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측·해명 반복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정부안 공개할 때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잡음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뚜렷한 정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규제 관련 관측만 무성해지며 업계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정부안을 받아 다음달 입법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거나 의결권을 규제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됐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지분 상한은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안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추측만 이어지고 있다. 지배구조의 경우 업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인 만큼 논의가 매몰되며 법안 전반을 짚어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안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올 상반기부터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역시 빠른 입법을 촉구했지만 금융위원회는 공개를 미뤄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일부 의원실과 비공개로 접촉하며 지분제한 등 핵심 쟁점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지나 정부안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정부안이 완성됐다고 본다.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안은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큰 틀이 잡혀있었으나 반발 등을 의식해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법 추진 동력도 얻기 힘들다. 정부 기본 방향이 빠진 채 국회와 업계가 토론해봐야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이미 상반기 확인됐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단순 거래소 규제안에 그치지 않는다. 가상자산 사업 분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등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청사진을 결정하는 핵심 법안이다. 한 번 정해진 규제가 시장 구조 전체를 좌우하는 만큼 입법 절차도 중요하다. 금융위는 정부안을 공개한 뒤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이 왜 필요한지, 규제 수준은 어디까지가 적정한지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시장 반대가 있더라도 정책 필요성이 충분하다면 공론장에서 판단받으면 된다. 지난 1년간 국회와 정부, 업계가 이어온 논의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면, 이제는 명확한 결과물을 제시할 때다. 금융위가 그리는 디지털자산 시장 청사진과 규제 기조를 밝히고 핵심 쟁점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안 없는 입법 논의가 또다시 추측과 해명만 반복하는 과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