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제혜택 재논의...與 "환영" vs 野 "재벌 특혜"
기업이 국가전략첨단산업 시설에 투자하면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겠다고 정부가 입장을 바꾸자 국회가 둘로 갈라섰다.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여당에 맞서 야당은 대통령 한 마디에 국회가 무시당했다고 날을 세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비 투자를 촉진해 우리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하면 기본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높이고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미국, 대만,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 지원책이 너무 적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세제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애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원안, 정부 제출)에 대한 수정안은 대기업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의 8%를 세액공제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기재부는 재정에 부담된다며 현행 6%에서 2%포인트만 높였다. 야당 의원들이 바로 반발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정부가 '갈 지(之)'자 행보”라며 “여·야 합의가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안을 심의하기 앞서 부총리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재벌 기업의 매출액 추이 자료도 안 주는 마당 어떻게 법안을 들여다보겠느냐”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세제 지원을 받을 반도체 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빼고 또 있느냐”며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이면 삼성전자에 세금을 1조7천억원 깎아주다가 3조2천억원을 깎아주게 되고, 4천억원 감면받던 SK하이닉스는 8천억원 아낀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은 “세액공제 효과를 평가하기도 전에 기재부가 또 다시 상향하려 든다”며 “기재부가 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지 일주일 만에 대통령 한 마디로 뒤집으면 기재부는 스스로 권위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언제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모른 채 너무 막연하게 어마어마한 세금을 공제한다”며 “갑자기 무엇 때문에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5%로 올려달라는지 이를 근거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 중소·중견기업도 많다”며 “시간이 갈수록 투자 상황이 나빠져 지난해 12월부터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답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세금 혜택을 받은 반도체 회사 직원들은 '성과급이 적다'고 하더라”며 “국민 세금으로 이익을 낸 반도체 업체 직원이 성과급이 부족하다는 데 또 세금을 깎아준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소신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야당 의원이 지적하는 대로 이익은 온전히 챙기면서 설비 투자비를 나라에 내라고 하는 셈”이라며 “기업이 감당할 것을 다 감당했느냐”고 따졌다. 이어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가까이 '10만전자' 될 때까지 국가가 많이 지원했지만 사회에 환원된 게 없었다”며 “10만전자에서 내려오니까 무조건 또 도와주자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야당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니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똑같이 생각하리라 믿는다”며 “얼마나 지원할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다퉈 세제와 재정을 뒷받침하는 경쟁국을 보면 우리가 우위를 지킬 수 없다”며 “기업이 부를 창출하면서 세금을 납부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힘 의원은 “지난번 기재부가 대기업에 세금을 8% 깎아주자고 했을 때 놀랐다”며 “늦었지만 법안을 고쳐 산업 기반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기재위는 이날 오후 조세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15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