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 "한경협 인적쇄신 의문"...김병준 고문 직격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삼성그룹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가입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치인 출신인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대행이 임기후에도 회장을 대행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 준감위는 26일 오후 정기회의에서 삼성의 전경협 가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준감위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위원님들의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하기에 결론을 내리기엔 어렵지만, 제 개인적으로 결정이 된 상태다"라며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쇄신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인 출신이자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 뿐만 아니라 임기후에도 계속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정치인 출신이 계속 남아서 어떤 특정한 업무를 한다면 유해한 것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회원들의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 것이기에 무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회의에서 그 점에 대해서 위원님들께 말씀드리고 좋은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대행이 여전히 상근 고문직을 유지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준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는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2월 김 고문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임시로 쇄신을 이끌 당시 정치인 출신이 경제단체를 이끄는 게 맞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류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직무대행은 고문으로 한경협에 남게됐다. 삼성 준감위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찬희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는 정치 권력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유착의 전리품이 되어서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 자리가 이번 한 번만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아 있을 것에 대해서 우려심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이유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회비 납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을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준감위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 활동한 것은 삼성이 준법 경영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정착시키겠다는 의지 표현이고, 이것은 다른 모든 국내 기업보다 삼성의 더 준법 경영의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과 의사 교환이 없고 준법감시위원회에서 독립해서 의사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 준감위에서 말한 것이 어떠한 압박이 돼 돌아오더라도 준감위원장으로서 이번 기회가 대한민국에 정경유착의 고리가 확실하게 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4대 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에 한경협은 지난해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차, LG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면서 4대 그룹을 형식상 회원사로 확보했고, 지난 3월 4대 그룹에 회비 35억원 납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초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한경협 회비를 납부했고, SK는 지난주 두번째로 회비를 납부한 상태다. LG는 아직 한경협 회비 납부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