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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라병원'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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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로 살린 이가 고맙다 내민 주스의 맛

추자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주한라병원과는 50킬로미터.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급성 심근경색은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심장 근육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이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환자의 3분에 1이 병원 도착 전 사망하고, 제때 도착해 치료받아도 사망률이 최대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제주한라병원의 구홍두 항공의료부장(응급의학 전문의)은 당시 긴박했던 '1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전화를 받고 추자도까지 '닥터헬기'로 날아가 환자를 이송한 후 치료를 끝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환자는 살았다. “나중에 선물을 하나 받았어요. 맛있는 주스 하나.” 구 부장은 그 음료수의 맛을 잊지 못한다. 제주, 닥터헬기와 사람들 지난 2022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에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가 도입됐다. 배치병원은 제주한라병원. 도가 닥터헬기 도입을 추진한 이유는 제주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도 중앙에 있는 한라산으로 육상 이송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었기 때문이다. 어업 성수기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경남과 전남지역의 해난 사고 발생 시 이송과 치료도 필요했다. 제주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7년~2020년 제주도 5개 섬인 추자도·우도·비양도·가파도·마라도으로부터 119구급대 이송은 1천695건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와 인접한 5개 섬 거주자는 닥터헬기가 아니고선 이송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닥터헬기 도입 이후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도서 지방에 계신 응급환자들은 이 방법 말고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야만 병원에 올 수 있었는데 확실히 개선됐죠. 고맙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저희가 더 고맙죠.”(구홍두 항공의료부장) 닥터헬기는 응급의료법 제46조의3제1항에 따라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에서 운용하는 환자 이송 헬기와 달리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의료기관에 배치된다. 응급의학전문의 등 응급의료인력이 직접 탑승해 현장과 이송 과정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일단 응급환자가 발생해 119에 신고가 접수돼 구급대원이 출동하면, 대원은 119상황실을 통해 헬기를 요청하게 된다. 그러면 각 닥터헬기 운항통제실에서 신고접수와 출동 여부를 결정, 현장 출동이 실시된다. 의료진과 함께 도착해 현장 치료가 이뤄지면서 이송 중 치료와 함께 병원에 사전 준비를 지시해 환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등의 치료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제주한라병원의 닥터헬기는 도입 2년4개월을 지나며 연 40회 이상 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숙원이었던 서귀포 내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서귀포의료원 헬리포트 설치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국비 19억원, 도비 19억원 등 총 38억원이 투입돼 오는 9월 완공 예정이다. 중증외상 전문의도 닥터헬기를 직접 타고 안에서 환자를 치료하기란 절대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는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전문의가 닥터헬기를 타면서 겪는 좌충우돌이 그려진다. 하지만 구홍두 부장의 설명을 빌자면, 드라마처럼 갑자기 탑승하는 경우는 없다. “훈련도 하는데 타보면 재밌어요.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러면 조금 어렵겠죠. 그래서 동료 중에서도 닥터헬기에 실제 탑승할 수 있는 이들만 타고 있어요. 드라마에서 의사들의 활약이 하도 박진감이 넘치다 보니까 우리가 따라가기가 힘들 것 같아요(웃음).” 드라마에서는 닥터헬기 이송 도중 환자에 대한 고난도의 시술이 이뤄진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환자 상태나 의사 판단에 따라 기관삽관 등 필요한 처치는 대부분 이뤄지지만, 드라마처럼 환부에 직접 '찌르는' 행위는 제한된다. 헬기 움직임에 따라 혈관이나 장기의 민감한 부위를 건드릴 위험이 있어서다. 꼭 필요한 처치는 탑승 전에 실시된다. 군에서 탐색구조 임무를 수행했던 전경석 기장에게 제주한라병원에 닥터헬기가 도입되고 처음 환자를 살렸던 순간을 들을 수 있었다. “군에서 조난 당한 조종사를 살릴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제주에서 환자를 살려 보호자에게 안전하다고 전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도민들을 직접 찾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닥터헬기에 탑승하는 환자와 의료인력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는 것은 기장의 역할이 크다. 동시에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드라마 속 의사 '백강혁'처럼 소위 '까칠하게 구는' 의료진은 없었을까. 전경석 기장도 처음에는 이 부분을 걱정했다. “처음에는 그런 우려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의료진과 항공팀의 협업 관계는 굉장히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죠. 함께 어려움을 헤치면서 업무를 수행해서 2년 4개월 동안 한 번도 실패 없이 잘 진행해 왔어요.” 전 기장의 말마따나 환자 소생을 위해 노력해도 어려움은 늘 있었다. 제주의 닥터헬기는 지금껏 격납고 없이 운용됐다. 다행히 내달 제주국제공항에 격납고가 마련될 예정이다. 병원이 제주시 도심에 있는 만큼 닥터헬기가 뜨고 내릴 때 민원도 항공의료팀에게는 고민거리였다. 팀은 인접한 고등학교에 피해가 덜 가도록 수업 및 쉬는 시간에 맞춰 이착륙하는 등의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고와 환자는 늘 갑자기 발생하는 터라 이런 사정이 통할 리 만무하다. 민원이 올 때마다 구홍두 항공의료부장은 그들에게 닥터헬기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착륙 코스에 아파트가 있고 해서 신경을 쓰고 있지만 민원이 들어오면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민에게 우리가 왜 필요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오고 있죠.” '빈 곳'이 많다 해외도 닥터헬기를 적극 운용하고 있다. 미국 900여대, 독일 100여대, 일본 50여대 등이 운항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닥터헬기가 도입된 지역은 제주도(한라병원)를 포함해 ▲인천시(가천대길병원) ▲전라남도(목포한국병원) ▲강원도(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상북도(안동병원) ▲충청남도(단국대천안병원) ▲전라북도(원광대병원) ▲경기도(아주대병원) 등 8곳뿐이다. 경남과 충북 등은 닥터헬기가 아예 없고, 강원과 경기는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아 추가 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12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비용 때문이다. 통상 닥터헬기는 헬기 사업자가 운항·정비 등을 모두 담당하는 포괄임차(Wet Lease) 방식으로 운영된다. 헬기 한 대의 가격은 200억원 가량, 한 해에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운영비는 50억여 원. 닥터헬기 도입병원은 중앙정부과 지자체 지원금으론 운영비 마련이 빠듯한 상황이다. 응급의료 전용헬기 사업의 주요 재원은 응급의료기금에 기반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마련된다. 하지만 응급의료 이송 체계 지원 사업비는 전체 응급의료기금의 8.7%로 운용되는 실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헬기 운영비는 물가상승률이 고려되지 않은 10년 이상 책정 비용이 고정돼 있다. 또 항공기 사용 사업자에게만 주어지는 한정된 사업예산이기 때문에 응급의료 전용헬기를 운영하는 병원은 운영예산 확보가 어렵다. 환자에 필요하지만 선뜻 정부도, 병원도 나서기 힘든 이유다. 설상가상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은 닥터헬기 도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의 닥터헬기 도입 공모에 참여한 병원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대란에 따라 병원들도 인력과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을 알고 있는 일선 현장 인력들은 답답하다. 닥터헬기에는 전문의와 기장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의 인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력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자금이 꼭 필요하다. 구홍두 항공의료부장의 말이다. “치료는 의사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와 같은 보조 인력들이 충분히 따라붙어야 하는데, 이런 인력이 있으려면 돈이 필요하죠. 아직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또 “닥터헬기가 비어 있는 지역이 많다”고도 했다. “사실 헬기 속도로 30분 범위 안에는 닥터헬기 하나씩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데 1~2시간씩 걸리면 도입 효과가 없는 거죠. 현재 전국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급한 대로 비어 있는 지역부터 도입하고, 환자가 많은 곳은 추가 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25.03.12 15:55김양균

제주의 밤은 누군가에게 낭만 환자에게는 생사기로

제주 연동에 해가 지자 인접한 도두사수항으로부터 어선 불빛이 환했다. 뱃고동 소리가 길게 뿜자 공항 활주로 유도등과 제주시의 네온사인도 밤바다에 반사하며 부딪쳐 어지러웠다. 누군가는 제주의 밤을 푸르다고 노래했다. 마침 그 노래가 중증외상센터의 한구석에 있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순간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코드블루(Code Blue)! 코드블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행해야 하는 응급코드는 파랗다. 푸르되 의미는 다른 제주의 푸른 밤. 제주권역외상센터에서는 생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4시6분.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한라병원 지하 2층 대강당에는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과 병원 임원진, 제주특별자치도의 안전건강실장이 마주 앉아 있었는데, 그 광경을 서울과 제주에서 온 십여 명의 기자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강당 앞에는 '포괄형 종합병원의 새로운 기준, 보건복지부-제주한라병원 간담회'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복지부는 지역 의료 수요를 포괄하면서 중증과 응급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발굴하고 지원하려고 한다. 포괄성과 수술 역량을 갖춘 지역 종합병원을 거점화한 다음 지역의 의료 수요를 포괄적 대응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환자나 상급종합병원에서 회송된 환자를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추면서도, 응급 상황이 터지면 초기 대응이 가능한 수술 역량을 갖춘 것이 이른바 정부의 '포괄적 2차병원' 육성 구상이다. 간담회는 제주한라병원을 포괄적 2차 병원으로써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를 논의해 보자며 만들어진 자리였다. 정호원 복지부 실장이 먼저 입을 뗐다. “지역 2차 병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선 사안 파악을 위해 왔습니다.” 이어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이 마이크를 전해 받으며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근절이)나 의료진 수급과 같은 것은(오영훈) 지사님의 관심사입니다.” 이제 병원 차례였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복지부와 취재진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제주 지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도민 건강을 지키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주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시에 49만 명이, 서귀포시에는 18만 명이 거주한다. 인구는 증가추세이고,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해양스포츠 및 레저 관광지와 산악지역이 밀집해 있어 사고 및 대형 재난 등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대형 사고 발생 시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접근성이 낮은 실정이다. 종합병원은 제주시에 5개소, 1천864병상이 있고, 서귀포시에는 1개소, 251병상이 운영될 뿐이다. 제주도의 첫 종합병원인 제주한라병원은 1983년 개원했다. 현재는 586병상. 25개 진료과 20개 전문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도내 핵심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2년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8번째로 닥터헬기가 도입돼 연간 40회가량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기반 중증외상조사 결과, 2018년 전국의 중증외상환자는 3만2천237명이었다. 같은 해 제주지역의 외상환자는 2018년 592명으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90.2명으로 월등히 높았다. 제주는 충분히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 외상으로 인한 사망이 전국에서도 매우 높은 지역이다. 2021년 기준 광주·전라·제주지역의 예방 가능 외상사망률은 21.3%에 달했다. 전국 시도의 예방가능 외상사망률 평균이 같은 해 기준 13.9%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위 의료 선진국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또 제주의 중증외상환자 발생률은 서울 67.3명·인천 38.2명·경기 43.4명 등 수도권 지역보다 현저히 높고, 시도 중증외상 평균 62.8명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권오상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제주지역은 2021년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인구 10만 명당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중증외상은 신체 손상 중에서도 의식 상태나 혈압·호흡 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심각하게 다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고는 젊고 활동적인 인구에 발생해 가족과 사회에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킨다. 중증외상환자들의 사망과 후유증을 낮추려면 119의 신속한 구조, 이송과 함께 가장 신속하게 전문적인 응급수술 및 처치가 가능한 전문진료센터가 구비돼야 한다. 제주권역외상센터 현재 전국 시도에는 총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 중이다. 권역외상센터란, 중증외상환자 발생 시 해당 권역 어디서나 365일 24시간 1시간 내 골든타임 진료가 가능한 외상전담 의료진과 외상환자 전용 의료시설을 갖춘 외상환자전문센터를 말한다. 최근 동명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중증외상센터에 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중증외상 분야는 필수진료과임에도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리스크 등으로 인해 전공의는 물론 병원에도 기피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제주한라병원은 2015년 중증외상팀을 꾸려 진료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6년 12월 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아 2020년 3월 제주권역외상센터가 공식 개소했다. 현재 제주한라병원의 제주권역중증외상센터는 국내에서도 손꼽을 만큼의 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센터 주요 시설은 ▲소생실 ▲환자 진료 구역 ▲준비 처치실 ▲외상통제실 ▲CT실 ▲혈관조영실 ▲중환자실 ▲음압격리실 등이다. 전담 전문의는 ▲외상외과 7명 ▲외상심장혈관흉부외과 3명 ▲외상신경외과 1명 ▲외상정형외과 2명 ▲외상응급의학과 3명 등 16명이다. 지원 전문의는 ▲외과 2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명 ▲정형외과 4명 ▲Interventionist 1명 ▲산부인과 1명 ▲마취통증의학과 5명 ▲신경외과 5명 등 20명이다. 전담간호사는 ▲외상소생구역 10명 ▲외상중환자실 40명 ▲외상병동 17명 등 67명에 달한다. 권역외상센터는 2020년~2024년 1천508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했다. 화상과 중증화상, 익수사고로 인한 환자까지도 센터가 맡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병원의 해양중증외상 의료팀은 전국에서 처음 해양 사고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의료팀이었다. 작년 말에는 12월 24시간 365일 항공 이송 체계 확립을 위한 '지역통합항공이송체계' 구축도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내원하는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2021년 4.62% ▲2022년 8.89% ▲2023년 2.11% ▲2024년 5.97% 등이다. 외과 전문의인 권오상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센터 운영”이란 말이나, “응급의료의 중추적 역할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김성수 이사장의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일단 사고가 119에 접수되면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구조와 현장 조치를 통해 환자의 중증외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중증외상환자로 판단돼 외상센터 이송이 필요하면 119는 제주한라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환자 상태를 통보하고 이송을 시행하게 된다. 그 사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외상팀을 가동하게 된다. 외상전담 전문의 및 간호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의료장비들을 준비를 하게된다. 환자가 센터에 도착하는 동시에 진단과 처치가 이뤄진다. 권오상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 책임진료율은 100%”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다 걸고 환자 돌본다 “제주는 중증외상환자 발생 건수는 낮지만, 인구당 비율은 굉장히 높아요. 제주권역외상센터는 권역에서도 중증외상환자의 높은 수용률을 유지하고 있어요. 권역 내 중증외상환자 책임진료율이 100%에 달합니다.” 권오상 센터장은 이렇게 자신했지만,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평가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권역외상센터 평가지표는 사기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어요. 실제 권역에서 우리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니까요.” 또 개정된 권역외상센터 운영 지침에는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기관은 지역 내 책임의료기관 필수보건의료협의체에 참여해 지역완결적 필수보건의료 제공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신설됐다. 하지만 도 내 필수보건의료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신설된 운영 지침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권 센터장의 아쉬움이다. “지역에서 실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증외상센터의 역할을 알아주길 바라는 거죠. 힘겹게 일하는 의료진의 힘을 빼지는 말아줬으면 하는 겁니다.” 제주한라병원은 직제에 응급의료 부원장을 별도로 마련해 응급 및 중증외상 진료를 강화하고 있다. 병원 경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시스템은 의료수익에 불리하다. 때문에 제주한라병원보다 몸집이 큰 병원도 선뜻 실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정을 내린 김성수 이사장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응급의료 분야가 병원 수익에 크게 도움이 안되는 것은 맞아요. 그래서 대형병원도 응급쪽 투자나 인력 배치 등에 소극적인 거죠. 제주도는 병원 수익만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도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고요. 누군가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역할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야만 제주도민과 이곳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치료가 가능하죠. 제주도는 그런 한계가 있는 지역입니다. 응급의료부원장은 고생스러운 자리입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의 성격을 고려하면 조율이 어렵거든요. 그렇지만 제주도민이 처한 의료 어려움을 고려하면 힘들다고 마다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한번 걸어보자. 힘들어도 이해하고 같이 가자고. 그렇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거죠.” 복지부의 포괄적 2차병원 계획에 대해서는 “당초 상급종합병원이 되지 않는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포괄적 2차 병원을 지정하는 것만으론 안 된다”고 했다. “포괄적 2차 병원 지정 기준을 상급종합병원 기준을 적용해야 도민들이 상종을 안가도 그에 버금가는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종의 진료 부담을 포괄 2차 병원으로 흡수해 운영돼야 합니다. 특히 중증도나 병원 투자에 인정해 줄 수 있는 수가 등 상종과 버금가는 행위별 수가체계로 지정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날 제주권역외상센터에는 외국인 환자가 있었다. 전문의는 치료한 환부를 짚어가며 환자에게 몇 번이고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이후 밤이 되도록 제주한라병원 의료진과 술잔을 기울였다. 제주의 숨은 맛집이 어디이고, 한라산 정상을 올랐을 때를 이야기하며 웃다가도,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의료대란을 이야기할 때는 함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자리를 파하니 이미 한밤중이었다. 활주로 유도등과 어선의 불빛 따위가 밤바다에 비쳐 환한 것 같다가도 강풍과 한라산으로 막혀 중증외상환자 이송이 험난해지는 제주의 푸른 밤이야말로 제주도가 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는 한 의료진의 한탄이 떠올랐다. 그 밤은 코드블루가 아니길 바랐다.

2025.03.11 12:00김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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