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논문 피인용수도 미국 넘어섰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반도체 분야 논문 수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설계 및 제작 분야에선 여전히 미국이 강세를 보였다. 1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발간한 '학술논문 데이터로 본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6-2021년 기간 중 반도체 기술 관련 피인용 상위 10% 내 논문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논문 수에선 2011-2015년 기간에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은 2000-2010년 사이 기간에 전체 논문 수 1위였으나 중국에 추월당했다. KISTI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의 2천 457개 인용주제 가운데 반도체 기술 관련 인용주제 100선을 선정, 2000-2021년 사이 출판된 192만 6천 890건의 논문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의 연구 수준과 국제협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문헌에 대해 클러스터링과 매핑 분석을 수행해 반도체 관련 연구 분야의 글로벌 연구지형을 도출하고, 활동도 지수와 영향력 지수를 결합해 각국의 강점 연구 분야를 제시했다. 활동도 지수는 특정 분야 논문 수 비율을 세계 평균과 대비한 값이며, 영향력 지수는 피인용 상위 10% 안에 드는 논문 수가 기준이다. 세부 주제별 영향력 지수 분석 결과, 중국은 나노입자, 유기반도체, 광촉매 등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 물질과 나노전자기계시스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등 '유기 반도체 소재 및 응용' 분야에서도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미국은 100개의 인용주제 중 50개가 넘는 분야에서 영향력 및 활동도 지수 모두 기준보다 상위인 강점연구영역(1사분면)에 위치해 전반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장기 투자와 집중이 필요한 '반도체 설계 및 제작'과 '반도체 물성' 분야에 강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전통의 기초과학 강국들도 반도체 관련 연구 분야 전반에 걸쳐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반도체 관련 기초 연구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연구 규모와 수준이 성장하고 있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피인용 상위 10% 논문은 2000-2010년 7위에서 2011-2015년 5위, 2016-2021년 4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피인용 1% 최상위 논문은 2000년-2010년 10위권 밖이었고, 2016년 이후에도 6위에 멀렀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의 주제에서 강점을 보였고, 박막트랜지스터와 플렉서블 전자회로 등 '디스플레이 응용' 관련 주제에 연구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나, 연구 활동도와 영향력 결합 분석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강점을 가졌음을 뜻하는 1사분면에 위치한 연구 주제가 10개 이하였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선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또 과거 영향력이 높았던 분야들은 연구 규모가 증가한 이후 영향력이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반도체 관련 연구에서 기술 경쟁 뿐 아니라 협력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음을 밝혔다. 주요국의 양자 협력 관계 분석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력은 유지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제협력논문 비율과 국제협력 대상국 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증가했다. 중국은 국제협력논문 비율이 20% 내외로 비교 대상 10개국 중 가장 낮았으나, 분석 기간 동안 국제협력 대상국 수가 급격히 증가해 2021년엔 비교 국가들 중 가장 많은 113개 국가와 협력했다. 안세정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중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연구영역 포트폴리오 점검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조·산업 분야 중심의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기초·원천 분야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