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에서도 정전기 일어난다···액체 마찰대전 측정해 순서 매겼다
액체에서도 정전기가 일어난다. 국내 연구진이 액체의 정전기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세계 최초로 정전기가 잘 일어나는 순서대로 물질을 구분했다. 액체의 정전기 현상을 조절해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항공과대학교 김동성 교수 연구팀과 경희대학교 최동휘 교수 연구팀이 액체 마찰 대전열을 세계 최초로 정립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전기 현상(마찰대전 현상)은 두 물체사이에 마찰이 일어날 때, 두 물체 표면이 서로 반대 전하를 띄는 현상을 말하며, 마찰 대전열(帶電列)은 이 현상이 쉽게 발생하는 물질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신진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28일(현지시간)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정전기 현상은 이미 기원 전 발견된 현상이지만, 정량적 수치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체 간 상대적 마찰대전 정도를 나타낸 마찰 대전열이 정전기 현상을 기술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김동성 교수와 최동휘 교수는 실험실에서 정량의 액체를 운반하는 기구인 피펫(pipette)을 사용하던 중 실리콘 기름에 떨어진 액체 물방울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 피펫팅 과정 중 일어나는 액체의 정전기 현상을 2013년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히지만 기존 마찰 대전열은 고체 물질에만 한정돼 고체와 액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액체의 정전기 현상 기술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액체의 정전기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해 액체 마찰 대전열을 기술하기 위해 일정한 전하를 가진 고체를 기준으로, 이와 액체 사이의 마찰 움직임, 접촉면적 등 여러 외적인 요소들을 통제한 측정 방법을 제안했다. 이같은 측정 방법으로 22개 종류 액체의 마찰대전을 측정한 후, 그 정도에 따라 순서를 구분하였다. 이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액체들의 정전기 현상을 정립한 세계 최초의 결과다. 또 연구팀은 특정 액체의 화학 조성에 따라 정전기 현상을 강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액체가 더 많은 수의 탄화수소로 구성되거나 벤젠 고리 화합물을 함유할 때 정전기 특성은 감소하며, 더 많은 수의 하이드록실기로 구성될수록 정전기 특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갖는다. 정립한 액체 마찰 대전열을 이용하면 목적에 맞는 액체를 선택해 정전기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수확 장치 효율 향상이나 반도체 소자 표면 세정을 위한 액체선택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김동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액체의 정전기 특성을 바탕으로 액체 마찰 대전열을 정립한 첫 사례"라며 "이 연구를 시작으로 보다 다양한 액체들을 포함한 액체 마찰 대전열이 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