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원대책에 공공의료 확충은 실종
보건복지부가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정책수가 등을 통해 보상을 늘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허탈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부터 '돈 안 되는' 공공의료를 담당해온 의료진들은 “공공병원 문을 닫고 민간 빅5 병원 위주로 하라”는 날선 비판을 내놨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전문의협의회는 같은 날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안나 NMC 전문의협의회 대변인은 정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NMC 등 공공의료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핵심이 빠졌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필수의료의 미충족 구멍이 발견됐다”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NMC와 같은 공공의료기관”이라며 재정당국의 NMC 신축·이전 사업비 규모를 축소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여러 보건의료 위기에 있어 NMC는 중추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데, 기재부의 신축이전 사업비 삭감은 그냥 동네 병원 옆으로 옮기듯이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은 “NMC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정부에서 필수의료 대책 마련하는 것, 좋습니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빈자리가 항상 있습니다. 저희들이 메워야 할 궂은일들이 있습니다. 감염병이 왔을 때 최전선에서 뛰어야 될 때도 있고, 때로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어떤 최후의 보루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국가 병원이 하나 필요한 것이고 그걸 이번에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관련해 복지부에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공공의료 지원을 통한 필수의료 확충이 고려되지 않았느냐는 질의를 전달했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NMC는 필수의료의 중추” 역대 정부마다 감염병과 외상 등 미충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NMC의 기능 강화를 통해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NMC 구성원들은 본원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고위험 감염병 환자에게서 동반될 수 있는 감염 이외의 질환에 대한 대응능력과 숙련된 의료 인력을 평소에 갖추고 있어야 적시에 적정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원 800병상을 포함한 총 1000병상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해외 감염병 병원들은 대규모의 모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은 음압격리병상 330병상에 모병원은 1천720병상 규모다.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 격리병상 108병상에 모병원 1천753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샤리떼 병원의 경우에도 음압 격리병상 20개 병상과 모병원 3천1병상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기재부는 NMC 현대화 사업 규모를 모병원 526병상 포함 총 760병상으로 축소했다. 그 이유로 기재부는 2016년~2019년 NMC의 병상 이용률이 70% 가량임을 들었다. 이에 대해 NMC 전문의협의회는 2015년 민간병원으로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 환자들까지 억지로 내보내며 메르스 대응을 하도록 일반 환자 진료를 위축시킨 정부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제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안나 대변인은 “지금 NMC가 환자들을 제대로 못 보고 병상 이용률이 70%밖에 안 되니까 그러니까 투자를 못하겠다는 건데, 정부는 메르스와 코로나19 당시 취약계층까지 억지로 내보내가면서 전력으로 감염병 환자를 보게 했다”며 “그렇게 해서 비워진 병상과 손실은 당연히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를 이유로 신축 이전조차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울화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