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광고·쇼핑까지…규제에 손묶인 국내 플랫폼
국회에서 국내 플랫폼을 압박하는 수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구글과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에 나서 국내 기업들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플랫폼들이 지켜왔던 서비스 점유율이 한층 낮아졌고, 특히나 동영상이나 OTT, 음원 분야에서는 해외 빅테크에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특히 AI 분야는 'AI 주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점이 중요한데, 구글이 한국 정부와 협력을 늘리고 AI 산업 파트너가 되겠다고 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총선 다가오자 국회서 플랫폼 규제 떠올라…방통위까지 합세 최근 국민의힘과 정부는 포털 뉴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2018년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지적에 따라 인위적 방식으로 언론사들의 순위를 추출해 알고리즘에 적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의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조작해 야당 성향 매체 순위를 올리고, 보수 매체의 순위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국민의힘 포털태스크포스(TF) 또한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이라는 세미나를 열고 포털 뉴스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포털 뉴스 서비스 개편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힘 측에서 주장한 알고리즘 조작 관련해 실태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네이버가 AI 기반 포털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언론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통해 특정 언론사가 부각되거나 불리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규제는 광고, 쇼핑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을 겨냥해 검색, 쇼핑 관련 규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 등 14인이 지난 12일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포털이 비영리성 검색 정보를 이용자에게 우선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업체는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와 비영리성 검색 정보를 별도 화면으로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 이 법안은 인터넷 공간에서 광고성 정보 등 불필요한 정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발의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 원내 대책 회의에서 “네이버는 검색 키워드 대부분을 광고로 도배하며 그에 따른 트래픽으로 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두현 의원이 13일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통신판매중개업자도 연대 책임을 지고 소비자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판매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 알기 쉽게 사전고지해야 한다. 해외 빅테크와 손잡은 정부…국내 기업 설 자리 어디에 이러한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구글과 AI 산업 외연을 확장하고 글로벌화한다는 명목하에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AI 위크 2023' 행사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AI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구글과 연구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우수 인력을 글로벌 수준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초거대 AI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 개발·확산 노력과 함께,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력 향상 및 해외 진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에 대한 국내 플랫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론 정부와 구글의 협업으로 AI 인재가 육성될 수 있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 인력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국내 AI 산업을 진흥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한쪽은 국내 기업 목을 조이고 있고, 한쪽에서는 해외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킬러 규제'와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는 국화와 정부에 기업들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 즉 킬러 규제를 걷어내 줘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고 국가의 풍요와 후생이 보장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은 자율규제, 킬러 규제를 강조하는데 국회나 정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구글 행사를 보고 구글이 우리나라 회사인지,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인지 헷갈렸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총선과 국감을 앞두고 또 어떤 규제가 생길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에 서운함을 넘어 위기라고 보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지식인이나 블로그, 카페 서비스로 검색 서비스에서 우위를 잡고, 카카오는 메신저를 선점하면서 빅테크와 경쟁해 왔는데,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과 음원에서 밀리면서 방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AI는 규모 자체가 다른데 정부 지원이 필요할 때 규제가 더 생겨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자국 IT 기업을 규제하는 글로벌 흐름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누르지는 말아야 하는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과 의무를 무리하게 지으려고 한다. 과연 5년 뒤, 10년 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전쟁터에서 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야당에서는 구글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모호한 답변을 해 국회로부터 고발당한 가운데, 정부가 구글과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컬하다고 비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망 사용료나 세금 등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정부가 구글과 협력해 AI 인재를 키우겠다고 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을 위축시키게 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규제하고 숨도 못 쉬게 만들면서 글로벌 기업에 쩔쩔매는 형태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