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분당 담합 조사…"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 미쳤을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설탕과 밀가루에 이어 전분당까지 식품 원재료 담합 혐의가 잇따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과자와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전반에 미친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 사무처는 6일 전분당 담합 사건에 대해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 사실과 위법성,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4개 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에 송부하고 같은 날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은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심사 대상은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사다. 공정위는 이들이 국내 전분당 B2B 판매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한 상태에서 지난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전분당 판매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6조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다. 전분은 옥수수를 습식분쇄해 얻은 전분유액을 건조해 만든 분말 형태의 원료를 말한다. 여기에 산이나 효소를 써 가수분해하면 포도당, 물엿, 과당 같은 당류가 되는데, 이를 전분당이라고 한다. 라면, 제과 등 식품 원료로 쓰일 뿐 아니라 제철·제지·건축자재 등 산업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전분당의 경우 청량음료, 빵, 빙과류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전분당 시장은 사실상 기업 간 거래가 대부분인 구조다.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전분당 시장의 99%가 B2B고, 이번 사건 역시 B2B 시장에서 벌어진 가격담합이라고 설명했다. 라면과 과자, 음료, 제과·제빵 등 식품 제조업체들이 전분당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최종 소비재 가격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실제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공정위 관계자는 전분당 담합이 라면이나 과자류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간접적으로 영향은 아마 미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가격을 밀어 올렸는지는 현 단계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원료를 기본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인정한 셈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관련자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관련 법령상 공정위는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가격재결정 명령이 다시 거론됐다.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가격재결정 명령에 대해 “담합이 없었던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라는 취지의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상과 삼양사 등 일부 업체가 전분당 가격을 3~5% 인하했다고 밝혔더라도, 그 인하 폭이 적정한지 여부까지 심의 과정에서 함께 따져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상정된 전분당 가격담합 외에도 일부 실수요처를 상대로 한 입찰담합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담합 혐의도 별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우선 전체 거래처를 상대로 한 가격담합이 민생물가와 직결된 만큼 먼저 심의에 올렸고, 나머지 사안도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속하게 상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