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다음은 STO…'코인' 입법 속도 낸다
가상자산 관련 최우선 입법 과제로 꼽히던 공정 거래 법제가 마련됨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후속 입법을 준비 중이다. 연초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토큰증권발행(STO) 제도 보완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토큰증권(ST)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ST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격으로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후속 법령 개정을 예고했다. 법에 ST를 수용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에 대한 내용과 투자계약증권 유통 제도 적용, 장외거래중개 인가 신설, 소액 투자자 매출 공시 면제, 디지털증권시장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용자 보호법에 이어 2단계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하루인베스트, 델리오 등 가상자산 투자 운용 서비스를 내세운 업체들이 부실한 자산 관리로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상황이다. 이런 업체들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사각지대에 있어 법이 시행되는 내년 중반 이후에도 유사 피해를 방지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ST가 우선 입법 과제로 대두된 건 증권성을 지닌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토큰의 형태를 띄는 ST는 증권과 가상자산의 교집합이 된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중 증권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 이와 구조가 동일한 만큼, ST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상 증권 규제를 받아야 한다. 현재도 증권성이 있는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영역이란 게 당국 입장이지만, 논란이 제기되는 가상자산 재단 측에서 증권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가상자산으로 상정하고 계획한 사업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 당국은 새로운 자산 종류로 등장한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가상자산마다 기술적, 사업적 특징이 다양하고 기존 증권과 유사점을 지니면서도 차이점도 많아 일괄 정의하기 난해한 탓이다. 금융위는 ST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제출 시점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상했다. 향후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그 내용을 두고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가상자산과 ST 시장으로의 구획, ST에 대한 기술적·사업적 규제 등이 제도화된다. 두 업계 모두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한결 덜 수 있다.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제가 정비되면 취급하는 투자 상품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권 내에서 사업 운영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토큰증권에 해당되지 않는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이후 추진될 2단계 입법을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의 규율을 받게 될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 FTX 파산 여파 등을 계기로 가상자산 입법 미비 상황에 대해 기민하게 살펴보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는 2단계 입법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부대의견을 이용자 보호법 통과 과정에서 채택했다. 이 내용을 보면 금융위로 하여금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과 공시업 등 사업자 분류 세분화 및 그에 대한 규제, 가상자산 정보 제공 관련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내부통제 의무 부여 등을 위한 방안을 보고하게 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금융위는 하위 규정 마련 등 법 시행을 준비하는 한편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시장 규율 체계 확립을 위한 다각적 조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 기준이 가시화되는대로 이를 반영한 시장 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2단계 법안을 준비한다고도 했다. 2단계 입법 전까지는 이용자 보호법을 토대로 시장과 사업자에 대한 감독,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수사기관과의 공조 등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