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응, 'AI 조기 감지'가 답"
전기차 화재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만 봐도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전기차 화재 건수가 18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24건에서 껑충 뛰었다. 작년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로 많은 차량이 파손되면서 전기차 화재가 우리 사회의 해결 문제로 떠올랐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17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화재 대응은 AI 조기 감지가 답이 될 수 있다"면서 "전기차 화재와 내연기관 화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재 성장 속도"라고 밝혔다. 즉, 내연기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엔진룸 내부에서 발생해 전체 화재로 확대되며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배터리팩 내부 배터리 열폭주로 시작, 전체 차량으로 빨리 확대, 화재가 내연기관보다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전기차 화재 진압 시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나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팩에서 발생한 화염이 주변 차량으로 빠르게 전이, 화재 진압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배터리 열폭주 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체류된 상태에서 일시에 점화될 경우 폭발로 이어져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화재 감지·대응 체계의 한계점도 짚었다. "지하주차장을 예로 들면, 보통 화재를 감지하는 설비가 감지기고, 이는 특정 온도나 열을 감지하는 방식과 연기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오작동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주차장에서는 열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열을 감지하는 방식은 전기차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들려줬다. 이어 "전기차 화재 특성은, 대량 연기가 먼저 발생하는데, 열감지기로는 이를 잡아낼 수 없다. 또 연기감지기를 설치한다고 해도 전기차 화재 초기 연기가 바닥에 깔리는 특성 때문에 천장에 설치된 연기감지기가 사실상 감지가 어렵다"면서 "다만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화재 자체를 진압하는 데 큰 효과는 없지만, 주변으로 확산되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AI기반 화재, 연기 감지 시스템이 현장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는 화재 감지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에, 초기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를 신속히 감지해 소방관이 빠르게 현장에 도착·대응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화재는 충분히 진압이 가능하다"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수단이며, 그 해법으로는 AI 기반의 영상 인식을 통해 연기를 탐지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특성을 고려하면, AI 영상분석 화재 감지 시스템은 기존 장비(열·연기 감지기, 열화상 카메라 등)보다 장점이 있다. 먼저, 화재 감지 속도 차원에서 비교해 보면, 열감지기는 화재가 어느정도 커진 뒤에야 감지가 가능하고, 연기감지기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매연으로 인해 오알람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경우 초기 연기가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천장에 설치된 연기감지기로는 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 연구원은 "열화상 카메라는 표면의 열을 측정하는 방식이어서 여러 대의 차량이 있을 경우 열을 투과하지 못해 시야에 음영지역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다수의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음영지역을 줄일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반면 AI 영상 분석 기반 화재 감지 시스템은 기존 열감지기나 연기감지기보다 훨씬 빠르게 화재를 감지할 수 있고, 열화상 카메라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음영지역 문제를 해소하고 정확한 초기 연기 감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AI기반 화재감지시스템이 현장 적용 시 대응 속도나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면, 현장에 적용한다면 인천 청라와 같은 화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의 경우 전기차 1대에서 시작된 화재였지만, 감지가 늦어 대형 화재로 번졌다. 여기에 신고 지연까지 겹쳐 소방력이 투입되는 시점이 늦어졌고, 결국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그러나 AI를 통해 화재영상 내 연기를 신속히 감지했다면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했고, 피해 규모 또한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을 실제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물었다. 나 연구원은 "현장에 화재 감지 수단으로 도입 및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의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오작동이 잦으면 불필요한 소방력을 낭비할 수 있고, 반대로 오작동을 줄이려다 보면 실제 화재 발생 시 미작동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이에, 정밀한 기술 개발을 통한 신뢰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어떤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적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기술은 경제적 비용 부담이라는 장애 요인이 있다. 예를들어 전기차 화재를 이유로 주차장에 AI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할 때, 대부분의 주민 차량이 내연기관 차량이기 때문에 공용비용(장기수선충당금 등)으로 부담하는 것에 반대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물론 공동 재산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공용비용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관점에 따라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지원 등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정책적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해당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전기차 대응 설비 도입에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매칭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려줬다. 향후 화재 대응 체계가 어떻게 발전해야할 지도 물었다. "AI 화재 감지 기술이 도입·정착된다면, 소방 출동 시스템과의 상시 연계를 통해 신속한 화재 감지와 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또 IoT 기술과 접목할경우, 다양한 형태의 화재 대응 플랫폼으로 발전 및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많은 화재 현장을 조사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나 연구원은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영역에서 안전보다 편의를 선택해왔다. 특히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의 경우, 안전을 위해 성능을 높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편 해소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현재의 감지기를 사용해왔다. 그 결과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와 같은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을 우선하기보다는, 대형 화재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안전은 더 이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