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생명 불어넣는 알고리즘, 우리가 세계 최고죠"
국내 로봇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정해진 장치를 활용해 물체를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이른바 '로봇 알고리즘 개발'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주인공은 지난 7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로보컵 2023' ARM 챌린지 부문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UOS-로보틱스 팀. 이들은 로봇 비전, 학습, 조작 등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요구되는 미션에서 딥러닝을 활용한 정확한 물체 인식과 자세 추정 알고리즘을 단시간에 구현해 2위인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팀을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국제 로보컵은 1997년 시작된 가장 오래된 국제 로봇 경진대회다. 로봇 축구를 비롯해 재난 구조, 시뮬레이션, 자동화 등 부문에서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세계에서 약 2천5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ARM 챌린지는 로봇 팔로 물체를 인식하고 정확하게 파지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대회다. 수학 컴퓨팅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매스웍스(MathWorks)가 주관하고 있다. ■ 로봇에 생명 불어넣은 '알고리즘' 지디넷코리아는 이번 대회에 참여한 UOS-로보틱스 팀과 황면중 지도교수를 만나 우승 소감과 이들의 비전을 들어봤다. UOS-로보틱스 팀은 서울시립대 기계정보공학과 로보틱스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3명(윤석현, 사공의훈, 최정현)과 학부생 3명(박정현, 이승헌, 이태겸)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회에서 팀장을 맡은 윤석현 석사과정 학생은 2021년부터 ARM 챌린지에 참가해왔다. 그는 “작년에는 전부 시뮬레이션으로 대회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프랑스 보르도 현장에서 결선을 진행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며 “여러 전공 수업에서 '매트랩(MATLAB)' 환경을 활용했기 때문에 대회 개발 환경이 익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을 지도한 황면중 교수는 “로봇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잘해야 하는 분야”라며 “시립대 기계정보공학과는 저학년 때부터 매스웍스 툴을 활용하도록 해 학부생들이 프로그래밍에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대회 예선은 시뮬레이션에서 물체를 인식해 파지한 뒤 분류를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소스 코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트랩과 로봇운영 체제(ROS) '가제보(GaZebo)' 시뮬레이터를 연동한 환경에서 이뤄졌다. 윤석현 학생은 “매트랩 로보틱스, 딥러닝, 이미지 프로세싱, 컴퓨터 비전 툴 박스들을 활용해 알고리즘 정확도를 높였고, 많은 물체를 정확히 잡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 프랑스 결선 현장, 돌발 상황서 똘똘 뭉쳐 지난 7월 프랑스에서 열린 로보컵 본선은 당초 실제 로봇을 구동하는 작업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로봇 고장으로 미션이 변경됐다. 참가자들은 두 가지 파트에 대한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했다. 첫 번째 파트는 RGB-D 카메라로 촬영한 실제 데이터의 물체 검출, 색상 검출, 6자유도 자세 추정을 진행했다. 두 번째 파트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랜덤하게 배치된 다양한 색상의 물건을 분류하는 등 미션이 주어졌다. 박정현 학생은 “대회에서 실제 로봇을 사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시뮬레이션 로봇이 7축 각도 조절을 못하고 끝점 위치만 조절할 수 있었다”며 “팔의 자세를 입력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복적인 작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공의훈 학생은 “돌발 상황에서 과제를 수행하면서 평소 실력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윤석현 학생은 우승 배경으로 팀원 간 역할 분담이 주효했다고 꼽았다. 그는 “물체 인식 단계에서는 카메라 RGB 이미지를 활용한 물체 검출이 중요한데, 물체가 다른 물체에 가려지거나 화면 밖으로 나가 반절만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며 “정해진 시간 안에 알고리즘을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팀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라벨링 작업을 꼼꼼히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최정현 학생은 “자세 추정을 위해서는 이미지 '깊이(depth)'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노이즈가 많은 것이 정확도를 낮추는 원인이 되었다”며 “매트랩 컴퓨터 비전 툴박스를 활용해 군집화(clustering)를 진행한 것이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트랩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할 때 그래프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빠르게 시각화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며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RGB 이미지와 깊이 이미지를 병합해 나타내거나, 자세 추정 시 3차원 방향을 가시화 하면서 진행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 로봇 딥러닝 기술의 현재와 미래...AI 접목 최신 트렌드 UOS-로보틱스 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로봇 연구 현황과 기술적 난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기회를 얻었다. 윤석현 학생은 “로봇에 딥러닝과 물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에 대해 다방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며 “로봇이 사람 언어를 이해하고 주변 상황을 인지해 동작하는 일련의 과정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것이 최근 연구의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이어 “딥러닝 기술의 경우 적용 과정에서 블랙박스 문제가 있다. 블랙박스는 딥러닝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어떻게 특정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해석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학생은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들에게 배울 점도 많았다”며 “우리 팀은 한 샷을 찍고 상황을 바꿔가며 샷을 찍는 방식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취득했는데, 이탈리아 팀은 동영상을 찍으면서 프레임 단위로 학습 데이터를 얻는 점이 독특했다”고 말했다. ■ "극한 환경서 로봇 활용도 높일 것"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인 5천 달러(약 648만원)은 내년 연구 수행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 기계정보공학과 로보틱스 연구실은 로봇 팔을 활용한 연구 외에도 이동형 로봇에 관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바퀴 타입과 4족 보행로봇 등으로 연구 주제를 넓혀 더욱 다양한 곳에서 로봇 쓰임을 키우는 것이 이 연구실의 목표다. 이태겸 학생은 “최근 로봇 연구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과 수업에서도 로봇 관련 수업도 많아졌다”며 “로봇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이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아 이런 부분에서 지원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면중 교수는 “다양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낀다”며 “기업과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실제 문제를 주고 거기서 검증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제 대회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된다”며 “엔트리 레벨 학생들이 매트랩과 시뮬링크 등 개발 환경을 실전에서 써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