 "성능이 네 배 정도 높다"고 진단했다. 김무경 CTO는 40년간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폰 노이먼 아키텍처와 CPU, GPU, NPU간 아키텍처를 비교하며 "CPU는 컨트롤 유닛이 중요하다. 또 NPU는 오직 딥런닝만 하겠다고 만든 프로세스다. 딥러닝은 굉장히 빠르지만 단점도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규모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GPU, ASSP, CPU, ASIC로 구성된 세계 AI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364억달러에서 연평균 20% 성장, 오는 2025년 797억달러를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그는 데이터센터와 에찌 디바이스에 사용하는 추론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하며 "사피온이 주력하는 시장은 데이터센터"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는 구글이 가장 먼저 시작했고 아마존과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도 도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명명한 김 CTO는 "칩메이커들은 하이퍼스케일러보다 한발 늦었다. 성공한 아키텍처가 이미 있다보니 그런 것"이라며 "돈이 많이 들어가 시장 자체가 스타트업이 하기에는 힘든 시장이다. 시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1천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X220이 미국 방송사와 NHN 클라우드 등 여러 곳에 이미 적용중이라면서 앞으로 나올 신제품이 "가격대비 성능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한덕희 퀀팃 대표 "현 금융투자산업 여러 문제 AI로 해결" 2019년 1월 설립한 스타트업 퀀팃(Quantit)의 한덕희 대표는 "금융의 다양한 분야 중 혁신 여지가 큰 금융투자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가 판단하고 있는 금융투자산업의 문제는 ▲펀드 상품이 만들어지는 구조와 운영 방식이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고 ▲개별 기업 주식 종목 투자를 위한 투자 판단 정보가 힘들며 ▲가격 중심의 단기 타이밍 매매 UX로 왜곡돼 있으며 ▲금융전문가 중심의 고비용 구조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퀀팃을 설립했다는 한 대표는 "99%의 금융투자 고객에에 양질의 맞춤형 금융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서 "전문가 서비스를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기술로 구현, 저비용으로 다앙한 맞춤형 금융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퀀팃은 표준화한 데이터 API 제공과 뉴스 텍스트 감성 분석, 유튜브 스크립트 분석, 종목 분석 정보 컨텐츠 서비스로 제공 등의 업무를 한다. 한 대표는 "종목 단위가 아닌 계좌 전체의 포트폴리오 단위 매매를 AI기술을 활용해 자동 매매를 제공하고 관리 편의성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