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분쟁은 경영권 때문?…녹취록서 드러난 세 모녀 속내
LG그룹 오너일가 상속재산 분쟁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故 구본무 선대회장 장녀 구연경씨가 경영 참여를 원한다는 취지의 오너 일가 발언이 법정에서 공개됐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모친 김영식 씨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이 제기한 상속회복소송 두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첫 변론기일에 이어 두번째 증인 출석이다. 하 사장은 구 전 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 지주사 LG의 재무관리팀장을 맡아 오너일가 재산 관리와 상속분할 협의 등을 총괄했다. 이날 원고 대리인은 증인 신문을 위해 오너일가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녹취록에서 김영식 여사는 "연경이가 아빠를 닮아서 (경영을)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잘할 수 있으니 경영권 참여를 위해 다시 지분을 받고 싶다'고 (구연경씨가)언급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구연경씨가 "선대회장의 유지와 관계없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리셋하고 싶다"고 언급한 내용도 담겨있었다. 이는 그동안 원고 측에서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재산분할에 협의했다'는 주장과 배척되는 발언이다. 세 모녀 측은 지난 2월 구 회장으로부터 기망당했다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재판이 끝난 후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법정 밖에서는 답해줄 수 없다"며 함묵했다. ■ 승계메모 논란 지속…구본능 회장과 금고 연 이유는 "프라이버시 때문" 첫 변론기일에서 세 모녀가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문서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증인 신문의 쟁점이었다.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도 '승계 메모'를 둘러싼 설전이 이어졌다. 하 사장은 승계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구본무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관행에 따라 세무조사 이후 폐기했고, 승계 메모를 세 모녀에게도 보여줬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세 모녀 측은 해당 문서를 본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이날 재판에서는 금고 개폐 사유에 대한 원고 대리인의 증인 신문도 있었다. LG의 경우 재산이 '개인재산'과 '경영재산'으로 분리돼 관리하는 사람도 방법도 구분돼 있는데 별장에 있는 금고는 개인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원고 대리인은 구본무 선대회장 소유 금고 중 1개는 개인재산인데 왜 직계가족이 아닌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둘이서 연 배경에 대해 물으며 '유언장'과 같은 중요한 문서를 폐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구본능 회장이 가져갔다는 소수 물품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하 사장은 "별장이 아닌 영빈관으로 2개 금고 모두 개인자산이 아닌 경영재산으로 분류돼 있으며, 구본능 회장의 제안이 합당하다 판단해 둘이서 열게 됐다"며 "유품 중 고인의 프라이버시 관련 물품이 지금 언급하기 곤란하니 재판부에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이와 관련해 "구본능 회장이 형제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부인(김영식 여사)이 알면 거북한 물건이 있을 수 있으니 둘이서 열자고 제안한 것이 맞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 사장은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고 구연경 씨가 경영 참여를 원하는 것이 맞냐는 질의에 "보신대로다"며 "원고와 피고 측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최대한 아는대로 객관적으로 기억에 맞춰 중립적으로 답변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양측에 조정절차를 제안했으나 구광모 회장 측은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재판 일정은 내달 9일로 잡혔다. 변론준비기일로 향후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