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로봇 사고 파세요"…중고봇 시장 열린다
개인 간 중고로봇 거래가 점차 보편화될 전망이다. 아직 매물도 많지 않고 믿고 거래할 시장도 충분히 열리지 않았지만, 로봇 도입이 점차 빨라지는 만큼 중고시장 수요도 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빙로봇이 국내에서 본격 상용화된 지 4년이 지나고, 시장에서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고로봇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서빙로봇 수천대가 현역으로 뛰고 있지만, 3~4년 전 도입된 1세대 모델에 대한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빙로봇 렌털 계약 기간은 36개월이나 60개월 정도다. 계약이 끝나고 로봇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 가게 문을 닫으면 쓰던 로봇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협동로봇도 마찬가지다. 쓰던 로봇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중형차 값에 버금가는 로봇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로봇 서비스 업체들은 중고 로봇을 공식 인증해 서비스하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로봇거래 플랫폼 '마로솔'을 운영하는 중이다. 초기에는 로봇 공급기업과 수요처를 연결해주는 역할로 시작해, 중고마켓과 로봇 보험 서비스도 선보였다. 마로솔 중고마켓은 매물 기본 정보와 가동시간, 수리이력 등 정보를 함께 고지한다. 마로솔 측은 안전결제, 6개월 품질보증, 허위매물 감시 등 거래 사고 방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로솔은 추후 로봇을 직매입해 점검한 인증 중고 모델도 계획 중이다. 마로솔 중고마켓에는 12일 기준 산업용로봇 31개, 협동로봇 30개, 서비스로봇 8개 등 매물이 등록돼있다. 비로보틱스는 연내 로봇 중고시장 서비스를 열 계획이다.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인증중고 프로그램' 구상을 밝혔다. 고객 로봇 소유 부담을 줄이고, 계약 기간 이후에도 로봇을 처분하거나 재상품화하기 용이하게 만들 목적이다. 브이디컴퍼니는 중고시장 서비스 계획은 아직 없지만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빙로봇 계약 기간과 달리 실제 로봇 수명은 5~10년으로 더 길고, 아직 교체 수요가 적다는 설명이다. 로봇 중고시장 서비스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고가 제품 거래인만큼 철저한 검증 주체와 기준이 필요하다. 또 사용 정도에 따라 적절한 감가율을 정하고 시세를 안정화해야 한다. 아직은 시장이 작다보니 적정 가격에 원하는 매물을 찾기 어렵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로봇 중고시장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지면 로봇 신규도입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