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행정서비스에 감동한 날
나는 1990년경 일본으로 이주해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라는 정보전략컨설팅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화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에 오래 거주하면서 한국 거주지 주민등록이 말소된 줄도 모르고 살았다. 내년 총선 투표도 해야 해서 주민등록을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난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도 만료일이 2022년 12월 31일이었다. 운전면허 효력을 상실했다. 다행히 유효기간 만료 후 1년까지는 과태료만 내면 운전면허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주민등록을 갱신해 새 주민등록증으로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전 거주지는 일산서구 탄현동이었기에 탄현동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했다. 예전엔 최종 주민등록지 주민센터에서 갱신해야 했는데 지금은 법규가 바뀌어서 새로 전입할 곳으로 가서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했다. 다시 은평구 진관동으로 전화를 하니 공무원이 친절하게 필요한 증빙서류를 안내해 줬다. 이번 일정은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고 출발 당일은 목요일이라 근무일로는 이틀뿐이었다. 마침 항공권도 만석이라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2시 30분. 관공서 근무 종료시간이 오후 6시여서 바쁜 마음에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곧바로 주민등록을 부활하기 위해 새 주민등록지인 은평구 진관동 주민센터로 내달렸다. 진관동 주민센터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창구로 가서 담당공무원에서 사정을 설명을 하니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 새로 발급하려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그간의 외국 거주가 확인되면 과태료 없이 주민등록 부활 처리할 수 있다고 안내해줬다. 출입국사실증명원을 출입국 관리사무소 같은 데서 떼어와야 하는지 물어보니 본인 허락만 있으면 '행정정보 공동이용 업무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조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출입국사실을 온라인으로 확인했고, 일사천리로 주민등록이 되살아났다. 감사 인사를 하고 새로 발급받은 주민등록 등본을 들고 이번엔 담당 경찰서인 은평경찰서로 이동하니 5시 정각이었고 업무 마감 시간이라 창구는 한산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동안 운전면허 갱신을 못해 1년이 다 돼간다고 하자 신청서를 제출하면 운전면허 갱신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경찰서는 운전면허증을 직접 발급하지 않아 운전면허증을 우편으로 받거나 다시 와서 받아야 하는데, 2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해줬다. 덧붙여 운전면허증을 바로 발급받으려면 가장 가까운 서부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가면 된다는 팁도 알려줬다. 다시 택시를 타고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으로 달려갔다. 도착시간은 5시 35분이었고 업무 마감 시간이 여섯 시인데 절차를 보니 건강진단과 적성검사를 한 후에 운전면허 갱신작업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오늘은 어렵겠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려는 차에 담당 직원이 “외국에서 오셨는데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겠다”며 건강진단을 받기 위한 서류를 내민다. 곧바로 건강진단을 받고 창구에서 적성검사를 마치는데 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렸다. 운전면허증을 발급 신청할 때 국제운전면허증을 양면인쇄로 동시에 발급하는 서비스와 운전면허증을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소개받았다. 바로 신청해서 새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필자 자신이 1980년대 후반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한 경험으로 볼 때 예전 관공서 같으면 근무시간 마감 직전에 달려오는 민원인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행정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민원인 입장에서 배려하는 공무원 자세도 보기 힘들었다. 또 행정부처를 넘나드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온갖 증명서를 떼어 제출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불과 2~3시간 만에 주민등록 부활 처리와 운전면허증 갱신이라는 두 가지 민원을 처리하고 나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역시 대한민국은 전자정부 선진국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전자정부 서비스가 유엔 전자정부 국가별 랭킹에서 줄곧 1위에서 3위를 유지하는 세계적인 수준임을 정작 한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잘 느끼지 못하는 듯 싶다. 마침 원고를 쓰는 2023년 9월 25일 자 닛케이 비즈니스는 '탈 디지털 패전국' 특집기사가 실렸다. 이번 특집에서는 대한민국 최첨단 전자정부 서비스 소개가 3면에 걸쳐 소개됐고, 우연히 필자가 일본 전자정부 추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다.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겪으며 일본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처하는 일본 행정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일본 전자정부 수준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경험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디지털 패전'을 선언하며 국가정보화를 추진할 사령탑으로 디지털청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이고 국가정보화 역량은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오늘날 세계 최첨단 전자정부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온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공무원들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앞으로도 세계 최첨단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